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령 기아나의 방황하는 아메리카 인디언들

2017-04-28     엘븐 시카르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특파원

최근 25년 동안 프랑스령 기아나의 인구는 2배로 급증했다. 그러나 기아나는 전적으로 또는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본국 프랑스로부터는 외면당하고 있고, 주변국들과의 경제 교역도 사실상 끊긴 상태이다. 구멍 뚫린 국경을 통해서는 금의 불법 매매가 성행하는 한편 복음주의자들의 포교 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최전선에 내몰린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오늘날 민족 정체성을 위협받고 있다. 


2017년 봄에 촉발된 기아나 시위에서 아메리카 인디언들로 구성된 단체들은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적극적으로 주장했다. 정부의 관심 밖으로 밀려난 기아나의 6대 민족들은(약 1~2만 명 추산) 현재 금 밀매와 사금채취의 횡행으로 환경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안전 측면에서도 고통 받고 있다. 특히 마로니 강 상류에 정착해 있는 와야나스 민족, 오야포크 상류의 와얌피스 민족, 이 두 강에 걸쳐있는 테코스 민족처럼, 거대 강의 상류지역을 터전으로 하는 내륙민족들의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이 민족들의 극심한 고통은 기아나 평균치를 8~10배까지 웃도는 청년 자살률에서 드러난다.(1) 연안 지대의 민족들(칼리나스, 아라와크-로코노, 팔리쿠르)도 어느 정도는 인지하고 있는 이런 상황은 2003년에야 비로소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그러나 실질적인 정책이 마련된 것은 그로부터 12년이 지나서였다.

시스템 부재, 마약과 수은, 정체성 위기

2015년 11월 30일 총리에게 제출된 의회 보고서는 기아나의 부족한 부분들, 특히 기본적인 서비스(수돗물, 전기, 전화 보급, 교통)로의 접근 부재, 보건 시스템의 결함, 알콜 또는 마약 의존증에 대한 관리 미비, 금을 채취하는 과정에서 대량으로 사용되는 수은이 물과 어패류를 오염시키면서 일으키는 신경독성 문제를 지적했다. 머리카락의 수은 농도에 관한 연구에서 “아마존 연안 지역 주민들의 만성적인 수은 노출 정도는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2)

의원들은 또한 아메리카 인디언들의 정체성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마로니 강 상류와 오야포크 강 상류의 고립된 코뮌에 거주하는 와야나스 민족과 와얌피스 민족의 청소년들은 중학교에 가려면 가족을 떠나 가장 가까운 도시로 나와야 한다. 가장 가까운 도시도 몇 시간이 걸린다. 고향과 멀어진 것도 모자라 학생들은 낡은 기숙학교나 돈만 밝히는 홈스테이 가정에서 힘겨운 생활을 이어간다. 게다가 고등학교에 가려면 더 멀리, 연안지방까지 가야 한다. 고등학교의 경우 기숙학교는 주말에 문을 닫기 때문에 이들의 생활은 더욱 고달파질 수밖에 없다.

이런 진단에 대해 아메리카 인디언 지도자들과 단체들은 보고서에 제시된 37개의 개혁안들이 전혀 실행되고 있지 않으며, 이는 기아나 정부가 아메리카 인디언 공동체들에 대해 오래전부터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개탄한다. 아메리카 인디언 및 노예 출신의 흑인들로 구성된 자문 위원회가 2004년에 만들어졌지만, 2007년에 단 한번, 그나마 정부 주도 하에 소집됐을 뿐이다.(3) 이들의 목소리는 거의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하고, 운영 예산을 지원받지도 못한다. 2017년 도입된 ‘해외 영토의 실질적 평등법’은 이런 조직들에게 법인의 지위를 부여함으로써 좀 더 많은 영향력을 주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러나 원주민들로 이뤄진 단체들은 기아나 지방 정부(CTG)와 프랑스 간에 몇 개월 전부터 협상이 진행 중인 기아나 개발계획 문제에도 전혀 관여하지 못하고 있다. 

