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팔라치 언덕에서 깨진 모훠크족의 유토피아

[서평] <마니투아나>, 우밍 지음 外

2010-01-06     마르크올리비에 브헤르

1775년, 이로콰이어랜드(Iroquirlande)는 자신의 운을 믿고 싶었다. 모훠크 강가에 살던 모훠크족은 이로콰이어랜드를 구성하는 6개 종족 중 하나였다. 모훠크족은 백인과 문화를 섞으려는 시도를 했다. 족장의 딸로서, 인디언 관련 업무를 담당하던 윌리엄 존슨과 결혼해 과부가 된 몰리 브란트도 이런 모훠크족 중 한 명이었다. 몰리는 아일랜드 이주민이 모훠크족과 가까워지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결국 아일랜드 백인은 모훠크족 사냥꾼의 방식을 따라 숲에서 사냥을 하게 된다. 미국인 농장주 조나스 클뤼그는 자신의 땅을 아팔라치 서쪽으로까지 넓히고 싶어하지만, 영국 왕실은 이곳을 이로콰이어랜드 6개 종족의 소유로 남기고 싶어한다.

이로콰이어랜드 6개 종족은 7년 전쟁 때 영국군과 격렬하게 맞선 적이 있다. 하지만 조나스는 인디언들이 구시대의 악취를 풍긴다고 여긴다. 여러 사건이 일어나면서 모훠크족은 영국인을 도와 미국 독립세력에 맞서 싸우기로 한다. 아일랜드 및 스코틀랜드 농부와 자신의 종족이 이룬 ‘혼혈 세계’를 지키기 위해서였다. 모훠크족이 봤을 때 미국 독립세력보다는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 농부가 훨씬 더 호의적이었다. 하지만 전쟁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전개되고 모훠크족은 날로 사나운 존재가 되어버린다. 약해질 대로 약해진 영국 왕실은 이 전쟁에서 패하고, 과거 동맹자였던 모훠크족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고도 아무런 손도 쓰지 못했다. 마침내 모훠크족은 고향 땅을 버리고 캐나다 세인트로렌스 근처로 이주해 지금도 살고 있다. 모훠크족의 역사는 미국 건국 신화에 가려져 철저히 파괴되었다. 그러나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더 큰 재앙이 기다리고 있었다. 미국이 국가의 기틀을 다지고자 인디언들을 끔찍하게 학살한 것이다.

저자 우밍이 잊혀진 인디언들의 역사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역사적인 이 이야기를 통해 브란트와 클뤼그, 몰리의 오빠이자 인디언 전사의 대장 조지프 브란트, 전설적인 또 다른 모훠크족 전사 필립 라크루아를 현실 속에 다시 끄집어낸다. 이들이야말로 역사적인 인물이기 때문이다. 인디언들은 순수한 마음을 가졌지만 백인에 의해 철저히 짓밟혔다. 전쟁과 공포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저자가 잊혀진 인디언들의 이야기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로콰이어랜드는 세계를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이 세상 사람이 아닌 여러 유령이 동원되어 책에 등장한다. 등장인물들은 각 길목에 서서 각자 자신의 길을 간다.

저자 우밍은 역사의 주인공들이 가진 서로 다른 시각이 얽혀 있는, 여러 목소리가 담긴 강력한 이야기를 썼다. 이전의 평범한 사건 나열을 거부한 이 책은 오히려 매우 잘된 대중적 에세이 형식을 취한 소설이다. 작가 5명이 ‘우밍’이라는 필명으로 이 책을 발표했다. ‘우밍’은 중국어로 ‘무명’을 의미한다. 5명의 작가가 이런 필명을 사용한 것은 요란한 언론의 덫을 피하고, 인터넷 사이트(www.wumingfoundation.com)에서 작품 이야기만을 전하고 싶어서다. ‘마니투아나’ 배경 음악은 무료로 다운로드받을 수 있고 소설 속에 등장하는 주요 무대는 구글 어스를 통해 가볼 수 있다.

글•마르크올리비에 브헤르 Marc-Olivier Bherer




CIA의 충격팀
   헤르난도 칼보 오스피나 지음
쿠바, 베트남, 앙골라, 칠레, 아르헨티나, 니카라과, 이란-콘트라 게이트…. 누가 정한 명단일까? 바로 미중앙정보국(CIA)의 충격팀이다. CIA 충격팀은 미국이 해외에서 가장 어려운 일을 처리하기 위해 창설한 팀이다. 1954년에 과테말라의 쿠데타를 시작으로 활동한 CIA 충격팀은 그 후 라틴아메리카에서 만연한 군사 쿠데타 문제에 관여했다. 저자는 CIA 충격팀이 한 나라에 혼란을 불러오고 정권을 뒤집고 새로운 정권을 세우기 위해 어떤 수단을 사용했는지 철저히 분석한다. 이를 뒷받침할 만한 자료들이 많이 인용되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인도차이나에서 칠레, 콘트라 게이트 스캔들까지 주모자들이 동일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미국 자신의 이익에 따라 바람직한 테러리스트와 악랄한 테러리스트가 정해진다. 충격팀은 과거의 유산이 아니다.  일부는 여전히 요직을 차지하고 있다.
 
자본주의 vs 세계
    에밀 H. 말레 지음
부제는 ‘돈의 장막 붕괴’다. 경제학자이자 정치 기자, 정신분석가인 저자는 경제위기에 대해 남다른 비판을 내놓으며, 현재 경제위기로 일반인들이 얼마나 불안해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특히 현대 자본주의가 실제로 얼마나 여러 가지 면에서 발목을 잡는 존재인지를 상세히 밝힌다. 또한  비만증에 가까운 지나친 보건 지출이 어떤 식으로 의사와 환자의 소통을 줄여버렸는지를 보여준다. “가치 없는 세상은 불만족스럽고 당혹스러운 정책만을 양산할 뿐이다.” 저자의 주장이다.

 
 
민주주의의 테러화
   클로드 기용 지음
제목은 도발적이다. 하지만 저자는 법치국가의 정당성 자체에 도발적인 의견을 제시하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저자는 법치국가가 계급의 지배를 정당하게 한다는 이론을 인정하지 않으며 법령, 형법, 이를 지지하는 유럽의 결정으로 경찰국가도 정당성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정당하게 유지되는 법치국가를 꿈꾸는 것이다. 아울러 저자는 민주주의를 뒷받침하는 인권이 지켜져야 함에도 얼마나 많은 인권 탄압이 이루어졌는지 어마어마한 목록을 제시한다. 저자는 이탈리아 철학자 조르조 아감벤의 말을 인용해 이렇게 주장한다. “현재 반테러법을 더 이상 반민주주의적이라 보지 않고, 시스템을 제대로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문제다. 그 시스템이란 노동 착취(샐러리맨)이다.” 법치국가라는 이름으로 이루어지는 비민주적인 행태가 문제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