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이 신문을 집어삼킬 때

2016-09-01     마리 베닐드

미국의 AT&T에서 프랑스의 SFR에 이르기까지, 통신-미디어 융합 바람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통신-미디어 융합이란 유무선 통신 사업자가 경영난에 처한 신문이나 TV를 사들여 자사 통신선을 채울 콘텐츠를 확보하는 전략을 말한다. 그러나 이런 전략의 이면에는 매우 세속적인 문제가 감춰져 있다.

통신과의 융합이 신문의 미래일까? 지난 5월 프랑스 유수 이동통신사 SFR이 <리베라시옹>, <렉스프레스>, <렉스팡시옹>, <리르>, <레튀디앙> 등을 줄줄이 인수한 데 이어, BFM TV와 RMC의 지분 49%까지 확보하면서, 장마리 메시에가 비방디 유니버설(SFR은 본래 비방디의 자회사였지만 최근 알티스에 매각됐다-역자)의 명운을 손에 쥐고 있던 2000년대 유행한 화두, 통신과 미디어의 융합이 다시 새로운 테마로 뜨겁게 떠오르고 있다. 일례로 SFR은 ‘SFR 프레스’ 앱을 선보이며, 파트릭 드라이(SFR은 파트릭 드라이가 소유한 알티스의 자회사다-역자)가 소유한 이 통신사의 가입자 1천8백만 명을 상대로 (현재까지는 무료로) 뉴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점차 언론사가 독자보다는 광고주의 수익에 더 많이 의존하게 되는 상황에서, 이제 혹 언론의 안위는 유통사의 손에 좌우되는 것이 아닐까? 기존 고객을 붙들고 새로운 고객을 모집하는 데 혈안이 된 뉴스유통사의 손에?
2016년 6월 말, SFR 가입자 가운데 ‘SFR 프레스’ 앱을 다운 받은 고객은 모두 3백만 명으로 집계됐다. ‘SFR 프레스’가 서비스하는 매체도 <르 주르날 드 디망슈>, <르 파리지앵>, <미디 리브르> 등으로 널리 확대됐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은 실상 세금을 적게 내려는 꼼수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를테면 뉴스 콘텐츠 이용에 드는 비용은 전화·인터넷·TV 결합 상품 이용료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19.9유로인데, SFR은 수백만 명의 고객들에게 부과되는 이 3분의 2의 요금에 대해 기존의 20%가 아닌, 언론사에 적용되는 2.1%라는 낮은 부가가치세율을 적용받는다. 이런 묘수 덕에 SFR은 매년 수십 유로, 아니 수십억 유로에 달하는 비용을 절약할 수 있게 되었다.
사실 말이 좋아 융합이지, 미디어와 통신의 융합은 다른 한편으로 통신 사업자에 대한 의존도 증가를 의미한다. SFR은 미디어 콘텐츠를 제공함으로써, 기존의 고객을 붙들고 요금을 인상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한편 언론사는 광고주의 관심을 끌만한 고객층 확보에 열을 올리며 오히려 기존 독자의 이익은 점점 더 등한시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렇게 해서 언론사가 기사 다운로드로 손에 쥐는 수입은 기껏해야 몇 상팀이라는 푼돈에 지나지 않는다.
한편 이제는 SFR, 알티스미디어, 넥스트라디오TV(BFM TV, RMC 등)의 마케팅 대행업체들도 한 데 통합되는 추세다. 이것은 모두 프랑스 디지털 광고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을 상대로 몸집을 키우려는 몸부림이다. “SFR이 미디어 진출을 모색하는 이유는 단지 다른 기업과 차별화되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글로벌 4대 인터넷 공룡 기업 GAFA(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가 장악하고 있는 광고시장을 조금이나마 되찾아오기 위한 목적도 무시할 수 없다”라고 미셸 콩브 SFR 사장은 설명했다.(1) 앞으로 SFR 가입자 정보를 이용하면, 고객에게 개인별 맞춤형 광고를 제공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바로 이 점에 입각해, 넥스트라디오TV와 SFR미디어의 대표, 알랭 베일은 저널리즘의 중요성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개를 키우는 고객에게는 강아지 사료 ‘카니구’ 광고를, 고양이를 키우는 고객에게는 고양이 사료 ‘롱롱 ’광고를 내보낼 수 있게 될 것이다.”(2) 한편 그는 가입자 정보를 기반으로 많은 구독자를 모으거나 광고수익을 높일 수 있는 광고 및 동영상 유형을 선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트릭 드라이는 2019년까지 넥스트라디오TV의 전 지분을 매입할 수 있는 콜옵션 권리를 보유하고 있다. 권리 행사에 나서는 경우 그는 전국적 미디어 2개 이상을 소유할 수 없게 금지한 1986년 통신법을 위반하고, 전국적 차원의 일간지 1개와 주간지 1개, TV 채널 2개(BFM TV와 RMC 데쿠베르트), 그리고 라디오 방송 2개(RMC와 BFM 비즈니스)를 소유하게 된다. 여기에 더해 스포츠 채널과 친이스라엘 성향의 뉴스채널 i24뉴스도 소유한다.
