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무기에 사법적 권한 없는 유엔

시리아 당국은 2013년 9월부터 화학무기를 사용하지 않기로 약속했다는 사실을 상기시켰고, 화학무기금지기구(OPCW)가 2013년 가을부터 2014년 중반까지 시리아의 화학무기 비축량과 생산시설을 모두 폐기했음을 주장했다. 시리아 당국은 여론을 조종하고 있다고 여겨지는 알카에다 연계조직인 파타 알 샴(전신 알누스라 전선)을 비난했다.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AFP와의 인터뷰(2017년 4월 13일)에서 이번 공습을 두고 “미국에 의해 시작된 역사”라고 말하면서, “100% 날조된 것”이라고 규정지었다. 바샤르 알 아사드는 서구가 ‘테러리스트’(반군을 지칭하는 표현)와 결탁했다며 비난했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샤이라트 공군기지를 보복 공격했다며 비난했다. 미국에서는 칸샤이쿤 마을에 화학무기 공격을 한 전투기가 샤이라트 공군기지에서 이륙했다고 보고 있다. 

이번 사건을 보면, 2013년 8월 21일 다마스쿠스 외곽의 구타지역에서 발생했던 사린가스 공격이 떠오른다(당시 사망자는 세계의사협회 등 출처에 따라 3백 명부터 2천 명까지 다양했다). 유엔은 2013년 8월말까지 조사를 실시했지만 사람들의 생각과는 달리, 책임소재를 밝히지는 않았다. 시리아 정부의 동의를 얻어 현장에 파견됐던 유엔 조사관들은 “비교적 대규모의” 사린가스가 이용된 것은 확인했지만, 책임소재를 밝히는 것은 그들의 임무가 아니었다. 유엔 조사관으로 근무했던 리차드 로이드와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에서 강의를 하는 테오도르 포스톨은  2014년 1월 이 공격의 책임이 시리아 반군에게 있으며, 시리아 정부는 결백하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많은 전문가들의 비판을 받았지만,(1) 알 아사드 지지자들에게는 유엔 낙인을 피하는 용도로 잘못 활용됐다. 익명을 요구한 워싱턴 주재 외교관은 그 이유에 대해, “구타지역에서 발생한 화학무기 공격에 대해 유엔은 어느 쪽도 비난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칸샤이쿤 마을에서 발생한 공격은 다르다. 이론상으로는 유엔이 향후 책임자를 밝힐 수도 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시리아가 화학무기 비축량 전량과 생산시설 일체를 폐기하겠다고 약속한 이후, 화학무기금지기구는 시리아의 약속 이행 여부를 감시하기 위해 시리아에 개입했다. 2013년, “화학무기를 제거하는 데 지대한 노력”을 한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화학무기금지기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안 2235호(2015년 8월 7일)에 의해 설립된 ‘화학무기금지기구-유엔 합동조사기구’를 통해서 “시리아에서 염소나 기타 모든 독성물질 등의 화학제품을 무기로 사용하는 행위를 저지르고, 계획하거나 이에 자금을 댄 사람, 단체, 집단 또는 정부”가 누구인지 찾아내야 했다.(2) 물론 이 합동조사기구에는 “사법기관이나 준 사법기관으로서 활동하고 기능할” 권한이 없었다. 그리고 “당국이나 법으로부터 직접적이건 간접적이건 공식적인 사법결정이나 형사책임을 밝혀서 강제성을 띠는 결정을 내릴 권리도 부여받지” 않았다.(3)

하지만 앞서 언급한 워싱턴 주재 외교관 소식통이 설명한 것처럼 “이 합동조사기관은 해당 사건을 조사하는 기관이다. 이 합동조사기관이 현장에서 수집한 정보는 내일 기소장에 포함돼 향후 특별재판소에서 이용될 수 있다. 그리고 이번 사건은 2003년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하기 전날 사담 후세인 정권에 대해 주장했던 것보다 훨씬 더 사실에 의거한 사건이다. 게다가, 역사적인 아이러니지만 이라크 공격 당시 찾을 수 없었던 화학무기가 이번 사건에서는 시리아에서 확실하게 존재했다.”

 

화학무기금지기구-유엔 합동조사기구는 사법적 권한은 가지고 있지 않지만, 그 의도는 명확했다. 합동조사기구는 2016년 2월 발표한 첫 보고서에서 “화학물질을 무기로 사용하는 데 미미하게나마 역할을 한 개인, 집단, 단체 또는 정부는 모두 그 신원이 밝혀진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이 극악무도한 행위를 해명해야 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화학무기금지기구는 칸샤이쿤 마을에서 공격이 발생한 이후 조사를 실시하고, 독가스가 사용됐다는 비난에 대해 ‘믿을만한 주장’이라고 평가했다. 시리아 정부 및 시리아의 우방국인 러시아는 합동조사기구의 조사관들에게 ‘공정성’을 요구하며 이들이 현장에서 떠나기를 원했다.

