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과 대화하는 법

2016-08-01     핀 브런턴

 중국은 지난 7월에 지구에서 가장 큰 라디오텔레스코프 건설을 마쳤다. 이로써 우주공간에서 교신할 외계 생명체를 보다 적극적으로 찾아나설 것으로 보인다. 몇 세기 이전부터 인류는 다른 행성의 생명체와 접촉할 꿈을 꿔왔다. 어쩌면 아주 우스꽝스러울 수 있는 이 같은 시도는 외계 생명체가 지능적으로 아주 완벽하리라는 믿음에서 기인한다. 이렇듯, 화성인들을 환영하기 위해 인류는 기계로 말하는 법을 배워왔다.

예상보다 큰 태풍이 몰려오는데 선원들은 무방비 상태다. 결국 배는 침몰하고 잔해에 매달려 겨우 목숨을 부지한다. 며칠 후 낯선 해변으로 떠 밀려 오게 되는데 구조대는 공중에서 당신을 찾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어떻게 신호를 보내야 할까?
단순히 위치를 알리는 일이 아니다. 주변 환경을 이용하되, 자연현상으로 보여서는 안 되며, 구조대의 언어나 문화를 모르기 때문에 인공적이면서도 널리 이해할 수 있는 신호를 보내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야영객, 선원 및 비행사들의 익숙한 방식은 패턴과 빛이다. 돌을 기하학적 모양, 즉 삼각형이나 S-O-S를 나타내도록 배열하는 것이다. 빛을 반사하는 것을 찾아 일정하게 비추거나(1-2-3 또는 온-오프) 불을
피울 수도 있다. 다른 사람이 따라오도록 흔적을 남기고 싶다면, 돌을 쌓아 놓거나 나무껍질을 벗겨 ‘T’ 모양을 남겨놓을 수 있다. 그렇다면, 보다 복잡한 정보, 즉 인슐린이 필요하다거나 안전한 착륙지가 없다든지 내일 먹을 것을 찾아 북서쪽으로 이동할 것이라는 정보 등은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까?

