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셔널지오그래픽의 숨은 비즈니스

2017-03-02     피에르 다를뤼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소(CNRS) 연구원
   
 

수학자 사하론 로셋은 약 10만 년 전 아프리카에서 인류가 두 그룹으로 나뉘어져 이후 5만 년 간 접촉이 완전히 끊겼을 것이라고 한다. 이 주장은 제노그래픽 프로젝트가 수집한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잡지 <내셔널지오그래픽>과 IBM의 합작으로 이루어진 제노그래픽 프로젝트는 지원자들에게 일정 비용을 받고 DNA 테스트를 실시한 후 인류의 이동경로를 추적하려는 야심찬 과학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다.


은퇴자들이 소일거리 삼아 지방의 관공서에서 먼지를 풀풀 날리며 낡은 서류들을 뒤지던, 그렇게 가계도 연구를 하던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생물공학과 정보기술이 가계도 연구를 담당한다. 그리고 인류의 기원, 가계도, 혹은 자신이 속한 민족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 일반인을 위해 다양한 방법이 있다. 나날이 늘어나는 이런 수요에 과학적인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유전학자들의 지식이 동원된다. 그런데 간혹 은밀한 친자 확인을 시도하거나, 밀려드는 이민자를 통제하려는 불순한 의도의 의뢰도 있다.

원주민 보호는 관심 없고, 그 유전자 보호에만 관심 있어

제노그래픽 프로젝트의 포부는 한층 고차원적이다. 의학을 활용하지 않고 인류의 유전자를 연구하는 세계적인 프로그램으로 <내셔널지오그래픽>의 독자들을 위해 기획됐으며, “인류의 이동경로를 추적하는 독특한 연구를 시작한다”는 슬로건을 내세운다. 내셔널지오그래픽, IBM, 웨이트 가족 재단(컴퓨터 제조사 게이트웨이가 설립한 자선단체) 등의 민간 분야가 주도하는 제노그래픽 프로젝트는 5년 간 원주민을 비롯한 수만 명의 인류가 제공하는 DNA 샘플을 최대한 수집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프로젝트를 고안한 관계자들의 야심은 “인류의 관계와 다양성을 제대로 알고 싶다”는 것이다.(1) IBM 홈페이지의 내용은 더욱 거창하다. “이번 프로젝트는 인류의 대이동 역사는 물론, 다양한 민족 간 유사점과 차이점을 깊이 알아가는 것이 목표다.”(2)

따라서 제노그래픽 프로젝트는 유전자의 배열, 데이터베이스의 접근, 데이터베이스의 디지털 이용 부문에서 이뤄진 발전을 활용하며 한 세기에 걸친 연구의 결실로 소개된다. 하지만 과학적으로 참신한 과정인지, 프로젝트를 기획한 관계자들의 의도는 무엇인지, 일반인과 원주민 같은 참가자들이 어떤 방법으로 참여하게 됐는지 등 여러 가지 의문이 제기된다. 대중의 열렬한 관심을 반영하듯 DNA 샘플로 유전자를 분석해 뿌리를 밝혀주는 인터넷 사이트들이 봇물처럼 늘어났다. DNA의 역할과 유전방식, 돌연변이의 성격, 뿌리에 대한 정보, 인종과 민족 간의 차이 등의 내용을 교육적인 취지로 알려주는 사이트들도 있다. 지리적인 이동분포, 분석자료, 그래프, 개인별 맞춤 정보 등 자신의 뿌리를 인류역사 속에서 찾기를 원하는 네티즌과 미래의 고객들을 위해 모든 도구가 제공된다.

