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두만강의 생태평화공원은 동북아 ‘고르디아스’ 매듭

2017-01-02     최민자
   
 

 대통령 탄핵정국으로 국내가 들끓고 있는 한편, 국제사회 특히 우리의 삶과 직결된 동북아 정세는 각국의 상충된 이해관계로 인해 격변하고 있다. 특히 신고립주의와 보호무역주의를 표방한 미국 도널드 트럼프 차기 정부의 등장은 외교, 안보, 경제 등 여러 분야에서 우리에게 많은 난제를 안겨줄 전망이다. 신전의 매듭을 풀면 세계의 왕이 될 것이라는 말에,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단칼에 그 매듭을 잘라버렸듯, 우리가 동북아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필자가 연구자로서 제안하는 유라시아-두만강 유엔생태평화공원(UN Ecological Peace Park, UNEPP 또는 UNWPC)은 동북아 고차방정식 문제를 획기적으로 풀기 위한 것이다. 두만강 하구 중국과 북한, 러시아 3국 접경지역에 대한 개발계획을 통해 동북아 역내 국가 간에 윈-윈 구조의 협력체계를 강화하는 한편, 지역 균형 발전과 광역경제 통합을 촉진함으로써 한반도 평화통일과 동아시아공동체 구축에 기여한다. 또한 21세기 아태시대 개막을 본격화하며, 나아가 실크로드의 출발점이자 종착역인 한반도와 중국-러시아-중앙아시아-유럽을 관통하는 유라시아 공동체 형성을 촉진하기 위함이다. 유라시아 공동체에 대한 전망은 탈냉전 이후 동북아 권역의 역동적 변화와 맥을 함께한다. 이러한 시대적 조류에 부응해 유라시아를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는 초대형 프로젝트를 둘러싸고 한국은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중국은 ‘신(新)실크로드 구상’, 러시아는 ‘신동방정책’을 내세우며 3국 간 각축전이 치열하다. 

유럽연합과 동북아를 연결하는 유라시아 경제권 설계는 막대한 경제적 파급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더불어 상호교류 및 이해를 촉진시켜 평화와 번영의 새로운 문명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과 중국, 러시아가 동서문명의 교역로인 실크로드에 다시 주목하는 것은 매우 적실성이 있다. 그러나 유라시아 경제권 설계는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의 긴장관계가 완화되지 않으면 구현하기 어렵다. 계속되는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이 동북아의 긴장을 증폭시키고 있는데다가 남북한, 미-중, 중-일의 고착화된 대결 구도와 더불어 한국 내 사드 배치를 둘러싼 미국 대 중-러 공조체제의 대결은 동북아 고차방정식을 더욱 풀기 어렵게 한다.

유라시아 경제권 설계가 가시화되고 아태시대 개막을 본격화하려면, 동북아의 역내 구도에 새로운 방향 제시 및 새로운 방법의 기획과 더불어 신동력을 불어넣을 필요가 있다. 필자가 추진해 온 UNEPP 개발계획은 시대적 조류와 각국의 니즈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새로운 방법으로 기획된, 생태적으로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개발계획이다. 