더 어려운 상황을 가정해 보자. 구조대가 어떻게 수색할지, 즉 공중 수색, 도보, 바다, 위성 이미지 등 어떤 방법으로 수색할지 모른다고 하자. 사실, 찾지 않을 수도 있다. 남긴 신호를 찾으려면 수개월, 수년, 수십 년 또는 수세기가 걸릴 수도 있다. 수색대의 언어도 모르며, 심지어 수색대가 인간인지도 모른다. 그 조직이나 기술, 수색 방법이나 대상도 모르는 상황이라면, 어떻게 신호를 보낼까? 섬을 둘러싼 바다는 해안으로부터 모든 방향으로 수 광년을 뻗어나간다. 난국이 아닐 수 없다. 
인류가 태양계의 규모와 구조를 이해하고 다른 세상(별)도 지구와 유사하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외계인의 존재와 외계인과 소통할 방법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더 이상 천체의 중심이 아니라 멜빌이 말한 것처럼 핏케언 섬(1)에서 고독하게 살고 있는 섬사람과도 같다. 화성과 그 위성을 봤으며, 어떤 이들은 그곳의 운하와 수로, 메마른 도시를 보았다고 상상하기도 했다. 또 다른 섬의 해안에서 희미하게 일렁이는 빛을 본 것이다. 금성의 그 구름 아래서 어떤 정글과 섬이, 또 다른 브라질과 콩고가 번성했는지, 그 누가 알겠는가? 금성의 어둠 속에서 때때로 보이는 에센 광(푸른 미광)을 두고, 1830년대 천문학자 프란츠 폰 파울라 그루이튀센은 “금성인이 불의 축제를 즐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2) 금성이 “전제군주시대”에서 “또 다른 알렉산더 또는 나폴레옹의 시대”로 옮겨가는데 47년이 걸린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또한 그가 달의 화구에서 보았다고 믿은 뼈대만 있는 도시의 모습을 스케치로 남기기도 했다. 마이클 크로우는 그의 저서 <외계생명체에 관한 논의(The Extraterrestrial Life Debate 1750~1900)>에서 그루이튀센을 에너지가 넘치고, 시력이 뛰어나며 훌륭한 기기와 최고의 유머감각을 갖춘 인물로 묘사했다. 고지대 사막의 화성인과 축제 중인 금성인이 마찬가지로 우리를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대화를 시작할 수 있을까? 
우선, 조난자와 고립된 선원들이 사용하는 방식이 있다. 위대한 수학자 카를 프리드리히 가우스는 거대한 회광기(Heliotrope)를 제안했다. 회광기란 측량 작업을 위해 거울로 태양광을 반사시켜서 먼 거리에서 위치를 측정하는 기구인데, 신호를 보내는데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16평방 피트의 거울 백 개로 빛을 반사시키는 원리이다. 거대하고 빛나는 모습으로 자이푸르의 잔타르 만트르 천문대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유사한 신호 방식도 있는데, 가우스(및 천문학자 조셉 릿트로우)의 발상이란 설이 있다. 사하라 사막에 기하학적 모양의 거대한 운하를 파 그곳에 등유를 붓고 밤에 화성 방향으로 불을 피우거나 빗변의 제곱에 관한 피타고라스 정리(풍차 증명 그림)를 이용한다. 그리고 시베리아에 거대한 밭을 만들어 이웃 행성에서 망원경으로 볼 수 있게 하자는 것이었다.  
19세기 후반에는 이와 같은 아이디어에 전등이 더해졌다. 카밀 플라마리옹은 화성이 반대편에 있을 때 사하라 사막에 거대한 전등길을 만들어 빛을 위로 쏘는 방식을 제안했다. 그의 동료였던 메르시어는 파리 중심의 마르스(Mars) 광장에 거울 전등을 설치할 것을 제안했다. 지구상 가장 밝은 빛을 내뿜을 경기장 크기의 거울을 설치한다면 일부 파리 시민의 소소한 반대가 있을 것으로 생각해(에펠 탑도 큰 분노를 일으켰다!), 산에 두 개의 거울을 설치하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는데, 이를 통해 해질녘 햇빛이 어두운 면에 반사되어 더욱 큰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외선과 초음파 연구에 크게 기여한 물리학자 로버트 우드는 검은 천 배플(칸막이)을 한 변에 수 킬로미터  길이로 사막에 설치해 모터로 여닫음으로써 화성인에게 “연속된 윙크”로 보이는 픽셀을 구성하는 안을 내놓았다. 로켓 공학의 아버지(인류의 우주탐험 지지자)로 불리는 콘스탄틴 치올코프스키는 더 많은 거울을 설치할 것을 구상했다. 세기가 바뀌는 때 이와 같은 “화성 마니아”들에게 자본이 충분했다면, 지금쯤 어느 사막 고원에 먼지 쌓인 거울들이 빈 하늘을 바라보는 마치 밸러드식 (J.G.Ballard, 1930~2009. 영국 작가로 공상과학소설을 통해 디스토피아를 묘사함-역주) 기념비를 보고 있을 지도 모른다.   
