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이 놓친 트럼프의 가정폭력
2016-07-29 앤 존스
지난 가을, 미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는 CNN 방송에서 “내가 대통령에 선출되는 것이야 말로, 지금까지 여성들에게 일어난 일 중 최고의 사건이 될 것”이라고 자화자찬했다. 그 때, 아마 그 말에 홀딱 넘어간 이들도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수백만 여성들은 그 말에 헛웃음과 짜증, 역겨움과 상당한 메스꺼움을 느꼈다. 언론은 날마다 트럼프의 일관성 없는 말들을 하나씩 짚어 그 의미와 시사점을 헤아리며 트럼프 기사를 생산한다. 하지만, 많은 여성들은 경험을 바탕으로 속 좁고 포악하며, 못된 속임수로 가득한 그의 진면모를 꿰뚫어 볼 수 있다.
여성들이 고생 끝에 얻은, 이러한 깨달음은 3월 경 실시된 다수의 여론 조사에 반영됐다. 놀랄 정도로 많은 수의 여성 유권자들이 공화당 대선후보 트럼프에 대해 “비판적”이거나 “부정적인” 인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폴리티코(Politico)>는 “장래 여성 유권자들 사이에서 트럼프가 바닥 수준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리고 그에게 불리한 여론조사 수치들<67%(폭스 뉴스), 67%(퀴니팩 대학교), 70%(NBC/월스트리트 저널), 73%(ABC/워싱턴 포스트)>이 “충격적”이라고 표현했다. 4월에는 총선거에서 투표할 가능성이 높은 기혼 여성을 대상으로 <블룸버그(Bloomberg)>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같은 결과가 나온 것을 두고 <데일리 와이어(Daily Wire)>는 “놀랍다”고 보도했다. 여성들의 70%가 트럼프를 뽑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언론이 놓치고,
여성들은 파악한 트럼프의 본모습
트럼프의 선거대책본부장 코리 르완도스키(1)는 이 여론조사 결과에 개의치 않는 듯, “여성들은 성별이 아닌, 능력을 보고 투표한다”고 주장했다. 분명 그는 여성 유권자들이 머지않아 그가 지지하는 후보의 눈부신 능력을 알아볼 것이라고 믿는 듯 보였다. 그러나 그것은 그가 다시 생각해봐야할 문제다. 적어도 1970년대 이후 여성들은 성별에 기인해 투표를 해왔다. 대선 후보들(모두 남성)의 성이 아닌 바로 자신들의 성을 바탕으로 표를 행사한 것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대체로 민주당이 지지하는 여러 사회복지 프로그램들, 예를 들어 부양할 자녀가 있는 가정에 대한 지원(Aid to Families with Dependent Children)의 수혜자는 남성보다는 여성과 아동이었다. 심지어 1990년대 들어 양당 모두 관련 프로그램들을 말없이 줄이거나 없애기로 공모한 후에도, 대다수 여성들은 동일 노동에 대한 동일 임금, 생식권, 조기아동교육 증진, 감당할 수 있는 의료서비스, 보편적 보육 및 아버지의 유급 육아휴직 등을 주창하는 민주당을 계속 지지했다. 이런 프로그램들은 인종을 막론하고 모든 가정들에게 큰 관심사지만, 공화당은 거의 예외 없이 이에 반대한다.
1970년대 이후, 대다수 여성들은 자신들이 지지하는 정책과 정당을 꽤 일관적으로 고수해왔다(여성들 사이에서 공화당에 대한 충성은 주로 백인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의 몫이라고 여겨지는 듯하다). 종종 어려운 경제상황 속에서 지지 정당을 변덕스럽게 바꾸는 사람들은 바로 남성들이었다. 그들은 지난 선거에서 표를 던진 변화와는 또 다른 “변화”를 위해 계속 되풀이해 투표하고 있다. 그 결과 대선을 치룰 때마다 남녀 간의 차이는 더 커지고 있다.