미셸 콩브 사장은 방송 통신의 융합을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으로 간주한다. 이미 외국에서도 미디어와 통신이 융합되는 대대적인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지 않은가? 가령 영국 텔레콤(BT)은 영국 축구 리그 중계권을 확보하고 온라인상에 자사 스포츠 채널을 방영하고 있다. 또한 루퍼트 머독이 소유한 위성방송 스카이도 초고속 인터넷 방송을 선보이고 있다. 한편 미국에서는 케이블사업자 컴캐스트가 2011년 NBC 유니버셜에 이어 스티븐 스필버그가 공동창립한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를 인수했다. 또한 AT&T도 2015년 위성 방송 다이렉TV를 손에 넣었고, 미국의 이동통신사 버라이즌도 지난 7월 야후를 집어삼킨 데 이어 아메리카온라인(AOL)을 차지했다. 한편 2013년 2억5천만 달러에 <워싱턴포스트>를 인수한 아마존의 창립자 제프리 베조스도 프리미엄 서비스(일명 ‘프라임’ 서비스, 연간 이용료 99달러)를 이용 중인 5천만 명의 가입자에게 <워싱턴포스트> 기사를 6개월 간 무료(6개월 이후에는 3.99달러) 구독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스티브 힐스 <워싱턴포스트> 사장은 “‘프라임’ 서비스를 통해 신규 가입자에게  <워싱턴포스트> 기사를 자유롭게 읽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면, 이전에 우리 신문을 읽어본 적이 없는 전국의 수백만 명의 회원과 접촉할 수 있다”고 말했다(2015년 9월 16일자 <가디언>). 2014년 <워싱턴포스트> 무료 구독앱은 아마존 태블릿 ‘킨들 파이어’용으로 개발됐다. 디지털 구독자가 1년 사이 63% 증가한 <워싱턴포스트>는 이제 월 순방문자 7천만 명을 기록하며 <뉴욕 타임스>를 앞지르는 쾌거를 올리기에 이르렀다. 독점과 탈세 등의 문제로 공정거래위원회와 국세청의 주목을 받고 있는 베조스는 <워싱턴포스트>를 인수함으로써 연방정부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단을 확보했다. 2015년 12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도 홍콩의 영문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를 인수하며 시진핑 정권 내 신흥 특권층(노멘클라투라)의 특전을 누리고 있다.
2015년 5월 프랑스 의회 경제위원회에 출석한 파트릭 드라이는 “종이언론과 모바일 사이에 대대적인 융합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프랑스의 SFR과 뉘메리카블, 이스라엘의 핫 텔레콤, 포르투갈 텔레콤, 미국의 서든링크 커뮤니케이션을 줄줄이 소유하고 있는 그는 당시 의원들 앞에서 미디어 투자 배경을 이렇게 소개했다. 신문사를 살려달라는 한 언론인의 부탁 때문에 <리베라시옹>의 지분을 보유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같은 경위로 그는 SFR 투자 자금의 ‘천분의 일’밖에 되지 않는 1천4백만 유로를 이 신문사에 투자했다. 그러나 알티스의 회장인 그가 <리베라시옹> 인수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실은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의 부탁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과거 그는 그저 단순한 통신 재벌이 아니었다. 아르노 몽트부르 경제장관(생산성재건장관)이 지적한 바와 같이 “스위스 거주자”이자 건지섬에 등록된 개인지주회사를 소유한 “탈세 문제”가 의심되는 인물이었다.(3) 그러니 친정부 성향의 일간지를 구원해주는 것이 결코 어리석은 장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그는 금세 간파했을 것이다. 더욱이 그는 정부가 지분 23%를 보유하고 있는 유수 이동통신사 오랑주가 두 눈을 부릅뜨고 견제하고 있는 상황에서 프랑스 내 통신 사업의 기반을 단단히 다지기를 원하고 있던 터였다. 뿐만 아니라 민영 통신사들은 대개 정부의 엄격한 규제책 도입을 꺼리기 마련이다. 가령 ‘디지털 격차’를 명분으로 수익도 나지 않는 지역에 초고속 통신망을 깔아야 하는 불상사를 어떻게든 피하고 싶어 한다.
