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배치는 국민건강 우려 여론보다는 국외적인 안보전략 더 고려”

2016-10-31     장젠느 빌메르

“국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왜 사드를 배치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일반적인 답변을 하자면, 정부가 국외사정 및 안보문제, 특히 지역적 사정을 더 고려하지 않았나 싶다. 국민 일부가 전자파와 같은 문제를 우려해서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 집 주변에 레이더가 설치되는 것을 원치 않는데, 이는 사드 시스템의 전략적인 관련성과는 무관한 내용인 것이다.” 

프랑스 국방부 산하 싱크탱크인 군사전략연구원(IRSEM)의 장밥티스트 장젠느 빌메르 원장과 그 일행은 지난 달 17일, 아산정책연구원과 함께 ‘시진핑의 중국’을 주제로 세미나를 갖기에 앞서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와 만나, 다양한 주제로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었다. 장젠느빌메르 원장과의 대화는 다음날, 프랑스대사관저의 리셉션 장에서도 이어졌다. 지난 6월부터 프랑스의 대표적인 싱크탱크인 IRSEM을 이끌고 있는 그는 파리 시앙스포 국제문제 담당 교수와 프랑스 외교부장관의 정책기획보조관(2013~2016년)을 지냈으며, 철학·정치학·법학 3개 학위소지자로 10여 권의 국제문제 저술을 펴냈다. 장젠느 빌메르 원장과의 인터뷰에선 위고 메이저 IRSEM 연구위원이 배석해 민감한 질문에 대해 보충답변했다.   

- 유럽문제부터 묻고 싶다. 브렉시트 이후 영국이 NATO의 회원국 자격을 계속 유지할 것으로 보는가? 
“그렇다고 본다. 영국의 회원자격은 브렉시트와 전혀 관련 없다고 생각한다. 브렉시트는 NATO에도, 국방문제와 관련한 프랑스와 영국 간의 양자관계에도 아무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양국은 국방 및 안보 분야에서 생산적인 관계를 계속해서 유지해 나갈 것이다. 그러한 면에서 브렉시트가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 그럼, 경제적 관점에서 볼 때 유로존에서 멀어지는가?    
“영국은 원래 유로존 국가가 아니다. 유럽연합(EU) 회원국이었지만, 영국은 유로존 화폐가 아니라 자국 화폐인 파운드화를 써왔다.”

- 미국의 최 우방국인 영국이 EU에서 탈퇴하면, 프랑스의 역할에 어떤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는가?     
“물론 브렉시트로 인해 유럽에서 프랑스의 상대적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NATO 내에서 상대적 중요성이 가장 커지는 국가는 프랑스가 아닐 것이다. 유럽을 견인하는 엔진으로서 프랑스와 독일의 역할은 그대로 유지될 것이며, 아마도 이탈리아의 상대적 중요성이 가장 커지게 될 것이다. 현재 프랑스, 독일 그리고 이탈리아 이렇게 세 국가 사이에 삼각구도(Triangle)가 형성되고 있다. 브렉시트 전에는 프랑스, 독일 그리고 영국이었다. 그러나 브렉시트 이후, 이탈리아의 마테오 렌치 총리가 개방적 자세를 취하고 있는 상황에서, 독일이 유럽의 중심 역할을 하는 가운데 프랑스보다 이탈리아 쪽에서 상황이 더 크게 변할 것이다. 
그리고 미국의 최 우방국이 영국이라고 했는데, 프랑스는 테러와의 전쟁에 있어서 이미 미국의 가장 큰 동맹국이다. 물론 미국과 영국의 관계가 특별한 것은 맞지만, 테러와의 전쟁, 그리고 군사 개입과 관련해 프랑스의 이미지는 지난 몇 년간 상당히 바뀌었다. 과거 조지 W.부시 대통령 시절 미국인들은 프랑스인들을 지칭해 ‘치즈 먹는 겁쟁이 원숭이(Cheese-eating surrender monkeys)’(1)라고 언급하며, 프랑스에 반대하는 캠페인을 벌였다. 그래서 ‘프렌치 프라이(French fries)’ 대신에 ‘리버티 프라이(Liberty fries)’ 또는 ‘프리덤 프라이(Freedom fries)’라고 부르기도 했다. 그때가 2003년이다. 그리고 지금 미국은 프랑스를 ‘전쟁의 개구리(frogs of war)’(2)라고 부른다. 
2013년 아프리카 말리에서의 군사작전, (아프리카) 사헬 지역에서의 바르칸 작전, 2011년 리비아에서의 작전, 2013년 중앙아프리카에서의 작전, 오늘날 시리아와 이라크에서의 샤말 작전 등 때문에, 미국에 강력한 인상을 주고 있는 것이다. 영국과 미국이 맺고 있는 특별한 관계의 측면에서만 볼 때는, 프랑스가 미국에게 가장 우호적인 국가는 아닐 수 있어도, 아프리카 및 중동 지역에서 진행 중인 테러와의 전쟁에 있어서는 프랑스가 영국보다도 더 돈독한 미국의 동맹국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프랑스만이 동맹국 중 유일하게 미국의 항공모함을 대신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실제로 페르시아 만에서 최근 몇 개월 동안 프랑스의 항공모함이 미국의 항공모함을 대체한 바 있다.” 

