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대륙 짓밟는 강대국의 농지 전쟁

2010-03-05     조앤 백스터

광물과 석유 자원의 보고였던 아프리카 대륙이 다시금 탐욕의 대상이 되고 있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이미 수백만ha의 경작지를 양도했고, 그 과정은 불투명했다. 다국적기업과 중동·아시아 국가의 주도하에 수많은 개발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며, 이들 계획이 완성 단계에 이르면 자연환경의 균형과 현지 농업 분야도 위험에 처할 수 있다.

 2009년 11월 18일과 19일, 런던의 엘리자베스 2세 콘퍼런스센터에 영국의 시에라리온 출신자들이 모여들었다. 이 행사를 후원하는 아프리카재단의 토니 블레어 전 총리는 시에라리온의 경작지를 확보하라며 연단에서 열심히 참석자들을 부추겼다. 그의 표현에 따르자면 이곳은 “수백만ha의 경작 가능한 땅을 가진 나라”라는 것이다. 스스로의 열기에 도취된 블레어 전 총리는 아마도 이들 농지에서 생산되는 수확물에 의존해 살아가는 시에라리온 국민 또한 수백만 명이라는 사실은 까맣게 잊었나 보다.

윈윈 게임? 죽어나는 농민!

 막대한 수익을 거둬들일 수 있을 거라 확신한 은행, 투자 펀드사, 대기업, 국가, 돈 많은 백만장자들이 아프리카에 대규모 기업식 농장을 세워 여기에서 전량 수출 목적의 바이오 연료와 식료품을 생산해낼 계획을 세우고 있다. 농지 장기 임대와 분할 판매 거래는 여기에 참여하는 금융 세력과 해당국가 모두가 이익을 거둘 수 있는 개발계획으로 앞다퉈 소개되고 있다.
 이런 움직임에 찬성하는 기구에는 세계은행의 국제금용공사(IFC), 유엔 전문 기관인 국제농업개발기금(IFAD) 등이 포함되어 있다.(1) 이를 두고 처음에는 자크 디우프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사무총장이 “신식민주의 형태”라며 주저하는 태도를 보였으나, 이 기구 또한 여기에 동조하고 있는 실정이다.
 농지 염가 판매 사례는 굉장히 많다. 중국은 콩고민주공화국에서 농지 280만ha를 양도받아 세계에서 가장 큰 기름야자 농장을 조성할 예정이다. 전 AIG 대리인이자 현 뉴욕계 투자 펀드사 자르시 캐피털의 최고경영자(CEO)인 필리페 헤일버그는 수단 군벌인 파울리노 마티프로부터 수단 남부 지역의 땅 40만~100만ha를 임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콩고공화국(브라자빌 콩고)은 최근 남아프리카의 농가공 업체들에 1천만ha에 달하는 귀중한 우림 지역을 제공해주었다.
 지난 11월, 에티오피아계 사우디아라비아 기업인 모하메드 알리 알아무디의 주도하에 사우디아라비아의 상위 50개 대기업이 수출 전용 농장을 세우기 위해 포럼을 조직했다. 이와 동시에 대형 농가공 업체 ‘카길’과 경쟁하는 인도의 ‘사이 라마크리슈나 카루투리’는 검은 대륙의 가장 큰 ‘토지 은행’을 보유했으며, 대부분은 에티오피아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소리쳤다. 가뭄에 시달리던 에티오피아가 식량 원조를 호소할 때, 이미 60만ha를 양도해버린 에티오피아 정부는 추가로 300만ha를 더 시장에 내놓을 채비를 했다.
 수많은 아프리카 지도자들은 농산물 수출이 기근과 만성 실업에 대한 해법이라는 생각에 매료된 듯하다. 그 뒤에서 뒷받침해주고 있는 게 바로 IFC다. ‘기업 활동에 호의적인 환경’을 조성하려던 IFC는 해당국에 투자진흥청을 설립했다. 투자진흥청의 역할은 경제활동을 할 때 노동권, 인권, 환경 보호 등 현지 법제와 세금, 심지어 주권으로부터 야기될 수 있는 장애물에 관해 투자자들을 돕는 것이다.

