위험한 허드슨 강의 ‘후쿠시마’

2016-05-30     엘렌 캔터로우, 앨리슨 로즈 리비

아주 화창한 봄날이었다. 원자로의 통제실에서는 직원들이 시스템 테스트를 위해 보안 시스템을 잠시 정지시키기로 했다. 그런데 정지시키려는 순간 원자로 바닥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갑자기 1,200톤 규모의 지붕에서 불꽃이 치솟았다. 몇 톤의 방사성 라듐과 흑연이 1천 미터 높이까지 치솟았다가, 원자력 발전소에서 몇 마일이나 떨어진 곳까지 쏟아지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구조하러 온 소방관들이 몇 톤의 물을 가져왔지만 불을 끄는 데는 무용지물이었다. 직원들은 보호복을 입지 않은 상태였고, 그 중 8명은 그 날 밤 사망했다. 다음 몇 달간 수십 명의 추가 사망자가 발생했다. 1986년 4월 26일 일어난 이 사건은 역사상 최악의 핵 사고인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에서 일어난 ‘원자로 노심 용융’(1)의 서막에 불과했다. 체르노빌은 국제 핵 방사능 사태 척도에서 최대 위험 분류군인 ‘레벨 7의 사태’로 등급이 매겨졌다. 히로시마 원자폭탄 100개보다 더 많은 방사능을 배출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의하면, 사고 수습처리에 들어간 총 35만 명의 인부 중 24만 명이 발전소 30마일 반경 안에서 최고 강도의 방사능에 노출됐다. 그로 인한 암 사망 인원이 정확히 몇 명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발표에 의하면, 체르노빌 사태로 인한 사망 인원은 약 4천 명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2006년 그린피스 보고서는 그 숫자를 반박했다. 이미 1만 6천명이 사고에 의해 죽음을 맞이했으며,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에서 사망자가 14만 명 더 나올 것이라고 예견한 것이다. 아동에게서는 잘 발생하지 않는 갑상선암 아동 환자가 그 지역에서 크게 증가했으며, 2005년에는 벨라루스, 러시아, 우크라이나에서 7천 건이 기록됐다.    
체르노빌 사고 25년 후인 2011년 3월,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에서 강도 9의 지진으로 발생한 쓰나미에 의해 3개의 원자로에서 원자로 노심 용융이 일어났다. 후쿠시마에 내리기 시작한 방사능비는 멀리로는 아일랜드까지 퍼졌다. 
사실 이미 2008년에 국제 원자력 기구는 일본 내 원자력 발전소 중 어느 곳도 강력한 지진을 버틸 수 없다고 일본 정부에 경고한 바 있다. 이는 강도 7의 지진까지만 견딜 수 있게 설계된 후쿠시마 원전도 포함된 경고였다. 그러나 당시에는 이 경고가 주목받지 못했고 결국 사고가 일어났다. 사고 발생 후, 원자력 발전소의 소유주였던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원전의 최초 설계 및 시공사였던 쇼(Shaw)를 재고용해 재건축을 맡겼다.

