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 굴종하는 정부 ‘경제 쇼크’ 막을 수 있을까?

[Spécial] 국가 부도 위기

2010-03-05     프레데리크 로르동

금융구제 뒤 닥칠 경제활동 둔화·세수 적자 등 대재앙 예고
은행·펀드·금융 자산가에게 과세해 거시적 난맥 고리 풀어야

미국의 서브프라임 위기에서 유럽의 투기 바람까지, 은행 도산 사태에서 경기 침체까지, 지난 2년간 세계경제는 복잡하게 뒤얽힌 사건들로 바람 잘 날이 없었다. 미국의 금융중개인들은 임금 하락으로 수입이 감소한 가계에 빚을 얻어 주택을 구입하라고 꼬드겼다. 금융기관은 리스크가 큰 부채를 감당하지 못하고 주저앉았고, 정부는 납세자의 돈으로 구제자금을 투입했다. 대담해진 투자자들은 국가가 파산할지도 모른다고 위협했고, 겁에 질린 정부는 울며 겨자 먹기로 긴축재정안을 발표해야 했다. 이 일련의 사건이 초래하는 결과는 한 방향으로 모아지고 있다. 더 물러설 곳이 없는 금융인들이 정부에 빚을 떠넘기고 두바이의 이민 노동자들은 본국으로 돌려보내졌다. 그리스 공무원들의 임금이 삭감되었고 공공서비스가 축소되었다. “유럽연합의 ‘변방 국가들’이 케인스식 접근 방법을 시도할 경우 모두 시장에 의해 짓밟히게 될 것이다.” 지난 2월 10일 <파이낸셜타임스>에서 도이체방크의 한 경제학자가 한 말이다. 자본과 노동의 대립이 이토록 선명하게 드러난 예는 찾아보기 힘들다.

 나오미 클라인의 <쇼크 독트린>(The Shock Doctrine)(1)이 내세우는 가설에 완전히 동의할 수만은 없는 이유가 몇 가지 있다. 그녀의 가설은 상당 부분 옳았다. 특히 지구 남반구 지역 국가들이나 경제적 전환기에 있는 국가들의 상황에 잘 들어맞았다. 그러나 이 책이 제시하는 ‘쇼크’ 모델은 선진국이라 불리는 국가들에서 신자유주의가 자리잡는 과정을 설명할 수 있을 만큼 보편성을 획득하지는 못했다. 이 국가들에서는 신자유주의가 점진적이고 냉정한 방식으로 체계화되고 심화되었다. 그러나 처음으로 그녀의 분석이 ‘선진’ 자본주의 체제에서도 유효성을 가질 수 있는지를 검증해볼 기회가 찾아온 것 같다. <<원문 보기>>
시계 속 톱니바퀴처럼 한 치의 오차도 없는 필연적 인과관계에 의해 민간금융의 위기는 공공재정의 위기로 진화했다. 이러한 과정은 치명적이었다. 최소한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 공권력이 파산 위기에 처한 은행을 외면할 수는 없었다는 것이고, 둘째 납세자의 돈으로 구제받은 금융계에 대한 정당한 분노에도 첫 번째 사실은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금융구제 이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는 말이다. ‘절박한 상황’에 놓인 은행에 대한 금융구제 과정에는 계급 내부의 상호 원조와 다양한 이해관계(2)가 얽혀 있다. 그러나 절박했다는 이유로 그 과정 모두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