제노그래픽 프로젝트는 이들 인터넷 사이트들에 비해 훨씬 원대한 포부를 제시하며 차별성을 둔다. 제노그래픽 프로젝트는 자신의 인종적 뿌리를 알려는 개인들의 의뢰를 받는 게 아니라, 인류의 발전사를 분명하게 밝히는 것이 목표다. 루이기 루카 카빌리 스포르자가 개발한 ‘인간 게놈 다양성 프로젝트(HGDP)’의 포부와 흡사하다. 1990년대 초 인간 게놈 다양성 프로젝트가 소개되자마자, 보수적인 성향이 강한 이들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DNA 샘플 수집 절차, 지적 재산권, 상업적 이용 가능성, 데이터베이스의 악용 가능성이 비판 대상이었다. 실제로 인간 게놈 다양성 프로젝트는 유전학자들을 통해 일부 민족의 지리적 분포 기원을 밝히는 것이 목표였기에, 해당 민족들을 타 지역으로 옮기거나 그들로부터 살고 있는 땅을 빼앗는 데 악용될 가능성이 있었다. “원주민의 유전자 보호에는 그토록 관심이 많으면서, 왜 원주민 자체의 보호에는 관심이 없을까요?” 원주민 위원회의 데브라 해리 회장이 생물 식민주의에 대해 던진 질문이다.(3)

조상의 이동 가능 시나리오를 알 수 있다고?

이런 토론에 이어 인간 게놈 다양성 프로젝트의 책임자들은 인류의 기원을 조사하는데 필요한 매뉴얼을 만드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 또한, 개인과 집단의 동의 조건, 비밀 유지, 데이터베이스 공개, 접근, 활용 범위, 교육과 인종차별 예방의 효과에 관해 상세히 다룬 윤리 조항을 개발했다.(4) 인간 게놈 다양성 프로젝트를 추진한 관계자들은 일부 집단에서 발병하는 질병의 감염성을 협동으로 연구할 수 있지 않을까하며 의학 분야의 효과를 기대했다. 이 뿐만 아니라 인간 게놈 다양성 프로젝트는 특정 원주민의 DNA 샘플을 얻어 세포의 계보를 영구히 기록해 세계 과학계에 이들의 DNA를 알려주는 것이 최종 목표다. 제노그래픽 프로그램에서 언론의 주목을 가장 많이 받은 부분은, 다음 두 가지 계통의 DNA다.

• 미토콘드리아 DNA(DNAmt): 어머니를 통해서만 자녀에게 유전되며 개인의 모친, 외조모 등 모계 쪽을 추적해볼 수 있다. 
• Y염색체 부분(chr Y): 아버지에게서 아들에게 유전되며 친조부 등 부계 쪽을 추적해 볼 수 있다. 
민족그룹의 유전자 물질의 변이를 가리켜 ‘유전자 다형성(같은 종이어도 유전자에 차이가 있는 현상-역주)’이라고 하는데 연대순으로 차례차례 조직된다. 유전자 물질의 다양한 변이를 통해 특정 민족집단의 공통 특징을 정의할 수 있는데, 이런 공통적 특징을 가리켜 ‘하플로그룹(Haplogroup)’이라고 한다. 하플로그룹의 지리적 분포는 일정하지 않다. 예를 들어서 여섯 가지 변이는 하플로그룹 L1을 나타내며 주로 아프리카에서 발견된다. 세 가지 다른 변이는 하플로그룹 M을 나타내며 주로 아시아에서 발견된다. 나머지 하나의 변이는 하플로그룹 R을 나타내며 주로 유럽에서 발견된다.(5)