위기일발, 방사능 누출, 그리고 홍수 

체르노빌과 후쿠시마에서 폭발한 발전소 주변의 지역은 당분간 거주가 불가능해졌다. 두 곳 다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는 누구도 그런 대재앙이 일어날 것이라고 상상도 하지 못했다. 미국 역시 1945년 이래로 원자력의 위력이 전쟁 중이든 평화 시에든 가공할 만한 수준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여기서 그런 일이 일어날 리 없다”는 태도를 고수해왔다. 그러나 2천만 명에 달하는 인구를 핵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곳은 바로 미국 뉴욕의 허드슨 강 주변이다. 최근 이곳보다 원자력 사고의 위험이 큰 곳은 없을 듯하다.
후쿠시마 원전 사태가 일어났을 때,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미국의 원자력 발전소들은 지진에 견딜 수 있게 설계됐으며, 항상 면밀히 관찰되고 있다고 미국민을 안심시켰다. 이 성명은 인디언 포인트 에너지 센터(IPEC)도 포함한 것이었다. 1962년 뉴욕 웨체스터에 처음 지어진, IPEC은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발전소 중 하나이며, 미국 내 61개의 상업적 원자력 발전소 중 하나다. IPEC의 원자로 2개가 뉴욕시와 웨체스터 카운티 지역의 가정에 전기를 공급하고 있다. 또한 세계에서 6번째로 가장 인구밀도가 높은 도시인 뉴욕 대도시권에 위치하고 있다. 이는 지구상에서 가장 경제적으로 파급력 있는 뉴욕 맨해튼 섬에서 북쪽으로 겨우 30마일 거리에 위치해 있다.
이 발전소의 운용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발전소가 두 개의 지진 단층이 만나는 곳에 위치하므로, 지진을 견딜 능력이 있는지 자세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게다가 줄줄이 이어진 각종 사고들과 계속 진행 중인 위험 요소들은 대재난의 가능성을 증가시킬 뿐이다. 미국 자원보호위원회(NRDC)의 보고서에 의하면, 후쿠시마 사고와 같은 강도의 원자력 사고가 인디언 포인트에 일어날 경우 최소 560만 인구의 대피가 필요하다. 미국 연방재난관리청의 전 수장인 제임스 리 위트는 2003년 그가 작성한 보고서에서, 그 지역에 마련된 기존의 대피 계획은 부적합하다고 발표했다. 
미국 정부는 일본 내 미국인들에게 후쿠시마 발전소로부터 50마일 이내에 머무르지 말 것을 권고했다. IPEC으로부터 50마일 반경을 따져보면 북쪽으로는 얼스터 카운티의 킹스턴을 지나고, 남쪽으로는 베이온과 져지 시티 너머까지, 동쪽으로는 코네티컷 뉴 헤이븐까지, 서쪽으로는 펜실베이니아 주까지 이른다. 이 반경 안에는 스태튼 아일랜드를 뺀 뉴욕 시 전체와 코네티컷 페어필드의 전부가 포함돼 있다. 퍼듀 대학의 대니얼 알드리치 정치학 교수는 <뉴욕 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많은 학자들이 그 지역의 대피 계획은 계획이라기보다는 판타지 문서에 가깝다고 주장한다”고 밝혔다.
“인디언 포인트에서 최악의 사고가 일어난다면, 코네티컷 일부를 포함한 그 지역이 몇 세대 후까지 거주 불가능 지역이 될 것이다.”
미국 원자력 규제위원회(NRC) 경력까지 합산해 40년 간 이 분야에 몸 담아온 핵 공학자 폴 블랜치는 이렇게 말한다. 인디언 포인트 에너지 안전연합은 발전소 개시부터 2005년까지 증기발전기 배관 파열, 원자로 격납건물 침수, 변압기 화재, 비상 경보음용 비상전원 고장, 삼중수소가 섞인 방사성 누수 등을 포함해 23가지 문제점을 보고했다. 삼중수소 누출 사건은 바로 지난달에 일어났다. 발전소에서 유출된 방사성 동위원소가 인근 지역 지하수와 허드슨 강에 스며든 것이다. 이와 같은 삼중수소 누출문제는 미국의 다른 원자력 발전소들도 겪고 있는 문제다. 플로리다의 터키 포인트 원자력 발전소의 경우, 삼중수소 누출로 인해 식수용 우물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발전소 근처 지하수의 삼중수소 농도가 현재 걱정스러운 단계이긴 하지만, 허드슨 강의 삼중수소는 리터당 12만 피코퀴리(2) 정도가 되기 전에는 문제가 없다고 여긴다. 삼중수소는 인디언 포인트에서 새어나오는 방사능 물질 중에서는 가장 가벼운 것이기는 하다. 하지만 뉴욕 주정부의 평가에 의하면, 잠재적으로 위험한 다른 방사능 물질인 스트론튬-90, 세슘-137, 코발트-60, 그리고 니켈-63 등도 발전소에서 흘러나와 지하수와 강물에 유입되고 있다고 한다.     