공식적으로 이들의 협력은 2016년까지는 ‘지속적이고 견고’했으며, 화학무기금지기구의 요청에 따라 새로운 고위급 회의가 5월 중에 예정돼 있다. 엄격한 비밀엄수 조건을 준수해야 하는 합동조사기구 조사원들은 뉴욕과 헤이그로 돌아와서 언론을 피해 다니고 있다. 조사에 대해 알려진 바는 거의 없다. 하지만 화학무기금지기구의 집행위원회가 유엔 사무총장에게 제출한 정기 보고서를 읽어보면 몇 가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먼저 2014년부터 예정됐고, 다마스쿠스에서 지속적으로 합동조사기구의 조사원들을 맞이했어야 할 ‘간단한 조직’이 유엔의 희망에도 불구하고 아직 없다는 점이다(현재 조사관 한 명만 시리아에 주재 중이다). 다음은 2013년 9월 14일 러시아와 미국이 제네바에서 ‘시리아의 화학무기 제거를 위한 기본틀(박스기사의 <주요사건 요약> 참고)’ 채택 이후 시리아 당국이 약속을 준수한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화학무기금지기구는 “2014년 시리아가 신고한 화학무기 전량이 시리아 영토에서 제거됐고 현재 폐기됐다”고 주장한다.

또한 2016년 말 화학무기금지기구는 시리아가 2013년 신고한 “화학무기 생산시설 27개 중 24개가 해체됐다”고 확인했다.(4) 따라서,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이유로 시리아 당국이 화학무기금지기구의 인력 출입을 막았던 비행기 격납고를 포함, 현재 화학무기 생산시설은 3개만 존재한다. 

그렇다면, 아직 폐기되지 않은 이 생산시설들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알 수 없다. 전투지역에 너무 가까이 있는 것일까, 아니면 어느 반군 단체의 수중에 떨어진 것일까? 이 또한 알 수 없다. 하지만 알 아사드에 찬성하는 진영에서는 화학무기 생산시설이 반군단체의 수중에 넘어갔을 수도 있다는 가정을 선전(宣傳)에 이용하고 있다. 이 가정을 통해 반정부 세력이 화학무기를 보유하고 있고, 따라서 이들이 화학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주장은 시리아 정권이 화학무기 생산시설과 비축량을 온전히 제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았음을 증명하기도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시리아 정권은 이 주장에 의해 오히려 비난받을 수 있다. 사실 화학무기금지기구-유엔 합동조사기구는 주어진 권한 내에서 “요직의 인물이 화학물질을 무기로 사용하는 것을 금하기 위해, 필요한 합리적인 모든 조치를 취할 책임이 있는지”를 밝히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는 반군의 위협에 맞서 화학무기 시설을 보호함에 있어, 최소한 고위급 인사의 부주의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점을 막연하게나마 표명한 것이다. 

  

더 중요한 점은 유엔과 시리아 정권이 눈에 띄지 않게 대립하고 있다는 것이다. 화학무기금지기구의 여러 문서에 의하면, 화학무기 폐기에 관련된 전체 절차의 근거가 된 기반 자체가 의심스러워 보인다. 당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 제출된 보고서를 보면, “그 당시 시리아 정부가 제출한 진술과 정보의 정확성과 완전성을 충분히 검토하기란 불가능했다”고 밝히고 있다.(5) 즉, 시리아가 화학무기금지기구에 2013년 9월에 제출한 화학무기 비축량과 생산시설 목록이 불완전한 것일 수 있다는 것이다. 2016년 봄부터 화학무기금지기구의 문서와 보고서에서는 시리아의 신고목록 상의 “누락, 불일치 및 모순”을 강조하고 있었다. 시리아 과학연구센터(SSRC)에 대한 것 외에는 이런 비판에 대해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화학무기금지기구의 입장에서는 해당 센터와 관련된 신고사항이 불완전했고, 이 신고사항에는 화학무기 프로그램의 개발에서 해당 센터가 담당했던 활동의 범위와 성격이 포함돼 있지 않았다. 