제노그래픽 프로젝트가 내세우는 것은, 다른 많은 홈페이지처럼 고객에게 조상들의 이동경로 시나리오를 제시하며 이를 위해 현재 다양한 민족집단이 지닌 하플로그룹의 역사와 변이를 기준으로 삼는 것이다. 이동분포 시나리오의 정확성은 하플로그룹의 정확도에 달렸다. 동유럽 출신의 유대인과 그 외 유럽인 대부분에서 주로 나타나는 하플로그룹 K를 바탕으로 한 최근 연구가 좋은 예다. 따라서 동구 출신의 유대인들의 특수성은 이런 단순한 하플로그룹만 가지고 알 수 없다. 하지만 미토콘드리아의 완벽한 배열과 더 많은 유전자 정보를 활용해(6) 돌연변이의 계통을 더욱 세분화 하면, 동구 출신 유대인들에게서만 나타나긴 하나 이들 중 약 1/3만을 차지하는 4개의 모계 혈통을 알아볼 수 있다. 따라서 유전자 변이를 분석하면 어느 유전자에 속하는지 핵심 정보를 구축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예측 효과가 있다. 하지만 미토콘드리아 DNA와 Y염색체로는 4명의 조부모, 8명의 증조부, 16명의 고조부 등 윗세대를 차례로 추적할 때 이 중 2명의 조상(모계 조상 한 명과 부계 조상 한 명) 밖에 관찰할 수 없기 때문에 정확한 예측에도 한계가 있다.(7) 상황이 이렇다보니 “뿌리를 찾으려는 이유가 민족그룹을 표시하기 위한 것인가?”라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별로 놀라울 것 없는 맞춤형 진단

실제로 유전자 조사는 완전히 다른 두 가지 차원에서 흥미롭다. 하나는 민족그룹 차원으로, 다양한 민족의 유전자를 묘사할 수 있다. 또 하나는 개인적 차원으로, 개인마다 지닌 특정한 유전자 표시를 따져본다. 제노그래픽 프로젝트의 특징 중 하나는 인간 그룹과 개인 차원을 모두 따져보고 인류의 역사적 이동경로를 묘사해 참가자들의 뿌리에 관한 정보를 알려주는 것이다. 물론, 다른 사이트들이 제시하는 방법과 마찬가지로 제노그래픽 프로젝트도 개인의 유전자 조사를 훨씬 광범위하게 하기 위해 유전자 표지(Genetic marker)의 비중을 높이고 염색체 전체를 따져본다. 그 결과 새로운 문제가 나타난다. 뿌리를 따져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혈연관계를 증명하거나 반박할 수 있으며 이는 다른 차원에서 윤리와 법률문제를 야기하는 것이다. 

제노그래픽 프로젝트는 많은 관계자들이 관여하는 ‘참여형’ 방식으로 이뤄진다. 본 프로젝트는 미토콘드리아 혹은 Y염색체의 변이를 설명할 수 있는 연구자들이나 인구이동 전문 학자들이 담당하므로, 과학적인 성격을 지니지만 본래의 3가지 취지를 살려 인류애와 비즈니스를 동시에 추구한다. 내셔널지오그래픽 협회는 이국적 문화와 여행의 아름다움 전달, 자연과 문화 보호 활동, 비즈니스 활동과 언론 네트워크로 유명하다. 예를 들어 더 나은 세상을 준비하는 봉사 활동(사람들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지원)으로 유명한 웨이트 가족 재단, 세계적인 IT 기업으로 유명한 IBM는 모두 내셔널지오그래픽 협회와 이번 프로젝트를 합작으로 진행하고 있다. 

유전자계의 <인디아나 존스>

제노그래픽 프로젝트는 인류의 역사에 관한 지식을 키우기 위해 가능한 많은 이들의 참여를 유도한다. 이를 통해 교육적이고 인류애적인 활동을 하는 것이다. “인류의 공동 기원과 이동경로를 제대로 알수록 우리 인간은 모두 하나의 대가족이라는 생각을 하게 될 것입니다.” 웨이트 가족 재단의 테드 웨이트 창업자가 강조한다. IBM은 이를 인식해 한 술 더 떠서 홈페이지에 이렇게 설명한다. “지구촌 사람들 모두가 더불어 사는 법과 일하는 법을 찾게 될 것이다.”(8)