금융기관 지원은 새 위기의 출발

 각국 정부는 쓰러져가는 금융계를 살려냈다는 것을 자랑스러워할 처지가 아니다. 그 대가로 금융계에 어떤 반대급부도 요구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오히려 부끄러워해야 할 형편이다. 그러나 정부들은 구제금융 조치로 금융이 되살아나고 부채가 상환되면 지금까지의 손실을 메울 수 있을 뿐 아니라 심지어 ‘납세자에게 이익을 되돌려줄 수 있을 것’이라고 선전한다. 정부들의 이런 선전을 새빨간 거짓말이나 뻔한 변명으로만 치부할 수 없는 객관적인 이유가 있긴 하다. 프랑스 정부가 실질적으로 지출한 예산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고, 금융이 전반적으로 재정비됨으로써 담보가 불필요하게 됐다. 또한 은행에 제공된 구제자금이 엄격하게 회수됨으로써 오히려 정부 재정에 도움이 된 측면도 있다.(3) 미국의 경우 금융 구제자금 축소 현상이 더욱 두드러진다. 처음에 7천억 달러의 예산으로 출범했던 부실자산 구제프로그램(TARP·Troubled Asset Relief Program)은 현재 예산이 1천억 달러 정도로 축소된 상태다. 오바마 정부는 앞으로 10년간 은행들에 특별세를 부과해 이 예산 부족분을 메울 계획이다.
그러나 해피엔딩처럼 보이는 이런 결말 뒤에는 몇 가지 불편한 사실이 숨어 있다. 부동산 업계를 포함한 경제 전반에 불어닥친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연방저당권협회(FNMA), 연방주택대출저당공사(FHLMC), 연방주택청(FHA) 등 준연방기관이 금융구제에 나섰지만 구제자금은 과거 실적을 바탕으로 신중하게 집행되었다. 자금 회수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이유였다. 그런데도 전체 자금 규모는 4천억 달러에 달했다. 금융계는 구조되었고 일단 경기 후퇴는 막았다. 그러나 잠시 연기된 위기가 인접 영역으로 확대되어 언제 다시 폭발할지는 아무도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다.(4)
공공재정이 금융기관 구제에만 집중되는 상황에서 이런 행복한 결말이 잊고 있는 사실이 하나 있다. 금융구제에 뒤따르는 갑작스러운 경제활동 둔화와 엄청난 세수 적자를 해결하기 위한 예산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사실 말이다. 따라서 국가 재정 적자와 부채는 ‘금융구제계획’ 때문이라기보다는 거시경제 내부의 확대된 연관관계에 의해 발생한다고 봐야 한다. 여기서부터는 더 이상 피해갈 수 있는 여지나 기적적인 해결책을 기대할 수 없다.
인과관계의 연결고리가 더 길어질수록 그만큼 전체적 연관관계를 일별하기가 힘들어진다. 그런 식으로 금융계는 이제 자신들의 과오에 대한 대가를 모두 지불했다고 믿고 거시경제적 인과관계의 연결고리 맨 끝에 나타나는 문제들(실업, 경기둔화, 공공재정 적자 등)은 외면한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자신들의 소관은 아니라는 식이다. 그들의 사전에는 ‘수치심’이라는 단어가 없는 모양이다. 심지어 그들은 위기를 모면하자마자 예전 모습으로 되돌아가서는 정부가 가난하고 무책임하다고 오히려 큰소리를 치고 있다. 납세자의 돈으로 구제된 ‘채권’ 관리자들(5)은 짐짓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공공재정 적자가 심각한 문제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물에서 건져주자 되레 큰소리
 경제 전반에 걸쳐 투입된 막대한 구제자금 덕분에 엄청난 부채에도 불구하고 파산을 면할 수 있었던 은행들은 자신을 벼랑에서 건져준 정부를 상대로 투기를 일삼는 비양심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공공재정 적자를 초래한 장본인들이 공채 이율을 인상함으로써 이미 심각해진 상황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경제 쇼크’가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경기 둔화로 임금노동자들은 고통을 받게 될 것인가? 그들 역시 모든 납세자와 마찬가지로 공공재정 적자를 메우는 데 동원될 것이다. 고통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그들은 능숙한 솜씨로 자신의 무덤이 될 수도 있었을 위기 상황을 오히려 전화위복의 기회로 이용하고 있다. 이들은 예전부터 반복해온 긴축재정에 대한 주장을 넘어서서 전례 없는 규모의 국가 해체 기획을 추진하고 있다. 엄청난 공공재정 적자와 부채를 초래함으로써 국가 해체를 앞당기고 있는 것이다. 유도 경기에서나 볼 수 있는 역전극이 펼쳐지는 셈이다.
나오미 클라인이 말하는 ‘일반화된’ 쇼크는 쿠데타·반혁명·자연재해 같은 외부적 요인으로 발생한다. 이 쇼크에 의해 초래된 무질서가 신자유주의적 기획에 토양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쇼크는 전적으로 내부적 요인으로 발생했으며 이미 자격이 박탈되었어야 마땅한 세력에 의해 이용되고 있다. 그들은 오히려 이번 기회를 이용해 신자유주의의 확대를 꾀하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신자유주의의 실패가 가져온 파급효과 자체가 신자유주의를 더욱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셈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거의 두 자릿수에 육박하는 재정적자 비율을 유럽연합(EU) 안정화협약 비율인 3%까지 낮추려면 단호한 조치가 필요할 것이다. 우리는 이제 20여 년 전부터 진행 중인 점진적 개혁의 시기를 지나 갑작스러운 격변의 소용돌이에 휩쓸리게 되었다. 이러한 움직임은 체제를 점진적으로 ‘개혁’하는 것이 아니라 체제의 성격 자체를 바꾸는 데 목적이 있다.
금융계가 국가 부도 리스크나 장기 금리를 둘러싼 문제에 대해 형식적인 발언만을 반복하는 동안 더욱 확장된 이데올로기 기구들, 예를 들면 목소리를 되찾은 전문가, 오래전부터 유사 비판을 제기하는 것을 업으로 삼고 있는 언론은 이미 공세를 시작했다. 그들은 매일같이 마치 예언자라도 된 양 앞으로 다가올 재앙을 경고하며 대책을 촉구했다. 이제 ‘공공부채’에 대한 언론의 집중 공세는 일상이 되었다. 이토록 강력하고 지속적으로 여론이 ‘조성’된 경우는 전례를 찾아볼 수 없다. 이 현상을 통해 앞으로 다가올 변화의 범위를 가늠해볼 수도 있다.

