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부당한 형사사법제도

한 사설탐정이 고발하는

2016-09-01     주디스 코번
오래 전 나는 인도차이나 반도, 중앙아메리카 및 중동 지역을 취재하는 저널리스트로 일했었다. 그러면서 전쟁에 희생된 ‘민간인 희생자들’에 대한 글을 쓰는 것을 내 천직으로 삼았다. 군은 기자들에게 ‘부수적 피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를 강요했고, 나는 그러한 피비린내 하나 나지 않는 표현이 그런 희생자들을 가리키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나에게 그들은 전쟁의 중심이었다. 
이제 나는 사설탐정으로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내가 맡은 일의 대부분은 미국에서 살인사건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곳 중 하나인 캘리포니아 주 오클랜드의 빈민가의 살인 사건들로, 나는 피고 측 변호인들을 위해 일한다.
가끔 오클랜드가 사이공이나 테구시갈파(Tegucigalpa), 또는 가자 지구처럼 느껴진다. 일상의 기만, 적막한 두려움의 일상이 난데없는 참사로 찢겨지는 그런 곳. 오클랜드의 빈민가는 전쟁터나 다름없다. 어쩌면 이곳의 폭력사태는 기술 호황 덕택에 하루아침에 부유해진 동네들(1)에까지 번질 가능성이 있다. 평화로운 어느 날, 차를 몰고서 산 파블로 애비뉴를 따라 콜룸바 카톨릭 교회를 지나다가, 총에 맞아 목숨을 잃은 오클랜드 주민의 흰 십자가가 성당 앞마당을 빼곡히 채운 것을 볼 수도 있다.

사설탐정에 대한 기대와 오해들

내가 사설탐정이라고 말할 때마다 사람들은, “무고한 사람들을 사형선고로부터 구제해주나요?”, “전 배우자를 미행해 줄 수 있나요?” 또는 “어떤 총을 소지하고 다니나요?” 등의 질문들을 던진다. 그리고 그들은 대부분, 다음과 같은 내 대답에 실망한다.
우선, 내가 의뢰인들이 사형을 받지 않도록 돕는 것은 맞다. 그러나, 지금까지 내 피고인이었던 사람들은 아마도 어떤 식으로든 죄를 지은 사람이었을 것이다(대부분 그 죄가 무엇이었는지는 추측만 가능하다). 그들이 사형선고를 피할 수 있도록 도움으로써 나는 살인에 대한 사후 공범이 되는 것을 피할 수 있지만, 나의 피고인들은 종신형을 선고받고 교도소에서 삶을 마감한다. 그리고 나는 의뢰인이 죽이고 싶어 하는 그들의 전 배우자들을 몰래 감시하는 행위야말로 실제 살인보다 훨씬 추잡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마지막 질문에 대해 대답하자면, 나는 사격을 꽤 잘하지만 총은 소지하고 다니지 않는다. 그 이유는 그것이 총에 맞는 가장 큰 원인이기 때문이다. 
나는 잘 알려지지 않은 사건들을 담당한다. 살인, 절도, 강도 등의 혐의로 기소됐으나 변호사를 선임하거나 사설탐정을 고용할 돈이 없는 사람들과 관련된 사건들이다(돈을 받고 일한다고 볼 수도 있겠는데, 돈은 주 정부에서 준다). 이렇게 대답하면, 사람들은 하나같이 어떻게 살인자 변호를 도울 수 있냐고 묻는다. 여기에 로스쿨식 답변을 하자면, 헌법은 모든 이에게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형의 경우라면, 내 대답은 간단하다. 피고인이 그 어떤 행위를 했든(또는 하지 않았든) 사형제도에 반대한다는 게 이유다. 그러나 경찰에 의한 처형은 말할 것도 없고 불심검문, 인종 프로파일링, 강제적 양형, 사형제도 및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 난무하는 이 시대에 위 질문에 대한 정확한 대답은, “내가 도울 수 있는 건 없다”다. 결코, 진정으로 도울 방법은 없다.
나는 미국의 거대한 불공정 형사사법제도 내에 있는, 일개 구성원에 불과하다. 내게 일을 맡기는 변호사들 중 한 명은 자신을 “화분에 심어진 식물”이라고 말한다. 내가 맡은 피고인들은 유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기소된 혐의에 대한 죄를 지은 경우는 거의 없다. 그들이 실제 저지른 행위에 대해 유죄 선고를 받는 경우는 거의 없고, 공정하게 형을 받지도 않는다. 

