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 대기업의 위험한 금융독점

2017-02-01     세드릭 뒤랑

 “만약 제가 8년 전 여러분에게, 우리가 대규모 경기 침체에서 벗어날 것이라고 말했다면 여러분은 제게 꿈이 너무 크다고 말했을지도 모릅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고별 연설에서 자랑스럽게 한 말이다. 그런데, 금융위기는 정말로 이제 저 뒤로 물러난 것일까? 은행 살리기에 집중됐던 전략이 오히려 새로운 위기의 조건들을 만들어 낸 것은 아닐까?


약 10년 전인 2007년 4월 2일, 뉴센추리 파이낸셜이 파산했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2위 공급업체의 파산은 1929년 이래로 유례가 없던 금융위기의 신호탄이 됐다. 현재까지도 자본주의는 금융위기를 극복하지 못했다. 무기력한 경제 성장률, 불완전 고용의 확산, 어두운 미래 전망…. 중앙은행들은 자신들의 개입수단을 늘리기 위해 (거의) 모든 금기사항을 없앴지만 안타깝게도 그들의 활동은 한계에 다다랐다. 신자유주의에 조금이나마 회생의 숨을 불어넣으려던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다.

그럼에도 공권력은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2008-2009년 겨울, 부유한 국가들은 자국 GDP(연간 생산 부)의 50.3%에 달하는 금액을 동원해 뇌졸중 직전까지 간 금융 시스템을 소생시키려는 시도를 했다.(1) 어려움에 처한 은행들에 대한 재자본화 또는 특별대출, 신용회복을 위한 추가 유동성 공급, 금융기관의 재정상태를 압박하던 악성자산 매입 등 금융 시스템의 생명력 회복을 위한 모든 예산 및 통화정책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2008년 11월 14일과 15일 워싱턴에서 처음으로 대통령 및 정부 수반들의 모임을 가진 G20 국가들(러시아, 중국, 브라질, 인도 포함)은 금융 안정성을 확보하고 세계화를 지킨다는 지침을 중심으로 정책 총동원령을 내렸다. 그들은 “시장경제, 자유무역, 투자 자유의 원칙”(2)에 대한 신념을 재확인하며 이러한 규모의 세계적인 위기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일치협력하기로 약속했다. 

이들의 임무는 성공했을까? 어떤 면에서는 그렇다. 세계경제는 1930년대와 같은 하락세를 겪지 않았다. 세계 GDP도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고 국제 교역 감소도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신자유주의가 난관에서 벗어났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 자본주의는 너무 많이 익어버린 과일처럼 떨어져버렸고, 시스템은  ‘침체’라는 모래밭 속으로 빠져버렸다. 

2009년, 세계는 동요하는 듯했다. 통화주의 창시자인 밀턴 프리드먼(1912~2006)을 격찬했던 이들이, 위기를 통해 통화주의가 실패였다는 것을 깨닫고 갑자기 국가의 경제 활성화 및 투자정책을 주창하는 존 메이너드 케인스(1883~1946)를 재발견해낸 것이다. <파이낸셜 타임스>의 수석 논설위원이자 2004년 출간된 <왜 세계화는 성공하는가(Why Globalization Works)>의 저자이기도 한 마틴 울프도 “이제 우리는 모두 케인스”(2008. 12. 24)라는 논평을 발표하며 2008년의 크리스마스를 축하하기도 했다. 그러나 2010년에 들어서자마자 경기 부양이라는 약속들은 긴축정책에 자리를 내줬다.

그리스에서 영국에 이르기까지, 민영화와 노동 법규 ‘완화’, 예산 삭감 등의 정책이 시행됐지만 기대했던 반등 효과를 가져 오지는 못했다. 부유한 국가들에서는 성장률이 1.5%대를 맴돌며 과거 수십 년에 비해 큰 폭으로 하락했고, 유럽과 미국에는 실업과 불완전 고용이 만성적으로 존재하게 됐다. 독자적으로 활력을 만들어낼 능력이 없는 개발도상국들의 경제 역시 최고의 결과를 얻지는 못했다. 2016년,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199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고, 러시아와 브라질의 GDP는 감소하며 세계 자본주의에서 이 두 나라의 주변부적인 위치를 다시금 확인시켜 줬다. 