- 그럼에도, 브렉시트가 프랑스와 영국간의 관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겠는가?  
“브렉시트 이전에 최근 몇 년간, 프랑스와 영국 간에 그 어느 때보다도 긴밀한 국방협력이 이루어졌는데, 이러한 관계도 브렉시트의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이다. 프랑스와 영국간의 국방 협력의 예로는 FCAS(Future Combat Air System, 미래 전투 항공 시스템)가 있다. 드론과 관련한 프로젝트로, 자율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프랑스가 개발한 드론인 ‘뉴런(Neuron)’과 영국의 무인기 ‘타라니스(Taranis)’가 한데 통합된 프로젝트가 FCAS이다. 이렇게 양국이 함께 진행하는 프로젝트는 브렉시트의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다. 랭커스터 하우스 협약(Lancaster House Agreement)(3)과 마찬가지로 매우 중요한 프로젝트로서 계속 협력을 유지할 것이다. 핵 분야에서도 양국 간 협력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국방의 기타 분야에서도 양국 간 협력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브렉시트의 영향은 없을 것이다.” 

- 귀하의 전문분야가 드론이라고 들었다. 몇 년 전, 청와대 주변에서 드론이 발견됐는데, 보수 언론들은 이 드론을 북한이 보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도를 보고 많은 사람들이 놀랐는데, 이처럼 드론은 한국에서 중요하고도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북한의 김정은이 드론 공격으로 살해당할까 항상 노심초사한다는 말도 있다. 남과 북이 어떤 방식으로 드론을 평화롭게 사용할 수 있을까? 
“대부분의 드론은 무기를 탑재하지 않는다. 단순히 정보, 감시 및 정찰의 용도로 사용된다. 그래서 이런 종류의 드론들은 무기가 없고, 공격용이 아니기 때문에 평화적인 목적으로 사용된다. 일부 소수 드론들, 특히 미국의 드론들이 헬파이어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 드론에 무기가 장착되기 전, 클린턴 행정부는 토마호크 미사일을 이미 와지리스탄에서 발사하고 있었다. 9·11 이전에 이미 빈 라덴을 찾기 위해서 말이다. 그러나 당시 많은 민간인들이 숨졌다. 이에 비해 드론은 상당히 정확한 공격을 한다. 
그렇다고 해서 그에 따른 부수적인 피해를 정당화할 수는 없겠지만, 그 밖의 비슷한 무기들보다는 훨씬 정확히 사용될 수 있다. 그것이 드론을 사용하는 이유가 되겠다. 그리고 드론은 아프리카와 같은 지역에서 평화 임무를 위해서 사용할 수도 있다. 범죄가 일어나고 있는 지나치게 광활한 지역을 모니터할 필요가 있을 때, 공중에 드론을 띄우면, 비록 그 드론이 무기를 탑재하지 않았다고 해도, 탑재된 카메라로 지상에서 발생하는 상황을 찍는 것만으로도 범죄자를 확인하고 처벌하는 데 매우 유용할 수 있다. 그 자체로 억지력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UN은 아프리카에서 드론을 사용하고 있다. 이는 인도주의적 용도의 드론이라고 사람들은 본다. 그러나 우리가 다 알고 있듯이 다수의 국가들이 지상에서 공격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드론들도 분명 존재한다.” 

