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생명, 커다란 인류애

2017-02-01     자비에 라페루
“그 날이 평소와 달랐냐고요?” 마을의 어부 조합장 야스오가 되물었다. 2011년 3월 11일. 진도 9의 초대형 지진이 일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일본 동북 지방 태평양 바다에 해일이 일어났다. 이어서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 

그런데, “그 날도 평소처럼 생활하던 야스오는 순식간에 파도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밀려오다가 아무 소리 없이 물러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부이자 한 가정의 남편으로 평범하게 살고 있던 야스오가 우리 독자들의 눈이 돼 줄 것이다. 작가 무라카미 가스미코는 동일본 대지진의 비극을 한 남자의 비극을 통해 그린 다음 해일이 물러간 후 폐허 속에 남은 생명과 인류애를 세밀하게 묘사한다. 우선, 용기와 두려움은 불가분의 관계다. “해일이 일어날 것 같자 사람들은 즉각 배에서 뛰어내려 도망쳤다. (…) 해일이 일어나면 용기를 내서 주저 없이 달아나야 했다.” 일단 바다에서 벗어난 어부들은 거대한 파도가 밀려오는 모습과 조선소가 불타는 모습을 겁먹은 눈으로 무기력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다.처음에는 너무 놀랐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희망과 절망이 차례로 찾아온다. 어부들이 다시 돌아오자 남은 것은 전부 폐허뿐이다. 야스오의 마을, 집, 일이 사라져 버렸듯, 바다 근처의 양로원에 있던 그의 어머니도 사라져 버렸다. 야스오는 죄책감이라는 높은 파도 속에 잠겨버린다. ‘어릴 때 응석받이처럼 어머니에게 사랑을 받으며 자랐다. 하지만 그런 내가 어머니를 위해 한 것은 무엇인가?’

임시 대피소로 개조된 체육관에서 야스오는 유령처럼 떠돈다. 다양한 만남과 이야기가 이어진다. 해일은 점차 처음의 악몽에서 벗어난다. 결국 해일은 은밀한 인간의 초상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 소설 <그리고 그 후에는>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바람이 분다>에 나온 1923년 관동 대지진 장면과 마찬가지로 ‘작은’ 생명을 통해 위대한 이야기를 그린다. 야스오의 운명은 ‘자신보다 무거운 호랑거미(1)의 시체’를 끌고 가는 개미의 운명을 연상시킨다. 

“재앙 후 찾아오는 혼돈과 무기력을 관찰한 후 이 모든 것을 글로 그려내야 했습니다.” 무라카미 가스미코의 설명이다. 20년 동안 프랑스에서 기자와 번역가로 활동한 후 도쿄로 돌아온 무라카미 가스미코는 이재민들을 돕는 일에 나섰다. 이는 소설의 에필로그에 설명돼 있다. “미나미산리쿠(南三陸)(2)에 구호품을 전해주러 갔다. 그 때 본 이재민들의 얼굴 하나하나를 잊을 수가 없었다.” 소설에서 그 얼굴들이 묘사된다. 이후 무라카미 가스미코의 주도로 이재민들이 뜨개질해 만든 팔찌를 판매하는 ‘아마 프로젝트(Ama Project)’가 탄생하게 된다. 그리고 그 후에는? 이 소설이 있다. 호흡과 뛰는 가슴. 왜냐하면 “인간은 참혹한 상처를 입을수록 누군가를 열렬히 원했기 때문이다.” 자신을 포도나무에 비유하던 야스오가 했던 말이다. 

글·자비에 라페루 Xavier Lapeyroux

번역·이주영 ombre2@ilemonde.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역서로 <술레이만 시대의 오스만 제국>(2016) 등이 있다. 

(1)왕거미의 일종
(2)일본 미야기현에 있는 정이다. 미야기현의 북동쪽에 있으며, 동쪽으로 태평양에 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