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미국령이 아니다”

멕시코 vs 도널드 트럼프

2017-03-31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 멕시코 대선 후
멕시코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도를 넘은 발언들이 멕시코 대선유세에 박차를 가하게끔 하고 있다. 선거는 2018년 7월에나 치러질 예정이지만 이미 한 후보가 출사표를 던졌다. 바로 좌파의 희망을 구현하는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다.

약 2년 전, 차기 미국 대통령이 될 도널드 트럼프와 그의 고문단은 미국인의 심리를 치밀하게 연구하기 시작했다. 가장 눈에 띄는 감정들은 실망과 신경질, 분노, 슬픔, 절망감이었다. 정치에서는 이런 연구가 그리 대단할 게 없지만, 질적 연구에 필요한 자금을 보유한 이들에겐 더욱 대수롭지 않은 일이다.(1) 연구는 트럼프의 선거 야망에 필요한 맞춤형 진단을 위해 진행됐다. 보편화된 신경질적 감정이 사회에 스며들기를 바라면서, 이 감정을 최대한 활용해 동네방네 떠들며 그에 대한 해석만 제시하면 됐다. 멕시코인들과 무슬림들은 미국에 달갑지 않은 존재가 됐다는 결정적인 논거로 삼으면서 말이다. 

트럼프가 취임하기 훨씬 전, 그의 반(反)멕시코 선거운동은 하찮은 경제 분석에 기반을 두지는 않았지만 정치적 이익에 부응했고, 지금도 여전히 부응하고 있다는 것이 명백하다. 어떤 이들은 미국인의 애국심을 이용해 득을 보기 원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메시지 내용과 의사소통 기법, 선전내용은 독일 지리학자 프리드리히 라첼이 19세기에 개발한 ‘레벤스라움(Lebensraum; 생존공간) 이론’에서 영감을 얻고 있다. 이 학설에 의하면 영토 확장주의와 제국주의는, 이들 주의가 국가로 하여금 국민의 복지를 보장하도록 허용하는 순간 정당화된다.

1930년대 독일과 유사한 상황, 
그리고 책임전가

1930년대 독일에서 대중이 인플레이션을 심각하게 걱정했던 것과 아주 흡사하게, 미국도 실업과 불완전 고용, 부채, 과도한 저임금 문제에 직면해 있다. 그러나 그에 대한 책임을 국내든 국외든 특정 사회집단이나 문화집단에 전가하려는 시도는 정치적 술책에 지나지 않는다. 2017년 1월 20일부터,(2) 능수능란하지만 무책임한 정치 지도자들은 미국을 거대한 게토로 만들기 위해 멕시코와의 국경에 장벽을 건설하도록 압력을 가했다. 나아가, 이미 결정돼 4월에 시작될 수도 있는 장벽 공사비용을 결국 멕시코에 떠넘기게 될 것이다. 이것으로도 충분치 않은 듯, 백악관은 1994년에 발효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무효화하라고 압박했다. 그리고 미국 기업들에게는 300만 멕시코인의 멕시코 강제 귀환을 약속하면서, 멕시코에 대한 투자 철회를 요구했다. 2015년 6월 16일,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트럼프는 이렇게 주장하지 않았던가?

“멕시코에서 우리나라로 보내는 사람들은 대단히 좋은 사람들이 아닙니다. 그들은 저나 여러분과는 다릅니다. 문제가 있는 이들이 미국에 올 때는 문젯거리와 함께 옵니다. 그들이 우리에게 가져오는 것은 마약과 범죄입니다. 그들은 범법자들입니다”(<엑셀시오르>, 2015년 6월 17일).

멕시코는 미국에 아무도 ‘보내지’ 않는다.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돈벌이를 위해 멕시코를 떠난다. 대개는 폭력과 끔찍한 경제상황으로부터 도피하는 것이다. 2016년 11월 8일 트럼프가 승리를 쟁취한 이래, 우리는 멕시코와 미국의 관계 악화를 예상하고 있다. 바로 그날, 우리는 모든 이민자들에 대한 우리의 유대감을 천명했다. 멕시코는 미국의 식민지도, 미국령도 아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우리는, 누가 미국 대통령이 되든지 간에, 미국에 맞서 우리의 주권을 표명할 것이다.

국가재건운동(모레나‧MORENA)당(3)의 첫 행보는, 엔리케 페냐 니에토(Enrique Peña Nieto) 대통령에게 확실한 태도를 취할 것을 촉구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두 번째는, 우리 동포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법률부조(法律扶助)를 제공하기 위해 우리 당의 지부들을 미국에 조직하는 것이었다. 세 번째는, 멕시코인들에게 그들이 직면한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단결하도록 권하는 것이다. 

미국인들은 
가짜 애국심 선동 연설의 희생자

우리는 두 가지 선결과제를 정하고 있다. 하나는, 미국인들에게 그들은 대규모 경제위기를 잊게 할 목적으로 자행된 가짜 애국심 선동 연설의 희생자임을 알려주는 것이다. 또 하나는 멕시코인들에게 국경 너머에서 그들이 하고 있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그리고 우리나라가 30여 년 전부터 겪고 있는 고충이 그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설명하는 것이다. 

우리는 미국인들에게, 멕시코인들을 포함한 외국인들은 미국의 상황에 대한 책임이 없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 미국 노동자들이나 농부들, 기업의 대표들이 맞닥뜨린 경제문제들은 불행한 정치적 선택과 몇몇 사람들이 보유한 특권, 우리나라에서와 마찬가지로 미국에도 존재하는 부의 불공정한 분배에 의해 초래된 것이다. 우리는 로스엔젤레스와 엘 파소‧피닉스‧시카고‧뉴욕에서, 다음과 같은 우리의 메시지를 반복해서 전달했다. 미국인들에게 일자리가 없거나, 일을 하더라도 박봉이거나, 생활조건이 열악하다면, 그것은 바로 그들의 정부 탓이라고.

