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대선, 이번에도 전략적 투표의 덫이?

2017-03-31     세르주 알리미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4월 23일 대선 1차 투표에서 참으로 다양한 견해를 가진 11명의 후보가 겨루게 된다. 대권주자가 이렇게 많다는 사실이, 계속되는 여론조사의 널뛰기 속에서 언론이 공들여 뽑아낸 지지율 순위와 비리 스캔들 때문에 덮여진 측면이 있다. 그런데, 프랑스와 유럽연합의 정책들이 철저히 반민주적인 성향을 띤다는 자각이 사람들 속에 자리 잡히고 있다. 하지만 이 참신한 생각을 선거적 관점으로 해석하자면, 세계화 신봉자를 극우파의 대항마로 선택할 수도 있는 ‘전략적 선거’의 함정에 빠질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은 처음일 것이다”로 끝맺는 문장들이, 미증유일 것 같던 불확실한 일들이 현실화됨을 알리는 듯한, 정치 시대에 접어들었다. 2017년 봄, 국민전선(FN)의 프랑스 대선 2차 결선투표 진출을 더 이상 의심치 않는 전대미문의 일이 이렇게 처음으로 일어나고 있다. 게다가, 전혀 불가능해 보였던 국민전선의 승리까지 점치고 있다. 현직 대통령의 두 전직 장관인 브누아 아몽 후보(사회당)와 에마뉘엘 마크롱 후보(전진당)가 선거에 출마하는데도, 어느 누구도 임기 5년을 결산하는 현 대통령을 옹호하지 않는 일도 처음으로 벌어지고 있다. 또한, 5공화국이 시작된 이래 계속 프랑스를 통치해 온 사회당(PS)과 우파 후보들이, 처음으로 1차 투표에서 동반 탈락할 수도 있다.

게다가 대선에 하루 종일 주의를 기울여야 할 정도로 끝없는 뉴스거리와 비리 스캔들, 총체적 무능력이 기생하는 선거판을 선례에서 찾으려 해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더욱이 10년 전부터 프랑스가 파산 중이라고 주장하면서도, 정작 유력한 차기 대선후보 자신이 공금횡령 혐의로 기소된 경우는 분명 과거 어떤 경우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5년 임기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5공화국에서 역대 지지율이 가장 저조한 대통령이 됐다. 그것도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이 경선에서 탈락한 직후에 말이다. 하지만 사회당 소속인 대통령은 자신이 “5년간 비교적 절대 권력을 휘둘렀다”고 스스로 인정했다.(1) 왜냐하면 2012년 6월 사회당은 사상 처음으로, 프랑스 대통령직, 정부, 하원, 상원, 22개 지방(레지옹)의회 중 21개, 96개 광역지자체(데파르트망) 중 56개, 인구 10만 명 이상의 도시 39개 중 27개를 장악했기 때문이다. 

올랑드 대통령은 이 권력을 무제한적이고도 독자적인 방식으로 휘둘렀다. 바로 그가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고, 프랑스를 국외 여러 갈등지역에 개입시켰고, 단순혐의자에 대한 드론 암살을 허용했다. 또한 여당과 함께 국민의 합의를 이끌어 내지 못했던 개혁을, 책임을 떠맡지 않겠다는 여당에게 강요하면서(헌법 제 49조 3항에 의거) 노동법을 개정하도록 한 사람도 그다. 대통령이 엘리제궁에서 재편성한 프랑스 지방지도에 대한 개정이 단행된 것도 빼놓을 수 없겠다. 

바로 이런 일들로 인해 제5공화국의 정책들에 심각한 의혹을 품게 되는 것이다. 아몽 후보(사회당)와 장뤽 멜랑숑 후보(프랑스불복종)는 이에 대한 문제 제기에 합의했지만, 프랑수아 피용 후보(공화당)와 마크롱 후보는 마린 르펜 후보와 마찬가지로 이를 눈감아주고 있다. 그 어떤 서방 민주주의도 한 사람의 손에 이 정도로 집중된 권력을 쥐어준 적이 없다. 임기를 마무리하는 현 대통령보다 더 독재적인 대통령을 맞는 날이 현실화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그 전에, 프랑스와 프랑스 민주주의를 요란하게 외치던 선언들은 올랑드 대통령이 명백히 보여준 한 사실을 맞닥뜨린다. 즉 독단적 권력 행사는, 주권을 가진 국민의 신임을 받아야 하는 선거공약들을 짓밟는 무한권력을 강화한다는 사실이다. 

