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민영화가 키운 살인 청부업
[Horizon]
미군 재배치 전략 따라 민간 군사기업 급성장
유엔 이름 아래 민간인이 민간인 상대로 공격
2007년 9월 바그다드의 군중을 향해 총격을 가해 미국에서 기소된 민간 군사기업 블랙워터의 직원 5명이 2009년 12월 31일 ‘절차의 오류’로 방면되었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널려 있는 민간 군사기업은 전쟁이라는 사업을 통해 기업을 운영하고 있으며, 단기간에 투자 수익을 올리기 위해 나름의 전략을 개발하고 있다.
2009년 8월 19일, <뉴욕타임스>는 미중앙정보국(CIA)이 알카에다 지도자들을 추격하고 암살할 비밀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2004년에 민간 군사기업인 블랙워터의 직원들을 고용했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뉴욕타임스>는 블랙워터가 조직·훈련·감시 임무에 참여해 CIA로부터 수백만 달러를 받았으나 단 한 명의 과격 행동주의자도 체포·암살하지 못했다고 보도하면서, 현직이거나 은퇴한 미국 책임자들을 언급하고 있다.
이라크 활동과 관련한 여러 문제가 불거진 후, 블랙워터는 ‘Xe서비스’라는 이름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2007년 9월 16일 미 국무부 인사들을 경호했던 블랙워터 직원 5명이 바그다드의 누수르 광장에서 군중에게 총격을 가해 14명(미국 쪽 주장) 혹은 17명(이라크 쪽 주장)의 민간인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되었다. 이런저런 과오에도 불구하고 ‘청부 계약자’라 불리는 이 사람들이 이라크에서 아프가니스탄으로 이동해 거기서 똑같은 일을 여전히 저지르고 있다. 2009년 5월 5일 블랙워터(‘패러번트’라 불리는 업체로 위장해) 직원 4명이 자동차에 총격을 가해 1명의 사상자와 4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그들은 자신의 불분명한 고용계약을 활용해 국가 사법기관과 군 사법기관을 동시에 벗어날 수 있었다.
아프간 주둔 병력의 69%
가장 널리 알려진 민간 군사기업에는 블랙워터, 다인코프, MPRI(군사전문 인력업체·Military Professional Resources Inc), 켈로그 브라운 앤드 루트(KBR)(4) 등이 있는데, 이 업체들이 ‘아프가니스탄 민간 안전담당기업’(PSCA)이라는 이름으로 재결집했다. 이들의 활동은 상당 부분 ‘아프가니스탄군’(ANA) 재건 기금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민간 군사기업들이 동맹군과 미군의 외래 용병으로 간주됨에도 그들의 법적 지위는 모호하다. 이런 기업들이 지위 문제를 해결하는 데 미적거리는 이유는 그 배후에 엄청난 이익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 이익 규모는 현장의 전쟁 방향을 결정지을 정도로 막대하다. 재정적으로 보아 민간 군사기업과 미국의 거대 산업그룹 사이에는 공동으로 추구할 이익이 존재한다. 대부분의 민간 군사기업은 인수·합병이라는 고전 경제 논리에 입각해, 특히 2001년 이후 형성되었다.
모호한 법적 지위 속 막대한 수익
이런 ‘하청업체’는 미국이 군 재배치 계획에 관심을 쏟으면서 급성장하게 된다. 민간 군사기업의 수뇌부들은 보통 전직 장교로 구성되어 있다. 전직 장교들이 공공 분야에서 민간 분야로 이직하면서 자신의 경력을 자연스럽게 연결하고 있는 것이다. 민간 군사기업에서 활동하는 전직 미 고위 장교와 펜타곤 인사 사이의 관계는 특별하다. 이런 특별한 관계 때문에 전직 고위 장교들은 고급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으며 상당한 면책권을 보장받고 있다.
“미군, 영국군 그리고 다른 연합군들은 전쟁에 승리하기 위해 아프가니스탄에 와 있다. 우리 처지에서는 안전 상황이 악화될수록 더욱 좋은 것이다”라고 얼마 전 한 영국 청부계약자가 설명했다.(5) 이런 상황은 분쟁의 해결과 ‘평화로운 아프가니스탄’이라는 대의와 상충된다.
