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실패에 혼란에 빠진 ‘차비스타들’

2016-07-01     로익 라미레 l 저널리스트
     

식료품 부족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베네수엘라는 경제적 혼란에 빠져들었다. 2015년 12월 총선에서 승리한 우파는 차베스 대통령의 뒤를 이은 니콜라스 마두로 현 대통령을 상대로 국민소환 투표를 실시하려 한다. 국민소환 투표에서 차베스주의자들이 이긴다면, 베네수엘라는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그만! 그러면 안돼요!” 식료품 배급을 기다리다가 식품상자를 발로 걷어차는 한 남자를 꾸짖는 여성의 목소리. 인내심이 부족한 그 남자는 주로 여성들로 구성된 지역생산·공급위원회(CLAP) 위원들이 모여 있는 이곳을 떠났다. 2016년 4월 활동을 시작한 CLAP는, 전국의 마트 매대를 텅 비게 만든 식료품 빼돌리기와 투기에 맞서 베네수엘라 정부가 세운 기구다. 
 
식료품 부족과 부정부패에 신음하는 사회
 
베네수엘라 정부는 CLAP를 비롯한 여러 기구를 통해, 국민들에게 쌀, 밀가루, 식용유 등 기본 식료품을 공급한다. 이제 이러한 물품들은 암시장에서, 그것도 엄청나게 비싼 가격에 사야 한다. 1kg당 공식 가격이 70볼리바르(6.36유로)(1)인 분유의 암시장 가격은 30배에 달한다. 마침내 배급이 시작됐다. 지역 주민인 헤수스 구즈만은 말한다. “CLAP 위원들에게 장관을 기다리지 말고, 배급부터 시작하라고 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사람들이 욕을 하며 장관을 맞이할 테니까요.” CLAP 관계자들은 양팔에 배급품을 가득 들고, 카라카스 산 아구스틴 마을 중심부에 위치한 호르노스 데 칼 건물에서 귀하고 귀한 식료품 배급을 시작했다.    
 
“어느 신문사에서 나오셨어요? 당신네 나라의 정치단체에서 활동하시는 건지요? 카라카스에 대한 첫 인상은 어떤지요?” 두꺼운 안경 뒤에 얼굴을 숨긴 여성이 살짝 집요하게 질문을 던진다. 유라미 퀸테로 청소년부 차관은 해외 언론인들에게 다소 절제된 태도를 보였다.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퀸테로 차관은 대여섯 명의 사람들 사이에서 다시 배급에 나섰다. 배급 리스트를 들고서, 켜켜이 쌓여 있는 식료품가방을 할인된 가격에 나눠준다. 아파트 복도의 열린 문틈 사이로 아이들의 얼굴과 연설을 듣는 주민들의 모습이 보인다. 
 
베네수엘라 축구 국가대표팀의 유니폼을 입은, 로드벡사 폴레오 통합사회당(PSUV) 의원이 열변을 토했다. “현재 우리는 경제전쟁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그러나 볼리바르 혁명이 여러분을 지킬 것입니다. 우리는 그것을 보여드리기 위해 이곳에 왔습니다. 우리는 여러분과 함께 할 것입니다!” 잠시 후 퀸테로 차관이 보다 차분한 어조로 말을 잇는다. “CLAP은 만병통치약이 아닙니다. 그러나 이제 시작입니다. CLAP는 우리에게서 식량을 빼앗는 마피아를 쳐낼 도구입니다.” ‘마피아’란 기업주 측을 지칭한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대부분의 소비재를 수입에 의존하는 이 나라에서 기업주들이 생산과, 특히 수입을 중단하면서 경제적 혼란을 야기했다고 본다.
 
일례로 2016년 5월 31일, 리카르도 몰리나 PSUV 의원은 TV프로그램에서, 식품회사 Ovomar가 자사의 판매용 달걀 3백만 개를 깨뜨린 사건을 비난했다. 찰스 루이스 PSUV 당원도 비난조로 말한다. “우유도 마찬가지예요! 엄청난 양의 우유가 길에 버려져 있는 걸 여러 번 봤어요. 이 모든 게 회사 대표의 명령에 의한 거예요. 식량부족 현상을 인위적으로 일으킨 겁니다.”
 