언제든지 내 몸이 수색당할 수 있다면

얼마 전, 살인사건의 증인을 찾기 위해 막 오클랜드로 가려던 참에 유타주의 스트리프 소송사건과 관련한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의 반대의견이 이메일로 온 것을 봤다. 일전에 사형사건과 관련해서 함께 일했던 한 심리학자가 나에게 전달한 것이었다. 형사사법제도의 개혁을 희망하는 진보주의자 및 보수주의자들의 새 연대가 어느 정도의 진전을 이룰 것이라고 순진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스트리프 소송에 관해 읽어보길 바란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유타 주, 솔트레이크시의 한 경찰관이 메탐페타민 판매상들이 살고 있다는 정보가 입수된 가옥을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에드워드 조셉 스트리프가 그 집을 나섰을 때 해당 경찰관이 그를 불러 세워 심문 후, 그의 기록을 검색했다. 경찰관은 미납된 주차위반 딱지가 발부된 영장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스트리프의 몸을 수색했는데 그의 주머니에서 메탐페타민이 발견됐고, 그는 마약 소지혐의로 체포됐다.
이와 관련해, 미 대법원은 불법 수색으로 얻은 증거는 1939년에 펠릭스 프랑크푸르터 대법관이 언급했던 “독수독과(毒樹毒果)의 경우(2)가 아니므로 더 이상 배제돼서는 안 된다”고 판결했다. 불법적으로 얻은 증거라고 할지라도 법정에서 피고인에 불리하게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요약하자면, 새로운 시민권 운동의 주요 타깃인 불심검문과 인종 프로파일링이 미국 최상위 법원으로부터 막 승인 도장을 받은 셈이다. 
그러나 소토마요르 대법관은 제임스 볼드윈의 <다음 번에는 불>(3)을 환기시키고, 이에 더해 W.E.B. 두보이스, 타네히시 코츠, 그리고 미셸 알렉산더(4)의 말까지 인용해 반대했다. 그녀는 다음과 같이 반대의견을 썼다.
“법원은 오늘, 미 수정헌법 제 4조(5)의 권리를 위반한 경찰관의 행위에 대해 미납 주차위반딱지에 대한 영장을 발견했으므로 용서받을 수 있다고 판결하고 있다. 판결문의 전문용어들에 현혹되지 말라. 이 소송 판결로 인해서, 당신이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불시에 당신을 거리에 멈춰 세우고 신분증을 요구해 미납된 교통위반벌금과 관련한 영장이 없는지 확인할 수 있게 된다. 만약 경찰관이 납부를 잊고 있던 범칙금에 대한 영장을 찾아낸다면, 법원은 경찰관의 불법 검문을 용서해줄 것이고 해당 영장을 근거로 당신을 체포하고 수색한 결과로 얻게 된 그 어떤 증거도 법정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용인해줄 것이다. 미 수정헌법 제 4조는 그러한 위법행위를 금지하고 있으므로, 나는 이에 반대한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결론을 지었다.
“이번 소송은 경찰관이 언제라도 당신의 법적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을 백인과 흑인, 유죄 및 무죄인 자들을 포함한 우리 모두에게 말해주고 있다. 이에 따르면 당신의 신체는 수색 대상에 불과한 반면, 법원은 당신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를 용서해줄 뿐이다. 이는 당신이 한 명의 민주주의 시민이 아니라, 사람들을 분류해서 가둬두는 교도소와도 같은 국가에 종속된 주체라는 점을 시사한다. 우리는 보통 경찰의 타깃이 되는 많은 사람들이 우리와는 ‘동떨어진’ 자들이라고 여기면 곤란하다. 그들은 탄광 속의 카나리아와 같은 존재(6)로, 이러한 상황 속에서 그들의 사망(법률상의 사망 및 문자 그대로의 사망 모두)은 그 누구도 편하게 숨을 쉬며 살 수 없다고 경고하는 지표와도 같다.”

