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특별감호소, 특별한 이중처벌
감금이 유행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 정신병자나 일반 범죄자에 대한 감호 처분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1970년대 개혁의 상징이던 복권 뒤 재사회화의 이상이 오히려 감호 처분에 의한 완전 격리로 나타난 것이다. 하지만 보호감호는 막대한 비용으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4만 명의 감호 수감자를 석방해야 할지도 모른다.
특별감호소(SCC·Special Commitm ent Center), 미국 워싱턴주 보호감호소의 정식 명칭이다. 타코마에서 꽤 떨어진 맥닐섬에 위치한 이곳은 시애틀에서 차로 1시간 30분 정도 걸리는데, 감호소 관리국이 빌려주는 페리를 타고 다시 셔틀버스를 타야 갈 수 있다. 이곳에는 법정 형량을 모두 치렀지만, 석방되기에는 너무 위험하다고 판단되는 이른바 ‘섹슈얼 프레데터’(성 포식자)들이 수감돼 있다.
이 감호소는 1989년 얼 슈라이너라는 성범죄 전과자가 석방된 후, 어린아이를 대상으로 범죄를 저지르겠다고 공개적으로 알리고 실제로 11살 소년을 성폭행하고 성기를 절단한 비극적인 사건을 저지른 뒤에 설립됐다. 1981년부터 성범죄에 대해서는 형량을 감형할 수 없게 됨으로써 수감 태도에 따라 수감자들이 조기 석방될 가능성이 없어졌는데도, 이처럼 성범죄에 대처하는 사회 시스템에 문제가 있음을 확인한 이곳 주지사의 요청으로 대책위원회가 창설됐다.
위험한 행동을 보이는 사람들을 직권으로 수감하는 일은 1970년대 형벌제도 폐지를 주장하는 탈법제화운동(1)과 정신병원 수감 기준이 강화된 이래 차츰 줄어들고 있다.(2)
그래서 나온 대안이 바로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격리감호소다. 이런 발상은 다른 주로 급격히 번져나갔고, 현재 20여 개 주에 보호감호소가 설립돼 있다.
강한 반발과 논란이 있지만, 이런 조치는 무엇보다도 형사적 차원이 아닌 공공질서 차원의 ‘예방’ 대책으로 평가된다. 1996년 클래런스 토머스 연방대법관은 캔자스주에서 성폭력 범행을 저지른 헨드릭스에 대한 판결문에서 “보호감호는 이중 처벌이 아니라 받아들일 만한 예방 조치이기 때문에 위헌이 아니다”라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격리감호소는 개신상정보 공개에서부터 영구적 감금에 이르는 지속적인 감시 활동을 한다.(3)
치료 목적 격리시설 20곳
특별감호소는 외부와 소통할 수 없는 완전 격리 시설로, 2009년 6월 현재 276명이 수감돼 있다. 19명은 제약이 덜한 다른 시설에, 그중 9명은 외부와의 소통이 어느 정도 가능한 2개 시설에 나뉘어 수감돼 있다. 성범죄 관련법 시행 이후, 이곳에서 모든 제약이나 감시에서 벗어난 사람은 딱 1명뿐이며, 몇몇은 노환으로 감호소나 근처 병원에서 사망했다.
특별감호소의 연간 예산은 5천만 달러에 이른다. 완전 격리 감호소 수감자 1명당 연간 17만1천 달러, 반격리 감호소 수감자 1명당 39만9천 달러다. 법정에서 여러 차례 비판받았던 ‘감옥’이라는 외관을 감추기 위해 관리자 수도 늘리고 치료도 시행하느라 많은 돈이 든다.
특별감호소는 여러 생활 공간으로 구성돼 있고, 그 단위 공간들은 예쁜 잔디밭으로 구분된다. 원예 프로그램은 이곳의 자랑거리 중 하나다. 각 동은 나무 이름으로 부른다. 안내판에는 이 섬에 자생하는 들고양이에게 먹을 것을 주지 말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하지만 이런 목가적 분위기가 콘크리트 건물과 자동문을 완전히 감추지는 못한다. 어쨌든 이곳은 감옥이다.
