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방과 사랑에 관하여

[서평] <잔지바르, 영원히 안녕>, 압둘라자크

2010-01-06     데니 라페리에르

이스트엔드는 영국 런던에서 인도인이 많이 모여 사는 동네다. 이곳에서 살면서 작품을 출간하거나 생존해 있는 인도 작가들 가운데 조에 비콤, 자말 마훕, 느구기 와 티옹오 혹은 압둘라자크 구르나흐처럼 재능에 비해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 몇몇 있다. 

<파라다이스>라는 소설로 1994년 서점 직원들의 추천상을 받은 압둘라자크 구르나흐의 작품은 갈라아데 같은 파리의 소규모 출판사들의 정성스러운 작업에 힘입어 프랑스어로 번역 출간되고 있다. 비로소 구르나흐의 화려한 묘사가 돋보이는 작품을 프랑스어로 읽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구르나흐는 1948년 탄자니아 잔지바르에서 태어났다.

구르나흐는 최근 출간한 <잔지바르, 영원히 안녕>에서 복잡한 정체성, 사랑, 배신, 복수, 혼란스런 기억 문제를 다루고 있다. 초반 부분부터 독자는 조지프 콘래드에 비견될 만한 영국인 모험가 마틴 피어스와 젊고 아름다운 잔지바르 출신의 여성 레하나의 로맨스를 만나게 된다. 두 사람의 로맨스는 지극히 고전적이지만 매력적이다. “그는 그녀가 웃음을 터뜨리길 기다렸다. 그때 그녀가 그에게 키스를 하며 바르르 떨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여러 가지 감정이 투영되었다. 눈은 빛처럼 반짝였고 입술 모양과 그 입술이 만들어내는 미소는 그에게 고통을 주었다. 간혹 한순간에 모든 것이 죽은 듯하고 그 순간은 길게 지속되다가 사라졌다. 마치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기억처럼 말이다. 그는 기억을 간직하는 한 그 순간의 느낌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처음으로 맛본 그녀의 입술, 자신에게 안겨오며 밀착되던 그녀의 허벅지, 자신의 목을 두르던 그녀의 손. 그는 이 모든 것을 기억할 것이다.”

하지만 이 소설은 두 사람의 사랑이 당시 시대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깨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영국인 마틴 피어스가 레하나와 미친 듯한 사랑에 빠지게 되면 임신한 연인을 버려야 하고 그렇게 되면 계속 좋지 않은 소문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된다. 저자 구르나흐는 두 주인공의 사랑과 욕정이 당시 식민지배 사회에 미칠 파장을 묘사하고 있다. 부드러운 문체와 절제된 이야기 형식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글•데니 라페리에르 Dany Laferrière

번역•이주영 ombre2@ilemond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