민간 군사기업은 자사 인력을 다양한 연합군 조직의 핵심 참모부에 배치하고, 자신들의 국제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작전과 관련된 군사적 결정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국제안보지원군(FIAS)과 아프가니스탄 안전유지군 내부 곳곳에 MPRI(6) 직원들이 자리잡고 있다. 이들은 참모와 당국의 멘토 역할을 하고, ‘합동 훈련 자문그룹’(CTAG)’ 내에서 아프가니스탄군의 교리를 작성하고, ‘카불 군사훈련센터’(KMTC)에서 부대장 훈련을 담당하거나 전문가 교육을 한다.
2~4년의 장기 임무를 수행하며 아프가니스탄 무대에 대해 깊은 지식을 갖추게 된 이 기업들은 아프가니스탄 상황 전체를 잘 파악하고 있다. 이들은 작전지역 임무 기간이 6개월을 넘기기 힘든 연합군의 참모들에게 필수불가결한 경험을 갖고 있는 것이다. 이런 경험을 무기 삼아 해당 민간 군사기업은 다른 민간 군사기업의 행동을 통괄·조절하고 심지어 장려하며 자기들의 편의대로 참모들의 시각을 유도한다.
프랑스 국방부 공식 자료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군의 군사교리 작성을 위해 MPRI사에 할당된 예산은 2억 달러(약 1억3950만 유로)에 달한다. 아프가니스탄군 훈련에 약 11억8천만 유로가 소요된다. 결국 민간 군사기업은 아프가니스탄 상황의 안정화나 아프가니스탄군이 제대로 작동하는 데는 아무런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그럴 경우 그만큼의 청부 용병 수를 줄여야 하며, 논리상 자신들의 이익에 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민간 군사기업은 자신들의 지식을 전달하지 않으려 하고, 아프가니스탄 기관들에 효율적으로 자문하기보다는 그 기관들을 대신하려 한다.
‘아프가니스탄 국군훈련사령부’(ANATC)의 군사교리 담당 최고책임자인 걸버허 장군은 아프가니스탄군의 군사교리 작성 권한을 아프가니스탄으로 이양하는 데 어떤 최종 시한도 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해 당사자는 이런 후견 방식에 항의도 못하고 있다. 장군의 업무를 보조하는 대령이 만약 이런 상황을 문제 삼는다면 그는 모든 것을 잃게 될 것이다. 결국 MPRI는 아프가니스탄 군 교리 작성에서 사실상 독점권을 행사하고 있으며, 이런 독점권을 이용해 자신의 후원 업무를 영속적으로 합법화하고 있다. 이 민간 군사기업은 연대 의식을 스스로 드러내기도 한다. MPRI가 작성한 아프가니스탄군의 병참교리는 다인코프사를 자기 공군부대의 지원담당 기관으로, 그것도 어떠한 만료 기간도 없이 지정하고 있다.
‘훈련’이란 분야 역시 돈벌이가 짭짤한 분야다. 민간 군사기업이 아프가니스탄군의 문맹퇴치 프로그램을 위해 800명의 교관을 채용해 교육하고 현장에 배치했다. 가장 돈벌이가 되는 투자를 추구한 민간 군사기업은, 아프가니스탄 군대의 ‘내부’ 교육 역량 양성이 긴급 사항이 아님에도 교육 기간을 연장시켰다. RM-ASIA사가 담당하는 병참 분야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민간 군사기업이 독점으로 얻는 또 다른 이점은 아프가니스탄 기술자 양성에 어떤 기간 제한도 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수천 명의 청부계약자들을 고용하는 민간 군사기업의 재정적 관심은 국제안보지원군의 군사적 관심과는 동떨어져 있다. 전쟁터에서 조속한 승리를 기대하지 않는 만큼, 민간 군사기업은 작전 전략에 급속한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들은 진행 중인 사건에 대응할 수 있고 필요한 경우 작전 수행 차원에서,(7) 전략적 수준의 방향을 변경하면 되는 것이다.
민간 군사기업은 자신들의 위치를 공고히 할 또 다른 기회를 곧 얻게 될 것이다. ‘합동훈련자문그룹’(CTAG)을 지휘하는 베이버스톡 영국 장군의 주도로 군부대 교육 체계화 사업이 시작된 것이다. 이에 따라 필요한 교관 수가 엄청나게 늘어날 것이고, 이라크에서 빼낸 인원과 장비를 아프가니스탄에 사용할 것이라고 예견한 주요 용병업체들에 새로운 출구를 열어줄 것이다.