그러나 2016년도에 나타난 남녀 간 차이는 전례 없는 수준이다. 그리고 계속 그 간극이 커지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또 한 가지, 도널드 트럼프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표명하는 수많은 여성들은 그를 단순히 싫어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극렬히 혐오한다. 즉 정당이나 정책, 또는 심지어 정치 영역을 넘어 예사롭지 않은 상황이 현재진행형이다. 이는 누가 봐도 명백하다. 그러나 트럼프에게 걸려오는 전화들에 대처하고 그가 늘어놓은 건방진 언사들을 보고하느라 바쁜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한발 뒤로 물러서서 전반적인 상황을 이해해본 적이 없다.
심지어 힐러리 클린턴도 자신이 먼저 저돌적으로 선제공격을 날릴 때조차 현재 상황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는 것은 정중하게 피한다. 그는 최근 외교정책에 대한 연설 중, 트럼프는 대통령이 되기에 적합지 않은 성격이라고 주장했다. “뻐기기, 조롱하기, 모욕적인 트윗 보내기”와 같은 “수단들”을 동원하기에는 과도하게 예민하고, 너무 성나 있으며, 지나치게 섣불리 행동한다는 것이다. 물론 힐러리는 엄지손가락을 핵미사일 발사 버튼에 올려놓고 있는 이미지, 두려움을 선사하며, 미래에 있을 법한 변덕스러운 악당 이미지를 사람들에게 상기시켰다. 또한, 트럼프가 블라디미르 푸틴과 김정은과 같은 독재자에게 매력을 느낀다는 점도 언급했다. 그러나 그는 트럼프에 대한 단편적인 사실들을 짜 맞추기도 전에 다음과 같이 마무리했다. “독재자들에게 향하는 트럼프의 애정에 대해 설명하는 것은, 정신과 의사들의 몫으로 남겨두겠다.”
사실 대부분의 여성들은 정신과 의사들의 도움 없이도 절대 권력을 꿈꾸는 트럼프가 무슨 이유로 자신의 롤 모델들을 흠모해 마지않는지 설명할 수 있다. 가정 또는 직장에서 트럼프 스타일의 강압적인 사람을 겪어본 여성이라면 누구나 트럼프가 어떤 사람인지 간파했을 것이다. 우리는 그가 아주 전형적인 강압적 남성의 표본이며, 가정 내에서 히틀러같이 군림하는 낯익은 인물임을 알고 있다.
실제로 도널드 J. 트럼프는 아내를 학대하는 남편의 프로필에 완벽히 부합한다. 한 가지 다른 점이라면, 트럼프는 광범위한 영향력을 지닌 인물이기에 그의 통제 수법들이 사용되는 곳은 가정 내에 국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7년간 전 세계가 보는 앞에서 자신의 리얼리티 쇼 <어프렌티스(The Apprentice)>를 통해 그런 수법들을 공공연하게 보여줬으며, 이제는 전국 무대에서도 실행하고 있다. 트럼프는 지속적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끌면서도, 자신의 대선 가도에 방해가 되는 인물, 예를 들어 “멕시코인” 판사(2) 등에게는 모욕, 회유, 비하, 포용, 생색내기, 구두 공격 등을 서슴지 않고 있다.
분명히 말하지만, 나는 도널드 트럼프가 그의 부인(들)을 구타하는 사람이라는 점을 시사하려는 게 아니다. 다만, 수백만 미국 여성들이 자신들의 경험으로 인해 단번에 폭군을 알아볼 수 있다는 점을 말하는 것이다. 이 점이 올해 남녀 유권자들 간에 의견 차가 유독 큰 이유를 일부 설명해 준다는 이야기다.
미국 여성의 1/3이 겪은 ‘힘과 통제의 바퀴’
수십 년 전, 그러한 강압적인 남성들이 여성이 아닌 다른 남성들에게 사용하는 수법들이 처음으로 집중 연구됐다. 한국 전쟁 이후, 미 공군에서 일하던 사회학자 알버트 비더만(Albert Biderman)은 중국 공산당의 사상 개조자들이 미군 전쟁 포로들을 세뇌시키기 위해 사용했던 방법들을 연구했다. 영화 <맨츄리안 캔디데이트>(3)를 본 사람이라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그는 1957년 “공군 전쟁 포로에게서 거짓 자백을 받아내기 위한 중공군의 시도”라는 제목으로 연구 결과를 보고했고, 이는 미 공군의 훈련방식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비더만의 보고서에 따라, 공군은 고위험군의 병력에게 공산주의자들이 사용하는 방식을 미리 경험하게 함으로써, 포로로 붙잡히게 되더라도 심문자들이 원하는 답을 “자백”하지 않도록 정신무장을 시켰다. ‘SERE’(4)라고 알려진 이러한 공군의 훈련 프로그램은 베트남 전쟁 중 기타 미군 특수 부대에까지 확대 실시됐다.