마지막으로 자신의 뿌리를 알고 싶어 하고, 알 수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매력적인 맞춤 ‘제품’을 팔수도 있다. 예를 들어, 제노그래픽 프로젝트는 비즈니스, 좋은 취지, 연구 프로그램이 광범위하게 얽혀 있다. 일반 대중의 흥미를 끌고자 본 프로젝트는 유례없이(인간 게놈 다양성 프로젝트를 잊게 만든다) 세계적이며 정보 기술의 최첨단을 달린다고 자부한다.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참여해 ‘인류이동의 역사’를 밝힐 수 있고 인류의 연관성과 차이를 이해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본 프로젝트를 우연히 알게 되는 독자나 네티즌은 가입할 수밖에 없게 된다. 자신의 뿌리에 대한 궁금증과 관심을 과학이 해결해줄 것이라는, 그리고 원주민 문화의 보호에 기여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그런데 수천만 명이 참가한다는데 혼자서 스스로 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하지만 가까운 사람이든 먼 사람이든 유전자 사이의 비슷한 점이나 다른 점을 밝히는데 비중을 두고 이를 과학적인 객관성으로 풀어 가면 파급력이 있다. 이동경로가 분명히 제시되는 제노그래픽 프로젝트에서는 이동경로가 동일할 때는 같은 민족으로 보지만, 이동경로가 다를 때는 서로 다른 민족으로 본다. 결국, 제노그래픽 프로젝트가 판매하는 유전물질은 빈약한 과학적 근거를 들어서 민족그룹을 대략적으로 나눌 뿐이고 다양한 민족그룹을 세분화하는 것을 방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제노그래픽 프로젝트가 ‘원주민’과 ‘비원주민’을 기본적으로 분류하는 방식도 석연치 않다. 제노그래픽 프로젝트의 방식대로 이동 없이 고향에 계속 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원주민이라고 구분할 수는 없다. ‘비원주민’에도 그런 이들이 많을 테니 말이다. 그 외 풀어야 할 의문점들도 있다. 첫째, ‘일반 대중’은 개별적으로 비용을 내고 프로젝트에 참여하지만, 원주민은 보조금을 받는다는 것이다.

둘째, 좀 더 과학적인 부분과 관련된 것으로 제노그래픽 프로젝트는 원주민이 ‘수백 세대에 걸쳐 전혀 변하지 않은’ 유전자를 지니며, 그 결과 ‘조상의 이동경로 모델’을 알려주는 신뢰할 만한 지표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주장이 맞는지는 앞으로 증명할 일이다. 우선, 원주민은 수백 세대 동안 이동을 했을 수 있기에 현재 남아있는 후손들의 지리적 분포는 조상의 지리적 분포를 그대로 반영한다고 볼 수 없다. 그리고 원주민과 일반 대중의 유전자 변화가 밝혀지지 않았다. 끝으로 원주민은 현재 격리된 것처럼 보이지만, 이전 세대에서 다른 민족과 섞이지 않았다고 확신하기는 힘들다. 결론적으로 원주민이 유전적으로 좀 더 원시적이고 순혈이라는 주장은 과학계와 언론계의 위험한 추정이다. 원주민이란 “장구한 세월 내내 이동하지 않고 그대로 남아있는 인구”라는 의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제노그래픽 프로젝트 총책임자로 자칭 ‘인류학적인 유전학자, 작가와 모험가’로 알려진 스펜서 웰스는 프로젝트를 통해 기대하는 효과가 여러 가지라며 상세히 설명한다. 과학적으로는 우리 인류의 역사, 기원, 이동경로에 관한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고 현재의 다양한 민족을 설명하기를 원하며, 문화적으로는 원주민의 역사에 관심을 가지도록 해 원주민의 문화적 정체성을 보존하려 함이며, 교육적으로는 인류학과 유전학을 가르치며 모든 인간은 가까운 과거에 공통 조상이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 인종과 민족에 대한 일부 편견을 극복하게 한다는 것이다.