그는 프랑스 철강업 부문에 대한 보호를 약속했으면서도 플로랑주 철강 지대의 폐업을 승인했다. 유럽 안정화협약을 재협상해야 했지만 임기가 시작된 첫 날부터 재협상을 포기했다. 2013년 말 이전에 “실업 곡선을 역전시키겠다”고 약속했지만, 실업 곡선은 3년 간 더욱 고공행진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신감이 곧 희망으로 자리 잡은 이유는, 2012년 그의 선거유세장을 뜨겁게 달궜고 그 후 모두가 셀 수 없이 자주 들었던, “나의 유일한 경쟁 상대는 재계다”라는 문장 때문이다. 그러나 올랑드 대통령은 즉각 엘리제궁의 자문관으로 전 로칠드 은행가를 영입했고, 이후 그에게 재무장관직을 맡겼다.

 마크롱 후보가 현재 여론의 호의를 받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역대 가장 지지율이 낮은 현 대통령의 반역자이면서도 번듯한 후계자인 그를 최고 권력자의 자리로 밀어붙이는 리스크를 여론이 안고 있는 만큼, 여론의 호의는 더욱 예기치 못한 것이다. “바로 나 에마뉘엘 마크롱을 어느 날 올랑드 대통령이 저버렸다. 그는 내게 어떤 빚을 지고 있는지 안다”라고 말한 마크롱 후보는 사회주의자가 아니지만, 올랑드 대통령 역시 사회주의자가 아니다. 한 사람은 이 사실을 천명하고 또 한 사람은 에둘러 말한다. 마크롱의 담화들은 ‘돈’ 또는 ‘금융’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좌파의 전통에는 선을 긋지만, 올랑드 대통령의 신념과는 맥을 같이 하는데 그 신념은 올랑드 대통령이 현 국방부 장관, 엘리제궁 사무총장과 공동 집필한 <좌파는 행동한다>를 통해 1985년 이래 표명해 왔던 것이다.(2) 

 이 책은 이미 마크롱 후보에게 값진 아이디어가 있었다는 점을 보여준다. 비록 그 아이디어가 그의 당내에서는, 세계시장 진출을 위해 결속한 교양 있는 중산층과 자유주의 경영자 간 ‘신사회연합’이라는 말로, 무력하고 공허한 단어들 더미 속에 파묻히긴 했지만 말이다. ‘원조’보다는 ‘창업가 정신’, 연금보다는 이윤, 극단주의자와 복고주의자 대신 수정자본주의자와 현대주의자, 낙타 탄 이들과 물장수들이 다니던 때에 대한 향수를 거부하는 것. 이와 같은 마크롱 후보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면, 1990년대부터 미국 대통령 빌 클린턴, 그리고 그로부터 수년 후 영국 총리 안토니 블레어와 독일 총리 제라드 슈뢰더가 천명했던 것을 다시 듣는 듯 하다.(3) 그리고 그를 좇는 일은 올랑드 대통령보다 훨씬 더 과감하게 신자유적‧진보주의라는 ‘세 번째 가도’에 합류하게 되는 것이다. 이 길은, 미국 민주당과 유럽 사회민주당을 그들이 현재 머물러 있는 협곡에 남겨두고 농락했던 바로 그 길이다.

‘전략적 투표’로 
‘다보스당’의 수명이 연장될 때

 ‘세계화주의자들’ 및 ‘브뤼셀당’ 대 ‘애국주의자들’. 르펜은 정치적 대립을 이런 논리로 설명하는 것을 반길 것이다. 마크롱 후보 선거 본부의 기둥인 리처드 페랑 사회당 의원은 르펜이 기대하는 것보다 좀 더 진일보한 듯하다. 그는 “한 편에는 반동적이면서 자기정체성을 가진 신민족주의자들이 있고, 그 반대편에는 유럽연합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진보주의자들이 있다”라고 평하기 때문이다.(4) 이런 식으로 이데올로기 논쟁을 구조화하는 것은 순수하지 못하다. 이는 한 쪽에게는 ‘자기 정체성’ 상실에 대한 공포를 조장하고, 반대편에게는 ‘반동적’인 충동이 있음을 격렬히 비난하면서, 쌍방 모두에게 계층의 이해관계에 대한 문제의식을 덮어버리는 것이다. 

