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켠 촛불] 14. 바람이 불어도

2016-12-10     지속가능 바람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 풀 >, 김수영


1960년. 그 시절의 바람은 꽤 세게 불었던 것 같다. 바람에 풀이 눕고, 풀뿌리까지 누웠으니 말이다. 하지만 풀은 바람에게 더 거세게 불어보라는 듯 바람보다 먼저 웃으면서 일어났다.


2016년. 50년이 지난 후 바람의 목표는 이제 풀이 아닌 촛불인가보다. ‘촛불은 촛불일 뿐, 결국 바람 불면 꺼지게 돼 있다’라는 말이 나오기까지 하니 말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바람은 상대를 잘못 골랐다. 행여 하나라도 꺼질세라 점점 더 많은 촛불은 광화문에 모여 힘을 보탠다. 바람에게 더 세게 불어보라는 듯이 목소리를 높인다.

(사진 1)


오늘 부는 바람도 영 시원찮은가 보다. 7주째 촛불은 밝기만 하다.

 

*이 기사는 지속가능 바람 대학생 기자단이 11월 27일부터 매일 연재하는 [바람이 켠 촛불] 기획기사입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저항 중인 촛불에 동참합니다. 

 


유아람 / 바람저널리스트 (http://baram.news / baramyess@naver.com)

지속가능 바람 (baramy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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