무능 정권, 서방 기업에 퍼주기
 가장 자주 제시되는 논거는 이 지역의 토지 경작 수준이 낮다는 점이다. 그러나 휴한지와 미개간지는 토양과 하천의 재생을 돕는다. 게다가 현지 토착민들은 ‘쓸모없는’ 이 숲지대와 토지에서 식량을 비롯해 섬유, 향신료, 기름, 조미료, 약초 등 수많은 자원을 얻고 있다.
 워싱턴의 국제식량정책연구소(IFPRI)에 따르면 지난 2년간 2천만ha의 토지가 최소 30여 개국에 매매 혹은 30~35년간 임대되었으며, 대부분은 아프리카 지역의 땅이었다. 이 집계를 담당하는 농업 비정부기구(NGO) 그레인(Grain)은 이들 거래 대부분이 불투명하게 이뤄지고 있어 정확한 통계를 내기가 어렵다고 강조한다. 일부 계약은 현지의 부족 대표와 결탁해 비공식으로 조심스럽게 이뤄졌다. 이들 부족 대표는 말로는 토지 관리인이지만, 투자자의 대농장에서 낮은 보수를 받고 일한다.
 이 ‘시장’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식량 안보를 확보하려는 페르시아 걸프 지역 강대국과 그 밖의 여러 아시아 국가들이다. 금융업체와 대형 산업체들은 사탕수수·팜유·카사바·옥수수 등의 식품 또는 자트로파 기반의 바이오 연료 생산에 관심을 쏟고 있다. 자트로파는 디젤에 가까운 속성의 기름을 생산해내기 때문에 ‘녹색금’이라고도 불린다. 이 모든 일은 자신들에겐 아무 책임이 없는 기후변화 및 수자원 감소로 만성적 식량 문제에 시달리는 아프리카 지역에서 벌어진다.
 아프리카 토지의 독점은 자연의 균형에도 해를 끼칠 수 있다. 아프리카 현지 식량 생산의 대부분을 담당하는 소규모 자영농들은 다양한 품종의 식물을 재배하고, 이로써 생물다양성 보존에 이바지한다.(2) 이들에 대한 대형 농가공업체의 위협은 날로 더해가며, 이들 기업이 장려하는 단작 또한 지역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세계 식량 위기는 아프리카 경작지로 몰려드는 작금의 현상을 더욱 가속화했다. 그러나 지구상에 제대로 먹지 못해 고통받는 10억 명의 사람들은 먹을 게 없어서가 아니라, 2008년 식료품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라서 먹지 못한 것이다. 식료품 가격 폭등은 부분적으로는 유럽 국가들과 미국의 바이오 연료 투기 열풍에 기인한다.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을지 확실치 않은 바이오 연료들이 역설적이게도 농지 장악의 부분적 원인이 되고 있다. 금융위기 또한 이같은 움직임에 일정 부분 기여했다. 2008년 8월 경제 파탄 이후 금융계는 확실하고 수익성 있는 신규 투자처를 찾아헤맸고, 이들의 눈에 “아프리카 땅은 확실한 투자처이며, 심지어 금보다도 확실한 투자처”였다.(3)
 올리비에 드 슈터 유엔 식량특별보좌관은 아프리카 지도자들이 합심해 외국 투자자에게 인프라 개발 혹은 수확물의 최소 절반을 현지 시장에 할당하는 것과 같은 조건을 부과하기보다는 의회와 상의도 하지 않고 경쟁하듯 경작 협정을 체결해버리는 태도에 유감을 표한다.
 하지만 여러 아프리카 협회가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학자와 농업단체들을 결집한 범아프리카 동맹 ‘코파겐’이 한 예다. 코파겐은 아프리카의 종자 및 식료품 주권 수호를 위해 힘쓰고 있다. 2009년 10월 17일, 현지의 27개 협회는 아프리카 지도자들에게 ‘기업식 농업에 대한 지원 중단’을 호소하는 공개 서한에 서명했다. 이 단체들에는 답장이 전해지지 않았다.