 그러나 유럽연합의 모든 진보주의자들에게는 실례가 되겠지만 ‘유럽연합이 필요하다’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정치적이다. 1996년에 제정된 브뤼셀 지침의 산물인 ‘파견노동자’는 지난 10여 년간 10배 증가했고, 외과의나 골동품상보다는 토목 노동자나 농업 종사자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 정책의 피해자들의 우선 ‘관심사’는 역시 그들의 불길한 예감 즉, 존재조건을 위협하는 임금덤핑이다. 그들에게 유럽은 ‘환희의 송가’가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전략가 스티브 바논(Steve Bannon)은 국제회의의 단골 메뉴인 사회보장예산 삭감으로 우파 국수주의가 챙길 수 있는 부분이 뭔지 잘 알고 있었다. “우리는, 국경이 개방된 세계시장 어딘가에 속한 모호한 경제체제가 아니라, 분명한 한 경제체제를 가진 한 국가라는 것, 이것이 우리가 믿는 것의 핵심이다. 세계의 노동자들은 ‘다보스당’의 지배를 받는 것에 진저리를 친다. 뉴요커들은 이제 캔자스나 콜로라도 주민들보다 런던이나 베를린 주민들을 더 친근하게 생각하며, 미래의 세계 지배방식을 모두에게 시사하길 원하는 한 엘리트집단(‘다보스포럼’을 지칭-역주)의 정신을 런던과 베를린 주민들과 공유한다”라고 역설한다.(5)

마크롱 후보가 유럽연합기로 뒤덮인 유세장에서 변화를 촉구하고, ‘기업의 이윤을 통한 경기부양’을 주문하며, 국가가 실업자들에게 ‘제공한 적절한 일자리’(6)를 두 번 거부할 경우 실업 수당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공약을 내걸면서, 어떻게 자신의 공약들을 ‘다보스당’에 속한 돈과 학식이 있는 과두정치인들의 이해타산과 차별화할까? 그래서 우리는 언론의 주선으로 성사될 수도 있는, 그와 르펜 간 양자 토론에서 민주주의가 입게 될 타격을 상상하게 된다. 

 20년 넘게 ‘전략적 투표’를 권장하고 있는 것은 결국, 지속적이고 일관적인 의지 덕분에 비상이 가능했던 두 우세 정당을 한 극우 정당의 대항마로 제시하는 것과 같다. “오늘날 에마뉘엘 마크롱의 공약은 바로 국민전선의 디딤돌이다”라고 아몽 후보는 강조한다.(7) 그러나 국민전선의 세력은 사회당을 포함한 경쟁자들의 권력 독점을 공고히 했고, 그 역도 마찬가지였다.(8) 1981년부터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은, 우파가 대권 포기라는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강력한 극우 정당과 연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측했다.(9) 2002년 4월, 장 마리 르펜 후보와 자크 시라크 후보가 대선 결선 투표에서 맞붙었을 때 상황은 역전됐다. 그 후 우파는 총선이든 지방 선거든 모든 선거에서 사회당을 추월했고, 곧 거의 모든 좌파의 눈에 프랑스의 민주주의와 문화를 지키는 수호신으로 비쳤다. 모든 술책과 배반을 가능케 하는 군주제적 정책들, 최악의 순간을 맞게 될 두려움 때문에 빗장을 걸어 잠근 정치인, 을(乙)을 먹이로 삼으면서도 갑(甲)들에게는 관대한 언론들, 그리고 유럽연합이 있다. 대부분의 프랑스 경제정책과 금융정책은 이들의 지배를 철저히 받고 있다. 그래서 마치 차기 대통령의 운신의 폭이 무한할 것처럼 대부분의 선거 유세가 이뤄지는 것이다.  

 “나는 메르켈의 부총리가 되지 않을 것이다”라고 경고한 르펜 후보가 승리하면 유럽연합이 종말을 고할 수도 있다. 반면, 대선에서 가장 당선이 유력하면서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총애를 받는 후보들 중 한 명 즉, 피용 후보 또는 마크롱 후보가 엘리제궁에 입성하는 경우, 그들이 각각 보좌한 대통령들과의 연속성이 보장되고, 유럽연합(EU)집행위원회 정책방향과의 일관성이 확보되며, 질서자유주의의 철저한 수호자 역할을 하는 독일의 패권이 질서자유주의와 더불어 공고해 질 것이다. 아몽 후보나 멜랑숑 후보의 문제는 또 다르다. 아몽 후보의 유럽 방위 원조정책을 논외로 하면, 이 둘의 목표는 비슷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동반탈락의 위험을 잘 알면서도 경쟁을 계속할 만큼, 목표달성을 위한 방법은 천지차이다.  