마트에서는 생필품들이 자취를 감췄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암시장 가격 폭등으로 인플레이션이 2016년 700%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2016년 5월 28일 배급된 식료품가방에는 설탕, 우유, 밀가루, 식용유, 쌀, 국수가 들어있다. 가격은 475볼리바르, 암시장에서 거래되는 분유 1kg보다 훨씬 싸다.
 
 
아버지처럼 ‘바차케로’가 되는 것이 꿈?
 
문화 방면에서 일하는 마르타 곤잘레스 부인은 마린 지역의 자그마한 마당에서 벽화를 그리는 친구들을 돕고 있다. 위태로운 시기에, 예술분야의 젊은 층을 붙잡아두기 위한 문화 활동의 일환이다. “CLAP가 모든 곳에서 효율적이지는 않습니다. 우리나라의 문제는 부정부패입니다. 정부 고위층뿐 아니라, 모든 사람이 부정부패에 연루돼 있습니다. 비서, 세관직원 외에도 제품 배송담당 직원이 친구에게 물건을 팔고, 이 친구는 또다시 암시장으로 물건을 넘기는 겁니다. 쉽게 말해, 모든 국민이 자신들의 물건을 훔치는 부정행위에 관련돼 있는 거지요.”
 
화려한 색상의 그림들 사이에서 동네 아이들이 농구를 하고 있다. 크리에이티브 특공대(Creative commando)의 일원으로, 곤잘레스 부인 곁에서 바쁘게 일하던 빅토르가 열을 올리며 말한다. “정부는 하는 게 없어요. 아무 대책도 마련하지 않아요! 썩을 대로 썩었으니 그렇겠죠! 여기 사람들은 다 아는 얘기 하나 해드리죠. 한 범죄자가 경찰에게 붙잡혔는데, 1만 볼리바르를 줄 테니 풀어달라고 했어요. 경찰이 그 제안을 거절하고 경찰서로 끌고 갔지요. 그랬더니 그 사람이 바로 풀려나며 한 마디 하더래요. 영악하게 살라고, 네 상관은 5천 볼리바르에 나를 풀어줬다고.”
 
빅토르는 이미 이곳에 수많은 벽화를 그렸다. 붉은 색깔 티셔츠에 어울리는 붉은 모자를 쓰고(‘빨강’은 차베스주의자의 상징), 보이지 않는 상대와 권투를 하듯 허공으로 손을 뻗으며 얘기한다. “여기, 암시장에서 모든 걸 구할 수 있어요! 그리고 모든 사람이 거기에 한 몫 끼죠. 신분증 번호대로 기저귀를 사는 날이면, 아이가 없는 사람도 아침 일찍 줄을 서서 기저귀를 삽니다. 그리고 맞은 편 길에서 되팔아요. 10배나 비싸게 말이죠.” 루이스 씨는 빵집 앞에 길게 선 줄을 가리키며, 다른 사례를 말해주었다. “식료품이 부족해, 제빵업자는 바차케로(Bachaquero: 공급제한 품목을 판매해 폭리를 얻는 사람)에게서 밀가루를 사야 합니다. 정부가 밀가루 가격을 고정시켰기 때문에 되팔 수는 없어요. 하지만 아주 비싸게 팔 빵을 만들 수는 있지요. 빵을 사는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이지요.” 차베스 전 대통령과 마두로 현 대통령이 추구하는 정책과는 상반되는 이러한 관행을 왜 정부가 엄벌하지 않는지를 묻자, 빅토르는 심드렁한 어조로 “이런 상황에서 개인주의자가 되는 사람들은, 자기 자신이 정치적 공동체의 일원임을 느낄 수 없다”고 내뱉었다.
 
<텔레수르(TeleSur)> 채널 기자인 에두아르도 로스는 냉담한 어조로 이렇게 말한다. “생산도 수입도 줄어든 건 없어요. 몇 년째 생산량도, 수입량도 일정합니다. 하지만 유통과 공급이 문제지요. 마트에서 찾을 수 없는 모든 제품을 거리에서 살 수 있어요.” 불법거래가 횡행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익을 얻거나 의존하는 대규모 암시장이 탄생했다. 로스는 이렇게 결론 짓는다. “집단적인 문제라고 해야겠지요. 그리고 현 정부는 독재정권이 아닙니다. 정부는 많은 사람들에게 외면당하길 원하지 않습니다.”  
 
