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 보건, 그리고 정치
[학술 리뷰]
명쾌하고 꼼꼼한 분석이 돋보이는 책 <노동의 프랑스>.(1) 이 책은 프랑스와 유럽의 노동계에 대해 고민해보고 정리하고 있다. 최신 자료를 근거로 삼은 이 책은 수십 년간 프랑스와 유럽에서 이루어진 구조조정과 사회보장 내용을 담고 있다. 경제·사회 분야 전문가들이 공동 집필한 이 책이 추구하는 목표는 두 가지다. 첫째는 일반인과 전문가 독자들이 노동계의 주요 문제인 고용, 실업, 임금, 수익, 불평등과 재분배, 사회보장, 기업의 구조조정, 그 결과 직업 세계에서의 인간관계, 노사 갈등에 대해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둘째는 사상의 갈등이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강조하고, 일상에서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논리를 새롭게 해석하는 일이다. 가령 사회보장에 투자하는 국가정책을 옹호한다. 사회보장은 비용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투자해야 하는 대상이라는 것이다.
이 책이 추구하는 목표는 중요하다. 왜냐하면 사회보장 문제를 다룬 문학작품이 많아도 여전히 우리는 가장 기본적인 사회 병폐를 모른 채 살아가기 때문이다. 죽을 때까지 불평등을 양산하는 상황에서 이를 깨닫지 못한 채 살아간다. 디디에 파생(2)이 집필한 <불평등과 보건>은 보건 분야에서 나타나는 불평등은 단순히 사회보장 격차 혹은 치료 혜택 격차 때문이 아니라(물론 이 두 부문도 중요하다고 저자는 덧붙이지만) 물질자원, 직업과 직위, 사회망, 다른 사람과의 관계라고 하는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마디로 보건 분야에서 나타나는 불평등은 무엇보다도 사회 불평등과 관계가 있다는 것이 이 책이 전하는 메시지다.
좁은 의미의 보건 문제에서 벗어나 더 광범위한 문제를 토론해본다. ‘어떤 평등을 원하는가?’ 단순히 건강하게 살고 싶다는 마음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제대로 인생을 살아가는 일에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즉, 사회에서 실질적으로 자아실현을 하며 사는 일에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분명, 정치의 선택과 사회보장과 관련된 문제인 것이다.
글•노엘 뷔르기 Noelle Burgi
<각주>
(1) 경제사회연구소, <노동의 프랑스: 자료, 분석, 토론>, Editions de l‘Atelier, 이브리 쉬르 센, 2009.
(2) 디디에 파생, <불평등과 보건>, ‘정치와 사회보장 문제’, 프랑스 자료, 파리 960호, 2009년 5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