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에서 새고 밖에서 터진 그리스

[Spécial] 국가 부도의 위기

2010-03-05     니엘 카드리츠케

정부를 비난하는 첫 번째 경고인가. 2월 말부터 주로 공공 부문에서 대규모로 일어난 파업이 아테네의 도심 기능을 마비시켰다. 그리스 사람들은 무엇보다 정부가 마련한 여러 대책을 공평하게 배분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심지어 사행성 산업도 경기 침체의 영향을 받았다! 도박 및 카지노 산업의 총매출액이 16% 감소한 것이다. 도박을 하는 사람 수가 줄어들었기 때문이 아니다. 그 반대이다. 점점 더 많은 그리스 사람들이 도박을 한다. 그저 그들이 주머니에 갖고 있는 돈이 더 줄어들었을 따름이다. 도박 산업에 집착하는 그리스에서 그 매출이 급격히 감소한 것은 해운업과 관광업을 위주로 하는 실물경제의 지속적 위기를 반영한다. 특히 건설업은 이같은 경제 흐름에 민감하다.
 2009년 그리스의 국내총생산(GDP)은 2% 줄어들었으며, 올해에도 같은 폭만큼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와 마찬가지로 실업률은 증가하고 있는데, 이미 2009년 말 공식적으로 10.6%에 달했지만 실제로는 18% 선으로 추정된다.
 가장 심하게 영향을 받은 층은 젊은이로, 2009년 9월 (24살 미만) 젊은이 4명 중 1명이 비정규직이다.(1) 이로써 처음으로 갖는 일자리의 경우 낮은 임금을 적용받을 확률이 더 커지게 된다. 2008년 12월 아테네에서 여러 차례 폭동이 일어났을 때 ‘700유로 세대’라는 말이 나돌았다. ‘500유로 세대’로 바뀔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