신자유주의 위기가 부른 역설
지난 1년 동안 지적 공황에 시달리며 자본주의가 침몰 직전에 도달했다고 믿었던 <이코노미스트>는 다시 활력을 되찾아 자본주의의 ‘재기’를 소리 높여 외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3개월 전부터 ‘공공재정’에 관한 특별 기획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이 기사들은 미국과 영국뿐 아니라 아일랜드, 스페인, 그리스 등도 언급하면서 열정적으로 ‘재정긴축’이라는 구호를 반복해 외치고 있다. 신자유주의자들이 부끄러움을 벗어버리자마자 다시금 공격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 경제지라고 할 만한 <이코노미스트>의 사설 일부만 봐도 그 사실을 금세 실감할 수 있다. “각 기업에 10% 인원 감축은 이제 대세가 되었다. 각국 정부 역시 이런 대세를 피해갈 수 없을 것이다. (중략) 고용안정을 보장받는 공공 영역 노동자의 임금은 삭감되어야 한다. (중략) 공공 영역 퇴직자들은 너무 많은 돈을 받고 있다.”(6)

인원 감축, 유일 해법 아니야
 이 사설은 마치 “이제 그만!”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사설은 다음과 같은 예고로 끝을 맺는다. “<이코노미스트>는 앞으로 수개월 동안 이 주제와 관련된 모든 문제를 검토할 것이다.” 
그들(<이코노미스트>)의 약속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경제 쇼크’가 초래할 현실적 결과를 차치하고라도, 이러한 숙명론적 입장이나 이데올로기적 공세에 완전히 동의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따라서 현재 진행 중인 변화에 대한 인식을 좀더 분명히 하기 위해 언뜻 산만하게 흩어져 있는 듯 보이는 징후들을 일목요연하게 파악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아일랜드의 공공부문 노동자들은 명목임금 10% 삭감 ‘제안’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했다. 그리스의 경우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거기에 유럽위원회의 인색한 지원이 덧붙여졌다.) 프랑스는 곧 연금제도 개혁과 공무원 인원 감축 계획을 실행에 옮길 것이다. 또한 사회적 국가의 해체를 공고히 하기 위해 재정균형에 관한 조항에 합헌성을 부여하겠다는 비상식적인 발상이 제기되고 있다. 이 ‘쇼크’가 몰고 올 급진적 변화는 지난 수십 년간 진행되어온 점진적 개혁과 단절된 채 각 사회적 주체의 반발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공공재정에 관련된 문제들을 완전히 무시할 순 없겠지만, 적어도 인원 감축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식의 생각에서 벗어날 필요는 있다. 흥미로운 대안들은 분명 존재하지만 이 대안들은 항상 선택 사항에서 배제되었다.
우선 이 대안 중 하나를 꼽으라면, 당연히 세금 인상을 제안해볼 수 있다. 물론 세금 인상 정책이 경제성장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하고, 경제위기에 아무런 책임도 없는 사람들이 그 비용을 부담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이럴 경우 납세 대상자의 범위가 매우 제한적이지 않으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납세자 수로만 본다면 틀리지 않은 지적이지만 납세 대상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사실상 이 경우에 해당하는 납세자들은 다양한 범주에 속해 있으며, 각 범주의 성격에 따라 세금이 징수된다면 상당한 재정을 확보할 수 있다. 우리는 금융거래, 금융기관, ‘금융인들’에 대해 세금을 인상함으로써 그들이 초래한 경제위기에 대해 보상받을 수 있을 것이다. 세제개혁은 금융계가 자신이 초래한 경제위기에 따른 모든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원칙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지금까지 토빈세가 과연 국제 금융투기의 판도를 급진적으로 바꿀 수 있을 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었다. 토빈세가 투기금융의 근본적 구조까지 바꾸지는 못할 것이라는 비판도 있었다. 그러나 세금이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 토빈세가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사실은 인정해야 한다. 다시 말해, 우리는 토빈세를 통해 상당한 돈을 거둬들일 수 있다.(7) 매우 적은 비율로 세금을 징수한다고 하더라도 천문학적 금액이 오고 가는 금융거래에서는 큰 액수가 될 수 있다.

