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쟁광 되나
2017-04-28 마이클 T. 클레어 | 햄프셔 칼리지 교수
도널드 트럼프는 계속해서 ‘예측불가능한’ 외교정책을 펼치고 있고, 실제로 트럼프의 보좌진들은 시리아의 공군기지에 폭격이 이뤄지자 깜짝 놀랐다. 하지만 이번 공격에는 확실한 이유가 있었다. 지난 1월부터 무력 사용에 찬성하는 쪽으로 돌아선 어떤 대통령 나름의 이유였다.
지난 4월 7일 미 전투함이 시리아 공군기지에 폭격을 가했다. 이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원들 대다수가 시리아 정권을 탓했던 화학무기 공격에 대한 응징이었다. 언론은 이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입성 이후 취한 ‘사실상’ 첫 군사적 행동으로 소개했다.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59발이나 쏟아 부은 것은 그 피해가 끔찍하지 않다 하더라도 상당한 피해를 야기했다는 점에서 사소한 일로 치부할 수 없다. 하지만 2017년 1월 29일 큰 인명피해를 낳은 미 특수부대의 예멘 기습 공격을 고려하면, 사실상 이번 공격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한 두 번째 공격이다. 특히 이번 공격은 점점 더 무분별해지고 폭력적으로 변해가는 또 다른 군사적 폭력 행사의 전조에 불과할 수 있다.
트럼프는 대통령 선거 캠페인 동안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극동지역에서 벌어지는 끝없는 전쟁 속으로 미국을 끌어들였다고 비판하면서, 해외에서 미국의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군대를 동원하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여러 번 반복해서 말했다. 2016년 9월에 페르시아만에서 이란과 미 군함이 관련된 사건이 일어날 경우에 어떤 행동을 취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자, 트럼프는 기자들 앞에서 의기양양해 하며 말했다. “이란이 우리의 멋진 구축함을 자기네들의 작은 배로 둘러싸고 우리의 군인들에게 해서는 안 될 행동을 취한다면, 그 때는 이란이 물 밖으로 나갈 때까지 사격할 것이다.”(1)
트럼프는 대통령 집무실을 차지한 후 참모들(트럼프는 이들을 “내 장군들”이라고 즐겨 부른다)에게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리비아, 소말리아, 시리아 또는 예멘 등 전쟁지역에서 군사작전을 계획 및 실행하는 데 필요한 자유재량권을 주면서 점점 더 전쟁광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시리아 폭격 후 드러난 트럼프의 전쟁 유희
첫 번째 행동은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트럼프는 알카에다 아라비아반도 지부(AQAP)의 대원들의 은둔처로 사용된다고 추정되는 예멘의 중앙부에 위치한 한 마을에 대해 특공작전을 명령했다. 비록 해당 작전의 준비는 오바마 정부의 임기가 끝나기 몇 주 전부터 시작됐지만, 실제로 명령을 내린 것은 ‘전략 담당 책임자’인 스테판 배논, 사위 자레드 쿠시너, 제임스 매티스 국방부 장관과 이후에 안보보좌관 직에서 물러난 마이클 플린 장군과 회의를 하고 있던 트럼프였다. 백악관의 허술한 계획과 부주의한 감독 때문인지(혹은 이 둘 모두가 원인이 된 것인지) 해당 작전은 참사로 끝났다. 민간인 16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미국 해군의 엘리트 특수부대인 네이비실 대원도 한 명 사망했다.
이렇게 작전이 완전히 실패로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는 교훈을 거의 얻지 못했다. 트럼프는 고위급 장교들에게 더 큰 권력을 부여하기로 결정했고, 이들에게 5~6개국에서 군사적 행동을 취할 수 있는 재량권을 줬다. 예멘을 예로 들면, 트럼프는 미 국방성에게 예멘 내 지역 세 곳을 “적극적 적대행위 지역”으로 지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장교들은 이 “적극적 적대행위 지역”에서 용의자를 제거하기 위해 백악관에 알릴 필요 없이 현장에서 급습을 명령할 수 있고, 드론을 발사할 수 있다. 참사로 끝난 1월의 작전 이후 몇 주 동안 미국은 예멘에서 드론 공격을 70회 감행했다. 이는 오바마 대통령이 2016년 동안 예멘에서 허락했던 총 드론 공격 횟수보다도 더 높은 수치다.