유라시아와 두만강을 잇는 생태평화공원

UNEPP 개발계획을 구상하게 된 배경은 유엔개발계획(UNDP) 주관하의 다자간 개발협력사업인 두만강지역개발계획(TRADP)과 관련이 있다. 1991년에 발족된 TRADP는 한때 동북아 경제협력의 시금석이 되기도 했으나, 한반도를 둘러싸고 복잡하게 얽혀 있는 4강의 정치·군사적 이해관계와 동북아 역내 국가들의 정치경제적 이해관계로 경제협력은 지체됐다. 2005년 9월 TRADP는 GTI(광역두만강개발계획)로 전환됐고, 2009년 북한은 탈퇴했다. 이처럼 ‘동북아경제권’ 형성의 중요성은 1990년대 초에 이미 인지됐지만, 국민국가 패러다임을 넘어선 ‘동북아 그랜드 디자인’이 부재했고, 회원국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끌어내지 못했다. 또한 첨예한 이해관계를 조율할 만한 메커니즘도 없었기에 TRADP는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UNEPP은 바로 이러한 TRADP의 내재적 한계를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협력과 접경지역의 발전 및 효율적인 지역 통합을 통해 한반도 평화통일과 더불어 본격적인 아태시대를 개막하려는 취지를 담고 있다. 말하자면 포용적 성장과 포용적 혁신을 통해 동북아의 역내 구도를 안정적인 평화구도로 정착시키려는 포괄적 의미의 동북아 피스이니셔티브(NEAPI)다. 

UNEPP 프로젝트는 1995년 9월 유엔 창립 50주년을 기념해 내한한 제임스 스페드 UNDP 총재와 헐버트 버스톡 UNDP 동아시아지역 대표에게 필자가 처음 발의했고, 이 발의를 지지한 두 사람이 UN 명칭 사용에 동의함으로써 시작됐다. 1995년 10월 중국 측과 필자와의 2자 조인식이 있었고, 1999년 4월에는 중국 훈춘 현지에서 유엔 측 대표, 중국 훈춘시 인민정부 시장, 러시아 하산구정부 행정장관과 필자는 3국 접경지역 약 2억 평(조인식 직후 1억 평 추가) 부지에 UNEPP 개발계획을 위한 4자 조인식을 갖고 두만강 하구 방천에서 유엔 로고가 새겨진 기념비 제막식을 가졌다. 당시 4자 조인식은 4개국어(영, 한, 중, 러)로 작성됐다. 4자 조인식의 유엔측 대표로는 코피 아난 UN 사무총장과 제임스 스페드 UNDP 총재의 재가를 받아 솜사이 노린 UN 한국주재대표가 참석해 서명했다. 조인식 직후인 1999년 5월 UNEPP 건립을 지지하는 UNESCO 사무총장의 서한이 접수됐다. 1999년 6월 UNEPP 사무소 개소식이 있었으며, 수차례에 걸쳐 훈춘, 하산, 블라디보스톡에서 대표자 및 실무자 회의를 가지고 지질 및 지형 조사를 거쳐 2000년 UNEPP 건립계획서를 한글판과 영문판으로 발간, 배포했다. 2001년 이후 현재까지 UNEPP 1차 조성지역에 대한 기본설계도와 본부 세부설계도 및 조감도를 완성했다. 

세계는 지금 양자 FTA 시대를 넘어 광역경제통합시대로 향하고 있음에도 동북아는 여전히 영토문제와 역사문제, 북핵문제 등에 갇혀 역내협력과 경제통합을 원활하게 이루지 못하고 있다. UNEPP 개발계획은 21세기 개념의 광역경제통합과 한반도 통일 문제를 입체적으로 풀기 위해 구상한 것이다. UNEPP은 아시아-유럽을 동서로 관통하는 태평양의 관문으로서, ‘최대보전 최소개발(97%보전, 3%개발)’ 개념으로 자연친화적이고 생태효율적인 생활을 직접 체득할 수 있도록 지구촌의 미래 청사진으로 기획된 것이다. 이 일대는 3국이 접해 있는 지리적 특수성으로 인해 경제 여건의 상보성은 물론 지정학적 입지가 상품화될 수 있는 가치가 높은 곳이다. 