- 한국은 군사, 경제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상당히 ‘미국화’돼 있다. 이번 미 대선의 결과가 아시아와 한국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궁금한데, 귀하의 의견을 듣고 싶다.
“물론 미 대선이 어떤 결과를 몰고 올지 예상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겠지만, 트럼프의 당선은 불확실성과 예측 불가능성을 가져올 것이다. 반대로 힐러리의 경우 국무장관으로서 그동안의 해왔던 일들, 그리고 상원의원으로서 의회에서 찬성표를 던졌던 정책들을 우리가 모두 알고 있기 때문에 그녀의 생각과 행동은 상대적으로 뚜렷한 편이다. 기본적으로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향후 미국의 아시아 정책은 불확실하고 예측 불가능해질 확률이 높다.
 예를 들면, 트럼프는 자신이 당선될 경우 한국에서 미군을 철수시키고, 한국이 핵무기를 개발하는 데 반대하지 않겠다고 말한 바 있다. 그리고 일본에 대해서도 이와 동일한 이야기를 했다. 만약 트럼프가 자신이 언급한대로 정책을 실행한다면 미국과 미국의 일부 주요 동맹국들 간의 관계가 크게 바뀔 것이다. 반대로 힐러리가 당선되면 아시아에서 클린턴의 대아시아 정책의 연속성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미국의 대북 정책과 관련해선, 트럼프와 힐러리 중 누가 당선되는가도 부분적으로 중요하겠지만, 북한의 변화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예를 들어, 북한이 이번 미 대선의 전환기를 이용해서 새로운 미사일 실험이나 핵실험을 강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북한으로서는 오바마 대통령이 레임덕에 빠지기 시작하고, 아직 새로운 대통령이 취임하지 않은 시기를 핵실험에 이용할 수도 있다. 북한에게는 일종의 ‘기회’인 셈이다.
그러나 이는 중국이 미국과 함께 북한에 더 압력을 가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까지 미치는 사안이다. 따라서 아시아에 대한 미국 정책의 연속성은 미국의 국내 정책뿐만 아니라 중국과 북한의 행동에 달려있다.”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9월호에선 미국의 군사 시스템 ‘사드’를 비판하는 내용을 담았다. 사드의 한국배치에 대한 당신의 견해는 무엇인가?
 “한국에 도착하고 보니 사드를 둘러싸고 한국 국민들이 의견이 분분하다는 것을 이해하게 됐다. 전략적인 이유 때문에 의견이 분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가 이해하기로는 민간 요소적인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한편에서는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라 할 수 있다. 이는 님비(NIMBY, Not In My Back Yard) 현상과 결부돼 있다. 국민 일부는 전자파와 방사선과 같은 문제를 우려해서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 집 주변에 레이더가 설치되는 것을 원치 않는데, 이는 사드 시스템의 전략적인 관련성과는 무관한 내용이다. 그리고 중국이 사드배치에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에 대한 두려움도 있다. 