마찬가지로 소말리아 전역이 적대적 행위 지역으로 분류됐다. 미국 아프리카 사령부(Africom)의 장교들은 소말리아에서 알카에다의 연계 세력인 알샤바브의 일원으로 추정되는 이들을 공격하는 데 전권을 위임받았다. 미국 아프리카 사령부 사령관인 토마스 왈드하우저 장군은 <뉴욕타임스>의 기사(2017년 3월 31일)에서 “우리가 결정을 함에 있어서 좀 더 유연함과 자유를 가지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매우 유용한 일이다. 이로써 우리는 우리의 타깃을 좀 더 신속하게 공격할 수 있게 됐다”라고 만족스러워 했다.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미국의 군사작전을 책임지는 미군 중부 사령부(Centcom)의 장교들 또한 작전행동에 있어서 보다 많은 권한을 트럼트 대통령으로부터 기쁘게 넘겨받았다. 이들은 3월 말 백악관의 요청에 따라 IS단체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는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사령관인 조셉 보텔 장군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전투성격이 변하고 있다고 인식했으며, 현장 책임자에게 좀 더 폭넓은 권한을 부여하면서 지휘권이 적절한 수준에서 행사되고 있다고 인식했다.”(2)
이렇게 하위계급의 장교에게 ‘지휘권’을 위임하는 것은, 지난 3월 대통령의 사전 승인을 받지 않은 채 보텔 장군이 400명의 미군을 시리아에 추가배치 했던 경우에서도 볼 수 있다. 당시 이미 추가병력의 배치가 진행된 후에야 마티스 장군에게 관련사항이 보고됐다. 많은 이들은 3월 17일 모술 서부의 주거지역에 대한 폭격으로 어린이 10여 명을 포함, 200명 이상의 민간인이 사망하는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했던 것도 이런 ‘현장 불간섭’ 전략을 원인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본론으로 돌아오면, 4월 7일 작전 또한 예상치 못한 일은 아니었다. 트럼프가 대통령직을 수행하기 시작한 때부터 샤이라트 공군기지에 보관돼 있던 전투기를 파괴하기 위해 미사일을 발사하는 결정을 내리기까지 70일이 소요됐는데, 이는 트럼프가 무조건적으로 군사력을 추종하는 모습으로 변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모든 증언은 트럼프가 공격을 명령하는 데 한 순간도 주저하지 않았다는 데 모아진다. 국제법을 준수해야 한다는 생각이나, 의회의 자문을 구해야 한다는 필요성이나, 미국에게 미칠 외교적 결과나, 또는 예전에 오바마 대통령라면 걱정했을 법한 모든 검토사항에 대해 최소한 고려하는 기미도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격의 결과를 반겼을 것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존 맥케인과 린지 그레이엄 의원 등 트럼프를 반대하는 공화당 의원들뿐 아니라 척 슈머 상원의원 등 가장 신랄하게 트럼프를 비난하던 일부 민주당 의원들까지도 트럼프가 감행한 전쟁행위에 대해 박수를 보냈다.
걱정스러운 것은 이런 미사일 공격이 그의 행보에 있어서 한 단계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그는 미국보다 약한 국가에 대해서 미국의 군사력을 사용해서 시험결과를 얻고 만족을 느낀다. 이런 충동은 시리아 정권에 감행한 한차례 사격만으로 만족될 수 없다. 이런 충동은 분명히 또 다른 공격을 불러올 것이고, 또 다시 다른 공격이 이어질 것이며, 이 자체만으로도 긴장상태가 고조될 것이다.
게다가 트럼프가 이를 증명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4월 13일, 미군 중부 사령부는 IS 전투원들이 잠복하고 있는 터널 시설이 있는 아프가니스탄의 산 하나를 골라서 현존 최강의 비핵폭탄인 GBU-43/B를 투하했다. MOAB(공중폭발 초대형폭탄)이라는 약자로도 알려진 이 폭탄은 강력한 폭풍을 일으키는 폭탄이다. MOAB은 무게가 10톤, 가격은 1,600만 달러에 이르는데, ‘모든 폭탄의 어머니’라는 이름답게 반경 900m 내의 모든 생명체를 먼지로 만들어 버린다. 도시지역 또는 준도시지역에 투하되면 수천 명의 희생자를 발생시킬 수 있다. 이 점 때문에 오바마 행정부는 이 폭탄을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다. 시리아에 미사일을 발사한 지 불과 며칠 후 이 폭탄을 투하했다는 사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점점 강력한 대량파괴무기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다음 폭발은 과연 어디에서 일어날 것인가
다음 번 폭발은 어디에서 일어날 것인가? 여러 가지 시나리오 중에서 북한이나 이란에 대한 예방적 군사 공격이 가장 그럴 듯 해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4월 6일에 시진핑 중국 주석을 플로리다에 있는 본인 소유의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저녁 만찬에 초대했다. 시리아에 대한 폭탄 명령이 떨어진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에게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DPRK)이 대륙 간 탄도 미사일 프로그램을 즉각 중단하지 않으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다음 타깃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렉스 틸러슨 국무부장관도 저녁 만찬에 참석했는데, 만찬이 끝난 후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주석에게 “중국의 우방인 북한에 대한 고삐를 죄어라. 싸우는 건 우리가 하겠다”고 경고했다고 기자들에게 전했다. 틸러슨 국무부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에게 “북한의 위협을 다루는 데 중국이 함께한다면 기쁠 것이며, 중국이 우리와 협력할 수 없는 경우 우리가 그 책임을 맡을 준비가 돼 있고 또 준비할 것이다”고 말했다고 전했다.(3)