인디언 포인트 발전소의 소유주인 엔터지(Entergy) 사의 대표들은 현재의 누출이 시작된 시점도, 원인도 모른다고 말한다. “아무도 누출이 언제 시작됐는지에 관한 성명은 발표하지 않았습니다. 2년 전쯤 시작됐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폴 블랜치는 이메일로 우리에게 전했다. 또한 누출이 어디서 일어나는지, 얼마나 많은 방사능이 유출되고 있는지, 또 어떻게 이를 막을 수 있는지에 대해 아무도 모르는 듯하다. 누출이 오래 지속될수록 삼중수소보다 더 강력한 동위원소가 지역 식수를 오염시킬 가능성이 점점 커진다. ‘참여과학자 모임’(3)에서 원자력 안전 프로젝트의 의장을 맡고 있는 데이비드 록바움은 한때 원자력 규제 위원회 검시관을 훈련시키기도 했다. 록바움은 “원자로의 침수 위험이 원자로 노심 용융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방사능 물질 유출보다 더 심각한 문제”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1970년 초부터 거듭됐던 인디언 포인트의 폐쇄 요청에도 불구하고, 발전소는 여전히 가동 중이다.
2000년 4월 2일, 원자력 규제위원회는 인디언 포인트의 두 원자로가 국내에서 가장 문제가 크다고 평가했으며, 여러 종류의 시스템 장애로 인해 장기간 폐쇄됐다. 그런데 이것이 엔터지 사가 소유한 원자로에서는 흔한 일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원자력 발전소 안전에 관한 참여과학자 모임 보고서에 의하면, 작년에 미국에서 있었던 10개의 위기일발 원자로 사고 중 대부분이 엔터지 사의 3개 발전소에서 일어난 것이었다. 위기일발 원자로 사고란 원자로 노심 손상의 가능성을 10배 이상 증가시키는 사건이나 조건을 뜻한다. 이에 대응하려면, 원자력 규제위원회는 진상규명을 위한 점검팀을 파견해야만 한다. 
이러한 사고 건수는 참여과학자 모임이 2010년 연례보고서를 시작하면서부터 점점 줄어들었다. 보고서의 저자인 록바움은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트렌드”라고 평가하며 원인 규명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5년 전 위기일발 사고는 2배에 가까웠다. 원자력 산업의 수준은 최악의 발전소 소유주 수준과 맞먹는다. 원자력 규제 위원회는 왜 엔터지 사의 발전소들이 심각한 문제의 가능성이 이토록 많은지 규명해야 한다.” 록바움에 의하면, 북부 뉴욕 주의 지나(Ginna) 발전소는 인디언 포인트만큼 오래됐지만 지금까지 사고는 2건에 그쳤다. 반면, 인디언 포인트에서는 2,3년마다 큰 규모의 사고가 난다. 
록바움이 가장 염려하는 것은 인디언 포인트의 침수에 대한 취약성이다. 그는 설명한다. “2015년 5월 변압기가 폭발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화재를 위한 자동 스프링클러 시스템이 설치돼 있었지만, 그것은 오히려 폭발 장소에 인접한 건물이 침수되는 결과를 불러왔다. 다행히 직원 중 한 명이 1~2인치 가량 물이 차오른 것을 발견했다. 만약 물이 5인치 이상 차올랐다면 발전소의 모든 전력을 잃었을 것이다. 3구역이 완전히 정전되는 사태로 치달았을 수도 있다.” 
만약 그렇게 됐다면 후쿠시마가 허드슨으로 이전한 듯한 상황이 됐을 것이다. 후쿠시마지진은 정상 전원장치를 파괴시켰고, 쓰나미로 인한 홍수는 비상전력까지 망가뜨렸다. 그러자, 직원들이 냉각수를 원자로 노심으로 보낼 수 없어 6개의 원자로 중 3개에서 노심 용융이 일어났던 것이다. 2007년, 인디언 포인트 발전소 소유주가 원자력 규제위원회에 발전소 운영면허의 20년 연장을 신청했다. 그 때, 문제가 됐던 건물에 20만 달러 정도의 비용으로 침수경보를 설치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록바움은 이와 관련해 설명했다. 
“소유주도 경보 설치가 비용 대비 효과적이라고 결정했다. 침수경보를 설치하면 발전소 반경 50마일 내에 사는 2천만 인구 1인당 2센트의 비용으로 노심 용융의 위험을 20% 감소시킬 수 있다. 또한 발전소 직원들에게 노출되는 방사능의 양도 40% 줄일 수 있었다. 그런데 9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경보는 설치되지 않고 있다.”