정부가 후원하는 스폿광고가 계속 TV에 나온다. 학교에서 교사가 학생들에게 장래희망을 묻자, 한 학생이 아버지처럼 ‘바차케로’가 되고 싶다고 대답한다. 이 광고는 암거래가 불법이며, 비도덕적이라는 점을 상기하며 끝을 맺는다. 만연해있는 암거래를 퇴치하기에는 역부족이지만 말이다. 베네수엘라가 경제적으로 취약한 것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 높은 석유 의존도 때문이다.(2) “1930년대부터 경제학자 알베르토 아드리아니는 경제를 목축업, 농업, 산업 등 다각도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그는 ‘석유의 씨앗을 뿌려야 한다’고 했어요. 하지만 한 번도 실행된 적이 없지요. 엄청나게 많은 석유가 매장돼 있는데 어떻게 ‘석유의 씨앗’을 뿌리겠습니까?” 베네수엘라 중앙은행에서 발행하는 잡지 편집장인 카를로스 멘도자 포테야의 설명이다. 베네수엘라의 석유 매장량은 세계에서 가장 많고, 역설적으로 이로 인해 생산적인 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천연자원부국의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네덜란드 병’(3)의 카리브 버전을 분석하며, 포테야는 다음과 같이 결론짓는다. “석유 판매 수익은 베네수엘라의 수입 능력을 제고시켰지만, 볼리바르화의 환율을 상승시키면서 수출 경쟁력을 약화시켰습니다.”
 
차베스 대통령은 전임자들처럼 재임기간(1999~2013) 동안 이 같은 구조적인 병폐를 고치려 했으나, 수포로 끝났다. 포테야가 말을 이었다. “몇 년 전 농학자인 한 친구가 베네수엘라 중부, 바리나스에 있는 생산성이 가장 높은 농업지역을 방문했습니다. 헬리콥터를 타고 한참을 가다가, 하늘에서 내려다보니 갑자기 노란 점들과 초록 점들이 보이더랍니다. 내려서 가까이 가보니, 그것은 버려진 트랙터들이었습니다. 초록색은 존 디어(John Deere) 트랙터, 노랑색은 캐터필러(Caterpillar) 트랙터. 무슨 뜻일까요? 농업기금으로 트랙터를 샀지만, 농사를 짓지 않았다는 겁니다. 농업에 배당된 재원이 카라카스 지역 부동산 투기에 쓰였다는 얘기지요.”
 
“야권처럼 얘기하는 위험을 무릅쓰고”
 
2013년 작고한 카리스마 넘친 차베스 대통령에게는 아무 책임이 없을까? 포테야는 미소 지었다. “1999년 차베스가 대통령이 되자마자 한 일이 무엇이었을까요? 그는 경제가 아닌, 영양부족, 주거 등 시급한 사회문제 해결에 나섰습니다. 이는 비난받을 일이 아닙니다. 인간적인 연대감의 발로인 것이지요. 그러나 그렇게 해서 국가 생산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차베스의 선택은 엄청난 결과를 가져왔다. 부의 재분배에 따라 칼로리 소비가 늘면서 식료품 수입은 계속 증가했다. 카를롤스 마차도 알리슨 연구원에 의하면, 2000년 14억 유로였던 식품 수입액이 2013년에는 65억으로 대폭 늘었다고 한다.(4) 이후 국민들의 수요가 줄지 않았고, 볼리바르화의 가치가 폭락하면서 문제는 더욱 심각해졌다.
 