이 모든 초기 안들은 물리학적인 진취성과 철학적 나태함을 보여준다. 물리학적으로는 굉장한 아이디어였다. 대지 예술(3)이나 미니멀리즘 조각품을 대규모로 만든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사용된 요소들(거울, 운하, 사막, 기하학, 측량, 농업)은 마치 로버트 스미슨(4)이 벡텔(Bechtel) 또는 에이럽 그룹(Arup Group)(5)의 자원으로 작품을 만든 것으로도 보였다. 모두 다른 세계의 관찰자에게 하나의 형태 또는 한 줄기 빛을 보내기 위한 것이었다. 철학적 나태함도 내포돼있다. 가까운 세계에는 우리와 비슷한 존재가 살고 있을 것이고, 우리가 존재의 증거를 보내면 그 응답으로 일종의 대화를 하고자 할 것이다. 가우스는 이와 같은 대화가 “공통된 수학 기호를 통해 시작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산 위의 수 킬로미터에 이르는 거울들은 우리와 비슷한, 단지 나이가 더 많거나 체온이 낮고 아마도 “지적 수준이 우월한(플라마리옹)” 존재에게 발견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곳의 더 뛰어난 칸트들의 서재 창문이 우연히 올림푸스 산(6) 발치의 운하를 마주 볼 수도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가 나눌 수 있는 대화는 돌무더기로 만든 직삼각형 같은 의례적인 제스처, 즉 “우리 여기 있어요!”라는 신호에 그칠 것이다. 
샤를르 크로는 미디어 역사상 낙오자 또는 유쾌한 시인으로 알려져 있다(사실 모르는 사람이 많을 수도 있다). 그는 3원색 사진술과 축음 기술을 개발했으나 동시대에 보다 성공적인 프로젝트에 가려졌다(과거의 소리라는 뜻의 팔레오폰(Paleophone)으로 명명한 그의 축음기는 에디슨식 포일 유성기와 유사했으나 기계를 완성하지 못했고, 에디슨이 첫 모델을 내놓았다-역주). 문학적으로는 “장난스러운(Fumiste)” 태도로 충격적인 주제를 진지하고 난해하면서 냉정하고 간결한 스타일과 결합하는 예술 및 문학 사조에 속했다. 이는 1880년대식의 억지 밈(7)과 같다. 그는 미디어 기술을 시험하던 중, 프랑스 정부에 화성인 교신 계획 예산을 지원할 것을 요청했다.  
그는 <행성과의 교신수단에 관한 연구>에서 거대한 거울에 빛을 반사시켜 다른 행성에서 볼 수 있게 한다는 기본 개념에 통신 라인이 형성되면 어떻게 정보를 전달할지도 생각했다. 우선 빛의 움직임으로 숫자를 암호화하고, 그 숫자가 이미지를 암호화하도록 하는 것이다. 자릿수를 통해 이진 픽셀(스페이스 흑/백, 오프/온)을 나타내는 것이다. 모든 신호를 하나씩 나타내기 보다는 정수를 사용한다. 즉, XXXXXX00XXX0는 “6-1 2-0 3-1 1-0”으로 나타낼 수 있다. 
현대에서는 이를 일종의 “런 렝스 부호화(Run-length encoding)”로 간주할 것이다. 런 렝스 부호화는 팩스, 초기 디지털 비트맵 이미지, 초기 텔레비전 기술에 사용한 것과 같은 이미지 압축 및 전송 기술을 말한다. 
이와 같은 이미지 및 다른 종류의 미디어를 기기에 맞게 바꾸기 위해서는 암호화 체계가 필요하다. “다양한 산업(직조, 자수 등)에서 일련의 숫자로 디자인을 표현하는 유사한 기법을 사용하고 있다.” 이 대목에서 전산 역사학자라면 귀를 쫑긋 세우고 무슨 직조기계인지 물을 것이다. “자카드 직조기에는 아직 이론화되지 않은 원리가 작용하고 있다.” 자카드의 수치제어 직조방식은 찰스 배비지의 기계식 컴퓨터와 허먼 홀러리스의 천공카드(현대식 IBM 컴퓨터의 모체) 개발에 중요한 영감이 되었다. “이를 통해 중요한 새로운 수학, 궁극적으로는 원시과학의 새로운 분류(정보 및 데이터 저장 과학)가 탄생할 것이다. 리듬(패턴 및 암호화 시스템) 연구가 숫자 연구와 함께 이루어질 것이다.” 즉, 이 프로젝트는 지구를 그래픽 카드로 만들어 모든 이미지와 데이터를 암호화하는 알고리즘으로 실행해 이를 다른 곳에서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인간이 배제된 커뮤니케이션의 추상화, 암호화 및 압축 문제는 근본적으로 컴퓨터 미디어를 개발하는 문제와 유사하다. 랜슬롯 호그밴이 1952년 저술에서 밝혔듯, “오늘날의 프로그래밍과 같다.”   
호그밴은 영국의 동물학자이자 의학 통계학자로, 앞서 언급한 화성 마니아들보다 훨씬 외로운 우주에서 살았다. 그는 외계 생명체와의 교신에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임을 알았다. 더 이상 전등이나 시베리아 밀밭에 유클리드 기하학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전파 펄스를 보내는 방식 등을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저서 <별과의 대화(Astraglossa)>에서 어떤 메시지를 전송할지 가벼우면서도 철저하게 분석하고 있다. 특히 인간이 아닌, 미확인 상대와 대화하는 의미를 분석한다. 호그밴은 언어 이전에 평생 아프리카발톱개구리와 변색 파충류와 양서류의 호르몬 신호를 계속 연구하면서, 최단 신호 순서에 관심을 가졌다. 시간, 숫자, 간격 및 별에 따른 “신호 기법”을 고민한 것이었다. 