2007년에서 2012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성장 예측은 평균 1.5%라는 큰 차이로 너무 낙관적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3) 이 실패가 놀라움을 가져온 것은 당연했다. 이런 비정상적인 현실은 세계경제가 어떤 상황으로 빠져들었는지를 여실히 보여 줬다. 자본주의는 무한히 증대되던 활력을 잃었고, 보편적 발전이라는 약속도 더 이상 사람들에게 기대를 주지 못한다. 정당성이 부여됐던 원칙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되자, 자연히 대안은 정치적-이데올로기적 재검토 쪽으로 기울고 있다. 현재로서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를 시작으로 보수주의자들에게 유리한 대안이다. 

“국가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기억해내야 할 순간이 왔다.” 라틴 아메리카에서 우고 차베스의 후계자가 한 발언이 아니라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2016년 10월 5일 보수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한 이 말은 한 시대의 종말을 고하는 것이었다. 영국 총리는 재계에 등을 돌리지 않은 채, 자신이 확인한 사실에 대해 말했다. 긴축정책은 기대했던 경제회복 효과를 가져 오지 못했고, 화폐라는 무기를 통해서 시장에 다시 도움을 주려던 시도는 실패했다고 말이다. 

2010년부터 G7국가들은 공공 지출을 삭감하며 2009년 평균 6.6%였던 적자를 2015년 2.7%로 감소시켰다. 올리 렌 유럽 연합 경제·통화 담당 집행위원은 당시에 지배적이었던 상황을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그 누구도 영원히 자신의 재력을 넘어서 살 수는 없다. 국가 역시 마찬가지다. 이론적인 모델링이나 실제 경험은 모두, 안정성을 추구하는 예산 정책이 분별없는 지출보다 훨씬 더 중장기적 성장에 유리하다는 것을 증명한다.”(4) 긴축정책이 성장을 저해하고 실업을 확산시킨다는 반대 의견에 대해 렌 위원은, 긴축정책이 오히려 “소비자들과 투자자들의 신뢰를 강화하고, 명확하지만 불안정한 회복을 성장이 지속되는 기간으로 변화시킬 수 있으며,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다”라고 반박했다.

금리인하로 대기업 대출 급증

하지만, 경제학자 마크 블라이스가 이미 밝혔듯이(5), 렌 위원이 내세운 논거들은 철저한 검토 앞에서는 성립이 안 되는 주장들이다. 매사추세츠 대학교 애머스트 캠퍼스에서 석사 과정 중인 토머스 핸던은 2013년, 부채 삭감 정책을 정당화하기 위해 자주 인용되는 케네스 로고프와 카먼 라인하트 두 하버드대 교수의 경험에 의거한 연구는 오류투성이라고 밝히며 학계를 당황시켰다.(6) 그리스의 비극은 주저하는 이들을 설득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도 있었을 것이다. 2010년 이후 그리스는 자국의 경제 상황이 나아지지 않은 상황에서 지출을 중단하는 고통을 감내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런 효과도 없었다. 긴축은 여전히 정치 지도자들의 주요한 나침반으로 남아있다. 

이 선택에 대한 결과로 국가들은 거시경제에 개입할 수 있는 수단들을 박탈당했고, 중앙은행들만이 나설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줬다. 경제 활동 촉진을 위해 대출의 문턱을 낮추는 임무를 맡은 중앙은행들은 문자 그대로 기이한 적극적 행동주의를 보여줬다. 이들은 우선, 금리(기준 금리)를 인하했다. 동시에, 중앙은행장들은 ‘양적 완화’가 포함된 새로운 정책을 펼쳤다. 이들은 수익을 낮추기 위해 유통시장에서 공공 및 민간 채무증권을 매입했다. 결국 ‘재무대신’들은 엄청난 양의 통화를 만들어냈고, 중앙은행들의 총 자산은 2008년 6조 달러에서 2016년 17조 5천억 달러로 3배 증가했다.(7)