기아나 사회 내부적으로 원주민들에 대한 경시가 깔려있는 상황에 덧붙여, 이들 민족은 프랑스 정부로부터도 민족으로서의 정당한 권리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원주민들의 토지 소유권과 처분권을 인정하는 국제노동기구 협약 제169호의 비준을 여전히 거부하고 있는 상태다. 서바이벌(Survival)을 비롯한 원주민 권익보호 단체들은 이 협약이 비준될 수 있도록 다방면의 활동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프랑스 국가인권위원회는 2017년 2월 23일 “국가의 비분할성(Indivisibility) 원칙은 원주민들의 개별적 및 공동체적 권리를 인정해야 함을 의미한다”고 발표하면서 이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 주었다.

원주민들의 불안을 먹고 
성장하는 복음주의

미국 복음주의 교회들의 성장은, 이런 기아나 원주민들의 실존적 불안의 원인이자 결과로 보인다. 이들의 열성적인 전도는 사탄, 최후의 심판, 영원한 징벌 등 악마적 성상을 이용해 원주민들 대대로 내려오는 지식을 파괴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매우 위험하다. “복음주의를 믿게 된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샤머니즘을 악의 화신으로 생각합니다. 복음주의자들은 기아나의 제도적·정치적·공백을 파고들었습니다. 정치인들과 단체들 모두 그동안 원주민들에게 충분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4) 기아나원주민기구(ONAG)의 사무총장 알렉상드르 소메르-셰스텔이 말한다. 의회 보고서는 특히 전통적인 종교에 대한 복음주의자들의 멸시와 조롱을 문제 삼았다.

특히 수리남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기아나 남부의 마로니 강 상류에 거주하는 와야나스 공동체가 주요 표적이다. 2016년 4월부터 와야나스 민족 청소년들을 중심으로 ‘귀신들림 위기’가 확산돼 공동체 전체를 뒤흔들고 있다. 개발·교육·연구를 위한 행동(ADER) 단체는 2016년 5월부터 12월까지 총 161건의 귀신들림 사례를 확인했고 해당 청소년들이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음을 밝혀냈다. 그러나 경련성 체질 전문의인 미레이유 르노의 진단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은 숙소로 사용하는 기숙사가 오래돼 귀신이 있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5) 그리고 애니미즘의 영향력이 강한 이 지역의 주민들은 학생들의 설명을 그대로 믿는다.
의학적 과학적으로 뚜렷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 상황 속에서, 많은 부모들은 ‘영혼과의 전쟁’ 전문가를 자처하는 복음주의자들에게 의지한다. “‘영혼’과 ‘악마’를 동일시하게 되면서 관습, 사회적 관계, 정신 현상에서도 분열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귀신을 쫓는 데만 급급할 뿐 문제의 본질을 찾으려는 노력은 더 이상 하지 않습니다.” 도 산하 내륙주민복지향상기구(CerMePI)의 책임자인 마리안 프라뎀이 설명한다.

2016년 5월에는 기아나와 수리남 사이를 가로지르는 마로니 강의 다른 쪽에 위치한 아나파이케에 9백여 명의 와야나스 민족 대부분이 모였다. 이들은 왜 이 먼 곳까지 온 것일까? 미국의 종교 단체 ‘월드팀(World Team)’(6)에서 관리하는 현지 지도자들의 도움을 받기 위해서였다. 장거리를 이동해 온 가족들은 기도하기 위해 때로는 몇 주씩 이곳에 머물렀다. 이 공동의식 거행 중에는 눈길을 끄는 요란한 귀신 쫓기 광경이 삽입됐다. 검은색이나 빨간색, 혹은 숫자 6이 쓰인 티셔츠 등 ‘악마의 표식’이 있는 옷들을 불태우기도 했다. 복음주의자들의 입장에서는 수십 명의 신도들을 개종시킬 절호의 기회였다. 와야나스 민족 대변인이자 마리파술라 시 고문관인 아이쿠 아믈랭은 “귀신들림 위기 때문에 마음이 약해져 있던 부모 3백여 명이 복음주의로 개종했다”고 설명했다. 이들 중에는 부모의 동의 없이 개종한 미성년자들도 포함돼 있었다.

