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국제법, 영해분쟁 해결될까
2016-07-01 디디에 코르모랑
1982년 자메이카 몬테고베이에서 채택된 유엔해양법협약(UNCLOS)은, 이름 그대로 해양과 관련된 국제법을 확립하고 있다. 해당 협약은 배타적경제수역(EEZ)에 대한 개념을 소개하고 각국에 대륙붕의 한계를 확대할 수 있는 권한을 인정해주었다. 그리고 이 협약을 통해 인류의 공동유산으로 규정되는 지역의 자원을 관리하기 위한 국제해저기구(ISA)(1)나 대륙붕한계위원회(CLCS)등의 주요기관이 설립됐다. 현재 총 166개국이 비준했으며, 가입하지 않은 국가들 중에는 연안지대가 없는 내륙 국가들과 미국(정부는 서명했으나 상원이 비준하지 않음), 이스라엘, 베네수엘라, 터키 등이 포함돼 있다.
이와 같이 국제법이 성문화된 것은, 권한을 주장할 수 있는 최대 영해 면적 등 여러 기준을 명시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또한 여러 개발도상국, 특히 칠레, 페루, 에콰도르 등 (근해어업을 위한 배타적 수역을 설정해 타국 선박이 자국 연안 안으로 들어올 수 없도록 해왔던)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의 요구에도 부응할 수 있었다. 이러한 협약 절차는 아비드 파르도 몰타 유엔대사가 1967년 “명확하게 규정된 국가관할권 바깥에 위치한 해저와 해양에 대한 국제적 제도”가 채택돼야 한다고 주장함에 따라 시작됐다.
유엔해양법협약은 다음과 같이 여러 해양 공간을 정의 및 명시하고 있다. (그림 참조)
- 영해의 범위는 12해리(22.22km)를 넘지 않으며, 해당 연안국은 그 안에서 주권을 행사할 수 있다.
- 배타적경제수역의 범위는 200해리(370.4km)를 넘지 않으며, 해당 연안국은 그 안에서 해저와 하층토에 대한 탐사 및 개발, 자원에 대한 관리 및 보존에 있어 주권적 권리를 지닌다.
- 대륙붕은 영해 기준을 넘어 200해리까지의 해저와 하층토로 이루어진다. 대륙붕의 한계는 특정 조건 하에 그 이상으로 확장될 수 있다.(2)
유엔해양법협약은 각국의 배타적경제수역 한계 바깥의 영해에 대해서는 자유 상태를 유지했다. 해당 해역에서는 모든 국가가 생물자원을 취하거나 개발할 수 있다. 하지만, 해저와 하층토는 인류의 공동자산으로 인정돼 국제해저기구의 관할에 속해 있다. 그러나 상부수역에 대한 완전한 자유는 어로자원 보호와 관련해 몇 가지 한계점에 부딪히게 됐다. 협약국들은 자유가 남용되는 사례들이 발견됨에 따라, 1995년 경계왕래어족 및 고도 회유성 어족에 대한 협정을 채택함으로써 배타적경제수역과 그 바깥의 상부수역 모두에 생태계를 두고 있는 어족의 관리를 위한 다원적 협의를 의무화했다.(3) 또한 2015년 6월 유엔총회에서는 배타적경제수역 바깥의 해역 내 해양생물다양성 보존을 위해 구속력 있는 조약의 결의를 채택했다.(4) 그러나 그 방식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가 필요한 상태다. 그리고 향후 준비위원회를 설치해 2017년에 결의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이렇게 확립된 제도들은 해양법에 생명을 불어넣고 있다. 대륙붕한계위원회(5)는 200해리 한계 이상으로 대륙붕 범위를 확대하고자 하는 주장들을 체계화하기 위해 지침을 설정했다. 그리고 협약을 비준한 국가들에게 1999년 5월부터 10년 이내에 관련 문서를 제출하되 정해진 기간 내에 정식문서를 제출할 수 없는 국가들의 경우 ‘예비정보’문서를 제출할 수 있도록 했다. 올해 초까지 정식 문서는 77건, 예비정보문서는 45건이 제출됐다.(6)
대륙붕한계위원회는 현재까지 22건의 권고를 부여했다. 그리고 북극해 내 대륙붕 한계 확대를 주장한 러시아의 경우처럼 보충자료를 요구하거나 때로는 일부 내용을 재검토한 뒤 주장을 승인하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 아르헨티나, 뉴질랜드, 나미비아, 러시아, 캐나다 등의 국가들은 백만㎢ 이상의 대륙붕 범위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또한 미국의 경우 북극해와 대서양 양방향으로 확장 가능성이 있으나, 협약을 비준하지 않아 신청서를 제출할 수는 없다.
요컨대 수백만㎢에 달하는 면적의 대륙붕이 두 개 이상의 국가의 통제 하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대륙붕이 인접해있거나, 마주하고 있는 국가들 간에 새로운 갈등 요소로 나타나게 된다. 특히 북극해의 경우 캐나다, 덴마크, 러시아 등이 로모노소프 해령(7)을 두고 겨루고 있다. 또한 켈트 해 역시 스페인, 프랑스, 아일랜드, 영국이 대륙붕을 공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대서양의 기니 만에서도 동일한 갈등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유엔해양법협약은 일부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예를 들어 두 개 이상의 국가 간 배타적경제수역 또는 대륙붕 경계 설정 방식에 대해서도 결론이 내려지지 않았다. 이는 모든 경우의 지리학적 특징이 늘 동일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에 국제사법재판소(ICJ)는 모든 해양 분쟁의 경우에 적용할 수 있는 획정 방식을 지속적으로 세분화해가고 있다. 이 방식은 우선 두 연안 사이에 등거리선(중간선)을 긋고 공정성을 검토한다. 그리고 지리적 상황에 따라, 해당 선을 그대로 적용하거나 다른 방법을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판결법은 유엔해양법협약에 따라 만들어진 국제해양법재판소(ITLOS)나 특별중재재판소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다. 이에 따라 유사한 상황을 판단할 때마다 지배적으로 대두됐던 불확실성의 문제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전에는 이례적이었던 중재 회부도 점차 많아지고 있다.
