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 구획정리가 필요한가

2016-07-01     니콜라 에스카쉬

토지를 구획정리하듯, 바다를 특화된 지역들로 분할하는 것이 필요할까? 9월에 적용될 유럽연합 지침서가 권고하는 이 아이디어는, 운송·어업·가스파이프라인·보호지역·풍력 또는 석유개발처럼 양립할 수 없는 활동들이 몇몇 해양공간에서 동시에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에서 시작됐다. 경제적 고려에 의해 추동동기를 얻은, 구획정리 기획안에 대한 실례를 발트 해에서 찾아 볼 수 있다.


거대한 푸른 바다는 나눠져 있다. 지도상으로는 하나로 연결된 바다의 공간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경계선들로 분할돼 있다. 대양들의 중심부는 비교적 사용되지 않고 있지만, 대륙붕과 연안바다는 해양농업·무역·산업·레저 등에 쓰이기 위해, 점점 높은 강도로 개발 중이다. 해안에 인접한 대륙붕과 연안바다 지역은 오랫동안 우리 사회의 부차 산물들인 가사폐기물, 화학오염물, 쓰레기를 매장해 왔다. 이 지역은 이제 경제발전을 위한 자원의 저장고 역할을 하고 있다.
인간의 활동은 20세기 중반 이후, 해상무역의 증가(1960년대), 늘어나는 해저 탄화수소의 개발(1970년대), 컨테이너 이용과 수산양식의 개발(1980년대), 최초의 풍력발전 장소(1990년대), 해양 재생에너지(2000년대) 등과 같이 새로운 영역을 점차 확대해 나갔다.(1) 어업·항해·골재 채취·항구 준설 등 기존의 용도 외에도, 가까운 미래에 시행될 초(超)심해의 시추 및 다(多)금속 광상(鑛床) 추출 등 새로운 용도가 바다에서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해안에서 370km 지점까지의 배타적 경제수역(EEZ)은 해당 국가의 관할임에도 불구하고, 탐사 혹은 개발 목적으로 민간기업들에게 불하되는 해양공간이 늘고 있는 것이다.
낭트대학의 지리학자 브리스 트루이에는 ‘해양공간의 개방화’ 현상을 지적한다. 토지를 구획정리하듯, 용도에 따라 바다를 분할하고, 해양영토의 구획정리를 제도화해야 하는 것인가? 이 질문에, 2014년 채택된 유럽연합 지침서는 “그렇다”고 답한다. 지침서는 유럽연합 회원국들에게, 2020년 경 결론에 도달하려면 2016년 9월부터 기획과정에 돌입하라고 권고한다. 그런데 이런 구획정리에는 모순된 두 가지 차원이 존재한다. 한편으로 이런 구획정리는 철학자이자 법률가인 휴고 그로티우스(1583~1645)가 자신의 저서 <자유해론>에서 주장한 ‘해양의 자유 사용권’이란 전통에 위배된다. 또한, 아주 상품가치가 높은 전략적 공간을 점차 점유해가는 것을 용이하게 한다. 한편, 이런 구획정리는 흔히 해결할 수 없다고 간주되던 어려운 문제를 조절해 준다.
발트 해가 이 문제를 잘 보여준다. 평소 상호 협조가 잘 되는 발트 해 연안 국가들은, 2005년 러시아의 비보르크(Vyborg)와 독일의 그라이프스발트(Greifswald)를 연결하는 ‘노르드 스트림(Nord Stream, 러시아와 유럽의 가스파이프 라인)' 가스파이프 라인의 임시 노선문제로 충돌했다. 스웨덴의 고틀란드(Gotland) 섬 근처로 가스파이프 라인이 지나갈 것을 예상했으므로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섬의 북부에는 해양보호지역이 있었고, 남동부에는 제 2차 세계대전과 냉전 때 만들어진 화학무기 저장소가 있었다. 그리고 섬 주변에는 양어시설이 있었기 때문이다. 10년 후 가스파이프 라인 건설계획 추진자들은 첫 번째 실패 경험을 잘 활용해, 가스프롬(Gazprom) 사와 유럽의 5개 회사가 거의 평행한 노선을 따르게 됐고 결국 ‘노르드 스트림 2’를 건설하기로 계획한다. 