설상가상, 파이프라인 폭발가능성까지

이에 더해, 인디언 포인트에는 스펙트라 에너지 사가 새로 건설 중인 고압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으로 인한 위험까지 새롭게 제기되고 있다. 앨공퀸 인크레멘탈 마켓(Algonquin Incremental Market, AIM)이라고 불리는 이 파이프라인은 뉴욕과 캐나다 국경에 인접한 주들의 지하에 걸쳐 있는 마르셀러스 셰일 광구로부터 파쇄공법으로 얻은 천연 가스를 수송하기 위해 지어졌다. 지름 42인치의 이 파이프라인은 현재 만들 수 있는 최대 규모의 수송관이다. 문제는 AIM이 발전소의 중요설비들에서 105피트(약 32m) 거리도 안 되는 곳을 지나가게끔 설계돼 있다는 점이다.
파이프라인 공사 중 안전감독원으로 일했던 전 스펙트라 직원은, 기자에게 회사가 프로젝트를 빨리 시작하기 위해 위험한 지름길을 택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적어도 20가지 이상의 심각한 안전규정 위반을 목격했다”고 전했다. 파이프라인 건설에서의 지름길 선택은 위험을 수반한다. 파이프라인 파열은 2014년 3월 맨해튼의 이스트할렘 지역에서 8명의 사망자와 70명의 부상자를 내고 아파트 두 동을 쓰러뜨린 가스 사고에서 보듯, 가스폭발의 가장 흔한 원인이 된다. 미국 파이프라인 안전 대표자 협회 회장 로버트 밀러는 신규 건설된 파이프라인에서 이러한 사고가 늘어나는 것에 대해 다음과 같이 진단했다.
“날림 공사 진행 또는 파이프라인이 실제 수송되기 전 문제점을 적발할 수 있는, 품질관리와 품질인증 프로그램이 없는 것이 원인이다.”
2015년 1월, 미국 연방 교통안전위원회는 사람과 건물이 밀집된 ‘고위험’지역에서의 가스 사고가 증가하고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뉴욕 대도시권에 아주 근접한 인디언 포인트의 위치로 볼 때, 고압가스 파이프라인이 국내 역사상 최악의 안전기록을 가진 원자력 발전소의 바로 옆을 지나가는데도, 안전하다고 판명된 것이다. 이것은 독립된 전문가들의 눈에 매우 이상하게 비치지 않을 수 없다. 
오류로 가득한 위험 평가서는 승인의 기초가 됐다. 에너지 업계에서 40년 이상 일해 온, 그리고 파이프라인 기반시설 전문가이자 사건 조사관으로 활동하고 있는 리처드 B. 쿠퍼위츠는 그 위험 평가서를 “심각하게 불충분하고 부적합하다”고 판단했다.   
그 이후에 폐쇄됐던 다른 원자력 발전소에서는, 데이빗 록바움이 지적한 대로 최악의 시나리오를 토대로 한 폭발 가능성에 대해 엄격한 리스크 분석을 시행했다. (“나는 그들이 생각해낸 것 그 이상 더 최악의 시나리오는 생각해낼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인디언 포인트에서는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를 토대로 리스크 분석이 이루어졌다. 그 분석에 의하면, 발전소 근처의 어느 파이프라인이라도 샌다면 3분 내로 이를 막을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낙관한다 해도, 그럴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그것은 낮과 밤처럼 정반대다. 다른 발전소에 관해서는 아주 보수적인 분석을 내놓았다. 하지만 인디언 포인트에 관해서는 아주 무신경하고 낙관적인 시나리오를 내놓았다. 그들이 왜 그런 상반된 선택을 했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언론의 침묵과 ‘묘비 규제’의 중요성