1 .. Fa .. 1.1 .. Fa .. 1.1.1 .. Fb .. 1.1.1.1.1.1

1+2+3 = 6이라는 뜻이다. 여기서 마침표는 펄스 간 시간단위를 뜻하며, F는 플래시, 펄스 시퀀스는 각 자리가 더하기, 빼기 또는 등호 등의 연산을 의미한다. 호그밴은 펄스, 시간 및 연산을 통해 질문, 즉 의문문 기호를 나타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일련의 숫자 뒤에 정적을 둠으로써 답변을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는 단지 “간단한 문장을 독백할” 논리를 구축하는 것이 아니라 관계를 형성하고자 했다. 그의 연구 후반부에는 대명사(너의, 우리의, 그것, 그들, 나), 찬성, 반대, 의문, 조건문, 주장, 인과에 심지어 “하늘 체스(Celestial chess)”게임을 만드는 법을 분석했다. 이 체스 게임은 2진 펄스를 사용하는 것으로 플래시를 통해 시간 및 항성체(말)를 나타낼 수 있다. 궁극적인 목적은 뼈에 금을 새기고 돌을 세우는 등 숫자 및 달력 관련 유물로 “신석기 시대 선조들이··· 우리와 소통할 수 있듯,” 그리고 “현재 새로운 전산 기계에 명령을 전달하듯,” 미확인 생명체와 “상호 소통”을 하는 것이었다. 문제는 공통된 이진 기호 체계 및 연산 (순서 기반), 타이밍, 반복 논리를 구축하는 것이었다. 이는 논문 작성과 프랑스 구조주의 및 기호학 번성과 비슷한 시기에 맨체스터 및 런던에서 진행 중이던 튜링, 톰 킬번, 프레디 윌리엄스 및 기타 학자들의 튜링-컴플리트 전자 컴퓨터 개발과 유사점이 많았다(맨체스터는 호그밴이 화성인 학생들의 허구의 교실을 설정한 곳이기도 함).
1977년 발사된 보이저(Voyager) 탐사선에 실린 “골든 디스크(금 양극처리 알루미늄으로 만든 축음기 음반으로 탐사선에 고정되어 있으며 현재 성간 우주 공간에 있음)”와 같은 몇 가지 예를 제외하고는, 호그밴 방식이 기본 교신 방법이 되었다. 다양한 메시지나 이미지를 펄스, 2진 숫자 열로 암호화하고 컴퓨터 및 통신 연구를 활용해 전송 에러를 최소화하고 신호를 명료하게 하는 원리이다. 그렇다면 전달 내용은 무엇일까? 미확인 존재와의 교신 내용은 무엇이 될까? 대부분 사실 몇 가지, 진법, 행성 좌표, 화학 정보, 인간 실루엣 등을 전송한다. 프랭크 드레이크는 푸에르토리코에 위치한 아레시보(Arecibo) 천문대에서 아레시보 메시지를 보냈는데, 이는 1,679비트의 온-오프 펄스로 구성되었다. 1,679개로 이루어진 이유는 1,679가 23과 73이 곱해진 반소수(두 소수의 곱으로 만들어진 수)이기 때문인데, 온-오프 신호를 23열 73행의 모눈에 배열하면 이미지가 나타난다. 위에서 아래로 이진법 수, 생물 기초원소, DNA 화학식, 인구 및 물리적 형태(파장을 스케일 단위로 사용), 태양계 행성 배열, 안테나를 나타낸다. 상대의 해독 구조를 알 수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메시지가 이와 같이 단순하게 이루어져 있다.  
이제까지 설명한 것은 간단한 기호만 멀리 떨어진 행성에 보내는 것이지만, 교신을 확대하고자 하는 야심찬 프로젝트도 있다. 그 예로 20세기의 매우 기이한 지적 프로젝트를 들 수 있다. 수학자인 한스 프로이덴탈의 우주언어(Lincos) 프로젝트는 “원칙상 모든 인류의 지식”을 모든 지적 생명체와 교신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의 저서(총 2권 중 1권 발간)는 <코덱스 세라피니아누스>(8), 크리스티앙 뵈크(9)의 시집, 울리포(OuLiPo)(10)의 만화와 함께 가장 비현실적이고 기이한 책들 중에서도 두드러진다. 인공지능 전문가 마빈 민스키(클라크 및 큐브릭의 <2001> 제작의 자문)는 “그는 초급 수학을 기반으로 사회 사상 등 다른 아이디어를 어떻게 전달할지 설명한다”고 평했다.  
이 우주언어는 자연수를 전달할 전파 펄스로 시작해 상대론적 역학으로 마무리된다. 한편으로는 집합론, 기수(Cardinality), 서수(Ordinality), 가정 설정문(“미래 사건은 인식할 수 없다”), “페르마 정리”, “정치 연설문”, 갬블링, 소원, 포인트 및 벡터, “개 호루라기 불기”(“개는 거부한다”) 등이 포함된다. 이를 점점 복잡한 표기법으로 만들고 전파 펄스로 어떻게 전송할지 표현하는 것이다. 그 예는 다음과 같다. 

