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단신
프랑스 내에서 일고 있는 유럽연합에 대한 비판을 다룬 책이다. 유럽헌법(TCE) 부결 캠페인 때 나온 비판과 제안을 상세히 종합적으로 다루고 있다. 좌파 진영에서는 유럽을 비판하는 사회주의자, 프랑스 공산당, 혁명 공산 진영(현재는 반자본주의 신당), 국제투기자본과세연합(ATTAC) 등이 반대했다. 저자는 이같은 집단적인 반대로 유럽의 쟁점이 국가 정치 문제에 포함되었다고 밝히면서 하나의 가정을 한다. 친유럽적 방향, 유럽을 개혁해야 하는 접근 방식, 정치 자유주의의 기본 요소가 서로 조화를 이루면서 통합의 방향으로 가는 것처럼, 반세계화 운동에 나서는 극좌파와 대안세계화 운동을 주장하는 좌파가 사회민주주의 과정에 들어올 것이라는 가정이다. 즉, 유럽 사회민주주의 역사가 중도 쪽으로 이데올로기를 변화시킬 것이라는 전망이다.
부제는 ‘버락 오바마에 반항하여’다. 저자가 사망하기 얼마 전에 출간된 책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낙관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전작 <미국의 민중 역사>의 여세를 몰아 저자는 국가의 건국 신화가 모든 반항을 막고, 개개인을 정부 주변에 결집시키기 위한 것이라 밝힌다. 하지만 이같은 입장에 반대하는 사회운동이 간혹 나오기도 한다. 특히 기존 법적 틀을 넘거나, 나아가 법에 반대하는 사회운동이 나오는 것이다. 저자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정책에 실망하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이같은 사회운동이 나타날 수 있다고 봤고, 실제로 그 전조가 나타나고 있다 했다. 아직은 극우파가 주로 오바마 대통령에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말이다. 1960년대 초에 저자는 좌파의 무기력을 두려워한 바 있다. “이번 경험으로 한 가지를 배우게 되었다. 생각이 없고 무관심해서가 아니라 기회, 돌파구, 모범사례, 적절한 단체가 없어서 무기력한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누군가 먼저 선두로 나서면 침묵이 깨지고 저항의 목소리가 나오는 법이다.”
기욤 드뱅은 사회학자 노버트 엘리아스의 저서를 통해 바라본 국제사회를 새로이 분석한 인물이다. <평화를 유지하다>는 이와 같은 맥락의 지적인 탐험에 해당되는 셈이다. 국제기구들은 회원 국가들을 위한 좁은 의미의 틀만 정하는가 아니면 국제적으로 상호 의존 과정이 발달하는 것을 새로이 보여주는 수단인가? 최근 조지 부시 대통령 집권 시기에는 지적·정치적·군사적으로 ‘집단 안보’라는 개념이 무시되었다. 연구가, 외교관, 국제기구 관계자가 쓴 텍스트를 모아 엮은 이 책을 통해 상호 의존이 어떤 상황인지 살펴볼 수 있고 국제기구의 역할을 자세히 알 수 있다.
미레유 델마 마르티, 이자벨 푸샤르, 로랑 네이레
1945년 뉘른베르크 법정에서 규정한 ‘반인륜 범죄’의 개념과 정의는 나날이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반인륜 범죄는 단순히 국가와 전쟁만을 이르는 것이 아니다. 로랑 네이레는 반인륜 범죄의 범위를 확장해야 한다고 본다. 이제 반인륜 범죄는 민간 모두에게 행해지는 일반적 공격 혹은 조직적 공격을 의미한다. 아울러 저자는 환경문제도 반인륜 범죄 카테고리에 포함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고 있다. 하지만 인간 이외의 것에 반인륜 범죄라는 말을 붙일 수 있는지에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