이 정책들은 기대했던 일부 효과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공채의 장기금리가 현저하게 인하됐다. 다시 말해, 공채가 더 이상 수익을 내지 못할 때 공채는 무상이 된 것이다. 2016년 12월, 투자자들이 요구한 프랑스 국채 매입 금리는 5년 만기의 경우 마이너스(약 -0.28%)를 기록했고, 10년 만기의 경우 약 0.65%였다. 같은 시기에 소비자물가 인상(인플레이션)은 프랑스에서 연간 0.7%에 이르렀다.(8) 이러한 경기에서는, 세수를 부풀리는 GDP의 미미한 증가를 고려하지 않더라도, 국가는 채무를 지게 될수록 부유해진다. 2016년 8월, 후에 미국 대통령이 된 도널드 트럼프는 “지금이 돈을 빌릴 때다. 그것도 장기적으로 빌릴 때다”(9)라고 결론짓기도 했다.

중앙은행들 그리고 늦긴 했지만 유럽중앙은행(ECB)의 행동은, 서브프라임 위기를 유로의 위기로 만들어버린 국채 투기의 원천을 고갈시켰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들은 공공투자에 대한 지원도, 고용을 위한 재정 지원도 목표로 하지 않았다. 오히려 반대였다. ‘트로이카(IMF, ECB, 유럽위원회)’의 원조 하에 있는 국가들의 경우, 적자 감소라는 조건을 충족시킬 때만 ECB가 주관하는 공채 매입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기업들 역시 최저금리라는 행운을 비껴가지 않았다. 중앙은행들이 기대했던 것처럼, 기업들은 은행에 그리고 또 시장에 빚을 졌다. 일례로, 미국에서는 채권(채무 증권) 금액이 2007년 이후 4배 증가했다. 기업들은 이 금액을 가지고 무엇을 한 걸까? 2016년 10월 에드몽 드 로쉴드 그룹이 발표한 한 문서가 이 질문에 대한 (순진무구한) 답변을 내놓았다. “기업들은 두 가지 선택을 했다. 먼저, 배당을 늘렸고 그 다음 주식 환매에 나섰다. 첫 번째는 배당금에서 나오는 단순한 수익을 통해, 그리고 두 번째는 주식 환매로 인한 주가 상승으로, 두 가지 모두 주주들에게 이로운 것들이다. 이러한 행위는 주식시세에 도움이 됐을 뿐만 아니라, 주식에 의한 이익도 늘렸다. 증권이 환매될 때마다 매입한 주식의 취소가 뒤따르기 때문이다(그래서 주식의 숫자도 줄어든다).”(10) 미국의 상황도 명확하다. 2014년 이후, 주식 환매가 연간 5천억 달러를 넘어섰고, 배당금은 6천억 달러로, 2000년대 금융시장 불입 금액의 기록적인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유럽에서 ECB의 자산 매입 프로그램의 효과에 영향을 미치는 기본적인 요인들도 같은 방향을 취하고 있다. 넘쳐나는 대출은 주주들에게 이득이 되는데 투자에 어떤 미미한 영향도 끼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주요 국가들의 GDP가 2007년 이전의 기간에 비해 2~3% 포인트 가량 하락했다. 사람들이 순수하게 투자에만 관심을 가질 때 즉, 기존의 자본이 약화되고 낙후되는 것을 인지할 때 경제의 활력은 극적인 변화를 맞는다. 미국에서는 수익 1달러마다 겨우 4센트 정도만이 재투자되고, 유로 존에서는 2센트 그리고 일본에서는 거의 아무 것도 재투자되지 않는다. 즉, 이들 경제는 미래를 준비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리스나 이탈리아 등의 일부 국가에서는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몇 년 전부터 생산능력은 감소해 그리스 반도에서는 한 해 동안 7~8%에 달하는 무시무시한 수치의 생산 저하가 기록됐다. 