사실 드라이가 절대적으로 미디어 통신을 융합해야겠다고 하루아침에 마음먹은 것은 아니다. 넥스트라디오TV에 이어, 2015년 9월, 뉴욕 지역에 ‘뉴스12’와 지역일간 <뉴스데이>를 유통해오던 미국 케이블업체 케이블비전에 대한 인수 소식이 알려지면서, 비로소 통신과 콘텐츠의 결합이라는 멋진 스토리가 탄생했다. 미셸 콩브 SFR 사장은 “미디어 덕분에 통신사는 한층 더 차별성을 갖추게 될 것이고, 매력적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역으로 미디어는 통신사가 지닌 유통 능력의 도움을 톡톡히 누리며, 디지털 혁신을 가속화할 수 있을 것이고, 고객이 제공한 정보를 기반으로 개인별 맞춤형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호언했다.(4) 그러나 이런 허울 좋은 명분을 내세운다고 해서 그 이면에 감춰진 현대 기술자본주의라는 세속적 현실이 완전히 가려지는 것은 아니다. 사실상 그들이 흡수 합병에 나서려는 진짜 속셈은 규모를 키워 대출 여력을 확대하려는 것뿐이다. 말하자면 드라이의 경우, 일단 자금을 차입하고, 인수 기업들의 수익을 가지고 채무를 갚을 생각인 것이다. 가령 BNP 파리바, 골드만삭스 등의 채권자들은 리스크가 큰 대형 고객이 미칠 수 있는 여파를 결코 등한시하지 않는다. 그래서 지난 4월 드라이는 높은 부채 비율로 인해 7%가 넘는 고금리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2015년 6월 BFM 비즈니스 온라인 사이트에는 “4백억 유로, 파트릭 드라이의 기절초풍할 채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리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드라이의 인수 소식이 알려지면서, 몇 개월 만에 똑같은 매체는 “알티스, 아메리칸 드림을 좇는 드라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으며 얼굴색을 싹 바꿨다.
통신재벌 드라이는 특히 인원 감축, 공격적인 노동자 관리, 규모 경제 추진 등으로 미디어계에 남다른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가령 올 7월 5천 명 규모의 SFR 감원 발표가 대표적인 예다. 그는 통신사를 통해 TV, 라디오, 신문 등을 흡수함으로써 1백만 명에 달하는 가입자 이탈에 따른 손실을 상쇄하고, 9억7천만 유로에 이르는 이익을 알티스에 안겨주려고 한다.
반면 태양을 향해 날아올랐다 이미 날개를 데인 자들은 이런 전략에 그다지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대표적인 예가 오랑주다. 가령 오랑주의 대표 스테판 리샤르는 전임 경영자들의 전략에서 완전히 등을 돌려버렸다. 그동안 전임자들은 연간 2억 유로라는 거액을 주고 2008~2012년 프랑스 축구 리그 중계권을 사들이는가 하면, 영화 스튜디오를 통해 영화 부문에 투자하며 카날플뤼스와 경쟁을 펼치려고 했다. 그러나 2009년 공정거래위원회는 오랑주사에게 자사 가입자에게만 스포츠, 영화, 드라마 채널을 제공하는 것을 금지했다. 여전히 오랑주는 연간 5억5천만 유로를 콘텐츠 사업에 투자하고 있지만, 주로 20여 편의 영화 제작이나 드라마 배급에만 주력하고 있는 실정이다.