필자는 UNEPP이 중국 방천에서 막혀 버린 중국 동북3성의 동해로의 출로를 열어 극동러시아와 북한, 그리고 동해를 따라 일본 등으로 이어지는 아태지역의 거대 경제권 통합을 이루고 동북아를 일원화함으로써 한반도 통일과 동북아 평화 정착 및 동아시아 공동체, 나아가 유라시아 공동체 구축을 통해 21세기 문명의 표준을 전 세계에 전파하는 북방 실크로드의 발원지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TKR과 TSR, TCR(중국횡단철도) 등 유라시아 철도망이 연결되고, 동해에서 두만강을 따라 내륙으로 중국과 북한, 러시아를 관통하는 운하가 건설되면 동북아 광역경제통합이 더욱 탄력을 받으면서 아태시대, 유라시아 시대의 개막은 본격화될 것이다.
  
한반도 평화통일과 
동아시아공동체 구축에 기여
 
이 계획은 한반도의 평화통일과 동아시아공동체를 구축하는 데 기여하고 21세기 아태시대의 개막을 본격화하며, 나아가 유라시아 공동체 형성에 기여함을 목표로 한다. 제로섬 게임을 기반으로 하는 국가들 간의 연대나 단기이윤 추구가 목표인 기업들의 투자개발과는 목표부터가 다르다. 동북아 역내 국가 간 윈-윈 구조의 협력체계를 강화하고, 새로운 협력유형으로서의 녹색 거버넌스와 비정부기구(NGO)의 활동을 통해 지역균형발전과 광역경제통합을 촉진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유라시아 공동체 형성에 기여하고자 한다.
이는 동북아의 ‘공동지능(Co-Intelligence)’ 계발을 통해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제고하고 동북아의 지속적인 안정과 번영을 도모하려는 종합적이고 지속가능한 개발계획이다. 세계 평화 및 분쟁해소에 기여하고, 저공해 환경친화적 개발, 생태 관광 개발, 지역경제 발전 유도, 지속가능한 개발, 저밀도 개발 등에 주안점을 두고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을 통해 생태적 지속성을 띤 지구공동체의 실현에 기여하고자 한다.

이 계획의 실행을 위한 1차적인 물질적 토대는 세계 최초로 개발된 첨단소재와 원천기술에 의해 마련될 것이다. 이 외에도 세계은행,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국제금융기구의 참여와 제한된 범위에서의 NGO 펀드레이징이나 민간투자도 생각할 수 있다. 즉, 이 계획은 ‘동북아 그랜드 디자인’을 가지고 정신과 물질의 총합으로서 기획된 것이다.

전략적인 측면에서 보면, 이 계획은 운하 건설과 더불어 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아태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기 위해서는 중국 동북 3성의 막대한 물동량과 시베리아의 풍부한 부존자원이 동해로 운송되고 북한을 포함한 극동지역의 경제가 활성화돼야 한다. 그러려면 동해에서 두만강을 따라 내륙으로 북-중-러를 관통하는 운하와 항만이 필요하다. 운하를 건설하는 단계가 되면 TKR과 TSR도 연결될 수 있을 것이고, 동북아 광역경제 통합이 탄력을 받아 한반도 평화통일과 더불어 아태시대의 개막이 본격화될 것이다. 

이 계획은 지구촌의 미래 청사진을 제시하는 원대한 비전을 가지고 있다. 적절한 시기에 북한, 중국, 러시아 3국의 동의하에 UNEPP 구역이 무비자(No-Visa) 지대로 설정되고 국제표준에 맞는 화폐 통용과 관리가 이뤄지면, 광역경제통합에 더욱 탄력을 받고 ‘동북아 경제권’ 형성이 가속화될 것이다. 바야흐로 한반도 통일과 더불어 본격적인 아태시대의 개막으로 유라시아 경제권 형성 또한 촉발될 것이다.  

