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을 위해 움직이는 펜
2017-01-02 세르주 알리미, 피에르 랭베르 l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발행인, 기자
다국적 명품 기업 모엣헤네시 루이뷔통(LVMH)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이 프랑스 여론 다방면에 걸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일간지 <레제코>(기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2007년 인수)와 <르파리지엥>을 소유하고 있지 않았었다면, <르피가로>가 열성을 다해 아르노 회장을 섬기는 모습은 많은 이들의 조소를 자아냈을 것이다. 자체 홍보나 자체 검열 면에서 아르노 회장을 절대 염려시키지 않는 이 두 일간지에(1) <로피니옹>까지 가세한다. 사실 아르노 회장은, 끊임없이 뉴스 요약 면을 장식하고 독자들이 많지는 않아도 다양한 비디오 영상분야 소식란을 갖추고 있는, 이 친경영인 일간지에 대규모로 재정을 지원하고 있다. 노사가 대립하는 시기에는 이런 관계가 더욱 눈에 띄게 마련이다. 그 이유는 사람들의 눈과 귀가 거의 모든 것에 익숙해져 있다 하더라도, 각 감사관들이 파업 노동자들을 매우 싫어하는 주주(내지는 반동분자)일 것이라고 가정하면서까지 굳이 사람들을 지나치게 자극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아르노 회장이 구축한 세계는 다소 일가의 마음에 든 모양이다. 지난 3년 동안 프랑스 제3의 부호인 세르주 다소가 소유하고 있는 일간지에서 프랑스 제2의 부호에게 바치는 찬양 일색의 기사와 특별 부록들이 쏟아졌다. 2013년 3월, ‘루이뷔통의 매력에 빠지다’라는 제목의 ‘쇼’가 시작이었다. 며칠 후 아르노 회장이 대영제국의 찰스 왕세자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은 일도 <르피가로>에서 대대적으로 보도를 했다. 2014년 3월에는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 너그러운 기부 선행으로 뉴욕 근대미술관의 데이비드 록펠러상 수상”이라는 아주 친절한 기사가 나오기도 했다. 2014년 10월에는 LVMH 광고 예산의 힘을 잘 알고 있는(2) <르피가로>를 포함한 언론 전체가 파리의 루이뷔통 재단 건물 개관식 소식을 일제히 축하했다.
고상한 사진들이 함께 실린 2014년 10월 24일자 <르피가로 매거진>은 거의 완벽에 가까웠다.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의 진짜 모습’(해당 기사의 제목임)을 밝히는 글이 10페이지에 걸쳐 이어졌고, 아르노 회장에 대한 비판이 나올 수 있었음에도 아르노 회장의 ‘숨겨진’ 모습을 보여줬다.
“아르노 회장의 부인인 피아니스트 엘렌 메르시에 아르노가 생각하는 것처럼, 아르노 회장은 사람들이, 자신이 예술가들을 이해하고 있고 그들에게 불가능이란 없다는 희망을 줬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사실에 기뻐한다”라고 하면서. 한 달 뒤, 2015년 10월 28일 <르피가로 에코노미>는 ‘LVMH 견습생들에게 전하는 베르나르 아르노의 첫 강의’라는 달콤한 기사를 놓치지 않고 내보냈다.
정점은 2016년 5월 19일이었다. 거의 모든 신문에서 그랬듯 <르피가로>도 ‘LVMH 그룹의 스페셜 데이’를 알리는 수많은 광고페이지들을 실은 후, <르피가로와 당신>이라는 별도 부록에서는 다음과 같이 시작되는 편집자의 특집 기사를 할애했다. ‘럭셔리의 세계로 열린 문. 베르나르 아르노 부자와의 인터뷰’. 특집 기사 첫 페이지 상단의 반을 ‘두 영웅’의 사진이 차지하고 있었고, 아래에는 LVMH가 소유하고 있는 뵈브 클리코 샴페인 광고가 자리하고 있었다. 이 다국적 기업의 홍보 담당도 아닌 <르피가로> 기자였음에도 두 기자의 모든 질문들은 다음 질문을 중심으로 논쟁을 불러일으킬 만 했다.
“사람들에게 지속적으로 꿈을 꾸도록 만들면서도 자신의 세상을 개방할 수 있는 것은 럭셔리 세계의 특권 중 하나인가?”
물론 지면이 부족했겠지만, 어느 언론에서도 프랑수아 뤼팽의 다큐멘터리 영화 <사장님 고마워요!>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당시 이 영화는 이미 예상 밖으로 선전하고 있었는데(50만 관객 동원) 자세한 내용은 아르노 회장에게는 결코 이롭지 못한 이야기였다.(3)
<르피가로>의 지면을 장식한 LVMH 축제 일주일 후, 다소 회장의 일간지를 포함한 국내 대부분의 일간지에서는 프랑스 노동총동맹(CGT) 위원장의 글을 게재하는 것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신문 인쇄가 중단되는 상황을 맞닥뜨리게 됐다. ‘검열’이라 볼 수 있는 그 결정은 민주주의에서 매우 우려스러운 일로 판단된다. <리베라시옹>의 로랑 조프랭 사장은 목 메인 소리로 “CGT의 프로젝트, 정치 프로젝트란 오직 하나의 신문만 남게 만드는 것이다”라고 말했고 <르피가로>는 자신들이 “신문의 논설을 인질로 삼아 정치의 장으로 변모시키려” 하는 ‘협박의 피해자’라고 자처했다(2016.5.27). 아르노 회장은 언론계 거물들의 분노를 일으키지 않고도 언제 어디서나 어떤 방식으로든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어낸다. 하지만 그가 원하는 바를 이루어내는 방식은 명품과 예술 그리고 돈이 빛나듯, CGT의 필리프 마르티네즈 위원장의 방식보다 더 호의적이어야 할 것이다. 만약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역시 LVMH의 광고 선물에 좌우되는 상황이었다면 이 모든 이야기들을 그대로 내보낼 수 있었을까? 아마 아닐 것이다.
글·세르주 알리미 Serge Alimi, 피에르 랭베르 Pierre Rimbert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발행인, 기자
번역·김자연 jayoni.k@gmail.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1) 그래서 <르파리지엥>의 편집장이 자발적으로,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을 신랄히 비판하고 있는 영화 <사장님 고마워요!>에 대한 분석 기사를 금지하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2) 2010년 르피가로 그룹 전체 광고 수입의 10%.
(3) 다음 기사 참고. 프레데리크 로르동 Frédéric Lordon, ‘기득권자들이여, 두려움에 떨 준비를 하라 Un film d’action directe’,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어판, 2016년 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