제노그래픽 프로젝트는 과학 출판물에서 다뤄지기 시작했다. 본 프로그램의 결실을 기다리는 동안 이미 다양한 관련 상품이 나오고 있다. 우선, 내셔널지오그래픽이 직접 판매하는 개인 맞춤별 상품이다. 그 다음으로는 원주민 대상의 상품이다. 끝으로는 대중을 겨냥해 제작된 것으로 책, DVD, 기사 형태 상품이다.
첫 번째 그룹의 상품을 설명하기 위해 여성 고객 A를 예로 들어보겠다. A로부터 1백 달러가 넘는 비용(약 65유로)을 받은 내셔널지오그래픽은 A에게 DNA 채취에 필요한 도구 세트와 발송 봉투를 보낸다. A는 타액 샘플을 보내고 나서 몇 주 후 개인 코드를 받아 제노그래픽 프로젝트의 홈페이지에서 자신의 미토콘드리아 분석 결과의 여러 가지 해석을 볼 수 있다. 제노그래픽 프로젝트 측은 A가 미토콘드리아에 돌연변이를 지니고 있다는 결과에 따라 A를 하플로그룹 H로 분류한다. 제노그래픽 프로젝트의 하플로그룹 L에서 시작된 그의 조상들이 이동한 경로를 나타내는 지도도 보내준다. 아프리카에서 온 하플로그룹 L이 서유럽에 위치한 하플로그룹 H가 되기까지의 여정이다. 실제로 서유럽에서는 하플로그룹 L이 다수다. A는 자신의 데이터베이스를 제노그래픽 프로젝트가 구성된 데이터 뱅크에 넣기로 한다. 하플로그룹 H에는 유럽인의 대부분인 40-50%가 속하므로, A만 이 같은 ‘개인적’ 진단을 받은 것이 아니다. 더구나 A는 조상이 오베르뉴아트 출신이었으므로, 전혀 놀라운 결과도 아니다. 

원주민이 조사에 동의할 경우, 해당 조사의 혜택을 어떻게 받는지는 알기 더 힘들다. 이미 언급한 대로 문화적‧교육적 취지의 지원이지만 어떤 형태의 활동인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프로젝트가 원주민과 일반 대중에게 과학적 답변을 줄 수 있고 나아가 교육활동과 문화보전계획이 포함된 제노그래픽의 프로젝트를 통해 참가자들에게 확실한 결과를 안겨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참가비용을 통해 얻은 수익은 제노그래픽의 유산 프로젝트를 지원하는데 사용될 것입니다.”(9)

2006년, 10만 개의 세트가 판매돼 이미 1천8백만 유로의 수익이 생겼다. 그 후로 2배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 끝으로 제노그래픽 프로젝트는 단순한 상품으로 간주되지 않기 때문에 판매를 통해 나온 수익 사용은 정당하게 이뤄져야 할 것이다. 목적 자체는 칭찬할 만해도 독립적인 모니터링 기관이 설치돼야 한다. 독립적인 모니터링 기관은 프로젝트 담당 기획자들이 임명하는 컨설턴트 위원회만으로는 안 된다. 이에 대한 분명한 대안은 없는 듯하다. 하지만 원주민이 사는 지역에 파견된 제노그래픽 프로젝트의 각 과학자가 관련 윤리위원회의 동의를 미리 얻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제노그래픽 프로젝트에 비용을 지불한 참가자들은, DNA를 통해 아프리카에서 시작해 다른 대륙으로 퍼져가는 인류 진화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DVD도 받는다(DVD의 제목은 <최초로 집필되는, 최고로 멋진 역사책에 담긴 당신의 DNA>다!). DVD의 내용은 제작자 웰스가 여러 대륙을 여행하는 구성으로 돼 있다. 그러나 다큐멘터리에는 과학적으로 도움이 되는 내용이 별로 없어 불만을 자아낸다. 젊고 다이나믹한 미국인 웰스의 전형적인 모험을 그린 내용으로 ‘이국적인’ 민족의 기원을 묘사하는 유전학의 인디아나 존스라고 할 수 있다. 제노그래픽 프로젝트는 ‘원주민과 과학자의 진정한 협력’을 분명히 보여주지만 구성의 엉성함이 눈에 띌 정도다.(10) 제노그래픽 프로젝트의 목적은 원주민의 문화 존중과 보호에 기여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원주민들에게 민족의 기원을 과학적으로 구성하는 실험에 참여하도록 유도한다(그러나 원주민은 이미 이에 대한 고유의 지식을 가지고 있으며, 대부분의 (세상과의, 그리고 사회적인) 관계를 자체 내에서 형성하고 있다).