이후 미 국방부장관은 항공모함 칼 빈슨호와 그 지원 함대(그 중에는 시리아 폭격에 사용됐던 것과 동일한 토마호크 미사일을 실은 구축함이 있었다)에게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예정된 훈련을 취소하고 한반도 쪽으로 이동할 것을 명령했다. 트럼프 정부는 이 결정에 대해 예방적 차원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대를 파괴하거나,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등 북한의 도발에 반격하기 위해 북한에 개입하라는 결정이 내려질 경우에 추가적인 화력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하는 데 신경을 썼다. 4월 9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인 맥매스터 중장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북한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저속한 정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민과, 우리의 우방국 및 해당지역 내 우리의 협력자들에게 가해질 수 있는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선택을 준비하라고 요구했다.”(4)
칼 빈슨호의 동원과 워싱턴의 호전적인 선언은 미국의 군사적 행동의 영향을 바로 받는 북한의 이웃국가 특히 중국과 일본, 한국에서 큰 동요를 야기했다. 게다가 북한정권은 곧바로 미국의 공격이 있으면 한국과 일본에 살상무기를 발사하겠다고 응수했다. 화학무기나 핵무기가 아니라는 보장이 없다. 또한 북한은 남북한을 나누는 ‘비무장’ 지대의 가장자리를 따라 진지를 강화하는 것을 시작으로 서울과 서울의 천만 시민에 대한 공격을 시작할 수도 있다. 제한적 보복만으로도 큰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이란 쪽 전망도 안심할 수 없다. 트럼프가 대통령 후보일 당시 이란은 트럼프에게 혐오의 대상이었다. 트럼프는 대통령직에 오르자 이란의 미사일 프로그램을 맹렬히 비난했으며, 이란이 극동지역의 테러리스트 단체를 원조한다고 비난했다. 플린 장군은 이란의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후인 2월 초에 이란이 또 다른 잘못을 저지를 경우에 대응하기 위한 몇 가지 선택지를 고려하고 있다고 암시하면서, 미국이 이란에게 “공식적으로 경고할 것”이라고 알렸다. 플린 장군은 구체적인 사항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다른 백악관 소식통들은 확실히 군사적 행동을 고려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란에 대한 전쟁에 찬성하는 것으로 악명 높은 플린 장군이 2월 13일 안보보좌관 직에서 물러났지만, 트럼프 대통령이나 이란에 대해 반감을 가진 것으로 잘 알려진 매티스 국방부장관이 군사적인 선택지를 포기할 이유는 전혀 없다. 시리아에서의 업적에 비춰보면, 트럼프는 새로운 유혹거리를 찾을 수도 있다.
이런 공격이 강력한 보복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벌어질 것은 확실해 보인다. 이란은 이미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원유를 운반하는 수송선단을 막겠다는 위협을 가했다. 이 경우 세계경제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이란이 중동 시아파 조직 내 봉기를 공개적으로 지지하지는 않더라도 미국 주도의 반IS 연합 작전을 방해할 수는 있다. 이런 시나리오가 가져올 연쇄반응을 예측하기란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 지역이 안정화될 가능성은 아주 적어 보인다.
지금까지 트럼프 정부의 무력행사는 미국에 대해 반격할 수단이 없거나, 시리아 정권과 그 우방의 경우에서 보듯이 자기 차례만을 기다리면서 별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을 선호하는 적들이 있는 곳으로 국한됐다. 하지만 미국이 항상 이렇게 쉬운 상대만 만나지는 않을 것이다. 조만간 미국이 공격하는 대상은 반격할 것이다. 물론 전쟁이 확대되더라도 미국은 항상 몇 발 더 앞서 있을 것이라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인명과 세계적 혼란에 미칠 ‘부수적 피해’는 엄청날 지도 모른다.
글·마이클 T. 클레어 Michael T. Klare
매사추세츠 주 애머스트 소재 햄프셔 칼리지 교수. <The Race For What’s Left. The Global Scramble for the World’s Last Resources>(Metropolitan Books, New York, 2012)의 저자.
번역·이연주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1) 2016년 11월 9일자 <뉴욕타임스>에서 인용.
(2) 20176년 3월 30일자 <뉴욕타임스>에서 인용.
(3) 2017년 4월 7일자 <뉴욕타임스>에서 인용.
(4) 2017년 4월 9일자 폭스뉴스 채널에서 방송된 인터뷰를 글로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