‘700유로 세대’서 ‘500유로 세대로’
 지난해 12월 이후, 국내외 언론에선 ‘파산 직전에 있는 그리스’라는 제목의 기사들이 1면을 장식하고 있다. 각종 수치는 놀라울 정도다. 중도우파 성향의 카라만리스 정권 뒤를 이은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정부(범그리스사회주의운동·파소크)는 2009년 10월 초에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에서 새로운 적자 수치, 그러니까 2009년 적자가 GDP의 12.7%에 달했다는 사실을 알릴 수밖에 없었는데, 그 수치는 석 달 전에 이전 정권이 밝혔던 것보다 2배 더 높았다. 공공 부채도 2980억 유로나 늘어나 GDP의 112.6%에 달했다. 어떤 사람은 올해 124.9%의 한계선을 뛰어넘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러면 이미 여러 국제신용평가사에서 신용등급을 낮춘 그리스는 이탈리아의 뒤를 이어 유럽연합(EU) 가운데 가장 부채가 많은 나라가 될 것이다.
 재정적자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다. 수입 쪽으로 보면, 탈세가 만연한 탓에 국가가 매년 200억 유로조차 거둬들이지 못한다. 주요 지출 항목으로 꼽히는 것은 비효율적인데다 과도하게 커져버린 공공 서비스 부문의 엄청난 예산이다.
 파소크는 EU의 교섭 상대국들에 올해 적자 비율을 4%포인트 낮춰 GDP의 8.7%로, 그리고 지금부터 2012년까지 3% 미만으로 끌어내리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위해 그리스 정부는 자기가 내건 많은 선거 공약을 포기해야 하며, EU 집행위원회가 요구하는 재정 안정화 조처를 따르다 보면 실물경제의 재활성화를 무기한 연기해야 하는 상황에 몰릴지 모른다. 그러면 정부가 추진하는 여러 개혁에 대한 거센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파소크가 이처럼 ‘고약한 일’을 맡은 것은 억울한 면도 없지 않다. 막대한 지출은 대부분 신민주당(ND·Nea Dimokratia)의 보수주의자들과 특히 카라만리스 정부에서 비롯된 것이다. 하지만 과거로 눈길을 돌려보면 파소크도 모든 비난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급여 비용을 줄이는 것은 게오르게 파파콘스탄티누 재무부 장관이 구상한 ‘안정 및 성장 프로그램’의 주요 항목 가운데 하나로, 상당히 고전적인 방식이다. 파파콘스탄티누 재무부 장관은 공공 서비스 부문에서 채용을 동결할 예정이며, 2011년부터 공무원 5명이 퇴직하면 1명만 충원할 방침을 세웠다. 더 일반적으로 말해 각 부처는 제각기 예산을 10% 감축해야 하며, 그러자면 임금을 삭감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조처로는 올해 절감 목표액 90억 유로의 절반 수준밖에 달성할 수 없다. 나머지 절반은 수입을 늘려 충당해야 한다. 국가 소유의 부동산을 매각하고 무엇보다 술·담배·기름에 대한 세금을 20% 인상해야 하는 것이다. 직접세의 인상은 우선 가장 부유한 납세자들에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 예를 들어 고가 부동산에 대해 특별세를 부과하고 상속세를 올리는 방식으로 인상될 것이다.
 어쨌거나 장기적으로 세수를 건실하게 확보하려면 탈세를 근절하는 결정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종합적인 대책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파판드레우는 그리스 사람들에게 공공 지출비 부담은 그들의 의무라는 이유를 들어, 스스로 ‘자랑스러운 납세자’의 태도를 취하라고 촉구했다. 그야말로 과감한 호소였는데, 왜냐하면 그는 모든 사회 계층을 통괄해 이론의 여지가 없는 영웅이 여전히 가장 교묘한 탈세자로 남아 있는 사회를 겨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영웅은 바로 아리스토텔레스 오나시스(2차 세계대전을 계기로 해운업을 장악한 그리스 출신 선박왕-역자)이다.
 파파콘스탄티누 재무부 장관은 통제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아테네에서 가장 부유한 콜로나키 지구의 의사들이 ‘최저임금 노동자 수준’의 연소득을 신고했다고 비난했다. 2008년 의사·변호사·건축가 등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들은 연소득으로 1만493유로를 신고했고 사업가와 금융시장 중개인들은 평균적으로 1만3236유로를 신고한 반면, 월급쟁이와 퇴직자가 신고한 연소득은 1만6123유로에 달했다. 국세청 입장에서는 노동자와 퇴직자가 가장 부유한 사람들인 셈이다.(2)
 당국은 탈세 근절 대책을 마련함으로써 연간 30억 유로의 수입을 얻게 될 것이라고 단언하는데, 이는 2011년 이후에야 가능할 것이다. 그리스가 상대하는 EU의 국가들과 ‘시장’은 그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 인내심을 갖고 있지 않다. 그래서 그들은 지출 항목을 더 과감하게 삭감하라고 부추긴다. 이미 2월 11일에 열린 EU 정상회담 이래로 그 안정화 계획이 ‘만족스러운’ 결과를 내는 경우에, 그러니까 부가가치세가 1%포인트 오르고 전반적으로 공직자 임금이 5~7% 감소해야만 EU가 ‘플랜 B’(그리스에 대한 EU의 구제금융 및 그와 관련한 각종 개혁 요구안-역자)를 실행할 것이라는 말이 나돈다. EU 국가들은 여러 정부가 적자가 늘어나는 사회보험기금에 정면으로 접근하는 것을 회피해왔다는 문제도 지적한다.
 경제연구소 IOBE의 소장 야니스 스투르나라스는 퇴직연금 문제가 “중기적으로 우리나라 공공 재정의 변동을 결정짓는 중심 요인이다. 이 문제가 다른 모든 문제를 지배한다”(3)고 생각한다. 퇴직 및 의료보험 총기금(IAK)은 국가에서 29억 유로를 지원받았으나 올해 130억 유로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절박한 탈세와의 전쟁
 노동·사회부 장관 안드레아스 러베르도스는 2월에 다음의 세 가지 핵심 조처를 내놓았다. 첫째가 기존의 13개 퇴직 기금을 통합해 3개의 주요 기관으로 재편성하는 것이다. 이로써 규모의 경제가 실현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리고 부당하게 연금 혜택을 받는 사람들을 색출하는 것과 암시장의 노동자를 사회보장 체제에 통합하는 것 등이다.
