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세무서가 주식에 상장됐다

2017-01-02     크리스티앙 드브리

파나마 법률회사 모색 폰세카의 내부 금융문서 유출(1천1백만 건 이상) 사건은 <르몽드> 2006년 4월 5일자 사설에 쓰인 표현을 빌자면, “현기증과 정신적 혼미함, 그리고 구토”를 유발했다. 일부 공개된 내용은 주로 정치인, 독재자, 스포츠 스타와 인기 연예인 그리고 유명 갑부들에 집중돼 있다. 조직범죄 및 테러 자금과 함께 관리된 돈의 주인이자 이 법률회사의 고객인 다국적 기업들이나 익명의 거부들, 또는 은행이나 변호사 사무실, 재무관리 회사 등 고객의 자금 세탁과 자본 환류를 위해 필수적인 중개자들에 관한 내용은 많이 드러나지 않았다.

‘파나마 페이퍼스’는 2008년 UBS 사태, 2014년 룩셈부르크 리크, 2015년 스위스 리크 등 최근 발생한 일련의 스캔들 이후에 일어났다. 이 사건들 덕분에 베일에 가려져 있던 탈세와 금융범죄들이 좀 더 세상에 드러나게 됐다. 조세천국 파나마 군도에는 100여 개의 조세 피난처가 존재한다.(1) 4천 개의 은행과 240만 개의 유령회사가 16~18조 달러를 관리하고 있다. 전 세계금융 및 무역자본의 약 50%가 이들 은행과 유령회사를 거쳐 간다. 이를 “세계화된 자본주의에 꼭 필요한 요소”라는 미명하에 수십 년 전부터 여러 국가들이 용인하고 있어,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의 제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조세회피 현상은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2009년 9월 23일, 프랑스의 대통령은 우습게도 “조세천국들, 은행권의 비밀, 이제 모두 다 끝이다!”라며 허세를 부리기도 했다. 과세 대상을 숨기는 행위를 포함해, 국가의 세수를 구성해야 할 자본들이 민간 부문으로 흘러들고 있다. 놀라울 것은 없다. 유럽에서 소비되는 수십만 톤의 바나나가, 과일 생산보다 명목상 면세혜택 허용으로 더 잘 알려진 채널제도의 저지 섬에서 수입되고 있으니 말이다. 또 프랑스에서 활동 중인 대부분의 다국적 기업이 10% 이하의 소득세만 내고 있다. 이들의 소득액은 세계 4대 회계감사 기업이 인증한 회계규정 및 실무에 의해 이미 지나치게 저평가된 것이다. 그러나 프랑스에서 이뤄지는 탈세가 법인세 총액의 거의 두 배에 달하는 600~800억 유로에 이른다고 해도, 본디 세금으로 환원됐어야 할 이 금액의 일부를 다른 납세자에게서 메우려하는 것은 소용없는 일이다.  

당신은 소파에 편안하게 앉아, 감자칩과 말린 소시지를 먹으며 TV로 대규모 소시지 생산업체와 감자칩 생산업체의 요트경기를 보고 있다. 그 요트경기 비용이 당신의 세금으로 치러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경기비용과 회사홍보를 위해 대여한 요트 대여비용 전체가, 이들 업체가 당신에게 판매한 상품가격으로 전가돼 있다. 사실 그들은 당신에게 독단적인 방식으로 그리고 직접적 보상 없이, 금전적 선취를 시행한 것이다. 이것은 바로 세금의 정의기도 하다. 또한, 광고비 역시 소비자에게 판매되는 재화와 용역의 가격에 포함돼 있다. 프랑스의 경우, 소득세 대상 상품의 약 3/4에 해당하는 약 300억 유로의 광고비가 판매가격에 포함돼 있다. 예전에는 국가의 절대적 특권이었던 세금 징수 권한이, 자신들만의 고유한 세금징수를 이행하고 있는 기업들에게 분배된 것이다. 그 결과로 주식에 상장된 민간 세무서가 생긴 것이다. 

그래도 당신이 이중으로 돈을 내는 편이 낫다. 왜냐하면 요트경기 비용은 과세 대상에 포함되므로, 그만큼 과세 수익을 낮추고 관련 세금을 낮춘다. 따라서 수입이 줄어든 정부가 국가수입을 일정수준으로 유지하도록 하기 위해 당신에게 매달릴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기업들이 교활하다면(실제로 그들은 교활하다), 그들은 요트경기 수익의 일부를 환원해 개최하는 인도주의적 행위로 포장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기부금의 60%에 해당되는 금액까지 과세액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도 역시 국가는 기업들의 주머니로 들어가 버린 세금을 당신에게서 회수하려 할 것이다. 이렇게 당신은 부지불식간에 기업의 자선행위 대부분에 금전적 지원을 하게 된다. 그렇다고 기업들이 당신을 거액기부자 명단에 올리고 당신에게 감사를 표할까? 물론 그런 기대는 가지지 않는 게 좋다. ‘거액기부자’는 바로 기업들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거액기부행위를 아주 효과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그러니 이들이 복지, 문화, 스포츠, 환경에 후원하는 데 열을 올린다 해도 놀라울 것은 없다. 실제 사례가 궁금한가? 몇몇 대형 슈퍼마켓에서는 먹을 수는 있지만 판매는 어려운 식료품들을 정기적으로 자선단체에 기부하고 있다. 자신들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제고’시킬 수 있는 적절한 인심 쓰기 방식이다. 아름다운 자선의 세계에 오신 걸 환영한다! 다만, 기부액의 60%가 세금 총액에서 공제 가능하다. 다시 말해, 납세자인 우리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기업이 이익을 누리는 식료품 기부의 비용 대부분을 내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기업의 입장에서는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 처리에 따른 유기폐기물 특별세를 내지 않아도 되니 이런 식료품 지원은 더욱 장려되고 있다. 최근 관련 법률이 제정됨에 따라 이러한 종류의 기부가 의무화됐으나, 대기업들의 올바른 행동을 장려한다고 간주되는 세제혜택은 폐지되지 않았다. 그러므로 우리는 앞으로도 이들 기업이 법을 잘 따르고 식품 재고를 처분할 수 있도록 이들에게 돈을 지불하게 될 것이고, 식료품 기부를 받는 단체에게는, 먹을 수 있는 식료품과 없는 식료품을 분리하는 비용도 부과시킬 것이다. 

