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해방을 둘러싼 흑백의 군상

2010-03-08     마리조엘 뤼프

전통 속으로
찰스 체스넛 지음

 1898년, 남부 캐롤라이나에 위치한 가상의 작은 도시 웰링턴. 이곳 인구의 3분의 2는 흑인이다. 보수주의자는 선거에 패배해 20년간 누리던 지배 권력을 공화주의자에게 넘겨주게 되고 마침내 흑인이 공공 무대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웰링턴 최고의 지역 신문 <더 모닝 크로니클>을 소유한 권력자 카터렛 대대장은 철저한 백인 우월주의자다. 열등한 ‘흑인’종들이 백인에게 권력을 휘두를 수도 있다는 생각에 격분한 그는 흑인의 선거권을 제거하기 위해 ‘십자군 전쟁’을 시작한다. 변호사이자 한때 노예를 소유했던 벨몬트 장군, 인간미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맥 베인 대령, 그리고 카터렛 대대장은 웰링턴을 재탈환하기 위한 위원회를 조직한다. 올리비아 카타렛의 숙모 폴리 오칠트리가 인종갈등으로 살해당하자 인종 간 증오로 인한 비극이 예정보다 빨리 일어나게 된다.
 체스넛의 이 작품은 미국의 흑인 전통 문학에 속한다. 19세기 말에 출간된 이 작품은 미국 지역 소설의 사실주의 사조에 속하는데, 이는 방언을 구사하고 시골의 전원과 흑백 관계를 묘사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흑인 저자가 다수인 문학 장르다. 체스넛은 대중교통에서 자행되던 흑인 차별을 묘사하고, 인종 편견이 린치와 폭동을 불러오는 과정을 담담히 보여준다.
 이 책의 등장인물들은 서로 양립할 수 없지만 함께 살아가야 하는 흑인과 백인을 반영한다. 노예 근성이 있는 흑인 샌디는 백인의 말을 잘 따르고, 충직한 하녀 제인은 부두교를 믿는다. 특히 샌디는 구시대 체제에 익숙해 백인에게 습관적으로 공손하다. 이들 모두 미국 남부 백인들이 바람직하게 생각하는 ‘남북전쟁 전의 순종적인 흑인’이다.
 반대로 이같은 구시대적인 흑인을 무시하는 젊은 하녀, “난 백인 소유의 검둥이가 아냐”라고 외치며 싸움을 일삼는 조시 그린은 백인들에게는 두려운 존재다. 이런 흑인들이 반란을 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해서다.
 이 작품은 백인들의 행동 묘사에도 신중을 기하고 있다. 악랄한 보수주의자들의 모습도 있지만 구시대의 신사 같은 관대함을 가진 변호사 델라메레 같은 인물도 등장하며, 퀘이커교도 집안 출신이며 평화주의자인 젊은 리 엘리스 같은 인물도 등장한다.
 이 작품은 이야기 중심의 줄거리 외에도 미국 남부의 노예 해방 후 인종 간 갈등을 상세히 묘사하고 있다. “인종에 대한 편견은 미친 듯이 날뛰는 사람과도 같다.” 새겨들어야 할 경고다.

글•마리조엘 뤼프 Marie-Joélle Ru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