배당금 지급 중단해야
금융거래에 대한 세금은 가장 먼저 금융기관들이 부담하게 되겠지만 전체 세원에 견줘보면 부차적인 것이 될 것이다. 비유적으로 말하자면 금융기관들은 청소를 시작하는 길목에 있는 것이다. 은행과 펀드에 부과하는 세금을 혁명적 무의식이 낳은 경제적 이성의 결여로 간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심지어 오바마 정부조차도 이런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 않은가. 이런 세금을 정확하게 어떤 방식으로 거둬들일 것인가에 대해서는 상상력이 필요하다. 이윤, 전체 자산, (증가 억제책으로서) 고위험 자산, 최고소득층의 수입 등에 대해 거둬들인 세금이 단지 현재의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미래를 위한 보증 역할을 할 수 있을지도 고민해보아야 한다. 또한 경제위기에 책임이 있는 주주들도 은행 구제 과정에서 자신의 몫을 지불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적자를 메워야 하는 기간에 배당금 지급을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은 완벽하게 설득력을 얻는다.
다음으로는 각각의 금융인 차례다. 금융기관에 덧붙여 은행의 고위 간부, 경영이사(우리는 그들의 존재를 자주 잊는다), 금융 중개인과 그에 상응하는 최고소득층이 그 대상이 될 것이다.(8) 이토록 소수의 집단을 겨냥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많은 세금을 거둬들일 수 없으며 단지 처벌이나 원한의 성격을 띤 상징적 행위에 그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이 납세자 그룹이 수적으로는 소수일지는 몰라도 십수 년 전부터 국가 경제성장의 가장 큰 수혜자였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들의 수입은 GDP상의 비율로 보더라도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금융위기를 초래한 원인 중 이들에게 제공된 연봉이나 보너스는 부차적인 게 사실이다. 그러나 사회정의라는 정치적 관점에서는 중요한 문제임이 틀림없다. 공평한 세금 징수라는 차원에서는 두말할 것도 없다. 금융인들은 벌써부터 금융인이 받는 보수가 낮아질 경우 상당수의 우수 인력이 다른 영역으로 빠져나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런 경고에 겁을 집어먹을 사람은 별로 없어 보인다. 심지어 짜증을 불러일으킨다. 이들의 논리는 몇 가지 진지한 비판에 직면해 금세 취약성을 드러낸다.(9)
민간금융의 위기가 공공재정의 위기로 진화된 과정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다음 단계는 공공재정의 위기가 정치적 위기로 확대되는 것이다. 금융계가 공공연하게 적으로 간주하고 있는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와 장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 총재는 만약 또다시 금융위기가 발생해 금융구제를 요청할 경우 여론이 그들에게 등을 돌릴 것이라며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금융인들은 이들의 반응을 하나의 중요한 징후로 여기고는 겁에 질려 있다. 현재의 상황은 두 가지 점에서 심각하다. 첫째는 ‘다음번’ 금융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고, 둘째는 이미 지난번 위기를 진화하는 과정에서 공공부채가 심화된 상태에서 새로운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일반 대중과 제도화된 노동조합원들은 정파적 차이를 넘어 우파나 사회민주주의 ‘좌파’와 연대 세력을 형성하게 될지 모른다. 이들은 함께 파리 시내를 행진하며 평화 시위를 벌일 수도 있겠지만 어느 순간에 거리를 행진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걸 느끼게 될 것이다.