“갑자기 정신이 어떻게 됐었다”

소토마요르 대법관의 반대의견은 내가 맡은 피고인들의 일상을 여실히 반영하고 있다. 너무 가난한 나머지 자동차 보험에 가입할 수 없고, 미등을 고칠 수도 없으며, 주차위반 범칙금을 지불할 수도, 그린카드를 받을 수도 없다. 때문에, 그들은 항상 경찰관이 나타나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해 한다(앨리스 고프만의 <도주 중: 미 도시에서 보내는 도망자로서의 삶>이라는 명쾌한 연구는 필라델피아 빈민가의 상황을 정확하게 그려내고 있다). 나의 피고인들은 법정 기소 이전부터 이미 전쟁터와 다를 바 없는 곳에서 평생을 살아가야 할, 나름의 종신형을 선고받은 사람들이다. 그들은 경찰들과 동네 갱들 간의 싸움에 끼어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받거나, 때로는 사형을 받아왔다. 
스트리프 소송으로 인한 ‘허가된 검문’은 당신에게 미납된 주차위반 딱지와 같은 영장이 있다는 것을 경찰이 알게 되면, 속수무책으로 당신은 신체와 자동차를 수색당할 수 있다. 그리고 많은 빈곤층 인구가 손에 대는 대마초에 대한 불시 단속으로 이어질지도 모른다. 만약 이에 반항하거나 도주할 경우, 그 날 일진이 나쁘면 당신은 죽을 수도 있다(동네 깡패들이 뜯어가는 보호금을 내지 않겠다고 버틸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일단 체포된 후 변호사를 원한다고 말하면, 넘쳐나는 담당 사건들로 당신을 만나줄 시간조차 없거나, 당신이 법정에 서기 전에 관련 고소장조차 읽어볼 여유도 없는 국선 변호인이 선임될 것이다. 설령 무고하다고 해도, 심리까지 수주 또는 수개월, 재판받기 전까지 수년을 교도소에서 보내야 할 수도 있다. 반면, 지방 검사(DA)는 범죄 수사에 경찰국 전체를 동원할 수 있다(그러나 나와 종종 대립관계에 놓이는 오클랜드 경찰국의 살인사건 해결비율은 27%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그다지 가공할 만한 적수는 아니다). <이스트 베이 익스프레스(East Bay Express)>의 최근 조사에 의하면, 많은 오클랜드 경찰들이 페이스북 상에서 만난 미성년 매춘부들과 경찰차 안에서 섹스를 하느라 바빠, 살인 사건을 해결할 여력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DA가 증인 수색을 필요로 할 경우, 오클랜드 경찰국 소속 경찰관들은 종종 그들의 비밀 정보원들을 통해 증인의 행방을 알아내거나, 앞서 언급된 미납 주차위반 딱지관련 영장을 근거로 증인을 연행할 수 있다. 마약단속을 하겠다고 겁주거나 가석방이나 보호관찰 취소를 들먹일 수 있고, 계속 협조하기를 거부할 경우 그를 참고인으로 잡아둘 수 있다.
피고인은 운이 아주 좋을 경우, 나 같은 사람을 만나는 게 고작이다. 대부분의 피고인들은 조사관조차 배정받지 못한다. 이정표적 사건이었던 1963년 기드온 대 웨인라이트 사건(7)에 대한 대법원 판결은 가난한 피고인들에게 변호사 선임의 권리를 부여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조사관 배정에 대한 법적 권리는 어디에도 없다(사형 사건의 경우는 예외다). 그리고 DA와는 달리, 내게 이야기를 털어놓지 않아도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나는 아무런 강제력도 가지고 있지 않다. 하지만 나는 증인으로 나서지 않으려는 사람을 찾아내 증인을 서게 하는 사람으로 유명하다.
지난 10년간 나는 대부분 캘리포니아 북부 지역에서 발생한 사건들을 맡았는데, 내가 변호를 도운 수많은 피고인들 중 백인은 단 3명이었다. 피고인들은 미국의 교도소와 감옥에 만원으로 수용된 가난한 흑인들 및 히스패닉들과 마찬가지로 극빈자들이었다. 내가 함께하는 피고 측 팀들은 피고인이 기소된 행위를 과연 했는지, 그리고 왜 했는지를 추측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인간이라면 당연히 그렇게 한다. 그러나 만약 피고인이 혐의를 부인한다면, 모르는 편이 낫다. 나와 자주 일하는 사형 전문 변호사는 그런 추측을 배제하기 위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없어요. 제가 거기 있던 게 아니니까요”라고 한다. 왜 그런 행동을 했을까에 관해서는, 정신과 의사에게 진술 요청을 구해도 보통 도움이 되지 못한다. 수십 년에 걸친 범죄자 심리 연구는 종종, “갑자기 정신이 어떻게 됐었다”로 결론난다. 배심원단이 좋아할 문구는 아니지만 많은 피고 측 회의는 그렇게 결말난다.