용병들의 윤리의식 균열
민간 군사기업은 아프가니스탄군에서 경험을 쌓은 신규 계약직 직원을 채용한다. 이들 직원이 수집한 귀중한 정보는 용병업체들에 아프가니스탄 무대 전체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하고, 아프가니스탄군 훈련 때 그랬던 것처럼 군사 교본을 만드는 과정도 그들의 전략적 지위를 강화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이라크에서 그랬던 것처럼, ‘임대 용병들’의 고용은 국제적 군사 개입의 신뢰도를 떨어뜨린다. 카불 거리를 자동차로 돌아보면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상당수 용병업체 직원들의 공격적인 행동, 위협적인 장비는 가장 풍자적인 영화의 장면들과 유사하다.(8) 용병들의 행동은 큰 피해를 야기한다. “아프가니스탄 주민은 국제안보지원군의 군인과 용병을 구별할 줄 모른다. 혼동이 쉽게 생겨나고, 용병들의 공격적인 행동을 고려할 때, 이런 혼동은 연합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한 아프가니스탄 의원은 지적한다.
유엔을 대표하는 군대 파견 국가들이 그 동기가 꼭 평화 회복이라고 할 수 없는 용병들을 고용할 때, 어떻게 폭동을 진압하고 또 이런 진압 행동을 정당화할 수 있을까. 언젠가는 용병들의 윤리(9)와 안전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 아프가니스탄 포로를 학대한 아부그라이브 수용소 사건은 용병의 윤리의식에 심각한 인식 균열이 존재함을 보여준다. 이 수용소 포로 신문 담당자의 절반과 통역사 전원이 CACI사와 타이탄사에 ‘외주 용역’으로 채용됐다. 국가의 군대와 달리 사법체계 내에서 활동하지 않는 민간 군사기업은 국제안보지원군에 대한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의 인식을 혼란스럽게 한다. 서비스의 외주가 전쟁의 외주로까지 확대되면서 수많은 문제가 야기되는데, 여기에 윤리의식이라는 또 하나의 문제가 덧붙는 셈이다.
글•마리 도미니크 샤를리에 Marie-Dominique Charlier
2008년 2~8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국제안보지원군 사령관의 정책 자문관. 공법 박사로 파리 육군사관학교 전략연구소(IRSEM) 소장.
번역•고광식 kokos27@ilemonde.com
파리8대학 언어학 박사. 역서로 <카인> <방법서설> 등이 있다.
<각주>
(1) 사미마키, ‘이라크 혼란 상태에서의 민간 군사기업’, 프랑수아 도밍게와 바르바라 비뇨, ‘애매모호한 프랑스 용병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04년 11월과 2003년 8월.
(2) 의회연구소의 연구 자료로, 월터 핀커스가 2009년 12월 16일 <워싱턴포스트>에서 인용함.
(3) 2007년 미 국방부는 이라크에서 16만 명의 군인을 위해 18만5천 명의 청부계약자를 고용했다.
(4) 예전에 핼리버튼사의 자회사였다.
(5) 르네 우르당, ’용병들이 아프가니스탄으로 향하고 있다‘, <르몽드>, 2009년 8월 21일.
(6) ‘L3 커뮤니케이션스’의 자회사인 MPRI는 1차 걸프전 때 미 육군 참모총장이던 칼 에드워드 부오노 장군과 전직 군 정보부 수장인 해리 에드워드 소이스터가 창설했다. 이 회사는 300명 이상의 전직 장군을 고용하고 있다.
(7) 작전수행 기술은 전쟁 기술의 일부다. 전략과 군사적 전술의 중간 개념인 작전수행 기술은 전략에 종속되고 역으로 전술 개발의 방향과 임무를 결정한다.
(8) 당혹스럽게도 이들은 현대 전쟁영화가 전달하는 ‘영웅들’과 유사하다. 영화배우 아널드 슈워제네거의 이미지가 충실하게 재현된 것이다.
(9) 장르네 바쉴레, <용병의 윤리>, 뷔베르, 파리, 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