↔PauAnt▪HeDatHd.Den0,101∎

숫자, 좌표, 타이밍, 기본 연산 및 수학 연산의 기본 개념을 넘어, 프로이덴탈은 호그밴과 같이 보다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인간 행위자를 묶어 최소한의 논리를 갖는 일련의 드라마를 만든다. Ha와 Hb간 대화 및 사건(프로이덴탈의 표기법에 따름)은 세계의 성격, 특히 꾸밈없는 인간경험의 성격에 관한 이야기를 구성한다. Ha는 Hb가 잡을 수 없게 멀리 공을 던진다. Hb는 무엇인가 알지만 말하지 않으며, 이는 Ha가 그 사실을 모른다는 뜻이다. Ha는 Hb가 알고 있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Ha와 Hb는 과거에 일어난 일을 알지만 미래의 일은 알지 못하며, 결과에 대해 예상한다. Ha는 무언가를 보지 못해 Hb에게 이를 물어본다. Ha와 Hb는 함께 세상을 살아가며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존재가 많지만 똑같이 보고, 듣고, 움직이고, 과거를 기억하고 공을 쫓는다 하더라도 같은 방식으로 의사소통을 할 수는 없다. Ha와 Hb는 죽을 수 있으며, 함께 살아가는 모든 존재도 그러하다. Ha와 Hb는 지금과 다른 상황을 바랄 수 있다. 그 중 하나가 죽으면 더 이상 이야기할 수 없다. 
이와 같은 방식이 목적에 맞는지 의문을 제기한다고 해서 프로이덴탈의 성과(인류의 삶 전체를 기본 전자기 신호로 표현하려고 한 시도)를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가장 가까운 생명체와의 거리가 너무나 멀기 때문에 정보 수신 및 이해를 나타내는 신호를 서로 교환하는데 수년 또는 수십 년이 소요될 것이다. 그가 서술한 대화중에는 수백 개의 단계로 구성되고 확인이 필요한 부분도 있어 단순히 대화를 주고받는 것도 천 년은 걸리게 될 것이다. 그가 구상한 것은 사실상 인간 경험의 성격을 외계인보다는 기계와 교신하는데 더 가깝고 적절하다고 할 수 있다. 이 놀라운 발상은 알파 센터우리(Alpha Centauri)(11)와 교신하는 것보다는 메모리와 제한된 전자기 신호만 갖고 있는 누군가에게 인간이 무엇인가를 설명하는 데 더 적합하다. 최초의 신경회로망 시뮬레이터를 만든 마빈 민스키가 이 연구에 끌린 것은 당연한 일이다. 위로는 별을 향하고, 아래로는 AI 연구를 하는 것이다. 
우리는 사실 외계행성과 관계를 구축한 셈이다. 직접 외계행성을 만들고 유지하며, 거주민에게 공간감각, 기밀 유지, 얼굴 인식, 목소리 수신·압축·필터링, 대화를 가르치며, 이진 펄스, 논리연산, 암호화 및 해독 등을 통해 전파나 가시광선보다 폭넓은 전자파 해석도 가능하게 한다. 우리 세계, 지구에서의 정보 거래 및 교류는 우리가 지난 60년간 파 놓은 화성 운하 네트워크(해저 케이블, 서버 팜, 휴대전화 기지국, 주머니·테이블·신발·신체와 결합된 컴퓨터)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이는 크로, 가우스, 호그밴, 프로이덴탈이 제시한 문제점과 해결책을 모두 보여준다. 우리가 이 지구라는 섬에서 자동 경보, 음성인식 고객서비스를 이용하고 타임라인(알고리즘 분류)을 보기 위해 캡차(CAPTCHA)(12)로 페이스북에 로그인하는 상황에서, 생경한 주소의 대화상대는 이제 흔한 일이 돼버렸다. 지금도 여전히 고요하고 무한한 바다가 우리를 둘러싸고 있다.  