정크푸드 섭취가 살인을 불렀다?

실제 재판에서는 어떤 일이 발생했는지에 대한 진위는 중요하지 않다. 증거의 진실만이 중요할 뿐이다. 빈곤, 인종차별, 절망적인 어린 시절 등으로 피고인을 변호할 수 있을까? 검사들은 오히려 이런 종류의 주장을 반긴다. 그들은 한껏 거만하게 아메리칸 드림을 운운하며 분노와 절망을 참아내고 살인 행위를 하지 않는 그 밖의 모든 가난한 자들을 예로 든다. 갑자기 이성을 잃지 않는 그 모든 사람들 말이다.
그러나 캘리포니아 주의 경우, 사형 사건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성을 잃게 만들 가능성이 있는 요인들은 애초부터 법정에서 인정되지 않는다. “정신 능력 감퇴” 변호는 전 샌프란시스코 시정감시관이었던 댄 화이트가 하비 밀크 시정감시관과 조지 모스콘 시장을 살해한 살인용의를 벗기 위해 정신미약을 이용한 후 1981년에 폐지됐다. 해당 사건 당시, 배심원들은 “트윙키 변호”(8)라는 이름으로 후에 유명해진 댄 화이트의 변호인 의견을 받아들였는데, 화이트가 정크 푸드를 많이 섭취해서 정신능력이 감퇴한 나머지 그 둘을 살해하기에 이르렀다는 주장이었다. 배심원들은 화이트가 시청 청사로 직접 그의 총을 가져갔고, 금속 탐지기를 피하기 위해 창문으로 기어 올라가 건물 안으로 들어갔으며, 모스콘 시장을 총으로 처음 쏜 뒤 총을 재장전 했다는 그의 살인 의도 및 계획의 증거를 모두 무시했다. 
요즘은 사형 사건의 형벌 결정 단계, 즉 배심원단이 이미 유죄라고 판결한 피고인에 대해 그가 사형 선고를 받을지,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받을지 결정하는 단계에서만 피고인의 변호사가 피고인이 살아온 열악한 삶에 대한 증거들을 내밀 수 있다. 그러면 배심원단은 피고인의 어린 시절 가정위탁, 그의 크랙 코카인 중독자 어머니, 교도소에 있어서 부재중이었던 아버지, 그를 거리 생활로 처음 인도한 그의 형 등등 피고인의 개인사를 심리할지도 모른다. 그 단계가 돼서야 배심원들은 피고인을 단순히 그가 기소된 범죄가 아닌, 한 인간으로서 그를 봐달라는 요청을 받게 되는 것이다. 변호인단은 검사가 제시한 피고인의 과장된 상반신 사진 및 그가 페이스북에 올린 총을 들고 자랑하는 사진을 화면 캡처한 것 대신에, 그의 여섯 살 생일 파티 때 우스꽝스런 모자를 쓰고 가족과 함께 찍은 사진들, 아장아장 걷는 아기와 그 엄마의 사진들을 보여주게 될 것이다. 