 러베르도스는 심지어 가장 민감한 사안인 퇴직연금 문제를 해결하려고 애쓰고 있다. 그는 일련의 규정을 마련하고 조기 퇴직에 불이익을 줘서 민간 기업 분야에서 현재 61.5살인 퇴직 정년을 63.5살로 연장하려고 한다. 정년 연장 방안은 앞으로 공공 부문으로도 확대할 방침이다. 하지만 EU는 그 점에서도 엄격한 규정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니까 그 유명한 ‘플랜 B’는 민간 기업은 물론 공공 부문도 67살까지 연장하도록 명하고 있다.
 두 번째 사안은 퇴직연금액 산정 기준과 관련된 것이다. 대부분의 기금은 전체 경력 기간의 평균 급여를 근거로 연금액을 산정하는 것이 아니라 은퇴하기 전 3~5년간의 급여를 토대로 산정한다. 산정 기준을 전체 경력 기간으로 바꾸면,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았던 경력 초기의 급여 수준이 반영돼 연금액이 줄어든다. 새 법안에 따라 대부분의 기금 규정이 그런 식으로 바뀌게 된다. 하지만 각종 여론조사에 따르면 그리스인 3명 가운데 2명은 희생을 감수할 용의가 없다. 그들의 태도는 타당하다. 그들 대부분은 실질소득이 이미 낮은 수준인데다, 그마저 여러 해 전부터 오르지 않았다. 더욱이 민간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그 타당성은 2배나 높다. 자신이 내는 세금은 급여에서 원천 징수되는 반면, 중산층에 속하는 전문직 종사자는 극빈자 행세를 하니까 말이다.
 선거 유세 기간에 더 정당한 사회와 이른바 ‘녹색’ 경제 부양을 약속한 파소크는 이제 예상할 수 있는 모든 반대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여러 노조와 심지어 다양한 부문의 경영자 단체도 집권당의 안정화 프로그램에 강하게 반대할 것이다. 정부는 여기저기서 터져나오는 항의가 광범위한 사회 폭동으로 바뀌지 않도록 ‘사회정의’ 차원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려 애쓰고 있다. 그래서 고소득층과 부호들에게 부과하는 세금과 상속세를 인상하고, 은행 보너스의 90%에 세금을 부과하며, 국영기업 주요 경영진의 임금을 대폭 삭감하는 등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모든 조처로도 충분한 수익을 거두지는 못할 것이다. 이미 약속한 바 있는 부패 척결 대책으로 부족한 부분을 충당해야 하는데, 일종의 ‘국가 스포츠’가 돼버린 부패로 이득을 얻는 사람들은 주로 특권층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가 공포한 ‘무관용’이 사람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퇴직연금 마른 수건 다시 짜기
 아무튼 정부는 ‘시간’이라는 딜레마에 직면하지 않을 수 없는데, 이 문제는 정부가 추진하는 일련의 안정화 계획에도 해당된다. 특히 탈세 척결 대책의 경우에 그렇다. 무수히 많은 소기업과 전문직 종사자를 더 강력하게 통제하기 위한 실무 대책이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국세청 하위 공무원의 임금 동결은 확실히 이리저리 조금씩 끼워맞추고 조정해 돈을 벌어들이는 그들의 재량권을 더 키우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4) 게다가 엄격하게 세제를 재정비함으로써 소규모 회사들이 어려움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지하경제 척결 대책도 마찬가지다. 암시장이나 ‘회색시장’에서 노동자가 벌어들이는 수입은 위기 상황에서 여러 사회문제를 줄이는데, 심지어 경기를 안정시키는 데 기여한다. 퇴직연금 제도에서도 그와 유사한 문제가 제기된다. 퇴직 연령을 늦추는 것은 기성세대가 더 오랫동안 많은 일자리를 차지하는 결과를 낳으며, 이로써 젊은 세대가 가까운 미래에 그러한 자리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가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그리스는 EU에 구원을 요청한다. 하지만 1981년 EU에 가입한 이래로 그리스는 1천억 유로 이상의 공동체 기금을 받았다.(5) 이 돈은 어디에 투입됐단 말인가? 대부분이 기반시설을 구축하는 데 들어갔다. 그 덕택에 그리스는 우선 가장 부유한 사람들을 비롯해 자국의 납세자들을 폭넓게 배려해줄 수 있었다. 그리스 정부는 EU가 세율을 높이기 전에 책정한 세율 가운데서도 가장 낮은 수준의 세율을 적용해주었다. 그리고 EU 공동체 기금의 상당 부분이 개인 계좌로 들어갔는데, 이는 산정하기가 쉽지 않다.
 이렇게 횡령한 기금과 감세 혜택으로 고소득 계층, 특히 전문직 종사자에게서 덜 걷힌 세금은 요트와 고급 자동차, 나아가 아테네 근교 주거지의 주말별장에서 다시 발견된다. (산업은 물론 농업과 관광을 위한) 미래의 여러 프로그램과 프로젝트에 자금을 대고 지속 가능한 경제 발전을 장려하는 용도로 마련된 막대한 돈이 이런 데서 구체적인 형태로 드러나는 것이다. 환경에 피해를 입혀가며 기금을 유용하기도 했다. 거의 매년 아티카와 펠로폰네소스에서 맹위를 떨치는 여러 건의 산림 화재는 방화에 의한 것이었다. 방화로 파괴된 산림은 돈 많은 아테네인들에게 수익이 짭짤한 건설 부지 공간으로 전용된다.
 재건 계획은 군비와도 관련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몇 년 전부터 군비는 GDP의 4%에 이르고 있다. 2009년 11월 EU 집행위원회는 그리스 정부에 군비를 줄이라고 권고했지만, 다른 한편으로 특히 독일과 프랑스는 자국의 전차와 전투기, 프리깃함을 구매하라고 그리스 정부를 부추기고 있다.
 지난 1월 그리스 정부는 현지에 온 EU 집행위원회와 유럽중앙은행(ECB) 대표단 앞에서 자국 정부의 안정 및 성장 프로그램을 상세히 설명했다. 유로존의 일부 교섭 상대국, 특히 독일은 여러 사안이 지연되는 상황을 불평하면서도 그리스 정부의 프로그램을 받아들일 용의가 있는 듯했다. 어쨌거나 2월 11일 EU 정상회담은 그리스 정부의 프로그램에 대해 ‘야심찬’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더 강경한 전략을 채택했는데, 전문가들은 이 표현을 ‘비현실적인’이라는 뜻으로 쓴다. ‘플랜 B’를 받아들이거나 시장의 제재를 감수하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다. 그리스 정부는 3월 15일까지 1차 성과를 내놓아야 한다.