‘경제 전쟁’도, 차베스가 추진한 사회복지 우선 정책도 식료품 부족 현상을 설명하지는 못한다고 포테야는 지적한다. 설탕을 예를 들어보자. “정부가 모든 설탕 공장을 국유화해 소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더 이상 베네수엘라 전체 소비량에 맞추어 설탕이 생산되지 않습니다. 모든 게 멈췄어요. 사탕수수 수확도 중단됐어요. 사보타주, 비효율성 때문일까요? 모르겠어요, 제가 야당 지지자처럼 말한다고 생각하겠지만, 도처에 부정부패가 만연해 있습니다!” 에코아날리티카 회사가 실시한 조사에 의하면, “2003~2012년 수입을 통해 유용된 금액이 7백억 달러에 달한다. 민간 기업을 통한 수입의 20%, 정부 관리 회사를 통한 수입의 40%가 부정부패와 연관이 있다.”(5) 포테야는 이렇게 결론을 내린다. “우리나라에서는 자본주의적 합리성이나 사회주의적 합리성이 아닌, 부패한 정부의 합리성으로 대체됐다는 겁니다.”
 
‘부정부패’. 우리가 방문한 기간 내내, 어떤 인터뷰에서도 이 단어가 빠진 적이 없다. 그 정도로 많은 이들이 정부가 부패와의 전쟁에서 보이는 ‘무기력함’을 비난하고 있다. “대통령의 대중적 인기에 누가 될까봐 정부는 엄격한 모습을 보이려 하지 않아요. 정부가 비난을 제어하든 안하든, 언론은 베네수엘라가 독재국가라고 떠들 겁니다.” 페타레 지역 라디오를 맡고 있는 페르민 산도발의 지적이다.
 
국민소환 투표 승리로 해결되는 게 있을까
 
번쩍거리는 새 SUV 차량 한 대가 볼리바르 광장에 인접한 도로에 들어선다. 차베스 대통령이 영웅으로 칭한, 독립전쟁을 이끈 해방자, 시몬 볼리바르(1783-1830)의 이름을 딴 광장 근처 카페테라스에 앉아있는, 붉은 옷을 입은 젊은 여성 두 명에게 물었다. 볼리바르 혁명가들이 고발했던 ‘엘리트’의 차량일까? 이들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이렇게 대답했다. “아마도 장관이나 PSUV 지도자의 차겠지요!” 과연 그럴까? 알 수 없다. 그러나 모든 증언은 한 가지 사실을 확인해준다. 차베스를 추종하는 일부 지도자들과 투쟁의 근간인 민중의 삶 사이의 간극이 새로운 정치적 간극을 만들어냈다는 점이다.
 
에네로 23지역에서 이를 더 확실하게 알 수 있다. 베네수엘라 좌파의 역사적 보루이자, 1960년대 그리고 이후 몇 십 년 간 대중 저항의 중심지 역할을 해온 23지역의 의석은 2015년 12월 6일 총선에서 야권이 차지했다.(6) 친차베스 정당이 총선에서 가혹하게 패배한 것이다. “겨우 20표 차였어요!” 23지역의 유력 정치인, 후안 콘트레라스의 말이다. 그는 지역 공동체 라디오 ‘23의 소리’ 사무실에서 우리를 맞았다. 그는 여기서 ‘시몬 볼리바르 연합’을 위해 일한다. “우리 사무실은 1960년대 좌파 젊은이들을 고문하던 예전 경찰서 건물에 위치해 있어요. 우리에게는 이 같은 역사적 장소의 확보가 아주 중요합니다.” 이제 건물 외관은 체 게바라와 볼리바르의 얼굴,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그래피티 벽화들로 채워져 있다. 많은 사람들은 당연히 콘트레라스가 공천 받을 것으로 생각했었다. 그렇지만 PSUV 지도부는 낙하산 후보 때문에 그를 공천 명단에서 제외했다. 콘트레라스는 단순한 ‘실수’였다고 겸손하게 말한다.
 
