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혼란

2016-10-31     르노 랑베르

2016년 10월 13일, 일간 <르몽드>는 “프랑스 국민들은 지독한 비관주의자에다 심각한 우울증 환자이고, 구제불능의 불안증 환자이며 엄청난 마조히스트다”라고 비난했다. 대체 국민들이 무슨 큰 잘못이라도 저지른 것일까?
이유인즉, 국민들이 “지난 5년 간 불평등이 증가”하는 한편, “현 세대의 사회적 조건이 부모 세대보다 더 열악”해졌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란다. 그리고 무엇보다 더 가관인 것은, “계급투쟁을 명백한 진실”로 평가하기 때문이란다. 일간 <르몽드>는 프랑스 정부 산하 정책연구기관 ‘프랑스 스트라테지’가 2016년 8월 실시한 한 연구조사를 바탕으로, 배은망덕한 프랑스인들의 ‘계급추락에 대한 감정’을 일거에 일소해버렸다. 사실상 “프랑스는 다른 이웃의 유럽국이나 미국만큼 불평등이 심각한 나라는 아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한 달 전, ‘맥킨지글로벌인스티튜트’도 역시 25개 자본주의 선진국을 대상으로 불평등 문제에 관한 연구조사 결과를 발표했다.(1) (<르몽드>와 달리) 자본소득까지 고려한 이 연구 조사 결과에 따르면, 불평등 상황은 그와는 판이하게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에 따르면, 2005~2014년 프랑스의 최상위 부유층 10%의 소득수준이 조사대상 국가 중 가장 많이 증가했다. 반면, 최하위 빈곤층 20%의 소득수준은 가장 많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령 영국은 ‘사회주의의 성소’다운 면모를 과시했는데, 같은 기간 최상위층의 소득은 하락한 반면, 최하위 빈곤층 30%의 소득은 확실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맥킨지글로벌인스티튜트’의 연구는 프랑스 국민들이 느끼는 ‘계급추락의 감정’에 상당한 신빙성을 더해주었다. 이 조사에 따르면, 프랑스 가정의 63%는 지난 10여 년 간 소득이 정체되거나 후퇴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억만장자 자비에 니엘과 투자은행가 마티유가 소유한) <르몽드>는 사설에서 이런 수치를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를 회피했다. 그러면서도 당당히 “현실과 허구, 최소한의 합리적 판단과 과도한 환상을 구분했다”고 주장했다. 


글·르노 랑베르 Renaud Lambert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기자

번역·허보미 jinougy@naver.com
서울대 불문학 석사 수료.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1) 맥킨지글로벌인스티튜트, ‘Poorer than their parents? Flat or falling incomes in advanced economies’, 2016년 7월. 프랑스 관련 통계수치는 2012년에 보고된 수치를 참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