 아몽 후보는 기시감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이 사회당 후보는, 유럽연합이 긴축정책을 포기하고 고용친화적이고 환경친화적인 정책과 그리스처럼 고통 받는 채무국들에게 완화된 정책을 펴기를 바라는 염원을, 유럽연합에 대한 자신의 애착과 양립시킬 방도를 찾아야 한다. 동시에 자신이 열망하는 새 정책이 현 제도의 틀 내에서도 실현가능하다는 것과, ‘유럽연합을 완전히 등지지 않고도 손에 잡히는 결과를 이루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스스로 납득시켜야 한다. 게다가 그는 유럽 좌파, 특히 독일 좌파의 영향력 회복에 희망을 걸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정확히 5년 전 올랑드 대통령이 환심을 사기 위해 제시했던 그 논리와 흡사하다. 2012년 3월 12일 올랑드 대통령은, 메르켈 총리와 사르코지 대통령이 체결한 ‘예산협약을 재협상할 것’을 파리에 회동한 유럽 정상들에게 ‘엄숙하게’ 약속하며 다음과 같이 단언했다. “유럽에 진보주의 운동이 있기 때문에 나는 혼자가 아닙니다. 나에게 재임을 허락할 프랑스 국민투표가 있을 것이므로 나는 앞으로도 혼자가 아닐 것입니다”(연설문 16p 발췌).  

 주택장관이었던 세실 뒤플로(10)는 그 후의 분위기를 다음과 같이 회상한다. “모든 사람들은 올랑드 대통령이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대결하기 원했다. (중략) 우리는 결국 메르코지로부터 등을 돌렸다. (중략) 매우 자유주의적이고 강직한 이탈리아 총리 마리오 몬티(Mario Monti)는 프랑스가 상황을 전환시켜 줄 것으로 믿었다. 강경 보수주의자인 스페인 총리 마리아노 라호이(Mariano Rajoy)는 프랑수아 올랑드의 선거에서 스페인을 옥죌 제재정책이 수립될 가능성을 내다봤다. 그리스와 포르투갈은 파산을 면할 수만 있다면 어떤 구원자든 따를 준비가 돼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그 후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알고 있다.

회원국들의 매 선거에 속 타는 유럽연합

  사실상, 15년 전에 이미 벌어졌던 것과 완전히 동일한 상황이 재연되고 있다.(11) 그 당시, 올랑드는 사회당 당수직을, 리오넬 조스팽(Lionel Jospin)은 총리직을 맡고 있었다. 단일 화폐에 대한 서막으로, 과도한 재정적자에 대한 벌금 부과를 포함한 예산 준칙 전반을 계획한 ‘안정과 성장에 관한 협약’에 대한 협상이 막 이뤄진 참이었다. 당시 야당 당수였던 조스팽은 ‘독일에 불합리한 특혜를 준 ‘수퍼 마스트리히트(Super-Maastricht)’ 조약에 대한 규탄을 주저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97년 총리가 되면서, 암스테르담에서 개최된 유럽이사회에서 조약의 모든 조항을 수용했다. 합의에 대한 대가로 ‘성장과 일자리에 중점을 둔 유럽이사회의 첫 결의’를 이끌어 냈을 것이라고 유럽업무장관인 피에르 모스코비치(Pierre Moscovici)가 밝혔다. 그 후 모두가 생생하게 경험했듯,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왔던 결의였다.
 
 이번에는 아몽 후보와 멜랑숑 후보가 유럽조약 재협상을 원한다. 그들이 묘책을 찾아 낼 수 있을까? 아몽 후보는 유럽중앙은행의 독립성 유지에는 이견이 없지만, ‘유럽중앙은행의 법규 개선’을 원한다. 그는 정부 재정적자 3% 제한에 동의하는 한편, 자신의 환경주의자적 의지와 양립 가능한 ‘경제 활성화 정책들을 기대’한다. 그는 ‘유로존의 민주적 의회 구성’을 제안하면서 “나는 당연히 토의를 수용할 것이다. 나는 ‘이것 아니면 아무 것도 안 된다’는 식으로 독일이나 다른 국가를 대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의미가 없기 때문”이라고 단언했다.