“공정하지 않죠. 그게 그들 방식인걸요” 

대부분의 배심원들은 이러한 변호를 달가워하지 않는다. 그저 변명을 늘어놓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이는 일종의 해명이다. 래리를 예로 들어보자. 그는 OG(9)인 50세 흑인 남성으로, 오클랜드의 가장 흉흉한 동네인 딥 이스트에서 찢어지도록 가난한 환경에서 자라왔다. 래리는 정신분열 증세를 보이고 있지만 제대로 된 정신과 치료를 받을 능력이 없었다. 그는 웨스트 오클랜드의 가장 빈곤한 저소득 주택단지 중 하나인 에이콘(Acorn)에서 그의 어머니와 같이 살고, 따로 살기를 반복해왔다.
그의 어머니는 동네 비행청소년들이 두려워 아파트 밖을 나가지도 못한다. 래리는 최근 예약 없이 방문 가능한, 저소득층을 위한 진료소에서, 지금까지 그가 목격한 모든 총격과 살인들로 인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앓고 있는 것 같다고 상담사에게 털어놓았다. 여느 수많은 빈곤 오클랜드 주민들과 마찬가지로, 그는 지하 경제에서 근근이 생계를 이어나가고 있는데, 그의 휴대폰으로 연락해오는 단골들에게 적은 양의 대마초를 팔고 있다. 휴대폰 덕분에 과거에 있었던 영역다툼 없이도 마약을 팔 수 있게 됐지만, 더 콘 지역은 ‘에이콘 몹(The Acorn Mob)’이라는 젊은 폭력배무리와 그들의 라이벌 ‘가스하우스 팀(The Gashouse Team)’의 관할 지역이다. 에이콘 몹은 총기나 마약으로만 돈을 버는 게 아니다. 이들은 래리와 같이 힘없는 판매상들의 돈도 뜯어 가는데, 이웃들에게 보호금을 요구하기도 하고 강도짓으로 노인들의 사회보장연금을 털어가기도 한다. 
빈민가에 살고 있는 다른 빈민들과 마찬가지로 래리도 항상 어깨너머로 누가 따라오지는 않는지 뒤돌아보는 습관이 있다. 아무 생각 없이 길을 걸어가다가 갱단의 습격을 받을 수도 있고, 경찰이 말을 걸어올 수도 있으며, 아니면 다른 사람의 싸움에 휘말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2012년 초, 위태롭게 절벽을 붙들고 있던 래리의 삶은 바닥으로 추락했다. 그의 형이 암으로 사망했고, 딸은 상당히 드문 형태의 응급실 의료 사고로 숨졌다. 그리고 그의 친구가 갱들의 싸움에서 총에 맞아 숨지는 것을 직접 목격했고, 그 또한 더 콘 지역 주변에서 그의 머리에 총구를 들이대는 강도를 당했다. 이런 와중에, 에이콘 몹은 래리와 같은 OG들에게 보호금을 내라며 더 강하게 압박해오고 있었다.
래리의 말에 따르면 이랬다. 2012년 8월 아침, 가장 악랄하기로 유명한 에이콘 몹 갱 단원 두 명이 더 콘 근처에서 래리를 따라와서는, 언제 OG 친구들로부터 돈을 걷어서 그들에게 갖다 바칠 것인지를 추궁했다. 그는 같이 있던 무리들과 함께 주택단지 타워에 있는 친구의 아파트로 몸을 숨겼다. 그곳에서 그는 친구들에게 협박당한 내용을 이야기했고, 그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를 논의하며 두려움을 진정시키기 위해 대마초를 피우고 마이 타이를 마셨다.   
그 날 오후 날이 어둑어둑해질 무렵, 래리와 그의 친구 아서는 블런트(대마초를 담배 속에 채워 피우는 것-역주)를 만들 목적으로 담배를 사러 동네 주류 판매점으로 나섰다. 가는 도중 오전에 그를 협박했던 두 명의 갱들이 돈을 빨리 내놓지 않으면 죽이겠다고 래리를 협박했다. 래리와 아서는 가게로 도망쳤지만, 한 명이 그들을 따라 들어왔고 나머지 한명은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래리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이성을 잃었다. 그는 아서가 호신용으로 지니고 있던 낡은 권총을 움켜지고 가게 밖으로 뛰어나갔다. 그에 따르면 총을 한 번 발사했다고 하는데, 그 두 명의 폭력배들을 쫓아내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했다. 그러나 래리의 한 발로 여기저기서 총알이 난사되기 시작됐다. 아서의 총이 먹통이 되자, 래리는 주류 판매점 안으로 다시 뛰어 들어갔다. 총격이 멈추자마자 래리와 아서는 그 동네를 떴다. 결국 그 난리 속에 에이콘 몹 소속 갱 한명이 총에 맞아 카운티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졌다.