화학무기금지기구의 비판으로 인해 온갖 추측이 난무했고, 이 추측들은 수단화가 가능해졌다. 거짓으로 입증된 사실 중 하나는, 모든 ‘시리아 측’, 즉 국가 또는 비정부 주체가 화학무기를 보유, 획득, 제조, 전달 및 사용하는 것을 금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안 2118호(2013년 9월 27일)를 위반했다는 점이다. 이 사실 또한 러시아를 불편하게 했는데, 러시아는 주도적으로 시리아의 화학무기 및 생산시설의 즉각 해체 계획을 제안하면서, 2013년 8월에 미국과 프랑스, 시리아 간에 군사적 긴장고조를 성공적으로 막아냈기 때문이다. 

아무튼 합동조사기구는 현 시점에서 의심해야 할 대상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도 내놓지 않은 채 자신의 임무를 계속하고 있다. 칸샤이쿤 마을에 폭격이 일어나기 전에 이미 아랍 언론은 2015년 2월 15일에 다마스쿠스 외곽의 다라야에서 있었던 또 다른 화학무기 공격과 관련해서 향후 벌어질 수 있는 폭로나 구체적인 고발을 기대하고 있었다. 화학무기금지기구 사절단은 “일부 사람들이 갑자기 사린가스, 또는 유사물질에 노출됐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높지만, 어떻게, 언제, 어떤 상황에서 노출이 됐는지 밝힐 수는 없었다”고 밝혔다. 현재 화학무기금지기구는 결의안 2118호를 위반하여 화학무기가 사용된 것이 100건 이상인 것으로 집계했고, 30건 이상의 조사를 실시했다. 2016년 11월 17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합동조사기구의 임기를 일 년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합동조사기구가 화학무기공격의 배후를 밝히는 게 불가능한 것인지, 아니면 조사결과의 발표를 꺼리는 것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글·아크람 벨카이드 Akram Belkaïd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특파원 

번역·이연주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1) Eliot Higgins, “Attempts to blame the Syrian opposition for the August 21st sarin attacks continue one year on”, Bellingcat, 2014년 8월 20일, www.bellingcat.com

(2) 화학무기금지기구가 유엔 사무총장에게 제출한 2016년 2월 12일자 보고서.

(3) 상동

(4) 화학무기금지기구장이 유엔 사무총장에게 제출한 2016년 12월 29일자 보고서

(5) 2016년 3월 28일.

1925년 6월 17일.

‘질식성, 독성 또는 기타 가스 및 세균학적 전쟁수단의 전시 사용 금지’에 관한 의정서가 체결되다. ‘제네바 의정서’라고도 불리는 본 문서에서는 화학무기의 생산을 금지하지는 않았다.

1968년 11월 22일.

시리아가 제네바 의정서에 가입하다.

1993년 1월 13일.

화학무기의 개발·생산·비축·사용을 금지하고 이를 폐기하는 협약의 서명식이 파리에서 거행되다(본 협약은 1992년 9월 3일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총회에서 채택).

1997년 4월 29일.

화학무기금지조약 발효 및 화학무기금지기구(OPCW)가 설립되다. 본부는 네덜란드 헤이그에, 실험실은 네덜란드 라이스바이크에 있다.

2012년 하반기.

시리아 정부와 반군세력, 서로 화학무기를 사용했다고 비난하다.

2013년 3월 27일.

화학무기금지기구가 시리아 내전에 화학무기가 사용되는 것에 대해 공식적으로 우려를 표하다.

2013년 8월 21일.

다마스쿠스 외곽에 있는 구타 지역에 화학무기 공격이 발생하다. 바사르 알 아사드 정권과 반군, 서로 화학무기 사용에 대해 비난하다.

2013년 9월 14일.

러시아와 미국, 블라디미르 푸틴의 주도로 제네바에서 ‘시리아 화학무기 해체안의 기본틀’을 채택하다. 시리아 정부는 화학무기의 개발·생산·비축·사용을 금지하고 이를 폐기하는 협약을 준수하기로 약속하다.

2013년 10월 14일.

시리아가 화학무기금지협약에 가입하다. 

2013년 9월 16일.

유엔과 화학무기금지기구가 구타 지역 공격에서 사린가스가 사용됐음을 확인하다. 그러나 책임자를 색출하지는 않다.

2013년 9월 19일.

시리아 정부가 화학무기금지기구에 시리아의 화학무기에 대한 자세한 정보(비축량, 목록, 생산수단, 연구 및 개발 수단 등)를 제출하다.

2014년 상반기.

시리아가 신고한 화학무기 비축량 및 생산시설 폐기작업이 마무리되다.

2016년 12월 29일.

화학무기금지기구가 시리아가 신고한 화학무기 및 생산시설 전량이 폐기됐다고 발표하다. 하지만 화학무기금지기구는 시리아의 신고가 ‘불완전’하다고 판단하다.

2017년 4월 4일.

칸샤이쿤 마을에 화학무기 공격이 발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