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페놀'이 일으킨 지역참사…안일한 대처에 오염도 8700배 초과
2016-10-14 최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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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릉시 옥계 포스코 마그네슘 제련공장 페놀 유출사고가 발생한 지 3년이 지났지만 정화작업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지 않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
강릉시 옥계 포스코 마그네슘 제련공장에서 발생한 페놀 유출사고가 발생한 지 어느덧 3년이 지났다. 포스코의 정화작업 효과 논란이 지속적으로 일면서 지역주민은 물론, 환경단체와 환경전문가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포스코의 페놀 유출은 지난 2013년 6월 강릉시 옥계면의 주수천 교량공사현장에서 터파기 작업 중 검붉은색 물이 발견되면서 세상에 드러났다. 이 현장에서 200m 떨어진 포스코 옥계 마그네슘 제련공장에서는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난 6월 10일 강릉시에 오염신고서를 제출했으며, 그로부터 일주일 뒤 이 검붉은색 물의 정체가 맹독성 오염물질인 페놀로 밝혀진다.
당시 강원보건환경연구원에 따르면 지하수 오염도를 분석한 결과 페놀 2307mg/kg으로 지하수 수질 기준치의 46만 배가 오염된 것으로 드러났다.
포스코는 2014년 9월에 있었던 주민설명회에서 ‘마그네슘 제련공장 토양‧지하수 정화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토양정화는 2014년 6월부터 2018년 6월까지 4년간 진행하며 지하수정화는 2014년 9월부터 2025년 9월까지 자연정화하게 되는 것이었다.
또한 같은 해 10월에는 포스코 김현덕 상무가 직접 주민설명회에 참여해 옥계지역 주민들의 고충을 직접 듣고 그 해결방안을 공유했다.
그는 향후 4년을 기점으로 약 900억원을 투입해 오염 토양 및 지하수 정화를 집중적으로 처리해나가겠으며 언론 및 방송 보도관련 지역 농‧수산물 및 지역 브랜드 가치 하락에 대책을 강구해나가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2014년 6월 옥계지역 페놀유출사고로 인해, 붕어가 떼죽음 당하고 같은 해 8월에는 금진 해변에서 대규모 조개가 폐사하는 등 생태계 파괴가 막심했다. 또한 페놀이 지역주민 인체에 4~5배 검출되는 등 피해 주민들이 속출했다.
페놀 유출, 자연정화 '왠말'…유태인 학살 때 나치가 사용한 독극물
포스코는 2014년 8월 옥계 지역 페놀 유출 정화계획을 강릉시에 제출한다. 하지만 환경전문가들과 시민단체는 이 정화계획에 대해 ‘엉망진창’이라고 표현했다.
환경운동연합 박창근 교수는 2014년 당시 언론인터뷰에서 “차수벽(오염 확산을 막기 위해 설치한 차단벽) 내부에 대해서만 정화작업이 진행되고 차수벽 외부는 자연정화에 맡긴다는데, 말이 ‘자연정화’일 뿐 사실상 방치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하며 포스코의 정화작업 계획에 우려를 나타냈었다.
당시 포스코는 차수벽 내부에는, 오염된 토양을 직접 퍼내 세척하는 ‘토양세척법’과 오염된 토양을 약품을 통과시켜 씻어내는 ‘지하수정화법’을 계획했다. 하지만 효과가 좋은 토양세척법을 20~30%의 토양만 한정시키고 나머지는 지하수정화법을 쓰는데 이는 효과가 극히 낮다고 알려져 있었다. 박 교수는 포스코가 약속한 정화기간인 11년이 지나도 30~40%의 토양만 정화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사고발생 3년 후 정화작업 효과 입장 극명하게 갈려
차수벽 외부 “기준치 오염도 8700배 초과” vs “기준치 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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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운동연합은 포스코 시료를 분석한 기관인 농어촌공사로, 정화작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 경우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객관적이고 공정한 분석이 가능한지에 대한 의문을 나타냈다.(사진제공=뉴스1) |
강릉환경운동연합(대표 박창근)은 올해 9월 옥계 포스코 마그네슘 제련공장을 방문해 토양과 지하수 시료를 채취해 분석한 결과, 차수벽 외곽지역의 토양과 지하수에서 기준치를 넘는 페놀이 검출됐다고 지난 13일 밝혔다.