1973년, 국제사면위원회(Amnesty International)는 정치범, 인질, 강제 수용소 생존자들의 놀랄 만큼 유사한 증언이 더해진 비더만의 논문을 이용해 <강압에 관한 도표(Chart of coercion)>를 펴냈다. 가정폭력추방운동에 몸담고 있던 활동가들은 도표에 묘사된 수법들을 단숨에 알아봤고, 학대하는 남편이나 남자친구에 의해 가정에서 인질이나 다름없는 생활을 하는 여성들을 위한 노력에 이를 적용했다. 그들은 여성 보호 시설의 협력단체에 도표를 나눠줬고, 학대 피해 여성들은 바로 이곳, 미국 땅에서 은밀하게 사용되고 있는 동일한 강압적 수법들의 수 없는 사례들을 제시했다.
훌륭한 페미니스트 운동가 엘렌 펜스(Ellen Pence)와 미네소타 주 덜루스의 가정폭력 개입프로젝트(DAIP, Domestic Abuse Intervention Project) 직원들은 학대 피해 여성들과 함께 강압적인 술책들을 정리, 요약해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원형 도표를 만들었다. 그리고 여기에 “힘과 통제의 바퀴(Power and Control Wheel)”라는 이름을 붙였다. 1984년에 처음 만들어진 이 도표는 그 후 4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됐으며, DAIP는 가정 폭력 방지를 위한 지역사회 노력의 세계적 모델이 됐다.
미국 내 거의 모든 가정폭력 생존자들(미국 여성의 약 1/3)이 지난 30년 간 그 “바퀴”를 한 번은 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는 21세 이상 여성 6천5백만 명에 해당된다(강압을 일삼는 파트너, 매춘알선자, 인신매매범 및 이와 유사한 자들의 타깃이 돼온 수백만 명의 청소년들은 제외한 수치). 가정 폭력에서 살아남은 여성들은 겉으로는 “정상적인” 삶에서 은밀히 쓰이는 강압적 수법들에 대해 많은 것을 알려줬다. 그 중 하나는 강압적인 남성이 십중팔구 매력적이고, 사람을 끄는 구석이 있다는 점이다. 그는 바로 그러한 점을 이용해서 자신이 점쳐둔 사람들을 유혹한 후, 학대를 자행하는 사이 다시금 그의 매력적인 면을 드러내면서 피해자들을 자신에게서 벗어날 수 없도록 만든다.
더욱 중요한 것은, 가해자가 그러한 통제 수법들을 피해자들에게 교묘히 적용할 때, 폭력이나 물리적 강제가 전혀 필요 없다는 점이다. 정말로 전혀 필요치 않다. 신체에 폭력을 가하지 않고서도 사람의 뜻을 꺾을 수 있다. 그래서 “세뇌(Brainwashing)”라는 말이 나온 것이다. 강압적인 남성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물리적 힘이나 성폭력을 가하는 행위는, 그 자체로서 그가 이미 은밀하고 강제적인 수법을 통해 피해자에 대한 주도권을 장악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이를 보면, 남성들도 여성들과 같은 이유로 트럼프의 수법들에 놀랄 것이다. 이 수법들은 남성이 남성을 통제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사용해온 것들이기 때문이다. 또한 친밀한 관계에서 그런 수법들이 사용되면, 남성들도 학대 피해 여성들처럼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남성들도 유혹당하고, 강압을 경험하며, 구타와 강간을 당한다. 미국에서는 남성의 1/7이 친밀한 파트너가 가하는 성적·물리적 폭행을 당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남녀를 비교할 수 없는 문제다. 희생자가 여성이든 남성이든, 가해자는 거의 남성이기 때문이다.