희망은 분명 있다, 그러나…
 예단할 수는 없겠지만 현재 그리스에서 벌어지는 사태가 미래 예측에 한 단서를 제공하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본래 고분고분했던 사회적 그룹은 특별한 상황에 직면하지 않는 이상 쉽게 등을 돌리지 않는다. 특별한 상황이란 자신들이 옳게 대접받지 못하고 있다고 느끼는 상황, 다른 대안이 없다는 식의 변명만을 반복적으로 듣는 상황을 말한다. 그런 상황에서만 그들은 등을 돌리는 것이다. 그러나 대안은 분명 존재한다.(10) 우리가 이 대안들을 진지하게 고려하는 순간 그것들은 ‘경제 쇼크’의 상황을 역전시킬 수도 있다.

 

글•프레데리크 로르동 Frédéric Lordon
프랑스 경제학자이자 프랑스국립과학연구소(CNRS)와 유럽사회학연구소(CSE)에서 연구팀장을 맡고 있다. 저서 <언제까지? 금융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Jusqu’à quand? Pour en finir avec les crises financiéres)는 많은 관심을 받았다. 최근 저서로는 <넘치는 위기, 파산한 세계의 재건>(La crise de trop. Reconstruction d’un monde failli·2009) 등이 있다.

번역•정기헌 guyheony@ilemonde.com

<각주>
(1) Naomi Klein, <쇼크 독트린-재난자본주의의 도래>, Actes Sud, Arles, 2008.
(2) AIG에 대한 구제금융은 사실상 골드만삭스 같은 관련 거래 기업들에 대한 구제였다. 이 부분에서는 더욱 심도 있는 분석이 필요하다.
(3) 프랑스 구제금융기관 SFEF가 은행들에 본래 이율보다 400포인트 높은 이율로 자금을 제공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4) 초반에 설정된 구조자금 금액제한이 철폐되었고 정부의 보증 기간이 2012년까지 연장되었다. (실제로 연방저당권협회(FNMA)와 연방주택대출저당공사(FHLMC)는 원래 계획했던 2천억 달러의 두 배를 지출했다.)
(5) 이들은 금리연동 상품, 특히 공채를 거래하는 일을 맡고 있다.
(6) <The Economist>, 2010년 1월 23일자.
(7) André Orléan, <토빈세보다 훨씬 나은 것>, Challenges, Paris, 2009년 10월 29일.
(8) 전체 인구의 상위 1%에 해당한다.
(9) ‘보너스와 수당: 고급 두뇌들의 협박 아닌 협박’, ‘보너스: 유사 포템킨식 규제’,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블로그, ‘La pompe à phynance’.
(10) ‘그리스 이상의 것: 적자, 부채, 통화’, ‘G20이 원한다면…’, 블로그, ‘La pompe à phynance’.

