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는 악몽… '미국의 쇠망'

2008-10-29     세르주 알리미 | 프랑스판 발행인

 미국이 절대 패권을 누리던 1952년 해리 트루먼 대통령에게 한국의 군사 작전 지휘권을 빼앗긴 공화당의 영웅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은 국민들에게 "상대적인 쇠락을 겪는 우리, 자원도 지키지 못하는 무능력한 우리, 증가하는 세금 압박에 시달리는 우리, 현기증 나는 우리의 공적 빚이 우리 자식들의 미래를 걱정스럽게 한다"고 경고했다.
8년 후, 공화당 소속의 부통령 리처드 닉슨과 대선에서 맞붙은 민주당의 존 케네디는 '미사일 갭(missile gap)'을 들먹이며 소련에 비해 미국이 기술력에서 뒤떨어졌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케네디가 당선되자, '미사일 갭'은 사라졌으며, 그 후 1974년 워터게이트 스캔들이 터졌고, 이어 인도차이나에서 패배하자 이 슈퍼 강국은 기다렸다는 듯이 다시금 의혹을 들먹이며 먹잇감을 찾아 나섰다.
70년대 10년 동안, 미국의 힘은 상대적으로 눈에 띄게 쇠락했다. 한 세대 이전에 전쟁으로 파괴되었던 국가들이 기운을 되찾으며, 경제적인 면에서 경쟁자들이 되었기 때문이다. 60년대가 '미국의 도전' 시대였다면, 그 이후는 '유럽의 도전'과 '일본의 도전' 시대로 대치된다. 슈퍼 강국은 달러위기, 인플레이션, 무역적자 등 쇠락의 무게에 짓눌려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라크의 이슬람 혁명에서부터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까지, 그리고 국제기구 내에서 통하지 않는 워싱턴의 영향력 등 모든 것들이 황혼녘 풍경을 연상하게 할 만 한 것들이었다.
그래서 1980년 로날드 레이건의 순진무구하고, 조금은 촌스러우면서도 대중적인 이미지, 즉 '에피날 이미지(image d'Epinal)'가 구세주로 등장한다. 그의 슬로건은? '옛날로 돌아가자(America is back!)'였다.
그러나 그것도 아주 잠깐이었다. 레이건이 두 번째 임기를 마쳤을 때, 공적 적자와 부채가 급상승(1985~1986년, 미국은 세계에서 대표적인 채무국이 된다)했고, '쇠락주의자'들의 되새김질이 부활했다. 1987년 역사학자 폴 케네디는 <강대국들의 탄생과 쇠락>을 급히 서둘러 써서 자신의 저서의 마지막 장을 장식했다. 그는 그 장에서 중국의 명 왕조, 프랑스의 루이 14세, 영국 제국 이후의 미국을 다루었다.
현 조지 부시의 부친, 전 조지 부시는 로날드 레이건을 계승하고 싶어 했다. 그는 선거 기간인 1988년 8월, 뉴 올리언즈 공화당 집회 연설에서 폴 케네디와 그의 경쟁자인 민주당의 마이클 듀카키스 후보를 향해 외쳤다. "이 선거는 이렇습니다. 세계에 대한 제 상대가 지닌  시각은 우리 조국이 길고 느린 쇠락의 길, 인위적인 힘이 아닌 역사적인 힘에 의해 생긴, 어쩔 수 없는 몰락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하지만 미국은 쇠락하지 않습니다. 미국은 성장하는 국가입니다. 저는 미국이 국가들의 리더, 세계 속에서 특별한 자신의 역할을 해내는 유일무이한 국가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이 세기를 '미국의 세기'라고 합니다. 그것은 세계의 이익을 위해 우리가 이 세기를 지배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유럽을 구하고, 소아마비를 퇴치시키고, 달을 발견하고, 우리 문화를 가지고 세계를 밝혔습니다. 이제 우리는 새로운 세기의 문턱에 와 있습니다. 제가 장담컨대, 이 세기 또한 미국의 세기가 될 것입니다."
그 이후, 미국은 승리한 전쟁(걸프와 이라크전) 때마다 혹은 금융거품론이 대두될 때마다, 슈퍼 강국이나 혹은 하이퍼 강국의 기치를 내세우곤 했다. 그리고 군사적으로 수렁에 빠져 허덕일 때(이라크 전에서도 아직 못 빠져나오고 있다)나, 경제적으로 혹은 사회적으로 위기가 닥칠 때면 그들은 맥아더의 침울한 말을 되새김질 하곤 했다.

번역 | 조은섭 chosub@ilemond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