복음주의자들은 날로 커져만 가는 원주민들의 불안을 자양분 삼아 세력을 넓히고 있다. ADER의 사회 운동가들에 의하면, 원주민들이 국경을 오가며 생활하는 탓에 정확한 숫자를 파악할 수는 없지만, 2016년 여름 이후 복음주의로 개종하는 신도들의 수가 급속도로 증가했다고 한다. 마로니 강 상류 지역 전문가인 민족식물학자 마리 플뢰리는 말한다. “복음주의는 현재 마로니 강 주변의 거의 모든 원주민들에게 퍼져있다.” 2016년 말에는 프랑스령 기아나에 교회 두 곳이 생겼는데, 최초의 교회가 들어선 곳이 바로 와야나스 마을이었다. 프라뎀이 한탄한다. “복음주의 교회들은 기아나 전역의 모든 전통적인 신앙들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아마존 북동부 지역의 복음주의 전파는 남미의 개신교 식민지들, 영국령 기아나(현 가이아나)와 네덜란드령 기아나(현 수리남)에서부터 시작됐다.(7) 1950년대 개신교 선교사들은 고립된 민족들에게 ‘좋은 말씀’을 전하기 위해 이 지역에 들어왔다. 1959년 ‘생명의 문(Door to Life; 1962년 West Indies Mission‧WIM과 통합됨)’은 수리남의 독립정부로부터 국경지대를 개척할 수 있는 권한을 획득했다. 수리남 정부는 이를 국경지대 개발을 위한 기회로 여기고 남부의 일부지역에는 활주로를 놓아주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후 복음주의자들은 언어연구 작업에 착수했다. 미국 출신의 두 커플, 월터&마조리 잭슨과 이반&도리스 쇼엔은 1963년 와야나스 민족 언어의 음운을 기록했다. 클로드&바바라 리비트와 모르간&메리-제인 존스는 이 지역에 사는 또 다른 민족인 티리요스 민족의 언어를 연구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들은 성경을 원주민 언어로 간단하게 번역할 수 있게 됐다. 이들은 또한 원주민 부족장들을 우선적으로 개종시킴으로써 많은 신도들을 끌어 모으는 전략을 사용했다. 특히 보건소를 설립하고, 사고 시 대피를 주도하고, 지역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등의 서비스를 수리남 정부 대신 제공해줌으로써 원주민들의 환심을 샀다. 전 세계 복음주의 신도들의 엄청난 모금액(2016년 월드팀의 경우 9백만 달러)을 바탕으로 이처럼 공격적인 전략을 구사한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월드팀은 홈페이지를 통해 수리남의 티리요스 민족과 와야나스 민족의 100%를 개종시켰음을 자축했다. ‘고립된 민족들’ 전체를 개종시키기 위한 든든한 교두보가 마련된 셈이다.

“복음주의는 명백한 이단입니다.” 기아나 아메리카 인디언 단체 협회 사무총장 다비드 프랑수아는 잘라 말한다. 다른 종교들이 금지하는 것은 음주와 흡연 정도인데, 복음주의는 전화기와 인터넷, 심지어 검은색 티셔츠, 문신, 피어싱까지 금지한다. 또한, 헌금은 의무사항이다. 많은 아메리카 인디언 책임자들은 이 점을 비판하고 있다. “돈을 많이 낼수록 설교 중에 이름이 더 많이 언급됩니다.” ADER의 지역 코디네이터인 라쉘 메를레가 설명한다. 생계보조비(RSA)를 받으며 어렵게 살아가는 이들에게 헌금은 무리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거리가 먼 곳에서 열리는 종교행사에 참여할 때마다 단체에서 제공하는 유료 교통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도 이들에게 부담이다.

