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 수리비용 삭감에 등골 휘는 정비소…공탁‧소송으로 폐업까지
2016-12-09 최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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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화재의 자동차 정비사업소를 상대로 한 ‘갑질’이 문제제기 되면서 잡음이 발생하고 있다. 정비소가 사고차량을 수리하고 그 비용을 청구하는 과정에서, 삼성화재의 청구비용 삭감 지급 비율이 지나치게 높아 정비사업소를 업으로 삼고 있는 이들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는 것. |
대한민국에서 삼성 브랜드 신뢰도는 높다. 전자제품부터 아파트, 의류, 의약, 관광, 금융‧보험 상품까지 삼성 ‘간판’이 붙으면 해당 상품의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 공공연한 사실이다. 세계시장까지 아우르는 삼성은 이제 대한민국 사람들에게 자랑거리이기도 하다.
삼성이 최순실 게이트 연루 의혹과 특혜 논란, 미래 전략실 해체, 갤노트7 폭발 등 논란의 핵심에 서 있다. 이러한 소용돌이 속에서 삼성화재의 자동차 정비사업소를 상대로 한 ‘갑질’이 문제제기 되면서 잡음이 발생하고 있다. 정비소가 사고차량을 수리하고 그 비용을 청구하는 과정에서, 삼성화재의 청구비용 삭감 지급 비율이 지나치게 높아 일부 자동차 정비사업소를 업으로 삼고 있는 이들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는 것. 삼성화재는 그 간판에 따르는 신뢰만큼 국내 손해보험 시장에서 33%를 점유하고 있다.
한 언론사가 입수한 인천자동차검사정비조합 소속 정비사업소 통계(올 4월부터 11월까지)에 따르면 삼성화재의 정비소 청구 금액 삭감 비율은, (타 손보사가 평균 14% 차감한 것에 비해) 평균 39%인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 통계내용이 전국적인 현상으로, 비단 인천에만 한정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 삭감된 수리비용을 거부했을 때도 문제가 발생한다. 정비소 운영업자가 이의를 제기하며 받지 않겠다고 버틸 경우, 삼성화재는 공탁을 걸거나 채무부존재 소송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고 피해 업자들은 주장했다.
공탁이란 금전·유가증권·기타의 물품을 공탁소(은행 또는 창고업자)에 맡기는 것인데 채무를 갚으려고 하나 채권자가 이를 거부하거나 혹은 채권자를 알 수 없는 경우 행해진다. 그런데 이 공탁은 복잡한 절차 때문에 시간이 걸리는데 돈을 찾으려는 사람에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또한 채무부존재 소송은 특정채무의 발생원인사실이 아예 없거나, 있었지만 그것이 무효, 취소, 해제되었다거나, 발생한 채무가 변제되었음을 주장하는 것을 말한다.
삼성화재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정비소 업자들은 수억 원 대의 손해를 보거나 심하게는 폐업에까지 이르기도 했다.
한 언론 인터뷰에서 A씨는 연 매출이 17억 원에 달했지만, 수리비용이 삭감돼 청구한 금액에서 5억 원 이상을 손해 봤다고 주장했다. 그는 타 손해보험사 수준으로 삭감률이 적용되기만 했더라도 매출이 20억 원이 넘었을 것이라고 하며 삼성화재를 상대로 소송에 나섰다.
6억~7억 원 삭감을 당한 B씨는 올해 3월 폐업했다. 그는 50% 이상의 삭감 지급을 당할 경우 공탁에 응하지 않는 정비사업소들도 있는데, 이럴 경우 (채무부존재) 소송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피해자들은 삭감에 이의를 제기하며 손해사정내역서를 삼성화재에 요청했지만, 타 손보사가 열람을 허락하는 것에 비해 삼성화재는 일체 거절했다고 전했다.
9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삼성화재 관계자는 “타 손해보험사가 어느 정도 삭감하는지는 모르지만 국토부가 정한 표준 정비수가에 따라 그 금액에 맞춰 삭감하는 것 뿐”이라며 “정비소가 요청하는 대로 지급하면 결국 보험료는 일반 소비자에게 부담될 뿐”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공탁에 대해 그는 “의견차이가 크면 할 수 없이 법원으로 갈 수 밖에 없지 않느냐”며 “채무부존재 소송 여부는 확인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답변했다. 덧붙여 손해사정내역서 요청에 왜 불응하냐는 질문에는 “보험계약자만이 열람할 수 있으며 정비소는 법적인 지위가 없다”고 일축했다.
이 문제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정비사업소가 정비수가에 맞게 청구하더라도 손보사들이 수리비용을 삭감하는 것은 흔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보험요율(보험계약을 체결할 때 보험료를 결정하는 비율)에 대한 객관적인 기준을 책정하기 위해 보험개발원이 손보사의 자동차 수리비용 지급과 관련해 자동차 수리비 견적시스템을 제작 및 업데이트 하고 있는데, 현장에서 이 프로그램을 적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문제에 대해서 누구 하나 나서는 사람은 없다. 보험개발원은 손보사와 정비소 간의 합의를 통해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라고 있다.
현재 삼성화재의 정비소 청구 임의 삭감문제로 피해자 C씨는 삼성화재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고 현재 2심 진행 중이다. 영세한 정비사업소와 삼성. 그 싸움에서 법원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는 지켜봐야할 것이다.
정비사업소에 대한 투명하게 공개된 정비수가 기준과 그것의 적용을 위한 감시체계, 그리고 손해사정내역서에 대한 정비소의 열람권한이 필요하다. 그렇게 된다면 손보사-정비업자 양방이 납득할 수 있는 거래로 잡음이 사라질 것이며 일방적으로 고통받는 이가 줄어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