한편 유엔해양법협약은 ‘섬’에 대해 영해, 배타적경제수역, 대륙붕을 지닐 권한을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 섬이란 것이 굉장히 다양하고 지구 곳곳에 분산돼 있는 탓에 섬의 정의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유엔해양법협약은 제121조를 통해 섬에 대해 “인간이 거주할 수 있거나 독자적 경제활동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정의에 부합하지 않는 해양지형물은 ‘암초’로 분류되지만 이 경우에도 영해로서의 권리는 가질 수 있다. 그런데 국제사법재판소가 사례에 따라 다른 판결을 내리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2012년 11월 19일 판결된 니카라과와 콜롬비아 간 분쟁의 경우, 일부 해양지형물에 대해서만 영해로서의 권리를 인정하도록 한 것이다.
또한 국제사법재판소는 작은 면적의 섬과 마주하고 있는 한 국가의 해안 간 경계에 대해, 마주하고 있는 양국의 해안의 길이를 비교해 그 비율에 따라 경계를 결정하도록 하는 방식을 통해 판결을 내렸다. 7만 5천 명의 주민이 거주하는 콜롬비아 산안드레스 섬과 니카라과 사이 해역에 대한 분쟁에 대한 판결을 보자. 콜롬비아와 니카라과의 관련 해안길이의 비율이 1:8.2인데, 이는 등거리선을 사용할 수 없는 ‘관련사정(Relevant circumstances)’에 해당하므로 두 국가를 가르는 해역의 3/4이 니카라과의 소유”라고 판결한 것이다.(8) 그러나 남중국해의 경우 해양지형물 대부분이 산안드레스 섬보다 훨씬 작다. 그리고 사람이 살지 않는 무인도라는 차이가 있다.
2015년 10월, 필리핀이 중국과의 분쟁 중재신청을 요청해 구성된 특별중재재판소는, 주권 문제는 제외하고 섬, 암초, 또는 여러 해양지형물이 나타나는 얕은 해역에 대해 법적 자격을 설정하기로 승인했다. 필리핀은 중재재판소가 해양지형물 대부분에 대해 영해로서의 권리만을 부여하고, 중국의 9단선과 ‘역사적 권원’이라는 개념이 국제법상 적합하지 않다는 판결을 내리기를 바라고 있다. 그렇게 되면, 논쟁이 되고 있는 몇몇 섬과 암초들이 필리핀의 배타적경제수역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관련 판결은 올해 안에 내려질 예정이다. 이는 지역적 영향력 뿐 아니라 법적인 영향력을 지니게 될 것이다.
한편 국제사법재판소는 니카라과가 추후 제기한 소송에 따라 대륙붕 범위를 200해리 이상으로 확장할 경우, 인접국(이 경우 콜롬비아)의 지질학적 대륙붕의 범위가 해당 거리 내에 위치하고 해당국의 배타적경제수역을 침해하게 되는 특수한 상황에 대해 판결을 내리게 될 예정이다. 동중국해에도 유사한 상황이 대두되고 있는 만큼, 이 판결의 해석은 그 이상의 효력을 지니게 될 것이다. 실제로 동중국해에서는 중국과 한국이 거리에 따른 경계 기준보다 대륙붕의 지형학적 기준에 따라 경계를 획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경우 두 국가의 대륙붕의 경계는 200해리를 넘어 일본의 류큐 열도 해구에까지 확대된다. 하지만 유엔해양법협약은 이 문제에 대해 아직까지 그 어떤 답도 내놓지 않고 있다.
글·디디에 코르모랑 Didier Cormorand
번역·김보희 sltkimbh@gmail.com
(1) 국제해저기구는 유엔해양법협약의 참가국이 선출한 이사회로 구성되며, 이사회에서는 36개의 회원국과 사무총장이 4년 임기로 선출된다.
(2) Didier Ortolland&Jean-Pierre Pirat, ‘Atlas géopolitique des espaces maritimes(해양공간의 지정학 지도)’, Technip, Paris, 2010
(3) 해당 협정에 비준한 국가는 82개국뿐이다.
(4) 유엔 총회 결의 69/292호 (2015년 6월 19일)
(5) 대륙붕한계위원회는 유엔해양법협약 참가국이 5년 임기로 선출한 21명의 전문가들로 구성된다.
(6) 일부 국가의 경우, 각기 다른 대륙붕과 관련해 다수의 문서를 제출할 수 있다. 프랑스 역시 배타적경제수역 범위와 관련해 다수의 문서를 제출했다.
(7) Dominique Kopp, ‘Début de guerre froide sur la banquise(빙산 위에서의 냉전 발발)’,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07년 9월호
(8) 국제사법재판소는 니카라과 해안의 기점에 세 배의 유효성을 부여했다. 즉 니카라과 기점으로부터 한계선까지의 거리가 콜롬비아 산안드레스 섬으로부터의 거리의 3배 이상이어야 한다고 판결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