<르몽드>와 <롭스>의 공동소유주 자비에 니엘이 창립한 일리아드 그룹(프리모바일)도 미디어 통신 융합 전략에 반기를 들기는 마찬가지다. 그는 방송 통신의 융합은 오로지 독점 콘텐츠를 제공할 때에만 이익이 된다고 본다. 그러나 문제는 독점 콘텐츠 제공이 규제 기관의 철퇴를 맞기에 딱 좋다는 것이다. 가령 최근 프랑스 공정거래위원회(경쟁청)는 카날플뤼스에게 카타르 비인스포츠 방송에 대한 독점 방영권을 불허해버렸다. 마찬가지로 미디어프로에 대해 독점 방영권을 원했던 텔레포니카 역시 최근 스페인에서 똑같은 고배를 마셨다. 
프리모바일은 콘텐츠 서비스 제공과 관련해 제휴를 맺는 쪽을 더 선호한다. 또한 미디어계에서 차지하는 높은 위상에 기대어 입맛에 맞게 유통 콘텐츠를 선별하기를 원한다. 가령 유튜브 동영상 서비스가 자사에 과도한 트래픽 이용료를 부담시키는 데 대한 항의의 표시로, 유튜브 광고를 차단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니엘은 “결국 중요한 문제는 저널리즘이 부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느냐 없느냐하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5) 한편 그 외에도 제대로 다뤄지기 힘든 또 다른 문제점이 있다. 바로 거대 미디어가 국가의 강력한 규제를 받는 산업을 장악할 경우 가질 수 있는 막대한 정치적 영향력이다. 
한편 부이그 그룹도 이들 기업과 비슷한 노선을 견지한다. 부이그도 TF1 콘텐츠를 모바일 통신 사업의 수익 원천으로 삼는데 특별히 목을 매지 않는다. 반면 방송의 힘이 지닌 위력에 기대어 의회의 위원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통신관련 법규 제정에 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한편 볼로레 그룹은 비방디(카날플뤼스, 데일리모션, 유니버셜뮤직)를 장악한 데 이어, 미디어셋과 이탈리아 유료 방송 부문 인수를 위한 협약을 맺었으며, 이탈리아 텔레콤의 지분 24.9%와 스페인 텔레포니카의 지분을 소액 매입했다. 그러나 정작 현지의 복잡한 법 규정으로 인해 동일한 콘텐츠를 다양한 통신 경로(각 경로별로 현지의 관할 기관이 천차만별이다)로 유통하는 데는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비방디 그룹은 프랑스의 SFR, 브라질의 GVT와 결별한 후에도 여전히 통신사에 대한 지분 참여를 지속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카날플뤼스나 유니버설의 콘텐츠 유통에 관한 제휴 협정을 위한 목적이 더 크다. 뱅상 볼로레에 따르면, 비방디, 카날플뤼스, 데일리모션, 유니버설 간의 시너지 작용은 한계가 있다. 더욱이 비방디의 전임 회장마저 이제는 방송 통신 융합의 한계를 시인하기에 이르렀다. “현재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출현으로 미디어와 통신의 융합은 구시대적인 발상이 되어버렸다. 융합의 본질은 유비쿼터스에 있다.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진실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내가 원하는 것을 내가 원할 때 원하는 곳에서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요컨대 이제는 시대의 조류가 완전히 뒤바뀌어버린 것이다. 이제는 자사의 통신망에 고유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보다는 어디서든 실시간으로 뉴스를 읽거나 동영상을 시청할 수 있도록 이동 기기의 요구에 부응하는 편이 훨씬 더 중요해진 것이다. 그렇다면 콘텐츠의 질은 어떠할까? 사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그다지 기업가들은 관심이 없다. 확실히 이 점에 있어서만큼은 모두가 한 마음 한 뜻으로 ‘융합’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글·마리 베닐드 Marie Bénilde
언론인. 주요 저서로 <뇌를 살 수 있는 시대>(Raisons d'agir·2007)가 있다.

번역·허보미 jinougy@naver.com
서울대 불문학 석사 수료.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 
 
 
(1) <르 피가로>, 파리, 2016년 6월 1일.
(2) 기자회견, 2016년 4월 27일.
(3) <유럽 1>, 2014년 3월 14일.
(4) ‘SFR 융합에 나서다’, 2016년 7월, http://communication.sfr.com.
(5) <폴카>, 파리, 014년 2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