상황이 전반적인 불황으로까지는 번지지 않았다. 그건 사실이다. 하지만 침체는 지속되고 벌써 새로운 균열이 나타나고 있다. 첫 번째로 나타난 일련의 취약성들은 통화 정책의 성공에서 직접적으로 야기됐다. 금리인하의 부수적인 효과로, (퇴직연금, 생명보험 포트폴리오의 매우 큰 부분과 금융 시스템의 일부를 구성하는) 가장 안전한 자산의 수익이 줄어들었다. 이러한 활기는, 자본화에 의한 시스템이 지배적인 모든 나라에서, 은퇴 시스템의 잠재적이지만 보편적인 위기를 심화시켰다. 2016년 12월 16일, 미국의 재무부는 처음으로 클리브랜드의 철강노동자 퇴직연금이 제안한 삭감 요청을 승인했다. 절차가 진행된다면, 납입된 퇴직 연금의 평균 20%가 감소하는 상황이 나타날 것이며, 개인의 상황에 따라 감소폭은 최고 60%까지 이를 수 있다. 뉴욕 주에서 화물차 기사 3만 4천 명의 퇴직 연금을 관리하고 있는 한 기업의 책임자들 역시 연금의 20%를 ‘경감’하겠다는 제안을 했다. 네덜란드에서는 올해부터 여러 종류의 기금들이 납입을 중단할 예정이고, 2016년 대기업들의 퇴직연금 시스템 적자가 세 배로 증가한 영국에서는 대기업들이 근로자들에 대한 기업의 책임을 줄여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싼 값의 돈으로 향하는 길은 이제 막혀버렸다. 그렇다고 해서 좀 더 제한적인 통화 정책으로 돌아가는 것, 다시 말해 더 높은 기준금리를 채택하는 것이 더 빛나는 전망을 가져다주지는 않는다. 여러 국가의 경제를 관통하는 부채의 굴레가 지금처럼 저금리에 의존한 적은 없었다. 금융위기 10년 후, 금융기관들에는 채권들이 가득 들어찼고, 만약 미국이 시작한 금리 인상이 가속화된다면, 채무불이행은 급속하게 증가하면서 금융 시스템과 경제 전체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다. 국채의 이익 감소 역시 일부 투자자들이 점점 더 위험한 자산을 사들이도록 부추기고 있다. 갑작스레 금리 인상이 이루어진다면 즉시 꺼져버릴 새로운 거품들이 조금씩 생겨났다. 미국의 주요 경영인 두뇌집단인 미국기업연구소(AEI)가 요약한 것처럼, 매우 염려스러운 상황이다. “높은 수준의 부채, 신용 위험성을 반영하지 못하는 물가, 브렉시트, 중국 경제성장 둔화, 유로존에 은밀히 퍼져가는 은행의 위기 같은 점점 더 커져가는 세계 경제 균열의 결합은 향후 2년 내로 금융위기를 야기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11)

OECD도 이를 인정한다. 지금까지 중요시됐던 거시경제 전략은 헛돌고 있다. “통화정책이 너무 과도하게 요구됐다. 이제는 올바른 방향의 예산 정책이라는 레버를 작동시켜야 할 때다.”(12) 테레사 메이와 도널드 트럼프의 집권이 변화의 시작이 될 수 있을까? 아마도. 하지만 예산 정책을 시행하려는 이들의 의지는, 긴축정책을 선호하도록 부추기는 일부 민간 부문의 반대에 부딪칠 수도 있다. 경제학자 미할 칼레츠키가 이미 1940년대에 지적했듯이 “‘국가재정 건전화주의’의 사회적 기능은 고용 수준을 국가의 ‘신뢰’에 의존하게 만드는 것이다.”(13) ‘국가재정 건전화주의’는, 자신들의 계획에 반하는 모든 정책은 투자 감소와 고용 감소라는 벌을 받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지닌 재계에 유리하다. 