해양기획은 훨씬 복잡해진 구획정리 문제를 해결할 으뜸 패로 여겨진다. 정부 간 네트워크 부서에서 ‘발트 해 주변의 전망과 전략’이라는 임무를 담당하는 로라 멜느는 ‘노르드 스트림’이 해결의 단초를 제공했다며, “우선 통과 지역에 대해 동의를 얻어야 했다. 같은 시기 발트 해에서의 신(新)풍력발전지역 건설계획은 미래의 사용분쟁에 대비해 미리 합의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육지에서와 마찬가지로, 해양에서도 구획정리는 어느 정도 제한된 구역들로 나눠, 각각의 구역에 활동형, 규칙형, 명령형 등 특성들을 부여해 해양공간을 최적화할 수 있다. 해양기획은 용도별로 구역을 구분하고 때로는 분리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구역들을 점점 특화시켜 부조화와 분쟁을 피할 수 있게 한다.
발트해의 규모는 약 45만㎢로, 지중해(약 297만㎢)의 1/6도 되지 않는다. 즉 9개의 연안 국가들이 나눠 가질 해양공간은 아주 좁은 편이다. 연안 국가들 중에는 독일과 러시아가 포함돼 있다.(2) 이 두 국가의 경제력은 2015년 각각 세계 4위와 10위를 차지했다. 면적의 포화상태는 세계 해양무역의 8%가 집중된 바다, 특히 지역 여객선들, 국제 컨테이너 운반선들, 유람선들, 어선들, 10여 개의 풍력발전 지역이 공존하는 덴마크 해협을 위협한다. 발트 해의 심연은 수많은 해양 케이블, 파이프라인, 난파선, 터빈 돛으로 채워져 있다. 따라서 7,031㎢규모로 세계에서 가장 작은 리투아니아의 배타적 경제수역은 구획정리에 심한 제약을 받고 있다. 해안선에는 유럽연합의 생태보호지침인 ‘나투라(Natura) 2000’ 지정지역, 남부에는 유네스코가 지정한 쿠를란드(Courland) 석호(潟湖)의 에코시스템 지역, 서부에는 중심부 진입이 통제된 2개 군사지역과 화학무기고가 있기 때문이다. 리투아니아 발트 해의 연안 도시 ‘클라이페다’ 항만 당국은 2018년까지 항구를 깊은 바다까지 확장한다고 예고했다.(3)
이 예고는 결과적으로 해안 인근에 매장 장소를 만들고 동시에 준설량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2025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율을 20%로 목표한 리투아니아는 800Mw(리투아니아의 미래 핵발전소 ‘비사지나스(Visaginas)1’ 전력 생산량의 2/3에 해당하는 양)를 생산하는 2개의 풍력발전 공원을 개발하기로 결정했다. 배타적 경제수역의 구획정리 기획안은 경쟁을 막고, 경제적‧환경적 위험을 줄이고, 잠재적 해양구역들을 확인시켜 주며, 투자자들을 모을 수 있게 했다.
결과적으로 2007년과 2013년 사이 발트 해에서, 유럽펀드들로부터 공동으로 재정지원을 받는 프로젝트들이 8개 시험지역에서 시작됐다. 몇 곳의 시험지역들은 리투아니아와 라트비아 같이 한 국가의 배타적 경제수역 전체 혹은 일부를 포함하고 있다. 그리고 독일과 폴란드에 접한 포메라니아 만 같은 곳들은 여러 국가의 관할 지역에 속해있다. 이런 실험들은 지정학적 야망에도, 경제발전 의지에도 부합한다. 해양업무와 어업 담당 집행관인 카메누 벨라는 “일관된 기획안은 ‘전망 있는 경제활동’의 투자자들에게 법적 안전을 보장해준다. 투자자들에게는 투명성과 효율성, 예측성과 안정성이 필수적이다”라고 설명한다.