몇 달 후 래리와 아서는 경찰에 체포됐다. 래리의 혐의는 살인, 아서는 중범죄자가 총을 소지했다는 것과 그리고 공범 혐의였다. 총격 희생자는 그의 사촌이 쏜 총에 잘못 맞아 사망했다는 소문이 동네에 돌았는데, 그 사촌은 래리를 따라 가게로 들어갔던 그 갱이었다. 희생자의 양아버지조차 나에게 그 소문이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건 당시 몇 명의 래리 친구들을 포함해서 가게 밖에 많은 사람들이 서있었는데도, 증인으로 나서는 사람이 단 한명도 없었다. 그들 모두 전과가 있었고, 마약을 하고 있었으며 경찰을 두려워했기 때문이었다. 희생자가 누워 있던 장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총 한 자루에서 나온 6개의 탄약통과 또 다른 총에서 나온 한 개의 탄약통이 발견됐으나, 총 두 자루는 모두 발견되지 않았다. 희생자는 “관통상”을 입었었는데, 이는 특정 총과 매치시킬 수 있는 총알 파편이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캘리포니아의 정당방위 및 자극 관련법들은 기준이 매우 엄격해서, 조지 지머만이 트레이본 마틴을 숨지게 한 사건과 관련 있는 플로리다 주의 ‘스탠드 유어 그라운드 법’(10)과는 성격이 다르다. 래리의 변호인은 맨 처음 총을 쏜 당사자가 래리이기 때문에(래리의 말대로 허공에 대고 총을 쐈다고 하더라도) 판사가 이를 정당방위로 보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고 판결할 것이라는 점을 우려했다. 그가 앓고 있을 가능성이 있는 PTSD, 최근 그의 삶에 닥친 끔찍하고 불행한 사건들, 오클랜드 빈민가에서 그가 받는 압박, 그의 정신이 대마초와 마이타이 주로 인해 미약해져있었다는 사실 등 이 모든 내용들은 캘리포니아 주의 법정에서는 상관없는 것들이다.
따라서 래리는 트윙키 변호의 혜택도 누리지 못했다. 배심원단은 그에게 두려움의 존재였다. 가난한 사람들 중에 자신의 동료가 배심원단에 포함된 사람은 아무도 없다. 빈곤층은 배심원의 의무를 이행하라는 요구를 거의 받지 않는다. 배심원 대상자 리스트가 투표 및 운전면허증 기록을 바탕으로 작성되기 때문이다. 도망자의 삶을 사는 빈민들 중에 투표를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또한 대부분 운전면허증도 소지하고 있지 않다. 
법정에 출석한다는 것은 경찰에게 불심검문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전에 피고인 측 증인으로 법정에 출석했던 사람이 법정 밖에서 증언차례를 기다리고 있다가 영장으로 구속된 적이 있었고, 또 다른 사람들은 재판받는 가족을 돕기 위해 법정에 섰다가 재판이 끝나고 경찰이 집에까지 따라온 적도 있었다. 래리와 같은 인생을 살아온 사람, 즉 마약 전과가 있거나(20세에 불과함에도), 오클랜드의 치열한 전쟁터에서 삶과 죽음을 직접 경험해본 사람을 배심원단에 앉힐 검사는 없을 것이다. 
래리는 강제적 양형을 두려워했는데, 이 제도는 판사가 특정인의 삶에서 정상참작 할 수 있는 요인들, 예를 들면 래리가 지난 20년간 전과가 없이 깨끗하고, PTSD를 앓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거나, 또는 더 콘 지역에서의 폭력적인 일상 등을 감안해서 형량을 달리할 수 있는 능력을 상당부분 제한한다. 이는 래리가 살인으로 유죄평결을 받을 경우 징역 25년에서 무기징역에 이르는 형에 처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단지 자기 자신을 방어했다는 이유로, 그리고 희생자가 누구 총에 맞고 사망했는지 조차 명확하지 않음에도, 총 한발을 쐈다는 이유로 말이다.
래리는 결국 그가 저지르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살인에 대해 죄를 인정했다. 그리고 우발적 살인에 내려지는 징역 12년의 의무 형량을 선고받았다. 사건이 일어난 8월 밤 주류 판매점에서 래리를 협박하고, 아마도 희생자에게 총을 쐈을 것으로 여겨지는 그 어린 에이콘 몹 갱은 얼마 지나지 않아 여러 건의 무장 강도죄로 체포됐다. 그리고 15년형을 선고받고 감옥에 갔다. 나는 래리가 복역을 위해 카운티 교도소를 떠나기 전에 그를 만났다. 나는 그를 변호하지 못했던 것에 대해 그에게 사과했다. 그는 내 노력에 감사하며 이렇게 말했다.
“공정하진 않지만, 그게 그들의 방식이잖아요.”   