 


 

 

 

 

 

 

 

 

[박스기사] 유럽의 부채와 재정긴축

 

독일
 · GDP 증감: 2009년 -5%, 2010년 예상치 +1.5%
 · 재정적자(국가 수입 대비 지출. GDP 비율): 3.2%, 2010년 예상치 5.5%
 · 공공부채(국가와 행정기관의 대출금액): GDP의 73.1%
 · 실업률(2010년 1월 현재): 8.2%
  독일 정부는 2011년부터 매년 재정적자를 100억 유로씩 줄여나감으로써 2013년에 적자 규모를 GDP 대비 3% 이하로 줄이고, 2016년에는 그 금액을 헌법에 명시된 국가부채 상한선에 해당하는 100억 유로까지 낮출 계획을 가지고 있다. 반면 경기부양책으로 세금 감면을 고려하고 있다. 그 밖의 조치로는 연간 1%씩 공무원 수를 감축하고, 2012년부터 2029년까지 점진적으로 퇴직 연령을 65살에서 67살로 연장할 계획이다.

이탈리아
 · GDP 증감: 2009년 -4.7%, 2010년 예상치 +0.5%
 · 재정적자: GDP의 5.3%
 · 공공부채: GDP의 114.6%
 · 실업률(2009년 3/4분기): 7.8%
   이탈리아 정부는 퇴직으로 생긴 공무원 결원 5명 중 4명을 충원하지 않을 계획이다. 그리고 2013년까지 퇴직 최소 연령이 59살에서 61살로 연장된다.

포르투갈
· GDP 증감: 2009년 -2.9%, 2010년 예상치 +0.5%
·  재정적자: GDP의 9.3%
· 공공부채: GDP의 77.4%
· 실업률(2009년 12월 기준): 10.4%
 포르투갈 정부는 2013년까지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을 3% 이하까지 낮출 계획이다. 그러나 포르투갈 의회는 공무원 인원 감축, 월급 동결, 공공지출 삭감 등을 내용으로 하는 정부의 긴축재정안을 승인하지 않았다.

스페인
 · GDP 증감: 2009년 -3.7%, 2010년 예상치 -0.9%
 · 재정적자(2009년 추정치): GDP의 11.4%
 · 공공부채: GDP의 54.3% (2008년 대비 66% 증가)
 · 실업률(2009년 12월 기준): 19.5%
  스페인 정부는 2013년까지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을 3% 이하까지 낮출 계획이다. 이 조치로 향후 3년간 500억 유로의 비용 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퇴직 공무원 결원 10명 중 1명만이 신규 채용될 것이다. 퇴직 연령은 65살에서 67살로 점차적으로 연장될 것이다.

프랑스
· GDP 증감: 2009년 -2.2%, 2010년 예상치 +0.9%
· 재정적자: GDP의 7.9%
· 공공부채: GDP의 83.2%
· 실업률(2009년 12월 기준): 10%
 프랑스 정부는 2011년부터 공공지출을 매년 1%씩 줄여나가고 2013년까지 GDP 대비 공공부채 비율을 60%까지 낮출 계획이다. 또한 공무원 퇴직 결원 2명 중 1명만 채용할 예정이고 퇴직 연령도 연장될 것이다.

아일랜드
· GDP 증감: 2009년 -7.5%, 2010년 예상치 -1.5%
· 재정적자: GDP의 12%
· 공공부채: GDP의 66% (2008년 25%)
· 실업률(2009년 12월 기준): 13.3%
 아일랜드 정부는 2010년 공공지출을 40억 유로 정도 삭감할 계획이다. 또한 2014년까지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을 3% 이하로 낮추길 바라고 있다. 실업보조금과 공무원 임금 삭감, 공무원 수 감축, 세금 인상 등을 내용으로 하는 재정긴축안이 발표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