과거 행위로만 영구 분리
생활 공간들은 안전 정도에 따라 그 구조가 다르다. 은행나무동은 치료에 저항하는 사람들이 수감된 건물이다. 이 동의 행정책임자인 마크 데이비스의 말처럼 “성난 녀석들은 치료를 믿지 않는다”. 세쿼이아나무동은 품행이 바르고 협조적인 사람들이 생활하는 곳으로, 다른 사람보다 더 자유스럽게 돌아다닐 수 있다. A동은 ‘최악’의 수감자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나무 이름조차 잊혀졌을 정도다. 포악하기로 유명한 이 동 수감자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자기 방 철창 뒤에서 보내며, 제한된 몇 가지 물건만 소지할 수 있다.
의무실에 설치된 의학실험실은 마약이나 향정신성물질 추적검사를 한다. 정보국은 포르노 잡지, 여성 속옷 카탈로그, 더 나아가 에로틱한 목적으로 이용될 수 있는 여성이나 아이들이 그려진 모든 이미지들을 추적한다.
한 ‘거주자’는 “나는 벌을 받기 위해 이곳에 있는 게 아니다. 나는 죄수가 아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매일 내가 죄수라고 느끼게 만든다. 치료라는 것도 집단 체벌과 같다”고 증언한다. 감옥과 병원을 합해놓은 이 혼종 감호소에서는 공공의 안전을 위한 분위기와 체벌 분위기가 계속 갈등을 만들어낸다. 보호감호소가 만들어진 이래, 연방법원에서 보호감호소를 대상으로 한 소송이 10여 건 있었고, 다른 주들은 천문학적 소송 비용을 줄이기 위해 각종 중재자를 동원하고 여러 중재 절차를 시행해야 했다.
이 시설의 모호성이 집약적으로 드러나는 부분이 바로 치료 문제다. 표면적으로는 모든 것이 치료를 강조한다. 내부 규칙을 어기는 것은 위법행위가 아니지만 ‘행동관리보고서’에 낱낱이 기록된다. 이곳에 수감된 사람들은 자기 형량을 마치고 복권된 이들이지만, 치유 불가능한 성도착자라는 생각이 이 체제 중심에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다. 즉, 그들은 ‘환자’가 아니라 끔찍한 ‘괴물’인 것이다.
보호감호소 수감 여부의 기준은 비정상성이다. 워싱턴주에서는 성범죄로 형을 받은 모든 사람들이 그들의 사회적 위험성 정도와 석방 가능성을 결정하는 위원회의 심사를 받는다. 심사 절차를 담당하는 워싱턴주 검찰청의 한 여성 법학자는 “보호감호 대상이 되려면 정신적 문제가 있고, 위험하며, 재범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면서 “(전문가들의) 증언은 과학적 통계에 근거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위험 산출에 관한 보험계리 방식에 따르면 낯선 사람을 공격하는 사람은 재범 가능성이 훨씬 높게 나타났다.
거액 들여 인권 몰수
정신감정에서 비정상으로 드러난 사람들은 판사와 배심원들로 구성된 법정에 소환된다. 이들은 사실상 구속 상태가 끝난 사람들이지만, 잠재적 위험성과 적용 가능한 예방 조처라는 논리에 근거해 재판과 똑같은 절차가 진행된다.
심리학자이자 특별감호소 소장인 헨리 리처드 박사는 실제 매우 위험하고 재범 가능성이 높은 범죄자 부류가 존재한다면서,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심리진단에서 성도착 증상과 인성장애(예를 들면 반사회적 인격 또는 자아도취)를 동시에 나타낸다고 말한다. 그는 성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은 극소수이고- 그룹별로 보면 다른 범죄자 그룹보다 재범 가능성이 더 낮다- 적절한 심리 테스트를 통해 이 위험한 소수를 구별해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이 부류의 사람들은 심각한 장애를 보이는 사람들이다. 이들의 3분의 1은 정신병자다. 이들은 극단적인 경우로, 평범한 범죄자는 아니다”라고 설명한다.
그렇지만 이 사람들은 치료가 가능하기 때문에 엄밀히 말해서 정신병자도 아니다. 그래서 그들은 정신병원에 수용되지 않는다. 성도착자들은 의학의 영역을 벗어나 괴물의 영역, 즉 ‘섹슈얼 프레데터’의 영역으로 들어간다.
