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와 워싱턴의 끈끈한 밀애

[Spécial] 오바마 1년

2010-01-07     이브라임 와르드

 

10년간 <뉴욕타임스>의 ‘인수·합병’ 칼럼을 맡아온 앤드루 로스 소킨은 출입기자 신분을 이용해 오랫동안 월가와 워싱턴에서 자료를 수집해왔다. 소킨은 그동안 수집한 자료를 바탕으로 2007~2008년 금융위기에 대한 상세한 보고서라 할 만한 책을 펴냈다. 이 책 속에는 금융계 주요 인사 200명에 대한 인터뷰 자료뿐 아니라 전자우편, 노트, 개인 서류까지 실려 있다.(1)

소킨은 금융위기 과정에 상세한 해설을 붙여 멋진 스릴러물을 완성했다. 그 스릴러의 결말은 이미 모두가 알고 있는 그대로다. 그의 저서는 폭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가령 긴급하게 결정된 계획으로 알려진 부실자산구제프로그램(TARP)이 실은 5년 전부터 미 재무부에 의해 준비되었다는 사실에서부터, 2008년 여름 모스크바에서 골드만삭스의 이사들이 전 골드만삭스 사장 행크 폴슨 재무부 장관과 우연히 만나 나눈 대화까지. 소킨은 금융계에서 횡행하는 수많은 책략과 계산을 치밀하게 재구성함으로써 월가의 ‘문화’를 재조명하고 있다.

또한 보험회사 AIG 구제를 구실로 은행들의 신용파생상품(2) 손실액을 전액 보상해준 예는 금융계 인사와 정치인들이 어떤 이데올로기와 가치를 공유하며 어떻게 서로를 묵인해주는지 보여준다. 이들의 스타일은 한마디로 건전하지 못한 사고에서 비롯되었다. 가령 쉽게 욕설을 내뱉는다든지, 진부한 대책을 내놓고는 권위적으로 밀어붙인다든지, 끊임없이 직장을 옮겨다닌다든지 하는 행태가 만연해 있다. 시스템 내부를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들은 보수와 상여금에 대한 집착으로 가득 차 있다. 미 재무장관은 구제자금 제공을 대가로 한 기업들의 부분적 국유화 조치를 협의하기 위해 9명의 금융계 거물을 소집했다. 이 중요한 회의석상에서, 메릴린치를 벼랑까지 몰고 간 장본인 존 테인 사장은 재무부 직원들에게 “그 대가로 당신들은 우리 사장들에게 뭘 제공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금융의 귀재들이 제한된 리스크로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시대를 열었으며 미국식 금융기법이 전세계의 보편적 모델로 기능하게 되었다”는 식의 생각은 금융위기로 인해 그 생명을 다했다고 소킨은 말한다. 그러나 더 두고 봐야 할 일이다. 규제 시스템의 정비가 늦어지고 있다. 많은 수당과 함께 배당금을 챙기는 사람들도 있다. 위기를 초래한 장본인들은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았다. 소설 <치타>(Il gattopardo)에서 판크레디가 한 말처럼, 현 상태를 바꾸지 않으려면 모든 걸 바꿀 필요가 있었는지 모른다.

 

글•이브라임 와르드 Ibrahim Warde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경제담담 기자

번역•정기헌 guyheony@ilemonde.com

<각주>
(1) Andrew Ross Sorkin, <Too big to fail: the inside story of how Wall street and Washington fought to save the financial system from crisis - and themselves>, Viking, New York, 2009, 600 pages, 32.95 dollars.
(2) 신용파생상품은 신용 관련 리스크의 일부 혹은 전부를 이전시킬 수 있는 수단 중 하나로 서브프라임 위기의 주원인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