현대 산업 사회의 온갖 오염물질 중에서도, 방사능은 가장 잠재적 파괴력이 크다. 그런 반면, 가장 눈에 띄지 않고 그 폐해를 가장 상상하기 어려운 것이 방사능이기도 하다. 즉, 재난이 직접 닥치기 전에는, ‘평화로운’ 원자가 얼마나 위험한지 상상 조차 어려운 현실이다. 1979년 3월 28일 펜실베이니아 미들타운 근처의 쓰리마일 아일랜드 원자로에서 일어난 사건처럼 말이다. 사람들은 그런 발전소가 우리 마을 근처나 고속도로에 있어도 별반 신경을 쓰지 않는다. “원자력 과학은 나와 무관한 외계 영역”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원자력 발전소의 안전문제는 정부에 맡겨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인디언 포인트의 사례들은, 시민을 재난으로부터 보호해야 할 정부 기관이 그 임무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우울한 사실을 알려주었다. 예를 들어, 최근 몇 년간 AIM 파이프라인이 지나가는 곳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미 연방 에너지 규제위원회(FERC)가 압도적으로 프로젝트에 유리하게 손을 들어준 것을 비난했다. FERC가 모든 파이프라인 공사의 감독과 허가를 쥐고 있는 것을 보면, 이는 대단히 우려스러운 일이다. 파이프라인에 대한 허가 도장은 오직 FERC에 직접 다시 올라오는 청원을 통해서만 이의 제기가 가능하다. 1938년에 제정된 천연가스법이 미국 내 모든 파이프라인 공사에 대한 판별권을 독점으로 부여했기 때문이다. 그 이후로는 모든 파이프라인에 관한 허가는 예외 없이 FERC의 공무원에 의해 행해졌다. 설상가상으로, 원자력 규제위원회에서도 인디언 포인트를 지나는 AIM 프로젝트에 FERC와 같이 녹색 등을 켜준 것이다. 
파이프라인의 허가가 떨어져 공사를 시작한 지 2년 반 동안, 주요 언론은 사실상 이 프로젝트와 잠재적 위험에 대해 눈을 감았다. 파이프라인의 위험성에 대해 처음으로 이의가 제기된 것은 올해 2월, 뉴욕 주지사 앤드루 쿠오모에 의해서다. 쿠오모 주지사는 인디언 포인트의 면허 연장을 반대하며 파이프라인의 위험성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 그제야 뉴욕 대도시권역의 대표 신문인 <뉴욕타임스>가 드디어 AIM에 관한 기사를 달랑 하나 실었다. 이런 상황이니, AIM의 위험성을 대중에게 알리는 일은 사실상 지역 시민운동가들의 몫이 됐다. 허드슨 강의 후쿠시마 사태를 촉발할 수 있는 파이프라인에 대한 저항이 커지기 시작하자, 쿠오모 주지사가 FERC에 안전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질 때까지 공사를 연기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FERC는 이를 거부했다. 발전소에서 삼중 수소가 새고 있다는 보고에 놀란 주지사는 주 환경부와 보건부 당국에 누출의 예상 지속기간 및 결과, 그리고 또 공공 보건에 미치는 잠재적 영향에 대해 조사할 것을 지시했다. 
폴 블랜치는 인디언 포인트 근처의 파이프라인에서 폭발이 일어날 확률은 1천 분의 1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는 결코 낮은 수치가 아니다. 발생할 위험에 따르면 엄청나게 높은 수치라는 것이다. 참고로 블랜치는 백만분의 1의 확률을 수용 가능한 수치라고 여긴다.
“나는 45년 넘게 원자력 관련 경험과 안전 문제에 경험이 있다. 단 한 번도 2천만 주민을 위험에 빠뜨리는 상황은 본 적이 없다. 게다가 인디언 포인트 주변의 대규모 지역이 몇 세대 동안 거주가 불가한 지역이 된다면, 미국 경제 전체에 미치는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나는 불필요한 우려를 자아내는 사람이 아니며, 그렇게 알려져 있지도 않다. 그러나 원자력 발전소와 가스라인이 상호 작용을 한다면 쉽게 후쿠시마와 같은 사고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블랜치에 의하면,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자력 발전소를 규제하려는 시도를 업계에서는 ‘묘비 규제’라고 부른다. 그 누구도 허드슨 강에서 그러한 상황을 겪고 싶지 않을 것이다. 70년이 지난 지금 미국에서 미니 히로시마를 재현하고 싶지도 않을 것이며, 뉴욕 대도시권역에서 원자력 사고로 인해 생긴 ‘묘비의 산’을 보고 싶지도 않을 것이다. 이 모든 불상사를 예방하고 뉴욕 시민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단 하나의 희망은, 인디언 포인트와 파이프라인 주변의 공공 경각심을 높이고 시민들의 압력을 지속적으로 늘려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민에게 권력을”(4)이라는 문구에 새로운 의미가 부여될 것이다.  




글·엘렌 캔터로우 Ellen Cantarow 
1979년부터 2009년까지 <Village Voice>, <Mother Jones>, <Inquiry>, <Grand Street> 등에 이스라엘과 웨스트뱅크에 대해 보도했으며, 지난 5년 간 석유와 가스 산업의 환경 유린에 관해서 기고하고 있다. 

글·앨리슨 로즈 리비 Alison Rose Levy
뉴욕 기반의 저널리스트. 건강, 과학, 환경, 공공 정책 등을 결합해 다루고 있다. 셰일가스 시추공법, 파이프라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화학물질 오염 등의 주제에 관해 <Huffington Post>, <Alternet>, <Truthdig>, <EcoWatch> 등에 기고하고 있다. 


번역·이유민
연세대학교 영어영문과 졸업.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1) Meltdown; 원자력 발전소에서 사용되는 원자로의 노심에 있는 핵연료가 과열이나 이상으로 인해 내부의 열이 급격히 상승해 노심이 녹아내리는 것. 유독 방사능 물질의 유출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사고.
(2) Picocurie; 방사능 측정에 쓰이는 표준 단위. 자연과학 기호는 pCi로, 1퀴리의 1조분의 1. 원래 마이크로 마이크로퀴리(μμCi)라고 불렀으나, 최근에는 피코퀴리가 더 많이 쓰인다(편집자 주).
(3) Union of Concerned Scientists(UCS); 미국에서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해 비영리로 운영되는 자발적인 과학자들의 모임. 
(4) “Power to the people”; 여기서의 ‘power’에는 권력과 전력의 중의적 의미가 담겨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