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낯 드러낸 트럼프…백인·남성 뿐인 내각
2016-11-23 조도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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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년 출범하는 트럼프 정권이 '미 백인 합중국'이 아닌 인종·성별·종교적 다양성을 지닌 균형잡힌 정부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
도널드 트럼프 제45대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금까지 공개한 차기 내각 인선 과정에서 눈에 띄는 공통점이 있다. 지명자들이 모두 백인 남성이라는 점이다.
내년 출범하는 새 정권이 '미 백인 합중국'이 아닌 인종·성별·종교적 다양성을 지닌 균형잡힌 정부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최근 라인스 프리버스 백악관 비서실장과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를 지명한 1차 인사에 이어 제프 세션스 상원의원(앨라배마)을 법무장관으로, 마이크 폼페오 하원의원(캔자스)과 마이클 플린 전 국방정보국(DIA) 국장을 각각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포함한 2차 인선 결과를 발표했다.
여기에 더해 차기 행정부 내각 인사로 트럼프의 물망에 올라있는 나머지 인사 60여명 중 85% 정도가 남성이다. 이들 대다수는 백인에 강경 우파 성향이다.
물론 트럼프의 내각에 다양성이 없다고 우려하기에는 아직은 이르다는 의견도 있다.
트럼프는 내년 1월 취임 전까지 각 부처를 이끌 장관 22명을 선택해야 한다. 두달이란 시간이 남은만큼 트럼프 행정부가 백인 남성으로 가득찬 '보이 클럽'이 될지 성별과 인종, 종파를 아우르는 균형잡힌 정부가 될지를 판단하기에는 아직 섣부르다는 것이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정권인수위원회 관계자였던 클레이 존슨은 "상원의 인준을 받아야하는 그 수많은 직책 중 단 5명을 갖고 벌써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1기 행정부에서는 여성 인사가 35.3%의 비율을 차지했었다. 또 흑인과 히스패닉은 각각 14.4%, 8.5%를 구성했으며 아시아인은 4.6%였다. 일례로 자신이 미국 첫 유색 대통령인 오바마 대통령은 1기 행정부 법무장관으로 흑인인 에릭 홀더를 앉힌데 이어 홀더의 후임으로 흑인 여성 로레타 린치를 임명했다.
현재 트럼프의 하마평에 올라있는 내각 인사 중 여성은 약 10명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인도계인 니키 헤일리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 제외하면 모두 백인이다.
교육부 장관으로 유력시되던 한국계 미셸 리 전 워싱턴DC 교육감도 19일 트럼프와 직접 회동했지만 22일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 행정부에서 직책을 맡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이 2008년 1기 행정부에서 첫 번째 내각을 꾸렸을 때, 민주당 경선의 경쟁자였던 힐러리 클린턴을 국무장관으로 지명하는 등 이해관계를 초월한 행보를 보이자 '경쟁자들의 팀'(Team of Rivals)을 꾸렸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었다.
그런데 트럼프 당선인은 불과 5명의 인선을 마쳤을 뿐인데도 진보 진영에서는 벌써부터 '인종주의자의 팀'(Team of Racists)이라는 혹평이 나오고 있다.
새 정부 내각에 인종·성별·종교적 다양성이 필요한 이유는 단지 정치적 올바름 때문만이 아니라 모두를 대표하는 정부를 만드는 것에 있다. 미국 인구의 절반은 여성이다. 백인이 아닌 인종 또한 전체 인구의 39%를 차지하고 2050년이 되면 '다수 인종' 또는 '다수 민족'이라는 말은 없어지게 된다.
전체 미국인을 위해 나라를 운영할 기회를 왜 수많은 인종, 종교 또는 성별의 한 부분에 불과한 '백인 남성'에 모두 맡겨야 하냐는 질문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