강압적인 남성이 사용하는 다양한 수법들
강압적인 남성은 어떻게 행동할까? 첫째로, 국제사면위원회가 펴낸 “강압의 방법들”에 관한 도표에 따르면, 그런 남성은 희생자를 고립시키는 특징을 보인다. 희생자가 포로이거나 부인일 경우, 어렵지 않은 일이다. 대통령에 출마하고 수백만 명의 유권자들을 타깃으로 삼는 사람이, 그렇게 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오산이다. 집집마다 있는 TV가 사실상 개개인을 고립시키고 있다. 사람들은 오렌지색으로 부푼 머리에 빨간 넥타이를 매달고서, 밋밋한 양복들 사이에서 도드라지는 우스꽝스런 사람이 무대에 올라 쏟아내는 말들과 터무니없는 행동들을 각자 집안의 TV를 통해 자진해서 보고 있다. 그러한 유권자들은 대선 후보자들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또는 오락을 위해) TV를 켰을지 모르지만, 그들은 일순간 정면에서 밀고 들어오는 트럼프식 강요에 스스로 발을 들여놓게 되는 것이다.
둘째로, 학대자는 그가 노리는 희생자의 “지각을 독점한다.” 즉, 모든 관심이 자신에게 향하도록 한다. 시청자(희생자)들의 주의를 분산시키는 것(예를 들어 젭 부시, 존 카시치, 크리스 크리스티, 테드 크루즈, 칼리 피오리나 등)은 서슴없이 제거한다. 그래서 잠재 희생자들이 평정을 잃고 그에게만 집중하게 한다. 그리고 그들이 알든 모르든 그의 뜻에 따르도록 일관성 없이 행동한다.
트럼프는 그런 수법들을 흥겹게 사용해왔다. 일반적으로 언론이 그랬듯, TV 방송국들과 공화당 기득권층들은 그의 출마를 일종의 장난으로 여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그런 장난을 홍보하는 과정에서 트럼프에게 약 20억 달러에 버금가는 방송 출연 시간을 무료로 제공했다. 경선 이후 열린 여러 “기자회견”에서도 종종 그랬듯, 지난 수개월 동안 사람들은 트럼프에게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가 고함을 지르고 장황하게 말을 이어갈 수 있는 시간을 무한 제공했다. 그럼으로써 트럼프는 시청자들과 방송사 모두의 지각을 독차지했다. 방송사들은 트럼프에만 주력했고, 다른 대선 후보자들은 상대적으로 무시하는 자신들의 처사를 정당화시키기 위한 명분을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한 마디로, 트럼프는 “돈이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트럼프는 우리의 일상에서 매일 마주하는 필연적 존재가 됐다.
트럼프와 관련된 이 모든 사항들은 사람들을 열광시키고, 지치게 하며 심신을 약화시킨다. 이런 특성이 국제사면위원회의 발간 목록 중 세 번째, 강압적 통제수법과 꼭 들어맞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강압적인 사람이 장황하게 늘어놓는 끈질기고도 어불성설인 말들은 희생자(시청자)의 저항의지를 약화시키는 경향이 있으며, 언론 덕분에 어디를 가나 트럼프뿐이다. 연단에 선 빅 맨(Big man)이 늘 우리에게 말을 하고, 우리를 보고, 우리를 주시하고 있다.
그밖에 남은 수법들은 쉽다. 국제사면위원회는 위협, 비하, 사소한 요구, 가끔 베푸는 관용(번득이는 매력을 보이거나 합리적인 척을 함으로써 공화당의 유력 정치인들로 하여금 트럼프의 태도가 “대통령스럽게” 바뀔 것이라고 기대하게 하는 것) 등의 기법들을 나열하고 있다. ‘힘과 통제의 바퀴’ 또한 강압적인 자들이 사용하는 유사 수법들에 대해 각각 예시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그들은 협박, 위협, 감정적 학대, 특히 비하와 굴욕(트럼프가 내뱉은 ‘기가 약한’ 젭 부시, ‘꼬마’ 마르코, ‘거짓말쟁이’ 테드, ‘부정직한’ 힐러리와 같은 말들을 생각해봐라), 축소, 부인 및 남 탓으로 돌리기(“나는 그런 말 한 적이 없다!”) 등을 동원한다. 그리고 남성 특권도 이용한다. 마치 자신이 성의 주인인 양 남녀의 역할을 규정하는 것이다. “힐러리는 대통령스러워 보이지 않는다”고 말한 것이 단적인 예다.