이러한 위기를 감수하고 성장을 촉진하려는 국가도 있을 수 있다. 소비에트 사회주의 연방의 경험, 프랭클린 델러노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의 뉴딜 정책, 1950년대의 프랑스식 계획경제, 그리고 전시경제가 이를 증명한다. 정부가 완전고용을 달성하기 위해 개입할 수도 있는데, 이는 정부가 수출을 이용한 수입커버율을 보장한다는 전제 하에서만 가능하다. 금융 및 산업 관련 ‘전문가’들은 이 선택지를 배제하고 있는데, 이들은 국가의 경쟁력 있는 분야의 확장을, 지난 수십 년간 고생 끝에 되찾은 자본 주권에 대한 침해로 여겨 모두 거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가의 대담한 선택은 지배계층에서 뜻밖의 동맹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통화정책이 자본축적을 다시 활성화시킬 능력이 없음을 깨달은 이들 말이다. 

대기업들의 위험한 이윤 집중

그런데 이러한 난관들이, 2010년 이후 경제 분야에서 채택된 (처참한) 정책 결정에서만 야기된 것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2007년의 위기는 경제 주체들의 집중 현상을 가속시켰다. 대기업들은 인수·합병 거래를 확대하기 위해 마련된 유동성을 이용했고, 2015년과 2016년, 이 거래는 금융위기 이전의 역사적인 기록을 넘어섰다. 인수·합병을 통해서 일자리를 줄일 수 있고, 시장점유율을 늘릴 수 있으며, 새로운 이윤 창출의 기회도 얻을 수 있는데 이를 통해 고객층을 넓히고, 공급업체에 대한 기업의 시장 영향력을 향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대기업들은 난공불락의 요새로 탈바꿈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경제자문위원회(CEA)는 2016년 4월 발표한 한 보고서에서 이러한 집중화의 위험성을 걱정했다.(14) 보고서에 따르면 (폐업률은 일정하게 지속되는데) 창업 기업 숫자는 현저히 감소했고, 반트러스트법에 의한 기업 담합 처벌은 증가했다. 위협을 설명하기 위한 수치도 동원됐다. 오늘날, 가장 경쟁력이 높은 10%의 대기업들이 투자로 복귀하는 비율이 중간 수준의 대기업에 비해 5배나 높은데, 25년 전만 하더라도 이 비율의 차이는 2배에 불과했었다. 이 변화는 미국 경제에서 ‘최고 중에 최고의 대기업’들에게 이윤이 심각하게 집중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서도 지적하듯이 기업의 집중화는 주주들도 변화시킨다.(15) 블랙록 자산운용, 스테이트 스트리트, 캐피탈 그룹과 같은 거대 기관투자자들이 미국 대부분의 대기업들 중 10~20%를 관리하는데, 여기에는 대기업들끼리 경쟁을 하는 경우도 포함된다. 이 주주들은 투자는 제한하면서 단기 수익을 최대화하는 획일적인 전략을 강요한다. 또한, 경제 권력의 집중화는 특허 증가와 관련된 혁신에 대한 속박(16), 디지털 경제의 거인들을 낳은 데이터 축적과 관련된 이점들, 자본가들 사이의 경쟁에서 증대되는 규제의 역할 등을 이용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로비활동과 관련한 지출도 좀처럼 줄지 않는다. 여기에는, 기업 활동에 유리한 규정들을 채택하도록 압박하는 능력을 가장 강력한 기업들에게 만들어주는 자유 경쟁적이고 추가적인 이점들이 반영돼 있다. 

바로 이 부분에서 현재의 기이한 경제 상황에 대한 설명이 일부 가능하다. 유동성으로 가득 찼으나(미국에서는 8천억 달러 이상의 가용 현금이 존재) 투자는 하지 않는 기업들과 같은 사례 말이다. 20세기의 주요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인 폴 스위지는 독점 행위가 자본화와 경제 침체를 키운다는 의견을 내놓았다.(17) 소수 독점의 상황에서 기업들에게는 막대한 이익이 보장된다. 기업들에게 이토록 유리한 투자 기회는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은 자사의 생산에서 얻어지는 수익 중 상당한 부분을 금융 쪽으로 돌리는데 이 때문에 거품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경기 침체와 만성적인 실업이 생긴다. 따라서 현재의 위기는 현대 자본주의의 구성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고 할 수 있다. 