 우선 일반적인 이야기부터 짚고 넘어가보자. “국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왜 사드를 배치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일반적인 대답을 하자면, 보통 이런 종류의 결정을 내릴 때는 국내외 사정을 모두 고려하기 마련이다. 가끔은 국외 사정보다 국내 사정을 더 많이 고려하기도 하고, 그 반대로 국외 사정이 더 우선시되기도 한다. 따라서 내 생각에 국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사드를 배치하는 이유는 대부분 국외 사정 및 안보 문제 때문이라고 본다. 특히 전략적 배경을 고려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사드는 2014년에 논의된 바 있다. 따라서 협상 테이블에서 등장한 의제가 아니고, 미국이 제안하고 처음에는 한국 정부가 꺼려했으나, 지난 번 북한의 핵실험 이후, 한국 정부가 입장을 바꾸게 된 것이다. 이것이 사드 배치를 둘러싼 기본 배경으로 보인다. 
대상을 세 그룹으로 나뉘었을 때 하나는 북한이다. 내년 2017년 말까지 배치하기로 한 사드는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매우 명확한 대응이다. 기본적으로 북한의 도발적이고 공격적인 행동이 미국과 한국의 사드배치 합의로 이어진 것이다. 따라서 북한이 사드배치의 대상이 되는 국가 중 하나다. 두 번째 대상은 대한민국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 측면이 있다. 하나는 국방으로서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을 북한의 향후 도발로부터 보호하고자 하는 목적이 있고, 또 하나는 동맹국을 안심시키고자 하는 목적이다. 동맹국의 방어보장에 대한 신뢰는 동맹에서 근본적인 면이다. 
따라서 사드 배치는 미국이 한국에게 ‘자신들이 믿을 수 있는 동맹국’이라는 것을 확인시켜주기 위함이다. 
세 번째 타깃은 중국이다. 사드뿐만 아니라 이 지역에 배치한 다른 무기체제를 통해서, 동북아시아에서 미군의 영향력을 강화함으로써 미국은 중국이 북핵 이슈에 관한 입장을 바꾸게 만들기 위해 압박을 가하고자 한다. 미국이 중국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너희의 동맹국인 북한에 대해 뭔가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동북아시아에서의 입지를 강화함으로써 우리의 이익을 지키고 우리의 동맹국을 보호할 수밖에 없다”라는 것이다. 그 방법은 부대배치, 미사일방어시스템, 훈련 증가, 더 많은 인력 배치 등이 될 것이다. 따라서 세 번째는 중국에게 더 많은 압박을 가해 북한 문제에 대한 자세를 바꾸도록 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 한국 방문기간 중 인상적인 것이 있다면?    
“DMZ를 방문했는데, 잊지 못할 매우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도라산 역에 ‘우리가 북한과 통일하는 날, 언제든 기차를 평양에 보낼 준비가 돼 있다’는 문구와 평양 이정표가 있는 것이 한국인들의 긍정적인 생각을 잘 보여주는 상징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감동적이고 아름다운 이미지로 남아있다. 우리는 한국에 대한 전문가들도 아니고, 이번이 첫 한국 방문이었으며, 남북 관계를 상세히 분석한 것도 아니지만, 도라산 역의 문구에 큰 감명을 받았다.”


글,사진·윤상민 
<교수신문>에서 학술담당기자로 일했고, 현재 본지에서 학술 관련 글을 쓰고 있다. 공저로 <한국 근현대사 역사의 현장 40>(휴머니스트, 2016)이 있다.

(1) 미국의 만화 ‘심슨가족(The Simpsons)’에서 처음 등장한 표현으로, 프랑스인들을 비하하는 말로 사용됨
(2) 프랑스인들이 개구리 다리를 요리해 먹는 식습관을 보고, 미국인들이 프랑스인들을 가리키는 속어로 “Dogs of war”과 “Fog of war”로 만든 말장난이다.
(3) 2010년 11월 2일, 프랑스와 영국이 맺은 군사 및 안보 협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