그러한 수법들을 직접 경험하고 가정폭력에서 살아남아 관련 이야기를 들려주는 피해 여성들을 통해 배운 것이 있다면, 강압적인 남성은 자신이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인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통제할 수 없는 상태이거나 “예측할 수 없는” 상태로 보일 때조차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찰 드라마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회유와 협박을 떠올려봐라. 노련한 학대자는 그 둘을 모두 사용한다. 어느 때는 자상함, 매력, 열정, 즐거움을 모두 갖춘 한없이 착한 남자였다가, 어느 순간 버럭 화를 낸다. 그리고 방금 자신이 한 짓을 부인하거나 “오해”라고 주장하며 다시 착한 남자로 돌아오곤 한다.(5)
이러한 걷잡을 수 없는 행동이 위험한 이유는, 일단 분노와 경멸에 찬 원색적인 비난을 들은 사람은, 다음에는 어떻게든 “화의 불씨를 지피지” 않도록 노력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당신 때문에 화난 것이 아니다. 당신의 목적이 아닌 자신의 목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는 스스로 자신의 화에 불을 붙인 것이다. 그런데 당신은 그를 화나게 하지 않는 방법이 없을까 고심하는 것이다(토론 때마다 테드 크루즈, 마크 루비오, 젭 부시가 새로운 접근방법을 시도했지만, 매번 오히려 얻어터지고 망신당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우리는 지금껏 이와 유사한 예들을 너무 많이 목격해왔다. 지나치게 많은 강압적인 술수들이 행해지고 있고, 너무나 많은 경쟁자들이 이를 교묘히 빠져나가려는 것을 봐온 나머지, 이제는 그러한 행동이 정상적인 “정치적” 교환으로 여겨진다. 현재의 이례적인 선거 과정에서, 우리는 포로와 인질을 통제하기 위해 고안됐으며, 여성 학대 범죄에 무모하게 쓰이는 강압적 술책에 능한 남성의 퍼포먼스를 목격해왔다. 그가 자신의 반대자들을 물리치고, 주요 정당에 오랫동안 잔류해온 당원들 및 상당수의 유권자들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강압적인 수법들을 만인 앞에서 실행하는 것을 목격했다.
지난 수개월, 트럼프가 전국 방송에서 그런 수법에 온 힘을 기울여온 동안 어떤 언론인이나 정치인(공화당 지도자 또는 경쟁자조차)도 그의 행동을 명명하지 않았다. 그에게 그만두라고 권하지도 않았다. 폭력적인 압제자의 각본을 뼛속까지 외우고 있는 수백만 명의 여성 유권자들만이 여론 조사를 통해 목소리를 냈을 뿐이다. 그리고 그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트럼프는 아니다”라고.
글·앤 존스 Ann Jones
진보매체 <톰디스페치(TomDispatch regular)>에 정기적으로 기고하고 있다. 저서로 <Women Who Kill and Next Time, She’ll Be Dead> <When Love Goes Wrong> <They Were Soldiers: How the Wounded Return from America’s Wars -The Untold Story> 등이 있다.
번역·오정은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1) Corey Lewandowski, 그는 6월 20일자로 선거대책본부장직에서 경질됐다.
(2) 트럼프 대학교의 비리 관련 재판을 맡은 곤잘로 쿠리엘(Gonzalo Curiel) 판사를 말함. 트럼프는 그가 멕시코인이고 자신을 혐오하는 증오자라며 비난했으나, 쿠리엘 판사는 미국 인디애나 주 출신이며 멕시코 이민자 2세대다.
(3) <The Manchurian Candidate> 1962년 최초 제작됐으며 2004년 리메이크 된 영화로, 한국 전쟁에 참전했다가 소련의 전쟁 포로가 된 미군들이 자신들도 모르게 미국의 주요 인사를 암살하도록 소련군에 의해 세뇌당하는 내용이다.
(4) Survival(생존), Evasion(도피), Resistance(저항), Escape(탈출)
(5) “빔보”(bimbo: 섹시한 외모에 머리 빈 여자를 폄하하는 비속어) 메긴 켈리와 관련된 이야기를 생각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