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원조는 또 하나의 ‘전쟁’?

[학술 리뷰]

2010-02-04     일카 바리 라부아지에

개발원조는 기본적인 농업을 파괴하고, 사회보장제도를 파괴하며, 간접적으로 죽음과 병을 낳았다. 잘하면 피할 수도 있었던 죽음과 병.(1) 풍부한 자료조사를 자랑하는 이 책은 ‘유럽 제3세계센터’(CETIM)가 펴냈다. 이 책은 원조 공여국들이 개발도상국에 적은 비용을 원조하며 그 대가로 망명 신청, 장학금, 프랑스어 해외 보급에 들어가는 비용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폭로한다.

국제원조가 냉정하게도 외교와 전략의 도구로 이용되는 것이 현실이다. 이를 증명하듯 원조금은 우연치고는 이상하게도 점령국이나 석유가 풍부한 나라로 간다. 만일 점령국도 아니고 석유가 풍부한 나라도 아니라면 어땠을까? 2008년에 새로이 국제원조를 받게 된 나라는 이라크, 나이지리아, 아프가니스탄 등이다. 유엔도 이런 공여국들과 발맞춰 빈곤 원인이 아니라 빈곤의 증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스위스에서 출간된 또 다른 책은 개도국이 선진국에 돈을 벌게 해준다는 사실(2)을 밝히고 있지만, 진정한 개발원조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은 모호하게 하고 있다. 가장 총체적인 진단책과 대담한 해결책은 스위스가 아니라 아프리카에서 이루어진다. ‘쓸데없는 원조의 폐해와 아프리카를 위한 새로운 해결책’(3)에 대해서는 잠비아 출신의 경제학자 담비사 모요가 집필한 책이 있는데, 원조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분명하게 담고 있다. 원조를 대체할 정책으로는 세계은행의 대출이 있지만 민간 분야 투자와 중국의 기부로 이뤄지는 돈으로 대출해주는 것이라 원조와 그리 다르지 않다.

반면, 팜바주카 출판사(4)는 미래 지향적인 출판물을 내놓았다. <아프리카 원조: 구원인가 식민지배인가?>. 이 책은 지식인 14명이 새로운 예시를 들어가며 개발원조가 과연 타당한 것인지 의문을 던지며 내놓은 의견을 담고 있다. 이 책을 집필한 지식인들은 현재 경제위기로 벌어진 틈에 대해 분석하고 있으며, 아프리카 국가들이 원조를 받는 것이 식민지배를 계속 받는 결과를 낳는다면 여기서 벗어나야 한다고 촉구한다. 아울러 서방국가들은 아프리카의 경제발전에는 전혀 기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아프리카가 지역적으로 더욱 통합을 이뤄야 한다고 본다. 특히 사미르 아맹은 팜바주카 출판사에서 나온 책에서 제안했던 내용을 야쉬 탄돈의 책(5) 프랑스 초역본 서문에서 다시 언급했다.

우간다 출신의  아맹은 탄돈의 저서  <더 이상 원조에 의존하지 말자>에서와 똑같은 생각을 새로운 책에서도 전하고 있다. 공여국들이 원조라는 이름으로 아프리카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으니, 여기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더 이상 원조에 의존하지 말자>는 개발의 개념을 간단한 방정식 형식으로 요약하고 있으며, 아울러 국가 간 금융 이동의 배경과 결과를 제시하면서 설명해준다. 이 책은 이데올로기적 원조가 가져오는 폐해는 바로 원조 수혜 국가들이 국민을 먹여살려야 한다는 명목으로 물주가 되는 공여국의 비위를 맞추는 신세로 전락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스스로 개발을 구상하고 농업 부문을 강화하며 내수를 튼튼하게 하는 일이 우선이고, 외국 자본에만 의존하지 말고 국가 비용의 낭비를 막는 것이 중요하다고 충고한다. 이처럼 저자는 구체적인 제안을 많이 한다. 또 다른 해방전쟁에 참여하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야쉬 탄돈은 책에 이런 문장을 남겼다. “한 단계 앞으로 나아가면 신자유주의적 발전을 벗어나 국내 상황에 맞는 자율적 발전을 이룰 수 있다.”

글•일카 바리 라부아지에 Ilka Vari-Lavoisier

번역•이주영 ombre2@ilemonde.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 번역서로는 <여성의 우월성에 관하여>(2009) 등이 있다.

<각주>
(1) 쥘리 샤텔과 플로랭 로샤, <효과적, 중립적, 사심이 없다고? 유럽 협력에 대한 선진국의 비판적 입장>, CETIM, 제네바, 2009, 192쪽.
(2) 2007년에 개도국은 원조로 받은 것보다 190억 달러를 더 선진국에 주었다. 부채를 갚는다는 명목이었다.
(3) 담비사 모요, <치명적인 원조>, Jean-Claude Lettes, 파리, 2009, 252쪽.
(4) 하킴 압바스와 이브 니이라지라, <아프리카 원조: 구원인가 식민지배인가?>, Pambazuka Press, 케이프타운, 다카르, 나이로비, 옥스퍼드, 2009, 204쪽.
(5) 야쉬 탄돈, <더 이상 원조에 의존하지 말자>, CETIM, 제네바, 2009, 22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