과거 일은 모두 잊자고 주장하는 복음주의자들은 전통적인 관습의 정상화를 요구하고 있다. 반-유목민 상태의 원주민들을 한 곳에 정착시키고, 공동체 중심의 주거 형태를 가족 중심으로 바꾸고, 영적 세계와 샤머니즘과의 단절을 시도하겠다는 것이다. “북아메리카에서는 총과 질병 때문에 인디언들이 죽어갑니다. 우리는 사회보장제도, 물, 수은, 그리고 종교 때문에 서서히 죽어가고 있습니다.” 프랑수아가 말한다. 이 지역을 전문으로 연구하는 인류학자들은 현재의 문화변용(Acculturation) 현상을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피에르 그르낭의 설명이다. “와야나스 민족은 60년 가까이 복음주의 전도 활동에 노출돼 왔고, 몇 번은 복음주의의 영향력에서 벗어났던 적도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아직 완벽하게 벗어났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그의 동료 바네사 그로티가 덧붙였다. “샤만이 사라졌다고는 해도 영적세계는 여전히 존재합니다. 따라서 샤만은 언제든지 다시 등장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까지도 프랑스 정부는 원주민들의 입장보다는 합법적이고 ‘지속적인’ 사금채취 활동을 우선으로 여긴다. 사금채취자들 앞에서 정부가 보인 무능함과 허용적인 태도는 원주민들의 미래에 대한 희망을 꺾어놓고 있다.  


글·엘븐 시카르
<르몽드 디플로마티크>특파원

번역·김소연 dec2323@gmail.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1) Aline Archimbaud & Marie-Anne Chapdelaine, <Suicides des jeunes Amérindiens en Guyane française: 37 propositions pour enrayer ces drames et créer les conditions d’un mieux-être(프랑스령 기아나의 아메리카 인디언 청소년들의 자살: 이 비극을 멈추고 복지를 향상시킬 수 있는 조건들을 마련하기 위한 37개 제안들)>, 총리에게 제출된 보고서, Paris, 2015년 11월 30일
(2) Alain Boudou, Jean-Pierre Carmouze, Marc Lucotte(지도 역할), Le Mercure en Amazonie. Rôle de l’homme et de l’environnement, risques sanitaires(아마존 지역의 수은. 인간과 환경의 역할, 보건 상의 위험), IRD Éditions, Bondy, 2001년
(3) Noirs marrons 또는 Bushinengués이라 불리는 민족은 노예 출신의 흑인들로, 이들의 조상은 노예 신분에서 해방된 뒤 숲에 숨어서 생활하던 기존 공동체의 형태를 개혁했다. 현재 약 1만 명으로, 자신들의 고유한 언어와 문화를 보존하면서 기아나에 속해있다. 
(4) 2016년 11월 30일 상원의회에서 개최된, 아메리카 인디언들의 자살에 관한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내용
(5) France-Guyane, Cayenne, 2016년 4월 22일
(6) 1995년 WIM과 Regions Beyond Missionary Union이 통합되면서 탄생한 단체
(7) Joseph F. Conley, Drumbeats That Changed the World, William Carey Library Pub, Pasadena(California), 2000년


박스기사

버림받은 느낌

3월 말, 프랑스 정치인들은 기아나 우주센터(쿠루에 있는 로켓 발사기지)의 경제적 성공에도 불구하고(기아나 GDP의 16%) 기아나의 경제가 여전히 낙후돼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실업률 22.3%, 인구의 절반이 빈곤선 이하의 생활을 하고 있다. 식료품은 본국인 프랑스보다 45%나 비싸고, 치안은 극도로 불안정하다.

기아나의 국민들은 프랑스가 기아나를 무시한다고 느낀다. 이들의 다양한 요구사항들은 대부분 하나로 수렴된다. 그것은 독립정부를 되찾는 것이다. 기아나의 인구는 다른 도들에 비해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1990년에는 11만 5천 명에 불과했던 인구가 오늘날에는 25만 명을 넘어섰다.(1) 보건, 교육, 치안 등 모든 공공 서비스 분야에서 자원이 부족하다. 게다가 향후 개발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불투명하다. 브라질, 수리남 등 이웃 국가들과의 경제적 협력은 거의 찾아볼 수 없고, 인위적이고 폐쇄적인 일종의 교역소와 같은 경제 활동만 이뤄지고 있어 만성적인 투자 부족에 시달린다. 이와 같은 절망적인 현실이 모든 사회 계층뿐만 아니라 기아나 내 모든 민족들이 격렬한 시위에 참여하게 된 이유다.  

(1) <Recensement de la population en Guyane(기아나 인구 조사)>, Insee Flash Guyane, no.56, Cayenne, 2017년 1월 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