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정의하는 것, 정치적 활동

2017-02-01     에우제니오 렌치

정치 철학은 인간의 본질을 어떻게 정의내릴까?  이 오래된 질문을 다룬 세 권의 책이 최근 나왔다. 인간 언어의 성질을 연구하면서 정치적 활동을 하는 것으로 유명한 노암 촘스키는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로 체계적인 접근을 시도한다.(1) 촘스키에 따르면, 언어는 사색을 기본으로 하기에, 소통보다는 생각을 하는데 필요하다고 본다. 교본 형식처럼 돼 있는 이 짧은 책에서 촘스키는 인간이라는 존재가 인지적으로는 한계가 있지만, 어떤 방식으로 ‘공동선’이라는 생각에도 다가갈 수 있음을 보여주려고 한다.


마크 크레퐁과 프레데릭 봄스는 <폭력에 맞선 철학>(2)에서 다른 접근법을 도입한다. 고등학교 3학년 수업의 철학 프로그램에서 사라진 ‘폭력’이라는 개념은 도덕을 중심으로 정치 등 여러 분야와 연관돼 있다. 예를 들어, 정부는 폭력을 사용할 권리가 있는가? 그리고 우리는 어느 순간부터 폭력에 저항할 수 있는가? 이제 자유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는 방향으로 빠르게 변하면서 인간의 성질에서 기본을 찾으려고 한다. 하지만 두 저자는 범위를 지나치게 넓히지 않기 위해, 1943년과 1968년, 두 기간 내에서 문제를 검토해 보자고 한다. 1943년, 장 폴 사르트르는 <존재와 무>를 펴내 먼저 존재와 인식에 대해 질문해 보고 앞으로 어떻게 활동할 지 전제를 세운다. 폭력에 맞서려면 이제는 전후의 정황, 즉, 탈식민지, 원자력 시대, 혁명 등을 철학적으로 다각적으로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이 책은 근대 철학자인 사르트르, 알베르 카뮈, 모리스 메를로 퐁티 사이에서 이뤄지는 대화, 그 다음에 포스트모던주의자인 질 들뢰즈, 자크 데리다, 미셸 푸코, 임마누엘 레비나스 사이에서 이뤄지는 대화가 흥미롭다. 존재에 관한 관점과 정치적 입장 간의 시각 차가 엿보인다. 예를 들어 사르트르가 카뮈와 달리 왜 고문과 테러를 같은 수준으로 보려 하지 않는지를 이해해 보는 것도 흥미롭다.
 
마틴 하이데거는 사르트르의 실존주의와 데리다가 내세우던 차이의 철학에 모두 영감을 주었다. 하이데거의 반유대주의는 오래 전부터 논란의 대상이었으나, 2014년 독일에서 출간된 <검은 노트>의 초기 시리즈로 다시 이 논쟁에 불이 붙었다. 하이데거는 마흔을 앞두던 1930년대 초부터 세상을 떠난 1976년까지 <검은 노트> 시리즈를 썼다. 1931~1946년을 망라하는 <검은 노트>에서 하이데거는 존재의 역사에서 유대인이 맡고 있는 역할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공개적으로 표현한다. 유대인은 교묘히 문제를 숨기지만 기술 전체주의의 초석을 세웠고, 그 자신이 희생자가 됐다는 주장을 한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유대인이 핍박을 받은 것은 유대인 자신의 책임이라는 것이다.  

하이데거의 반유대주의와 나치 추종은 반박과 비난을 낳았다. 그러나 반박과 비난의 태도도 하이데거의 개인 생각과 작품을 분리해서 생각하는 방향으로 이뤄졌다. 예를 들어 엠마뉘엘 르비나만은 <히틀러주의 철학에 관한 사색>에서 사실과 텍스트를 철학적 시각에만 국한돼 다루는 시도를 배제한다.

도나텔라 디 세자르(3)는 <검은 노트>의 소재로 풍부하게 사용된 하이데거의 정치적 및 철학적 반유대주의를 이해하는 작업을 새로운 방향으로 해 본다. 처음에는 하이데거를 마틴 루터에서 임마누엘 칸트, 게오르크 빌헬름 헤겔, 그리고 프리드리히 니체에 이르기까지 독일 철학사에 다시 포함시키다가 <검은 노트>의 내용을 다른 독일 철학가들의 저서 내용과 꼼꼼히 대조하면서 명확하고 정확한 해석을 내놓는다. <존재와 시간>의 저자 하이데거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오랫동안 하이데거 철학을 연구해온 디 세자르가 하이데거의 반유대주의에서 그의 중심사상인 형이상학의 흔적을 찾아내는 기발한 과정에는 흥미를 느낄 것이다. 


글·에우제니오 렌치 Eugenio Renzi

번역·이주영 ombre2@ilemonde.com 

(1) Noam Chomsky, <Quelle sorte de créature sommes-nous? Langage, connaissance et liberté(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 언어, 지식, 자유)>, Lux Éditeur, 몬트리올, 2016년
(2) Frédéric Worms, Marc Crépon, <La philsophie face à la violence>(폭력에 맞서는 철학), Éditions des Équateurs, 파리, 2015년
(3) Donatella Di Cesare, <Heidegger, Les Juifs, La shoah : les Cahiers noirs>(하이데거, 유대인들, 홀로코스트 : 검은 노트), 파리, 2016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