윤리를 버리고 주권을 잃다
 그렇게 해서 파판드레우 정부는 그리스 사람들이 주권의 상당 부분을 잃었다는 사실을 공공연하게 인정한다. 그리스 정부는 유럽이 EU의 다른 어떤 나라보다 그리스에 최대한도로 관용을 베풀었다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거의 모든 사람들은 유로존이 없었다면 그리스가 틀림없이 파산 상태에 놓이게 되었을 것임을 깨달았다.
 많은 지도자들이 유로를 버리고 다시 드라크마(그리스 화폐 단위-역자)로 돌아가는 것이야말로 터무니없는 짓이라고 생각한다. 그리스 화폐의 대대적인 가치 하락은 산더미같이 불어난 부채를 더 늘리기만 할 것이다. 유로화 채권의 형태로 말이다. 그러면 EU가 제공하는 자금 혜택을 포기해야 할 텐데, 그리스는 지금부터 2013년까지 EU로부터 최대 230억 유로를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리스 정부와 교섭하는 EU 국가들도 그리스의 파산은 달갑지 않다. 그리스가 파산하면 (스페인·포르투갈 등) 다른 나라들이 휩쓸려갈 수 있기 때문이다.
 아테네 사람은 EU가 너무 엄격한 프로그램을 강요해 그리스를 ‘남유럽의 레토니아(동유럽의 빈국)’로 만들려 한다고 반발한다. 그들의 생각대로 EU의 요구는 부당해 보일 뿐만 아니라 역효과까지 낼 것이다. ‘플랜 B’ 때문에 다시 세수를 올릴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고, 미미하게나마 기대할 수 있던 2011년의 경제성장 가능성도 무너질 것이며, 그에 따라 적자를 줄일 수 있는 가능성 자체가 무너질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일부 유럽 국가가 자국의 수출을 용이하게 하려고 어느 정도 관리 가능한 수준에서 유로를 평가절하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게 아닌가 추측한다. 하지만 그 일을 달성하기 위해 ‘시장’이 한 회원국에 불리하게 투기를 하도록 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이 문제는 그리스 사람들에게만 해당되는 것도 아니다.