 기획안의 대상에는 크루즈, 풍력발전, 단거리 운송, 수산양식, 전망 좋은 생물공학 분야들(4)도 포함된다. 거래비용 부담은 줄고, 수산양식과 풍력에너지 분야에 대한 투자는 늘어남에 따라 유럽경제가 5억~32억 유로의 혜택을 보고 있다고 유럽위원회는 판단한다. 풍력에너지에 대한 투자에 의해 이미 5만8천 개의 일자리가 창출된 상태다. 유럽위원회는 나아가 2020년 20만 개, 2030년 30 만개의 일자리를 기대하고 있다. 사실상 자문, 연구, 사전 계획 등 해양기획에 대한 지침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유럽 해양에너지 연합’이나 ‘유럽 풍력산업 연맹’처럼 압력을 행사하는 단체의 대표자들이 큰 역할을 했다.
한편으로는 해양의 구획정리가 다른 지역의 과도개발을 방조하고, 해양공간의 일부지역을 성역화할 것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최초의 시험 프로젝트들에 의하면, 제약이 많은 지역들에서는 개발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환경보호와 관계된 지역도 여기에 포함된다. 다른 모든 지역에서는 풍력이 금지돼 있는 덕택에, 포메라니아 만에서는 풍력만 배타적으로 가능하며, 다른 어떤 활동도 허용되지 않는다. 반면 어업, 관광, 모래와 자갈 채취, ‘나투라 2000’의 규제 등은 일정 지역에서만 시행된다. 이런 분야나 규제들이 절대적인 우선권을 가진다는 것이 아니다. 판정을 내리는 데 있어,  다른 용도들과 비교해 ‘특별한 관심’을 받는다는 것이다. 국립공원들만 우선권을 가진 지역들로 분류됐고, 보존 목표와 모순을 일으키는 활동들은 국립공원들에서는 금지돼 있다.
2012년 출간된 해양환경 구호사업에 대한 보고서는,(5) ‘고든 앤 베티 무어 재단’처럼 환경문제에 참여한 민간 재단들의 역할에 대해 (특히 유네스코를 위한 해양기획안 연구 부분에서) 큰 논란을 일으켰다. 재단들의 지침서를 꼼꼼히 검토한 저자들은 이렇게 말한다. “오늘날 비정부기구(NGO)를 지원하는 재단들이 해양 석유개발의 이익이라는 측면에서, 그리고 희토류 분야 첨단기술 산업의 보급이라는 측면에서 완전히 중립적이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재단들은 과도한 수산물 남획에 대한 비판에만 집중하고, 해양에서의 탄화수소 개발에 대해서는 애매한 태도를 취하는 경향이 있다. 지역 논리에 부합하지 않고 해양영토가 불분명한 어업 같은 활동의 경우, 연안 주민들에게 매우 중요함임에도 불구하고 경계분할의 패자가 될 것이다. 
이는 기계에 의존한 냉정한 경제 합리주의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경제 합리주의가 지역의 선택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것이다. 해양공간 관리 소프트웨어인 막산(Marxan)이 개발한 알고리즘은, 초기 시설비용(지역의 부동산), 투자에 대한 리턴(바람의 속도와 빈도, 존재하는 케이블망과의 거리), 분쟁 위험(조류와 고래 등의 이동, 관광활동)을 고려해 풍력발전 농장이나 탄화수소 구역에 최적의 위치를 결정한다. 막산은 여러 요인들을 교차합성한 후, 다양한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지리학자 브리스 트루이에는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이 질문에서 정치적인 측면은 빠져있다. 해양기획안의 목적은 무엇인가? 사람들이 원하는 게 생산성이 높은 바다인가, 즐기기 위한 바다인가, 보호받는 바다인가, 다목적 바다인가? 뚜렷한 총체적 전략이 없는 조치들을 구체적으로 적용하는 건 민감한 문제다.”