다른 예를 들어보겠다. 다국적 명품 기업 LVMH는 예술 창작에 대한 자신들의 불타는 열정을 발견했다. 프랑스 갑부 1위인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이, 능력 있는 포식자로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아무 것도 창조해내지 않고 단순한 관리로도 자신의 그룹을 명품 브랜드로 만든 것만큼 칭송 받을만한 일이다. 그런데, 주주들의 배를 채우고 난 뒤에도 남아도는 수익을 ‘몰수에 가까운’ 세금으로부터 지켜내려면 어떻게 해아 할까? 한 가지 해결 방법은, 초과수익 일부를 예술과 문화에 투자하는 것이다. 고급 요리에 곁들여진 유명 와인처럼, 시장에서 판매 중인 명품의 가치를 높이는 아주 우아한 방법이다. 이를 위해 먼저 재단(루이비통재단)을 설립하고 이 재단을 관리한다. 재단의 재정은 그룹의 수익 중 일부를 기부해 조달한다. 이 기부는, 매출액의 0.5% 한도 내에서 60%까지 법인세를 공제할 수 있도록 해준다. LVMH 그룹처럼 매출액이 300억 유로에 달한다면, 연간 공제 상한선은 1억 5천만 유로에 달하고, 여기에서 다시 9천만 유로를 회수할 수 있다. 이 금액은 다 써버리지 않는 이상 향후 5년까지 유지될 수 있다. 환급된 이 돈은 루이비통재단 미술관을 세우는 데 들어갔다. 파리 불로뉴 숲에 위치하고 있으며, LVMH가 운영을 맡고 있는 20헥타르 규모의 아클리마타시옹 놀이공원에 세워진 화려한 미술관 말이다. 이번에도 역시 국가, 다시 말해 납세자는 이 재단정책에 관여할 수 있는 어떠한 권리 없이도, 재단 예산의 대부분을 책임진다. 

요컨대, 민주주의 사회에서 시민의 의지를 대변해야할 공권력이 “국가에 돈이 없다”는 핑계로 민간부문에 간접적으로 세수의 일부 그리고 세금징수 권한 일부를 양도하며 문화, 스포츠, 환경 및 기타 정책을 민간부분에게 내동댕이친 것과 마찬가지다. 국가는 사유화된 세금이 올바르게 쓰이는지에 대해서만 감독하고 있다. 한 국무보고서(2)에 의하면, 기업재단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상황과 이들 재단이 기업의 국외활동을 재정지원할 수 있는 능력을 고려할 때, 이들에게 이러한 세금징수 권리를 맡기는 것은 무모한 짓이다. 이는 좀 더 넓게 보면, 수전 조지가 ‘횡령자’들이라 칭한 이들(3)의 이익을 위해 국가의 활동 재원이 사유화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세법은 더 많은 배당을 받은 개인이나 기업을 위한, 완곡한 표현으로 ‘조세회피 구멍’이라 불리는 허점투성이 조치들로 채워져 있다. 모든 사람이 법의 공명정대함 안에서, 가난한 이들이나 부유한 이들이나 다리 밑에서 노숙하는 것이 법적으로 금지돼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같은 식으로 법은 사람들에게, 할당된 세금의 상당부분이 공제가능한 부동산, 가정서비스 그리고 영화제작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활동에 대한 투자를 장려한다. 이러한 조세 권력 경쟁에서 상위 1% 부유층과 대기업들이 가장 유리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거대 언론들은 이런 모든 특혜에 대해 별다른 동요를 보이지 않는다. 의심할 여지없이 그들도 특혜를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언론사에 기부되는 금액 중 66%가 면세 대상이다. 하지만 과연 이 기부금이 실제로 공공의 이익을 위해 사용되는지 증명할 수는 없다. 언론사의 기자들은 7,650유로의 경비 공제를 받는다. 특혜를 누리고 있는 일부 대기업의 총수들의 경우를 보면 이들은 회사 공금, 다시 말해 일부는 우리 주머니에서 나온 돈으로 호화주택에 살며 호화 여행을 다니고 고급 음식을 즐긴다. “세계화의 관점에서 보면 별일 아니다”라고 그들은 항변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여하튼, 사람들은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 대목에서, 한 세기 전 쥘 르나르가 그의 저서 <일기>에서 한 말을 인용해보겠다.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없는 것이라면, 돈을 내어놓으시라.”  


글·크리스티앙 드브리 Christian de Brie
언론인
번역·김자연 jayoni.k@gmail.com
한국외국어대 통역대학원 졸업. 



(1) 다음 기획 기사 참고, ‘전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금융 범죄행위 L’archipel planétaire de la criminalité financière’,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00년 4월
(2) 국무위원 Gilles Bachelier의 ‘후원관련 세제의 속지주의 규칙 Les règles de territorialité du régime fiscal du mécénat’에 대한 보고서, Centre français des fonds et fondations, Paris, 2013.2.
(3) Susan George, <횡령자들. 다국적 기업들은 어떻게 권력을 잡았나 Les Usurpateurs. Comment les entreprises transnationales prennent le pouvoir>, Seuil, Paris,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