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해방을 둘러싼 흑백의 군상
전통 속으로
찰스 체스넛 지음
체스넛의 이 작품은 미국의 흑인 전통 문학에 속한다. 19세기 말에 출간된 이 작품은 미국 지역 소설의 사실주의 사조에 속하는데, 이는 방언을 구사하고 시골의 전원과 흑백 관계를 묘사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흑인 저자가 다수인 문학 장르다. 체스넛은 대중교통에서 자행되던 흑인 차별을 묘사하고, 인종 편견이 린치와 폭동을 불러오는 과정을 담담히 보여준다.
이 책의 등장인물들은 서로 양립할 수 없지만 함께 살아가야 하는 흑인과 백인을 반영한다. 노예 근성이 있는 흑인 샌디는 백인의 말을 잘 따르고, 충직한 하녀 제인은 부두교를 믿는다. 특히 샌디는 구시대 체제에 익숙해 백인에게 습관적으로 공손하다. 이들 모두 미국 남부 백인들이 바람직하게 생각하는 ‘남북전쟁 전의 순종적인 흑인’이다.
반대로 이같은 구시대적인 흑인을 무시하는 젊은 하녀, “난 백인 소유의 검둥이가 아냐”라고 외치며 싸움을 일삼는 조시 그린은 백인들에게는 두려운 존재다. 이런 흑인들이 반란을 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해서다.
이 작품은 백인들의 행동 묘사에도 신중을 기하고 있다. 악랄한 보수주의자들의 모습도 있지만 구시대의 신사 같은 관대함을 가진 변호사 델라메레 같은 인물도 등장하며, 퀘이커교도 집안 출신이며 평화주의자인 젊은 리 엘리스 같은 인물도 등장한다.
이 작품은 이야기 중심의 줄거리 외에도 미국 남부의 노예 해방 후 인종 간 갈등을 상세히 묘사하고 있다. “인종에 대한 편견은 미친 듯이 날뛰는 사람과도 같다.” 새겨들어야 할 경고다.
글•마리조엘 뤼프 Marie-Joélle Ru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