육상의 구획정리와 마찬가지로, 해양공간의 구획정리도 영토 이기주의에서 자유롭지 않다. 포메라니아 만의 전망에 대해서도 국가들 간에 의견 차이를 보이고 있다. 매력적인 관광지인 서쪽 포메라니아와 메클렌부르크를 아우르는 독일 지역(관광수입이 란트주 국내 총생산의 11%를 차지)은 이미 자국 영해(1만 2천 해리, 대략 22km)에 대한 공간기획안을 수립했다. 이 지역의 기획안은 자신의 영역에서 풍력발전기 설치를 제한하는 아주 강력한 규정들(해안에서 의무적으로 15km 이상 떨어진 곳에 설치해야 함)을 예고했다.
이런 조치들로 인해, 다른 주변 국가들은 공동 기획안의 범주에서 독일 영해 밖에 풍력발전소를 설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게다가, 기획의 단계가 국가마다 다르고 입법 수준도 서로 맞지 않는다. ‘Vasab(발트 해 주변의 전망과 전략)’이라 불리는 유럽 프로젝트의 담당자인 로라 멜느(Laura Melne)는 유럽 프로젝트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어려운 점은 각국이 기획과정에서 다른 단계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몇몇 국가는 이미 기획안을 승인했고, 다른 국가들은 이제 검토를 시작하고 있다. 이런 점 때문에 지역 수준에서의 협조가 어려워진다.” 
해양기획안의 궁극적 목표는 발트 해 전체 지도를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지도 제작은 다양한 국경분쟁을 다시 일으킬 우려가 있다. 해양에서는 주권의 경계가 훨씬 더 희미하기 때문이다. 시비노우이시치에(Swinoujscie)와 슈체친(Szczecin) 항구들에 대한 북쪽에서의 접근 문제로 베를린과 바르샤바 사이에 분쟁이 발생했듯, 독일·덴마크·스웨덴·폴란드 사이에 진행 중인 포메라니아 만 구획정리 계획은, 덴마크령 보른홀름(Bornholm) 섬 남쪽에서 바르샤바와 코펜하겐 간의 해상분쟁으로 암초에 부딪혔다.
유럽연합 회원국들이 자국 내에서 받아들여야 하는 2014년의 지침서에는 적용방식들, 사용수단들, 우선 준수할 지리책의 표지양식들이 빠져 있다. 프랑스에서 유럽연합의 지침서는, 예전부터 축적해 온 ‘영토의 겹겹이 쌓인 층’을 바다에서 위아래로 뒤집는 것이다. 프랑스가 이것을 무릅쓴다 해도, 이전의 유럽 및 프랑스 지침들과 모순을 일으킬 우려가 있다. 육상과 해상의 차이는 확실하다. 바다에서의 권리는 현재 만들어지고 있는 중이며, 수많은 법적 불투명성은 여전히 지속될 것이다. 바로 이런 점이, 획득된 권리의 수호와 미래 권리의 정복을 쉽게 해준다. 과연, 바다를 바둑판처럼 쪼개는 것은, 생 존 페르스의 말처럼 “불복종의 매력에 의해 자화(磁化)된 현대 정신에 대한 부질없는 탐색”을 계속하는 것일까?  

 

글·니콜라 에스카쉬Nicolas Escach
지리학자

번역·고광식
파리8대학 언어학박사. 주요 역서로 <르몽드 세계사3> 등이 있다.
 
 
(1) 폴 비릴리오(장 루이 비올로와의 대담), '연안지대, 마지막 국경선', 상스 앤 통카, 파리, 2013년.
(2) 나머지 국가들은 덴마크, 에스토니아, 핀란드,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폴란드, 스웨덴이다.
(3) Melnragė지역을 Būtingė와 동일한 수위로 개발할 계획임.
(4) 해양 유기물 경작
(5) 얀 기론(Yan Giron), 알랭 르산(Alain Le Sann)이 기여하고 필립 파브르리에르(Philippe Favrelière)가 참여함, <전망 좋은 자선사업>, 2012년, 10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