연표
 
 
1901: 니콜라 테슬라는 콜로라도 스프링스에서 무선송신기로 작업하는 동안, 우주(화성 또는 금성)로부터 메시지를 수신했다고 믿고 관련 저서를 출간했다(마르코니 또한 자신의 요트 ‘엘렉트라’로 항해하는 동안 신호를 가로챘다고 생각함).

1959: 코코니와 모리슨은 <네이처(Nature)>에 “행성간 교신방법의 모색(Searching for Interstellar Communications)”을 게재했다. 이 논문으로 외계 메시지 수신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다.

1960: 후에 아레시보 신호를 설계하게 되는 프랭크 드레이크는 그린뱅크의 국립전파천문대(National Radio Astronomy Observatory)에서 첫 SETI 수신 프로젝트(OZMA)를 시작했다.
- 이듬해, 우주 선진문명의 수를 모델링/추정할 수 있는 드레이크 방정식을 만들었다(SETI의 공식 프로그램화 및 자금 근거 제공).

1962: 소련은 예브파토리아 전파망원경에서 금성으로 메시지를 전송했다(MIR, USSR(또는 CCCP), LENIN의 모스 코드). 정치적 선전에 가까운 이벤트였으며, 누구도 금성인이 키릴 문자 이니셜은 물론이고 모스 부호를 이해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았다.

1972: 미 항공우주국(NASA)은 파이어니어(Pioneer) 10호에 그림을 그린 금속판을 설치해 발사했다.
https://en.wikipedia.org/wiki/Pioneer_plaque

1974: 드레이크의 아레시보 신호가 발신되었다.

1977: 외계에서 “Wow!” 신호가 수신되었다.
https://en.wikipedia.org/wiki/Wow!_signal
또한 골든 디스크를 싣고 보이저 1호가 발사되었다.
http://voyager.jpl.nasa.gov/spacecraft/goldenrec.html


글·핀 브런턴 Finn Brunton
 
미국 뉴욕대에서 미디어와 문화에 관한 이론을 강의하고 있다.

번역·권혜숙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이 기사는 필자가 적은 영어 원문을 번역한 글입니다.

(1) 1790년 바운티호의 반란이 일어난 태평양의 한 섬.   
(2) Michael J.Growe, The Extraterrestrial Life Debate, 1750~1900, Cambridge University Press, 1986 
(3) 대지 예술(Land Art): 자연경관을 배경으로 작품을 만들어내는 예술로, 공간적 제약에서 벗어나 작품 자체가 자연과 하나가 되는 예술.  
(4) Robert Smithson(1938~1973): 대표적 대지 예술가로, 유타 주의 소금 호수에 건설한 나선형 방파제(Spiral Jetty)가 유명함. 
(5) 벡텔(미국에 본사를 둔 세계적 건설사), 에이럽 그룹(영국의 유명 건설 설계 및 컨설팅 사)
(6) 올림푸스 산(Olympus Mons): 태양계에 알려진 산 중 가장 높은 산으로 화성에 있음. 
(7) 억지 밈(Dank meme or forced meme) : ‘밈(meme)’은 리처드 도킨스가 만들어낸 용어에서 유래한 개념. 대체로 특정 요인에 의한 유행 전반을 통칭하는 것으로 ‘dank meme’은 오래된 식상한 유머 등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밈을 뜻함. 
(8) <코덱스 세라피니아누스(Codex Seraphinianus)>: 이탈리아의 예술가이자 건축가 루이지 세라피니가 1981년 출판한 책으로 상상의 세계에 대한 백과사전. 알 수 없는 문자와 그림들로 채워짐. 
(9) 크리스티앙 뵈크(Christian Bök): 실험적 시로 유명한 캐나다 시인. 저서로는 《Eunoia》가 있음. 
(10) 울리포(OuLiPo): 60년대 전위 문학의 첨단에 섰던 실험 문학 그룹. 
(11) 알파 센터우리(Alpha Centauri): 센타우루스자리의 알파별. 태양계에서 가장 가까운 별로 약 4.4광년 거리. 
(12) 캡차(Completely Automated Public Turing test to tell Computers and Humans Apart, CAPTCHA): HIP(Human Interaction Proof) 기술의 일종으로, 어떠한 사용자가 실제 사람인지 컴퓨터 프로그램인지를 구별하기 위해 사용되는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