보수적 도덕주의일 뿐
많은 저자들이 미국을 휩쓸었던 ‘도덕적 패닉’을 묘사했다. 2007년 <뉴욕타임스>는 가혹할 정도의 현장 보고서를 작성했다. 기적의 해결책이라던 보호감호는 그 효과를 전혀 입증하지 못하고 있다. 어느 누구도 이 고비용 시스템의 치료 효과를 입증하지 못한다. 실제 치료는 일주일에 몇 시간 행해지지 않으면서, 발기 불능에 불구가 된 늙은 수감자들이 여전히 감금돼 있고, 수감 여부를 결정하는 메커니즘은 때로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4)
이 문제에 관해 책을 쓴 에릭 야누스(5)는 ‘섹슈얼 프레데터’ 개념이 구조적 폭력(성폭력은 사회적·문화적 구조에서 발생한다)에 대한 관심을 개인적 폭력(성폭력을 개인의 기능장애, 치료 불가능한 성도착증 증상으로 간주)에 대한 관심으로 변질시킨다고 주장한다. 사실 이런 조치들은 희귀한 범죄자에 대해서만 고려해야 하는 것으로, 정작 예방 조치가 취해져야 할 배우자나 아이, 주변 사람에게 가해지는 성폭력 문제는 등한시하고 있다.
저자는 페미니스트 운동의 결과 일반적 성폭력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정작 ‘섹슈얼 프레데터’와의 투쟁이라는 새로운 정책의 중심에는 이 운동에 대한 보수적 반응이 깔려 있다는 의견을 펼친다. 보호감호 조처는 양식 있는 선택이라기보다, 사회적으로 보수적인 가치를 따르는 이념적 특성을 띤다는 것이다.
이런 종류의 특별 조처는 순전히 공리주의적 선택이나 비용 대비 수익의 합리적 계산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재난의 도덕적 경제학에 속하는 것이다. 예방하려는 사건의 심각성이 불균형을 이루는 지출을 정당화하고, ‘문을 지키는 관문의 수호신’ 야누스가 ‘권리 제한 지역’이라고 부르는 것을 만들어낸다.
증거도 입증도 효과도 없다
이론상 감금에 앞서 증거가 제시돼야 하고, 개인의 심각한 사회적 위험성과 높은 재범률이 입증돼야 하지만, 실제로는 그가 이전에 이미 처벌을 받은 사건들을 상기시키는 것만으로도 그의 위험성을 입증하기에 충분하다. 일단 감금 결정이 내려지면, 그가 위험인물이라는 사실을 매년 재평가해야 한다. 그런데 실제로 성범죄자가 변했다고 믿을 하등의 이유가 없기 때문에, 그는 여전히 위험인물로 간주된다. 특별감호소 소장 리처드 박사는 “이곳 수감자들이 치료를 받는 도중에 어떤 일을 하건 간에 그들의 과거는 그들에게 불리한 것으로 남는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사실 이 감호소는 치료 원칙보다 처벌 원칙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예전에 감옥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했던 윌리엄 베일리는 이 감호소의 수감자 중 사회에서 살아갈 능력이 없는 사람은 극소수라고 평가한다. 어느 정도 개방된 반격리 장소에서 수감돼 감시를 받는, 좀 덜 제한적인 해결책이 더 많이 시행돼야 한다고 그는 주장한다. “법에는 개인이 잃게 되는 것은 자유이지 그의 모든 권리가 아니라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곳을 한 번만 둘러보면, 그들이 모든 권리를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글•제레미 드루아Jrmie Droy
사회학자
번역•김계영 canari62@ilemonde.com
파리4대학 불문학 박사. 저서와 역서로 <청소년을 위한 서양문화사>(2006), <키는 권력이다>(2008) 등이 있다.
<각주>
(1) 병원 입원을 줄이고 병원 밖에서의 치료를 늘림.
(2) 직권으로 정신병원에 수용되는 기준으로, 어떤 개인이 자신이나 다른 사람에게 ‘즉각적인 위험’을 나타낸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3) 성범죄자들의 개인 신상정보 공개를 의무화하는 ‘메건법’(Megan’s Low)은 1994년 메건 칸카가 이웃에 사는 성범죄 전과자에게 성폭행 살해당하면서 연방법으로 채택됐다. 이후 미국의 많은 주들이 개인신상 정보를 인터넷에서까지 공개하고 있다.
(4) 2007년 3월 4~6일 언론인 모니카 데이비와 애비 굿노의 일련의 기사는 캔자스주를 상대로 소송을 벌여 유명해진 리로이 헨드릭스가 72살의 나이에 당뇨병이 악화돼 휠체어를 타야만 움직일 수 있는 상태로 보호감호소에 수감돼 있는 사실을 보여준다.
(5) 에릭 야누스, <보호의 실패, 미국의 섹슈얼 프레데터 법과 주 차원의 예방 증가>, 코넬대 출판부, 뉴욕, 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