에두아르도 로스는 이러한 상황들이 2015년 12월 야권의 총선 승리를 불러왔다고 평가한다. 그는 야권의 득표가 많았다기보다 친차베스 진영의 표심 붕괴로 PSUV가 총선에서 패했다고 말한다. “총선은 합법적으로 진행됐고, 이면공작이나 뒷거래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PSUV가 지나치게 관료주의 체제로 흐르면서 민심이 원하는 후보를 거부했고, 이에 따라 자기 발등을 찍은 겁니다.” 23지역의 많은 주민들이 항의의 표시로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제 차비스타(7)들의 상호연대는 더욱 긴밀해졌다. 2016년 6월 1일 카라카스에서 젊은 차비스타들의 정부 지지 시위가 있었다. 축제 분위기 속에서 수많은 중학생, 고등학생, 대학생들이 정부 지지 구호를 외치며, 베네수엘라와 PSUV 또는 쿠바 깃발을 흔들고 거리를 따라 행진했다. 미라플로레스 궁전에 도착하자 마두로 대통령이 시위 군중을 맞았다. 차비스타들은 악수하며 환호했다. 국립예술실험대학교(Unearte) 교원인 피델 바르바리토 같은 일부 차비스타들은 여기에서 고무적인 결론을 이끌어낸다. 야권에서도 대규모 시위를 벌였음에도, 차베스 지지 세력이 이토록 많이 모였다는 사실은, 혹시 있을지 모를 대통령 국민소환 투표(8)에서 승리할 조짐이라는 것이다. 산도발씨는 현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는 사건을 얘기해준다.
 
“이번 주에 기동대를 겨냥한 군사공격이 있었어요. 여기 페타레(Petare)에서요!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군대식 조직세력이 기관총을 쐈습니다. 시험한 것 같아요. 식료품이 부족할 때 교전을 하면, 사회적 폭동을 야기하는지 보려고요. 지금으로서는 이런 짓을 누가 하는지 아는 국민 대다수가 따르지 않겠지만, 사람들은 지쳐갈 겁니다.” 그는 걱정을 숨기지 못했다. “그런 경우, 어째서 경찰이 모집한 젊은이들을 파견하는 걸까요? 정부는 왜 진압전문 부대를 안 보내는 걸까요?”  
 
마두로 초기 내각에서 문화부 장관을 역임한 바르바리토는, 질문에 대답하는 대신 2015년 여름 볼리바리안 군부가 지휘하는 인민해방부대(OLP) 창설을 언급했다. “그건 군대식 조직세력을 해산시키려는 거였어요. 우리는 물리적 전투 앞에서 물러서지 않습니다.” 베네수엘라가 군대식 조직세력의 수중에 들어가길 원하는 사람은 없을지라도, OLP 창설이 혁명에 평화로운 전망을 드리우지는 않는다. 페타레 연대 투쟁가인 루벤 페레이라도, 혹시 모를 국민소환 투표의 결과에 자신감을 보인다. 그러나 승리가 모든 문제를 해결하리라고는 기대하지 않는다.
 
“국민소환 투표로 해결되는 것은 없을 겁니다. 우리가 이기겠지만, 그래서 무슨 변화가 있을까요? 야권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을 텐데 말입니다.” 그가 선호하는 해결책은 무엇일까? “제헌국회입니다. 제가 마두로 대통령이라면 대통령 임기와 우파가 다수인 국회의 임기 모두를 모두 재고하겠습니다. 모든 것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페레이라에 의하면, 새로운 ‘좌파 인물’이 대중 세력을 규합, 강화하고, 기존 국가 체제에 상응하는 기구들이 시민 참여를 확대할 것이라 한다.(9) 모두가 부정부패가 잠식했다고 인정하는 PSUV 내에서, 마두로 대통령이 그러한 프로젝트 실행에 필요한 지지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러나 국민소환 투표 결과에 그다지 낙관적이지 않은 마르타 곤잘레스 부인은 비관적이지도 않은 듯하다. 2015 총선 실패에 대해, 곤잘레스 부인은 말한다. “특히 차비스모(차베스주의-역주)의 혜택을 누려온 고위관료들, 볼리부르주아(Bolibourgeois)의 실패입니다. 하지만 차비스모에 의해 얻은 것들, 사회복지 프로그램 등이 사람들 뇌리에 각인돼 있으니, 걱정은 하지 않아요. 경제 위기에도 불구하고 친 차베스 정당은 5백만 표를 얻었습니다. 그게 중요한 점입니다.”
 
곤잘레스 부인은 “야권의 식량부족문제 해결을 기대하며, 야권에 표를 던진 사람들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에 대해 차비스타들은 야권연대세력 민주연합회의(MUD)의 선거캠페인 영상의 제목을 비꼰다. ‘마지막 줄’이라는 제목의 이 영상은,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인내심을 발휘해 투표로 차비스타들을 몰아내고 식료품 부족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이다.
 
