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식 표현은 이제 그만!

<풍부해지자: 프랑스어권의 언어를 말하자!>

2017-03-02     베르나르 카상
습관적인 호소인가, 몇몇 사람들의 뒤늦은 인식인가? 프랑스어와 프랑스어권에 대한 찬양은 정치색을 초월해 모든 정치인들의 연설에 점점 자주 등장한다. 그리고 예전과 달리, 프랑스어와 프랑스어권에 대한 찬양이 고리타분하게 느껴지거나 (기업 홍보와 경영 분야에서 넘쳐나는 영어 표현을 숭배하는 이들이 지적하듯) ‘국수주의’로 여겨지지도 않는다. 오랫동안 영어 숭배자들은 프랑스어의 ‘순수성’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과 대립각을 세워왔다. 프랑스어의 순수성을 지켜야 한다는 이들은 역사학자 페르낭 브로델이 자주 했던, “프랑스는 프랑스어 그 자체다”라는 말 뜻을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 비슷한 말로 이탈리아 출신의 기호학자이자 작가인 움베르토 에코의 말, “내게 이탈리아는 그 무엇보다도 언어입니다”가 있다. 하지만 프랑스라는 나라는 프랑스 국민과 프랑스 식민지 지역의 국민들이 꾸준히 기여해 건설됐다. 프랑스어도 마찬가지다. 프랑스어에는 다양한 외국어에서 차용된 단어들도 있다. 이렇게 우리가 영어의 영토 확장에 일조하고 있는 반면, 엄청난 의미를 지닌 보물창고 즉 다양한 프랑스어권 지역의 특색 있는 단어들은 거의 사용되지 않고 있다. 이 단어들의 대부분은 해당지역에서만 사용되고 있기에 다른 언어들과 섞이지 않고 순수성을 유지하고 있다. 제목에서부터 이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책이 있다. <풍부해지자: 프랑스어권의 언어를 말하자!>(1)다. 언어학자 베르나르 세르키글리니는 ‘표준어’로 인식해왔던 파리식 프랑스어에 갇히지 말고, 다양한 프랑스어를 사용하자고 호소한다. 세르키글리니는 프랑스어가 지닌 풍부한 메커니즘을 섬세한 관찰과 강렬한 문체로 풀어간다. 세르키글리니는 다양한 프랑스어의 지리적 기원을 밝히며 다양하고 흥미로운 예시를 소개한다. 프랑스어권의 창의력을 보여주는 탁월한 저서다.
풍부한 일러스트레이션으로 프랑스어의 생생함을 알리는 이 책은 기자 파트리시아 라투르와 시인 프랑시스 콩브가 일간지 <뤼마니테>에 기고한 언어관련 시사평론 24편을 엮은 모음집(2)의 길잡이 역할을 한다. 라투르와 콩브, 두 저자는 이 책에서 ‘booster’, ‘challenge’, ‘buzz’, ‘relooking’, ‘vintage’ 등의 영단어들이 (대용할 프랑스어가 있음에도) 남용되는 상황을 비난한다. 두 저자는 ‘반개혁’에 대해 설명하려면 ‘개혁’을 설명해야 하고 ‘과거 회귀’에 대해 설명하려면 ‘근대화’를 설명해야 하는 것처럼 상반되는 단어나 표현의 역할을 보여준다. 또한 인간의 모든 생활이 경제주의에 매몰됨에 따라 발달하는 어휘를 예로 들고자 두 저자는 장 티롤이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후 아내 나탈리 티롤이 한 기자에게 했던 말을 인용한다. “남편에게 많은 투자를 했습니다. 노벨상은 그 투자에 대한 보상이죠.” 티롤 부부의 관계를 좀 더 시적으로 그려낸 것도 있다. 예를 들어 나탈리 티롤은 칼 마르크스의 말에 동의했다. 마르크스는 프리드리히 엥겔스와 함께 작성한 <공산당 선언>에서 이렇게 말했다. “부르주아들은 성스러운 황홀경을 이기적 타산이라는 차디찬 얼음물 속에 집어넣어 버렸다.”  


글·베르나르 카상 Bernard Cassen

번역·이주영 ombre2@ilemonde.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한불과 졸업. 역서로 <술레이만 시대의 오스만 제국>(2016) 등이 있다. 


(1) Bernard Cerquglin, Enrichissez-vous, parlez francophone!. Trésor des expressions et mots savoureux de la francophonie(풍부해지자: 프랑스어권의 언어를 말하자! 프랑스어권 지역의 맛깔스러운 소중한 표현과 단어), Larousse, 파리
(2) Patricia Latour, Francis Combes, Le français en liberté. Frenglish ou diversité(자유로운 프랑스어, 프랑스식 영어 혹은 다양한 언어), Le Temps des cerises, 몽트뢰유, 2016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