무지몽매함 속에 방치되는 전통

이 같은 반론은 해리 회장이 제기했다. 그는 지식의 시스템(과학)이 다른 시스템(전통)을 지배하는 문제를 다루면서, 다른 시스템에 너무 무지하다고 지적한 것이다. “우리의 권리는 기본적으로 우리가 현재 터전에 살고 있다는 사실에 기초한다. 일부 원주민의 정체성에 모순을 가져올 수 있는 주장은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종류의 연구 결과가 사변적이라고 해도 새롭게 발견된 사실이 우리를 위협하는 정치적인 무기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인류학자와 민족학자들(11)도 제노그래픽 프로젝트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으며, 프로젝트의 방법적 한계와 모호성을 지적한다. 취지는 과학적이지만 상업적인 이익을 취하고, 단체참여 프로젝트이면서 개인의 뿌리 찾기 요구를 만족시켜주고, 민족에 대한 이타적인 관용을 보이면서도 문화 지배의 의도가 의심되기도 하고, 인류는 모두 하나라고 주장하면서 민족마다 다른 유전자 기준을 연구한다는 것이다.

제노그래픽 프로젝트의 책임자들은 인종적인 의견에서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한다. “본 프로젝트는 우주의 기원과 관해 그 동안 알려진 것과는 다른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책임자들은 특별히 우세한 전망은 없다고 주장하며 과학이 바라보는 세계관이 원주민의 세계관을 어떻게 보충해 줄 지에 대한 판단은 원주민에게 맡긴다. 제노그래픽 프로젝트가 사실에 근거한 데이터를 갖고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면 과학의 보편성, 그리고 과학이 사회에서 차지해야 하거나 차지할 수 있는 위치에 대한 토론은 계속될 것이다.  


글·피에르 다를뤼 Pierre Darlu
프랑스국립과학연구소(CNRS), 국립 보건의학 연구소(Inserm)의 수석 연구원으로 있다. 본 기사에 실린 주장은 파리의 인류학회 학회지에 소개된 내용이다.  

번역·이주영 ombre2@ilemonde.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1) 내셔널지오그래픽 프랑스 인터넷 사이트에서 발췌, 2006년 12월 13일
(2) www.ibm.com/news/fr/2005/04/cp1627.html
(3) www.hartford-hwp.com/archives/41/02...
(4) www.stanford.edu/group/morrinst/hgd...
(5) www.mitomap.org
(6) Doron M. Behar (sous la dir. de), <The matrilineal ancestry of Ashkenazi Jewry : Portrait of a recent founder event>, American Journal of Human Genetics, vol. 78, Boston (Massachusetts), mars 2006, p. 487-497.
(7) 우리의 여러 조상들은 같은 조상을 두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정확한 예측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8) www.ibm.com, cf. note 2.
(9) http://nationalgeographic.com/genog
(10) https://www3.nationalgeographic.com
(11) ‘19세기의 이데올로기에 도움을 주는 21세기의 기술’, 매사추세츠 대학의 앨런 슈베드룬트 교수가 <뉴 사이언티스트>(1993년 5월 29일 런던)에서 인간게놈다양성프로젝트(HGDP)를 묘사한 표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