탄산음료 광고와 혁명 구호는 자리다툼 중
 
“많은 의석을 차지한 야당이 경제 및 치안 분야에서 포퓰리즘 법안을 통과시킬 것으로 사람들은 기대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았습니다! 야권이 처음으로 한 일은 사면법 처리였습니다!” 1999년 1월 1일부터 법안이 발효되기 전까지 법적 소송을 면제하는 이 사면 법안은 고위공무원에 대한 ‘명예훼손과 모욕’이나 ‘2002년 4월 11일 쿠데타와 그 이후의 일련의 사건’에 연루된 범죄 행위자들에게 면죄부를 주게 된다. 2002년 4월 11일, 야권, 기업주, 언론은 연대 쿠데타를 일으켰다.(10) 
 
“삶의 변화를 기대하고, 야권 후보를 선택한 사람들에게 설문조사를 합시다. 열광의 도가니를 기대하지는 않지만 말입니다.” 페타레 지역 운동가인 파블로 아르티아제가 웃으며 말한다. 그러나 야권이 진정 통치의 기회를 얻었을까? 야권이 의회 다수를 차지하자, 마두로 대통령은 경제비상사태를 선언하며, 자신의 정책을 계속 추진할 발판을 마련했다. 
 
카라카스에 있는 건물들의 벽과 외부를 보면, 대립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베네수엘라의 정치적 상황이 한 눈에 들어온다. 탄산음료나 패스트푸드점 광고가 혁명 구호나 차베스의 눈을 그린 벽화와 자리다툼을 벌이고 있다. 아직까지는, 차비스타들이 말하는 ‘국민의 최소 의식 수준’ 덕분에 폭동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하부조직 운동가들의 지속적인 활동 덕분이라 할 수 있다. 이른 아침부터 수십 명의 사람들이 인도에 줄을 선다. 신문을 읽거나 옆 사람과 담소를 나누며 빵집, 약국, 상점, 은행 앞에서 기다린다. 카라카스 시민들은 인내심을 발휘 중이다. 과연 언제까지 참을 수 있을까?  
 
 
글·로익 라미레 Loïc Ramirez 
저널리스트.  <암살당한 장미(La Rose assassinée)> 저자. Notes de la Fondation Gabriel-Péri, Pantin, 2015
 
번역·조승아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1) 베네수엘라 통화의 공식 환율에 비해 암시장 환율은 아주 낮다. 70볼리바르는 0.14유로에 불과하다.
(2) Gregory Wilpert, ‘석유 때문에 허우적거리는 베네수엘라(Le Venezuela se noie dans son pétrole)’ 참조,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13년 11월
(3) 자원 부국이 자원의 수출로 인해 일시적으로 경제 호황을 누리지만 결국 물가와 통화 가치상승으로 인해 국내 제조업이 쇠퇴해 결국 경제 침체를 겪는 현상을 의미한다. ‘자원의 저주’라고도 한다.(역주)
(4) <리베라시옹>, 파리, 2013년 6월 24일
(5) William Neuman and Patricia Torresmay, ‘Venezuela’s economy suffers as import schemes siphon billions’, <뉴욕타임스>, 2015년 5월 5일
(6) 총선에서 야권연대가 109석을 차지한 반면, PSUV는 52석에 그침(총의석수 167). Gregory Wilpert, ‘베네수엘라 폭풍 주의보(Avis de tempête au Venezuela)’ 참조,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판,  2016년 1월
(7) ‘차베스의 아이들’이란 뜻으로, 차베스 지지자를 일컫는다.(역주)
(8) 야권 요구로 2016년 4월 의회가 승인한 국민소환 투표 청원에 선거인단의 20%가 서명했다. 2016년 6월 7일, 베네수엘라 선거위원회(CNE)는 서명의 대다수를 유효한 것으로 판단했다(베네수엘라 정부는 부정행위가 있다고 고발했다). 이제 CNE가 서명의 1%를 마저 확인하면 된다. 
(9) Yoletty Bracho and Julien Rebotier, ‘하부조직에 의한 볼리바리안 혁명 (La révolution bolivarienne par sa base)’,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16년 1월
(10) Maurice Lemoine, ‘국민이 살린 우고 차베스(Hugo Chávez sauvé par le peuple)’ 참조,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판,  2002년 5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