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를 겨누는 은행의 칼날

2010-03-05     세르주 알리미

   국가는 아무 대가도 요구하지 않고 은행을 구해주었다. 그러나 은행은 되찾은 권력의 날을 국가를 향해 겨눈다. 그리고 자신들이 국가에 권유했던 파렴치한 짓의 폭로를 빌미로 돈을 뜯어간다. 국가 신용이 떨어지면 대출 금리가 올라가기 때문에 협박은 통한다. <<원문 보기>>
골드만삭스는 그렇게 그리스가 수십억 유로를 비밀리에 빌릴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뒤이어 유럽연합(EU)의 공공부채 제한 규정을 피하기 위해 기발한 꼼수로 재정회계 장부를 조작하도록 조언했다. 이 획기적인 수법 덕분에 그리스의 방만한 국가부채는 곧 은폐되었다.(1) 돈을 가져가는 자는 누구이며 누가 그 값을 치르는가? 골드만삭스의 최고경영자 로이드 블랭크페인은 얼마 전 900만 달러(약 105억 원)의 보너스를 받았다. 그러나 그리스는 그리스 전체 공무원의 1년치 연봉에 해당하는 돈을 잃었다.
은행과 비슷하게 국가도 ‘대마불사’다(로랑 코르도니에 기사 참조). 고로 국가도 역시 구제된다. 그러나 생존의 대가를 비싸게 치른다. 이미 유럽중앙은행의 총재인 장클로드 트리셰는 월가의 술책을 밝혀낸 듯 그리스 정부에 완고한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트리셰는 그리스에 경고했다. ‘극도로 엄정하게’ 자신의 ‘비정상적 행적’을 고쳐야만 될 것이라고 말이다. 유럽연합의 ‘강도 높고 지속적인 감시’하에, 다시 말해 경제적 주권을 포기하면서 2009년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12.7%를 2012년 3%까지 낮춰야만 할 것이다. GDP 대비 재정적자를 10%포인트 가까이 줄이는 것은 특히 그리스처럼 경제성장이 미약한 곳에서는 무모한 도박이다. 따라서 ‘엄정’ 정도가 아닌 중대한 외과 수술이 될 것이다. 그런데 미국과 중국이 경기 회복을 굳히기 위해 자국 화폐를 평가절하하는 시점에서 이 조처는 역설적이게도 유로화의 안정을 목표로 한다.(2)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미 우리를 파멸의 구렁텅이까지 몰고 갔던 은행들이 그리스 예산 장부를 조작하는 데까지 가담한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평했다. 그렇게 말로 공격해봤자 골드만삭스는 무관심할 뿐이다. 블랭크페인이 받은 보너스에 대해 의견을 묻자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한마디의 질책도 하지 않았다. “미국인 대부분이 그렇듯이 나는 성공과 부에 대해 비난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시장경제의 문제입니다.” (다 알다시피) 그가 말하는 이 부는 공동체 전체를 위한 것이다. 지난해 골드만삭스는 전체 수익에서 0.6%만 세금으로 내지 않았던가?(3)

글•세르주 알리미 Serge Halim

번역•박지현 sophile@gmail.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 국제단체 남극보호연합 한국지부 담당관. 주요 역서로 <녹색희망> 등이 있다.

<각주>
(1) 2010년 2월 13일자 <뉴욕타임스>에서는 골드만삭스가 300만 달러의 사례금을 받았다고 언급했다. 이는 이미 상당한 부채를 진 그리스가 유럽통화 공동체에 문제없이 가입할 수 있도록 몰래 수십억 달러를 빌릴 수 있는 수법을 찾아준 대가였다.
(2) 이브 드 케르드렐(Yves de Kerdrel)의 기사. ‘문제는 그리스가 아니라 유로다’(Le probleme ce n’est pas la Grece, c’est l’euro) 참조. 2010년 2월 16일자 <르피가로>.
(3) <하퍼스>(Harper’s)에서 인용. 2010년 뉴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