1930년대와 1970년대 이후 2010년대는 전환의 10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자본주의의 활력에 대한 내부적인 어려움과 사회적 모순이 정책적으로 그리고 제도의 근본적인 변경을 통해서 밖에 극복될 수 없는 동요의 시기다. 이미 존재하는 협정들을 재검토할 경우 불안정성, 가변성이 발생하고, 현상(現狀)을 기피하는 사회 주체들을 일종의 과격화 형태로 내몰게 된다. 우리는 지금 바로 이러한 역사적 순간에 존재하고 있다. 1980~2008년 특별 통화 정책을 통해서 신자유주의 및 자본화 체제를 되살리려던 시도는 실패했고, 새로운 금융 분쟁의 위험이 쌓이고 있다. 해방의 기지는 이제 두 종류의 적수와 맞서 싸우게 됐다. 긴축 정책과 자유무역에 문제제기를 할 준비가 돼있는 시장 근본주의 지지자와 국가주의 권위주의자들이다. 세계 1위 경제 대국의 정부에는 이제 두 가지 방침이 공존한다.  


글·세드릭 뒤랑 Cédric Durand 
파리 13대학 경제학 교수. 저서로 <가공의 자본. 금융은 어떻게 우리의 미래를 빼앗아 가는가(Le Capital fictif. Comment la finance s’approprie notre avenir)> (Les Praireis ordinaires, Paris, 2014)가 있다.

번역·김자연 jayoni.k@gmail.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1) <Fiscal implications of the global economic and financial crisis>, Occasional Paper, n° 269, International Monetary Fund, Washington, DC, 2009.9.28.
(2) <Declaration of the Summit on financial markets and the world economy>, G20, Washington, DC, 2008.11.15.
(3) <OECD forecasts during and after the financial crisis: a post mortem>, OECD Economics Department Policy Notes, n° 23, OCDE, Paris, 2014년 2월
(4) Olli Rehn, <Why Europe is cutting spending>, The Wall Street Journal, New York, 2010.6.25. 
(5) Mark Blyth, Austerity: The History of a Dangerous Idea, Oxford University Press, New York, 2012.
(6) Robert Pollin et Michael Ash, <Austerity after Reinhart and Rogoff>, Financial Times, Londres, 2013.4.17.
(7) Desmond Lachman, <Trouble ahead for the global economy>, The American Enterprise Institute, Washington, DC, 2016.11.10.
(8) Cf. <21세기 없는 자본 Le capital sans XXIe siècle>, La Revue du crieur, Paris, 2016.10
(9) <“King of debt” Donald Trump: “Now is the time to borrow”>, CNBC.com, 2016.8.11, 그러나 이 주제에 대한 트럼프의 발언은 그의 다른 발언들처럼 수없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10) <배당금과 주식 매입: 유로존의 기업들은 미국 기업들의 선례를 따를 것인가? Dividendes et rachats d’action: les entreprises de la zone euro vont-elles suivre leurs homologues américains?>, 경제 시선과 전망 Regards et perspectives économiques, Banque Edmond de Rothschild, Paris, 2016.10.5.
(11) Desmond Lachman, <Trouble ahead for the global economy>, op. cit.
(12) Catherine Mann, OECD 수석 경제학자, <파이낸셜 타임스> 인용, 2016.11.28.
(13) Michal Kalecki, <Political aspects of full employment>, The Political Quarterly, 1943.10
(14) <Benefits of competition and indicators of market power>, Council of Economic Advisers Issue Brief, Washington, DC, 2016.4
(15) <Too much of a good thing>, The Economist, London, 2016.3.26. 
(16) Cf. Benjamin Coriat, <소유권 이데올로기의 위기 그리고 공유재산의 귀환 La crise de l’idéologie propriétaire et le retour des communs>, Contretemps Web, 2010.5.27, www.contretemps.eu
(17) Paul Sweezy and Paul Baran, 『독점 자본. 미국 산업사회에 대한 에세이 Le Capitalisme monopoliste. Un essai sur la société industrielle américaine』, Maspero, Paris, 19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