 이런 개혁정책들 중 일부는 유럽연합 회원국들의 만장일치로 채택돼야 하는데, 이제는 그 중 어떤 것도 독일의 후원을 얻을 수 없다. 아몽 후보는 ‘유럽 좌파의 연합전선’에 힘입어 정세를 변화시키길 원한다. 그리고 2012년에 집권한 대통령에 대해 부정적 평가를 내린다. “나는 오늘날 독일인들이 올랑드 대통령이 집권을 시작했을 때보다 훨씬 더 개방적이라고 생각한다.” 유럽연합 해체에 대한 두려움과, 독일의 정권 교체에 대한 전망이 어우러져 그에게 이로운 판이 될 수도 있다. 그가 “나는 희망당원이다”라는 말로 현 상황을 긍정하는 이유다.

 멜랑숑 후보의 포부는 2012년부터 바뀌었다. ‘유럽협약 동반 탈퇴’ 또는 유럽협약 개정(플랜 A) 외에는, 현존하는 유럽연합 내에서는 ‘어떤 진보주의적 정책도 불가능’하기 때문에, 프랑스 단독 탈퇴(플랜 B)도 더 이상 배제하지 않는다. 그는 더 이상 역효과를 유발할 수 있는 좌파의 동시다발적 압력을 그다지 신뢰하지 않기 때문에, 유럽연합 국가들 중 둘째 강국인 프랑스를 ‘유럽 힘의 중심’으로 여긴다. 그의 대선공약 작성의 공동책임자 자크 제네로(12)는 복잡한 셈법을 이렇게 요약한다.

 “강압에 의한 프랑스 탈퇴는 유로화의 종말이자 유럽연합의 종말을 의미하게 될 것이다. 아무도 이 위험을 안으려 하지 않는다. 독일은 특히 그렇다.” 그래서 이제부터 프랑스가 자국의 경제적 특혜에 제제를 가하는 유럽연합의 정책들을 따르지 않겠다 해도, “유럽연합에 잔존하려고만 한다면, 아무 염려 없이 원하는 만큼 오래 머물 수 있다.”

 회원국들의 정책 전반이 협약의 제약을 받고 있다고 확신했던 유럽연합은, 회원국들의 민주적 선택인 선거에 점점 무관심해져 갔다. 그러나 ‘브렉시트’와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후, 정치는 설욕전을 겪고 있다. 이제 속이 타는 유럽연합은 회원국들의 선거에 운명을 건 듯 각 선거를 주시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지지하는 프랑스 후보 둘 중 한 명이 이긴다 해도, 그 승리로 인한 안도감을 길게 누리지 못할 것이다.  


글·세르주 알리미 Serge Halimi
<르몽드 디플로마티크>프랑스어판 발행인

번역·이상순 leesangsoun@hotmail.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1) 제라르 다베와 파브리스 롬, <대통령이 이걸 말하면 안 되는데...Un président ne  devrait pas dire ça…>, <임기 5년의 비밀Les secrets d’un quinquennat>, 스톡, 파리, 2016.
(2) 자크 프랑수아 트랑이라는 필명으로 출간한 공저. 피에르 랭베르, <우왕좌왕이냐, 직진이냐?Toupie ou tout droit?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14년 9월.
(3) <후방 도약. 자유주의 대형(隊形)은 어떻게 세상의 인정을 받았나Le Grand Bond en arrière. Comment l’ordre  libéral s’est imposé au monde>, Agone, 마르세유, 2012.
(4) Le Journal du dimanche(일요신문), 파리, 2017년 3월 12일.
(5) William Galston이 인용, “Steve Bannon and the Global Tea Party” , <월스트리트저널>, 뉴욕, 2017년 3월 1일.
(6) 즉, 임금이 이전 직장 임금보다 ‘20%~25% 이상 감소하지 않은’ 경우.
(7) 프랑스2 TV, 2017년 3월 9일.
(8) “사회질서를 저해하는 국민전선Le Front national verrouille l’ordre social” 참조.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16년 1월. 
(9) 엠마뉘엘 포, 토마 르그랑 그리고 질 페레, <신의 오른손. 프랑수아 미테랑과 극우파에 대한 고찰La Main droite de Dieu. Enquête sur François Mitterrand et l’extrême droite>, 쇠이유, 파리, 1994년.
(10) 세실 뒤플로, <잡입. 환멸의 국가 견문록De l’intérieur. Voyage au pays de la désillusion>, 파야르, 파리, 2014.
(11) “좌파가 유럽연합에 안녕을 고할 때Quand la gauche renonçait au nom de l’Europe”와 “용기 또는 침체L’audace ou l’enlisement”,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05년 6월과 2012년 4월 .
(12) 자크 제네로, <멜랑숑에게 투표하는 선한 이유Les Bonnes Raisons de voter Mélenchon>, Les Liens qui libèrent, 파리,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