식량 위기는 분배의 문제
 수많은 농지 독점 계획이 아직은 기획 단계에 있다. 오로지 투기 목적에 따른 토지 대량 매입은 갈등과 환경 재앙, 정치적 혼란, 유례없는 기근의 씨앗을 낳을 수도 있다. 지난 11월 로마에서 열린 세계 식량안보 정상회담에서 FAO는 유엔 무역개발회의(UNCTAD), IFAD, 세계은행 등과 함께 외국 투자자를 위한 ‘올바른 행동 규칙’ 제정에 힘쓰고 있다고 역설했다. 하지만 구속력이 별로 없는 약속에 불과하다.
 해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무담보 소액대출을 해주고, 현지 시장에서 쉽게 농산물이 판매될 수 있는 루트를 마련하며, 농장주들이 생물 다양성을 살리는 농기술을 숙달하고 수확물을 가공·저장하는 교육을 받게 해주는 것이다. 그들의 노동 가치를 떨어뜨리는 수입을 줄이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겠다. 이러한 해법들은 아프리카의 인적 자본과 농업 자본에 대한 건설적 투자가 될 것이다.

글•조앤 백스터 Joan Baxter
주요 저서로 <Dust from our eyes - An unblinkered look at Africa>(Wolsak and Wynn Publishers Ltd., Hamilton (Ontario, Canada), 2008) 등이 있다.

번역•배영란 runaway44@ilemonde.com

<각주>
(1) 2009년 7월 발간된 국제금용공사(IFC) 보고서에 따르면, 2009년 농가공업 분야에는 20억 달러라는 기록적인 금액이 투자되었으며, 이는 전년 대비 42% 늘어난 액수다.
(2) Miguel A. Altieri, ‘Agroecology, small farms, and food sovereignty’, <The Monthly Review>, NewYork, 2009년 7~8월호.
(3) Chris Mayer, ‘This asset is like gold, only better’, <Daily Wealth>, Vancouver, 2009년 10월 4일. 


 
   원주민 눈물로 짜낸 기름
 

   시에라리온 중심부 25개 마을에 흩어져 사는 소규모 자영농들은 손수 작물의 싹을 틔우고 벼를 재배하며 카사바와 채소를 키운다. 카사바를 심고 있는 아다마는 여기서 얻은 소득으로 몸이 마비된 남편 병원비와세 아이의 학비를 마련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샤를은 자신의 작은 농장에서 나온 농산물로 세 아이를 학교에 보낼 수 있다.
 이듬해면 이러한 소규모 자영농 대부분이 더는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될 것이다. 스위스의 아닥스 바이오에너지는 에탄올을 생산하기 위한 사탕수수 경작지 2만ha가량을 시에라리온 정부로부터 양도받았다. 유럽투자은행과 아프리카개발은행이 지원하는 프로젝트였다. 대규모 기름야자 농장을 조성하기 위한 3건의 추가 임대차 계약도 협상 중이다. 2002년이 되어서야 11년간의 내전이 끝난 뒤 이어 식량 안보 문제로 고심하는 국가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현지의 소규모 자영농들은 아는 게 별로 없어 보였다. 아다마는 자신의 밭이 곧 없어질 것이라는 사실을 아직 모른다. 아닥스는 타당성 조사를 했지만, 관개를 위해 끌어와야 하는 물의 양이 계산되지 않았고, 오염된 물이 어떻게 될지에 대해서도 명확히 짚고 있지 않다.
 아닥스는 시에라리온 정부에 ha당 1유로가 채 안 되는 임대료를 낸다. 농업 분야의 투자는 수입관세와 법인세를 면제받는다.  50년 임대차 계약의 정확한 조항 내용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가정이 삶의 터전을 잃게 될지, 이들에게는 또 어떤 보상이 돌아갈지 자못 궁금해지는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