서울대 농생명과학공동연구원(NICEM)에 따르면 차수벽 외곽지역에서 채취한 토양에서 페놀이 75㎎/㎏이 검출돼 1지역 오염기준인 4㎎/㎏보다 19배가 넘는 수치가 나왔고, 지하수에서는 45.5㎎/L의 페놀이 나왔다. 이는 지하수법서 규정한 기준치 0.005㎎/L보다 무려 8700배가 넘는 오염수치다.
하지만 포스코는 동일한 옥계지역에서 시료를 채취해 분석을 진행했지만 페놀이 검출되지 않거나 검출되더라도 기준치 이내로 검출됐다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환경운동연합을 통해 밝혔다.
환경운동연합은 포스코 시료를 분석한 기관이 농어촌공사인데, 정화작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 경우 책임을 져야 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객관적이고 공정한 분석이 가능했을지에 대한 의문을 나타냈다.
박창근 교수는 언론인터뷰에서 “포스코 옥계공장 페놀 유출 사고는 단일지역 내 최대 페놀유출 사고임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지자체의 묵인 하에 포스코가 오염 토양 정화사업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고 오히려 자료를 조작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앞으로의 오염사고를 막기 위해 객관적인 기관을 선정해 추가 정밀조사를 실시하고 그에 따른 정화계획서를 재작성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14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포스코 관계자는 “현재 포스코에서 실시하고 있는 정화작업이 ‘나름’ 효과가 있다고 보고 있다”며 차수벽 너머 오염도와 환경운동연합과 포스코가 발표한 오염도 차이에 대해서는 “검사기관 사이에 데이터 차가 있을 수 있고 신빙성도 알 수가 없는 부분이다”라고 답변했다.
그는 “정화사업을 안 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열심히 진행 중인데 해명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 하겠다”고 말했다.
세계적 환경친화 기업 포스코 민낯…환경파괴기업 낙인?
글로벌 지속가능성 평가기관인 CDP는 올해 포스코를 전세계 철강기업 중 탄소배출 저감 등 기후변화 대응 능력이 가장 우수한 철강사로 선정했다. CDP는 매년 전세계 14개 철강사를 대상으로 기후변화 대응 성과를 평가하고 있다.
이번 CDP 평가에서 포스코는 온실가스 및 에너지 원단위 감축 노력, 파이넥스 상용화, 폐열 활용 기술개발 등의 성과를 인정받았다.
하지만 포스코는 CDP 인증과는 반대로 옥계 페놀 사태 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 심각한 환경문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포스코가 인도네시아 팜 오일 농장 조성을 하면서 인도네시아 열대우림을 ‘불법적으로 파괴’한다는 이유로 ‘뉴질랜드 노후 펀드’를 비롯, 포스코에 투자한 해외 펀드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뉴질랜드 녹색당과 전 세계 환경운동단체들이 포스코의 환경파괴를 저지하기 위해 이 펀드들에 압력을 가했고 이어 문제의 심각성이 불거진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해에는 인도네시아 팜오일 농장 개발 사업에 따른 ‘심각한 환경훼손’을 근거로 노르웨이 국부펀드가 철회됐다.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환경파괴나 무기를 생산하는 기업에 투자하지 않는다.
이뿐 아니라 포스코는 2009년 광양제철소 동호안 폐기물 매립지의 제방 도로 붕괴에 따른 폐수 유출 사고를 일으켰고, 20여 년 동안 동호안 제방도로 안전성 검사를 한 차례도 실시하지 않아 논란이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스코는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지수'에서 올해까지 12년 연속 우수 기업, 다보스 포럼 '글로벌 지속가능경영 100대 기업'에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2년 연속 진입하며 세계적 ‘환경친화 철강사’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