글•니엘 카드리츠케 Niels Kadritzke
아테네와 베를린에 거주하면서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에 남유럽의 정치·경제 문제에 관한 기사를 정기적으로 쓰고 있다.

번역•안수연 nohere71@hanmail.net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 주요 역서로 <변화하는 세계의 아틀라스>(2008) 등이 있다.

<각주>
(1) <타 네아>, 2009년 12월 10일자. 경제연구소 IOBE에서 3개월마다 발표하는 보고서의 2009년 4/4분기 편 참조(p.62~68), www.iobe.gr/media/elloik/IOBEGreek409.pdf.
(2) 전문직 종사자 가운데 7.5%, 기업 대표와 상인 가운데 13%만이 3만 유로 이상을 신고했다. <타 네아>, 2009년 12월 30일자.
(3) <카시메리니>, 2009년 12월 17일자.

 


그리스 미디어, 위기의 사디즘 혹은 마조히즘

 

 일찍이 그리스의 여러 미디어가 국외 언론의 보도 내용을 이만큼 대서특필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프랑스 일간지 <라트리뷴>과 독일 주간지 <디차이트>- 통상 인용되는 경우가 드물다 - 가 ‘1면’을 장식한 것이다. 그리스 미디어에서 국제 시사 문제는 일반적으로 거의 찾아볼 수 없는데, 그리스에 대해 얘기를 하니까 이제 매력적인 기사가 되었다. 논평가들은 다음과 같이 EU의 관점을 보태면서 온건한 비평 논조를 취하거나 예언가 행세를 한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국내에서 맞닥뜨리는 문제와 메르켈이 그리스 정부에 취하는 태도 사이에는 어떠한 관계가 있는가? EU 집행위원회는 또 엄정한 조치를 얼마나 많이 요구하게 될 것인가? 이런 분석은 짐짓 진지해 보이지만, 구걸을 하는 ‘사모트라케의 승리상’(1) 사진과 판에 박힌 듯이 비슷비슷하다. 일반적으로 논평은 체념조이다.
 국내 5개의 민영 텔레비전 방송으로 말할 것 같으면, 그들은 야당의 역할을 맡고 있다. 더 많은 보조금을 요구하면서 도로를 봉쇄한 농민을(이 시위는 여러 대의 카메라가 철수하자 기세가 꺾여버렸다) 지지한 후에 방송사들은 파소크 쪽에 폭넓게 발언권을 주고 있다. 파소크는 집권당이면서도 현 정부의 정책에 불만을 표시하면서, 파판드레우 총리가 EU의 요구에 따라 엄격한 긴축재정을 무조건적으로 실시하지 않도록 공공연히 압박하고 있다. 거기에 더해 그 방송사들은 공산당과 개혁 성향의 좌파 연합에서 소리 높여 주장하는 몇몇 의견을 내보내는데, 이 좌파 연합은 최근 다시 오래되고 정든 반자유주의 교리로 전향했다.(2) 이에 반해 제1야당인 신민주당 당수에 갓 선출된 안토니스 사마라스는 현재의 막대한 재정적자 상황에서 의외로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한편 언론인들은 위기의 해법을 찾기 위한 제대로 된 공개 토론을 유도하기는커녕 혼란을 조장하고 두려움을 널리 퍼뜨리는 데 톡톡히 한몫을 하고 있다.
 그리스의 공영 라디오와 텔레비전은 경영과 관련해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는 제1야당인 신민주당에 의해 야기되고 현 정권에 의해 확대된 위기다. 즉 공영 방송사의 임원과 중역에게는 매년 1인당 최대 30만 유로에 이르는 엄청난 급여와 상여금이 지급됐고, 50여 개에 달하는 ‘특별직’의 경우에는 연간 15만 유로의 보수가 제공됐으며, 일부 기자들에게도 고액 임금이 주어지고 있는 것이다. 주요 신문사들도 여러 금융 ‘투자가들’의 먹잇감이 될 정도로 위태로운 상황에 놓여 있으며, 앞으로 숱한 난관과 다투어야 할 국면에 봉착해 있다.                                       

글•발리아 카이마키
아테네 <에레프트헤로티피아> 기자

<각주>
(1) 기원전 4세기 말~3세기 초 그리스 조각으로, 승리의 상징인 날개 달린 여인을 재현하고 있다.
(2) 발리아 카이마키, ‘그들은 은행에는 돈을 주고, 젊은이들에게는 총알을 내놓는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09년 1월호 참조.
(4) ‘지하경제는 위기를 견뎌내게 해준다’, 도이체방크 리서치, 2009년 12월 17일.
(5) 정확한 수치는 밝힐 수 없다. 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여러 분석에 의하면 1981년 이후 EU의 보조금은 해마다 GDP의 평균 0.7%에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