글·주니스 코번 Judith Coburn 
사형 사건 전문 사설 탐정. <빌리지 보이스(Village Voice)>, <마더 존스(Mother Jones)>, <LA타임스>, <뉴욕타임스> 및 <톰디스패치> 등에 기고하는 저널리스트로 수십 년간 활동했으며, 10년 전부터 사립탐정이 돼 사형 사건들을 전문으로 다루고 있다.

번역·오정은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1) 오클랜드에 샌프란시스코가 인접해 있다.
(2) 독이 있는 나무의 열매에도 독이 있다는 뜻.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는 그 증거능력을 상실한다는 이론. 
(3) <The Fire Next Time>, 대표적인 현대 흑인작가 제임스 볼드윈(1924~1987)의 작품으로, 인종문제를 다루고 있다. 
(4) 소토마요르 대법관의 반대 의견에 인용된 사람들. W.E.B. 두 보이스(1868~1963)는 미국의 사회학자, 역사학자, 경제학자이자 인권주의자였고, 타네히시 코츠(1975~)는 저술가이자 기자로 흑인들의 이슈를 다루는 것으로 유명하다. 미셸 알렉산더는 오하이오 주립대 법대 교수로 민권 운동가이자 작가다. 
(5) 미 수정헌법 제 4조는 국민의 사생활 침해를 막는 법을 골자로 하고 있다.
(6) 과거, 환기시설이 없는 탄광에서 일했던 광부들은 독가스에 특히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진 카나리아를 데리고 탄광 속에 들어갔다. 카나리아가 이상한 징후를 보이면 유독가스가 있음을 알고 피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탄광 속 카나리아’는 이처럼 위험의 전조증상을 나타내는 용어로 쓰인다.
(7) Gideon v. Wainwright; 플로리다 주에서 절도 혐의로 체포된 기드온이 법정 변호사를 요구했으나 거부당했다. 그러나 연방대법원은 자력으로 변호사를 선임할 능력이 없는 피고인에게 주 정부가 반드시 변호인을 제공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8) Twinkie defense; 트윙키는 미국에서 판매하는 다량의 설탕이 든 빵으로, 사건 당시 화이트의 변호인은 건강한 음식을 섭취하던 화이트가 트윙키 및 기타 설탕이 많이 든 정크 푸드를 섭취해 정신능력이 감퇴했다고 변호하면서 ‘트윙키 변호’라는 말이 생겨났다.
(9) Original Gansta 또는 Old Guy의 줄임말, 보통 뒷골목에서 오래 지낸 흑인을 가리키는 속어.
(10) Stand your ground law; 2012년, 순찰을 돌던 자경단장 조지 지머만이 흑인 청년 트레이본 마틴의 행동을 미심쩍게 여거 총을 발사해 숨지게 한 사건. 조지 지머만은 이후 정당방위로 풀려났다. 그 후 정당하게 있을 수 있는 영역에서 위협받을 경우 상대방을 공격할 근거가 되는 ‘스탠드 유어 그라운드 법’이 큰 논란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