1989년 동유럽 사회주의권이 대변혁을 맞은 이후의 세계적 변화는 복합적이며 다차원적인 것으로 국제정치 영역과 세계 자본주의 영역은 물론 이데올로기와 환경, 문화, 예술의 영역에서 나아가 과학과 사유의 영역에까지 미치고 있다. 국제정치경제질서의 측면에서 이러한 역동적 변화는 탈패권, 탈냉전의 조류 속에서 한편으로는 1995년 1월 WTO 체제의 등장으로 자본주의 경제의 세계화가 가속화되고 국제경제 관계에서 자유주의 경제원칙이 확대 및 강화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경제적 자유주의를 구현할 수 있는 다자주의(Multilateralism) 원칙이 세계경제의 운용원칙으로 제도화됐다. 다른 한편으로는 유럽연합(EU)의 발전(1993) 및 북미자유무역지대(NAFTA)의 출범(1994),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설립(1989) 및 아세안자유무역지대(AFTA) 설치(2003) 등으로 인해 경제적 지역주의가 강화됨으로써 세계화와 지역화, 보편성과 특수성이 교차하고 있다. 또한 아시아와 유럽 간 포괄적 협력을 도모하기 위해 설립(1996)된 협의체 아셈(ASEM 아시아-유럽정상회의)은 유라시아 공동체 의식의 태동을 보여주는 사례로서 국제사회의 주요 이슈에 대해 상호 긴밀한 협력의 채널을 제공하고 있다. 

국제통계연감(2011)에 의하면, 유라시아 대륙은 지구에서 가장 큰 단일대륙으로서 지구 육지 면적의 약 40%, 세계 인구의 약 71%,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60%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의 경제권역이다. 유라시아 경제권의 출발점은 환동해지역이다. 러시아의 풍부한 부존자원과 중국의 거대상권, 한국과 일본의 기술과 자본, 그리고 북한의 노동력이 만나는 곳. 이 환동해 지역에서 두만강을 따라 내륙으로 북-중-러를 관통하는 운하와 항만이 건설되고 유라시아 철도망이 연결되면 동북아 광역경제통합이 탄력을 받으면서, 한반도 통일과 더불어 아태시대의 개막이 본격화되고 한반도에서 유럽까지의 육상 실크로드와 해상 실크로드가 완성될 것이다. 

이제 우리는 모든 것이 수평적으로 연결되고, 지정학적으로 연계되는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유라시아 대륙을 하나의 경제공동체로 묶고 한반도 평화통일의 기반을 구축하려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육상 실크로드와 해상 실크로드를 확대함으로써 현대판 신(新)실크로드 경제권을 구축하려는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 그리고 나진-하산 프로젝트 등을 통해 ‘극동러시아 시대’의 개막을 알린 러시아의 ‘신동방정책’이 만나는 지점은 실크로드의 출발점이자 종착역, 다름아닌 한반도다. ‘철의 실크로드’ 구상의 동단(東端)을 이루는 경의선과 동해선이 연결돼 유라시아 철도망이 완성되고, 북-중-러를 관통하는 운하와 항만이 건설되면 육상 실크로드와 해상 실크로드가 명실공히 완성됨으로써 이런 3국의 정책이 제 기능을 발휘하고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필자가 추진해온 UNEPP 개발계획은 육상 실크로드와 해상 실크로드를 완성함으로써 한반도의 평화통일 분위기를 조성하고, 21세기 아태시대를 여는 첨병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북-중-러 3국 접경지역의 녹색적 가치의 실현에 주안점을 두고 민-관-기업 간의 파트너십 체제인 녹색 거버넌스를 바탕으로 한다. 3국 접경지역은 지역의 특성상 특정 국가가 나서서 이러한 원대한 비전을 펼칠 수는 없기 때문에 북-중-러 3국 주체 외에 지속가능한 역내 협력과 지역 통합을 위한 제4의 대안적 주체로 UNEPP을 구상하게 된 것이다.   


글·최민자
성신여대에서 정치외교학을 가르치고 있으며, UNEPP(UNWPC) 대표로 유라시아와 두만강을 잇는 생태평화공원 조성작업에 헌신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새로운 문명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한반도發 21세기 과학혁명과 존재혁명>, <동서양의 사상에 나타난 인식과 존재의 변증법>, <통섭의 기술>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