예를 들자면, 미국은 2008년의 금융위기 이후부터 2013년까지 국민의 희생을 바탕으로 16조 달러 이상을 파산지경의 금융기관에 쏟아 부으면서 금융기관 구제를 대대적으로 단행했다. 몇 년 후, 미국 정부는 공공부문 예산 850억 달러를 삭감하는 방식으로 부채를 덜어보려 애썼다(<엘 파이스>, 2013년 2월 26일). 미국 부채는 이제 17조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한편, 2005~2012년에는, 1,428만 7,687명의 사람들이 자신의 주거지에서 쫓겨났다. 

백악관이 조작에 몰두한다는 증거가 또 있다. 방코메르 재단에 따르면(2012년) 미국에 거주하는 멕시코인들(2세와 3세 포함)이 미국 국내총생산의(GDP) 약 8%에 기여하고 있는데, 이 사실을 미국이 명확히 밝히지 않는다는 점이다. 멕시코인 노동자들은 농공업 종사자와 교육자, 의사, 기업인이 있다. 그들은 친지들을 돕기 위해 멕시코로 연간 총 240억 달러를 보내며 세금을 납부하는 이들이다.

멕시코 해외 이민의 직접적인 원인은 역대 멕시코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 때문이다. 그 정책이 실패했기 때문에 국민의 일부는 해외로 유출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30년에 걸쳐 부의 창출이 없는 준(準)경기침체 상태를 버텨낼 국가는 없다. 여기에 폭력과 부패까지 더해지는데, 멕시코는 부패에 관한 한 세계 챔피언에 속한다. 국제투명성기구의 최근 보고에 따르면, 멕시코는 국가별 부패인식지수에서 176개국 중 123위를 차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하면서 반 멕시코 입장을 누그러뜨리려 하지 않았다. 안타깝게도 멕시코는 이에 대응할 필요를 느끼지 않았다. 그러나 결국, 페냐 니에토 대통령은 미국의 정책들에 대해 유엔(UN)에 항의할 책임을 떠맡았다. 우리는 3월 15일, 국가 간 대화와 존중을 증진시킬 목적으로 창설된 유엔인권고등판무관(UNHCR) 사무소에 제소함으로써 행동에 나섰다. 

트럼프가 위협을 가하는 목적은 외국인 혐오과 인종차별을 선동하기 위한 것인가? 우리는 이 질문의 해답을 찾기 위해, 성장을 활성화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며, 멕시코인의 삶의 상황을 향상시킬 개발정책을 제시한다. 목표는 해외 이민과 치안 불안, 폭력의 원인을 해결하기 위해 다 함께 노력하는 것이다. 사회 문제들은 강압이나 장벽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삶의 조건 개선을 통해서 해결할 수 있다. 

멕시코인 해외 유출을 줄이는 가장 인도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은, 농업활동을 진작하고 생산부문을 지원하며 일자리를 창출하고 임금을 인상시키는 것이다. 그것도 최대한 신속하게 말이다. 자국의 부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미국의 능력이 어느 정도일지 아무도 모른다. 우리로서는 부패 문제가 완전히 해소되기를 바랄 뿐이다. 그렇게 돼야만, 우리는 우리 국민의 삶의 상황과 노동 환경들을 개선하기 위한 중요한 방편들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집권하기를 바라는 정부는 언제나 미국을 존중하는 태도를 표명할 것이다. 그렇다 해도 우리는 주권 행사를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는, 일하고 싶은 곳에서 정직하게 일하며 생계비를 버는 우리 국민의 권리를 절대적으로 보호할 것이다. 또한 그 권리를 단념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미국에 제안할 수 있는 최상의 양국관계는 발전을 위한 협력 위에 기반을 둘 것이기 때문이다. 

누가 알겠는가? 우리가 트럼프로 하여금 그의 대외정책에 대한 착오를 인정하도록 설득할 수 있을지. 왜냐하면, 우리는 이 전투를 사상의 장에서 개시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이기주의를 선동하는 이들에 대한 전투다. 또한, 사회 계층이나 국적, 종교적 신념이 다른 사람들을 배척하는 태도에 대한 전투다. 이민자들에 대한 증오를 부추기는 것은 인류 전체를 공격하는 것과 같다. 이민자들은 모든 국가에 중요하다. 미국이 이에 대한 가장 좋은 예를 보여준다. 한 문화의 융성은, 그 문화가 다양한 언어와 지식 등에서 입은 영향들의 총합이다. 만약 우리가 미국 대통령을 설득하지 못한다면, 미국의 국민들이 장벽도, 애국심으로 가장한 민중선동도 묵인하지 않을 것이라 확신한다.  


글·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Andrés Manuel López Obrador 
국가재건운동(모레나‧MORENA)당 국가집행위원장, 멕시코 대선 후보

번역·이상순 leesangsoun@hotmail.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1) 편집자 주: 크리스토프 방튀라, “Ces petites choses qui font gagner les élections(선거를 승리로 이끄는 소소한 것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17년 3월. 
(2) 편집자 주: 트럼프의 취임식 일자.
(3) 편집자 주: Regeneración, Jesús Flores Magón(1871~1930), Ricardo Flores Magón(1874-1922), Enrique Flores Magón(1877-1954) 형제의 신문. 무정부주의자인 이들은 1910년 발발한 멕시코 혁명의 선구자로 여겨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