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 독립 인정 '강대국 입맛대로?'

코소보, 남오세티아, 압하지아… 겉으론 '원칙대로' 내심 '자국 이해'

2008-10-29     브뤼노 코피에테르 | 브뤼셀 자유 대학 교수

 

 

 

 원칙 따로 현실 따로 '내정 불간섭'
 2008년 2월 서구 열강들이 코소보의 독립을 인정했으며 이어 지난 8월에는 러시아가 남오세티아와 압하지아의 독립을 인정했다. 이는 국가 간 관계에 있어서의 결정적인 변화를 말해주는 것이다. 애초 국가 간 평화로운 공존은 영토의 통합성 존중과 같은 몇몇 원칙들을 서로 존중하는 것을 전제한 것이었다. 이 것과는 상반되게 중앙 권력에 대하여 분리주의 실체들을 인정한다는 것은 자치권 획득이나 독립을 원하는 운동에 직면한 수많은 다민족 국가들을 불안하게 하는 것이다.
 2차 대전이 끝났을 때, 국가 간 경계에 변동이 있었으며 독일이 분단되었다. 그러나 냉전 기간 중에도 강대국들은 새로운 국가의 창설로 인한 분쟁 지역의 확대를 애써 피해왔다. 분명 미국과 소비에트 연방은 탈 식민지화를 지지했다. 심지어는 하나의 국가가 내전으로 인해 분열할 때에도 강대국들은 새로운 정부의 합법적 대표성을 자동으로 인정하진 않았다. 오늘날의 세르비아와 그루지야의 경우처럼 현존하는 국가를 분리하는 결과를 가져오진 않았던 것이다.
 예외가 있다면 방글라데시의 경우다. 예전의 동파키스탄이 1971년 소비에트 연방과 인도라는 두 강대국의 지지를 받아 독립을 선언 한 뒤, 불과 몇 년 후에 파키스탄이 독립을 인정했다. 코소보와 압하지아, 남 오세티아의 경우는 이 같은 유형의 정상화를 기대하긴 힘들 것 같다.
 외부에 있는 강대국으로부터 독립을 인정받는 것은, 국제 질서에서 하나의 중요한 원칙으로 간주되는 내정 불간섭이라는 원칙에 위배된다. 주권에 대한 현대적인 개념은 실제로는 영토에 대한 국가의 배타적인 통제권을 생각하지 않고는 성립될 수 없다. 1999년 대서양 조약기구가 코소보에 개입한 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국제적 관리에 나서며 세르비아 당국을 대신했다. 그러나 이 같은 결정은 유엔 헌장에 부합되는 결정이었으며, 세르비아의 완전한  영토 주권을 손상한 것은 아니었다. 세르비아의 영토 주권은 이로부터 9년 후 코소보가 독립을 인정받은 후 손상된 것이었다. 그 몇 달 후에 일어난 압하지아와 남 오세티아의 경우처럼, 안전보장이사회는 새로운 상황에 직면했던 것이다.
 
 국제관계 원칙, '아전인수' 격 해석
 민중에 의한 자결권의 원칙은 이 세 나라의 경우엔 더 이상 적용되지 않는다. 1960년대에 국제 관계의 권리에 의해서 정의된 이 원칙은 오직 식민지와 외국 지배하에 있는 해외 영토들이 독립할 수 있다는 권리만을 의미한다. 소비에트나 유고슬라비아의 헌법이 그루지야나 크로아티아의 경우처럼, 연방의 일원인 공화국들에게 분리할 권한을 보장한다 해도, 이는  코소보, 압하지아, 남 오세티아 등과 같이, 그 공화국 소속의 나라들까지 또 다른 분리를 인정하다는 것은 아니다.
 코소보 독립에 우호적인 정부들은 코소보를 '특별한 경우'라고 못 박아 놓고 있다. 그들로서는 정치적으로 새로운 원칙이나, 국제 관계에 있어서의 새로운 전례를 만들고 싶지 않은 것이다. 이 같은 태도는 연방 내에서의 다른 분리주의 운동을 대하는 자신들의 운신을 자유롭게 하고, 스페인이나 키프러스처럼 유사한 갈등을 겪을 소지가 있는 동맹국들을 안심시키기 위해서다. 
 러시아 정부는 서방 세계가 정작 자신들이 견지해온 정책을 부정함으로써, 그루지야 공화국 내에서의 분리주의 집단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비난했다. 러시아 정부는 그루지야 내에서 분리를 주장하는 실체, 즉 압하지아와 남 오세티아를 인정하면서, 모든 주권 국가들이 다른 나라에서도 같은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고 함으로써 일련의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그러면서 이 원칙이 예컨대 북 코카서스처럼 다른 맥락에서 적용될 것을 우려해 더 이상 확대되기를 원하지는 않았다.
 강대국들이 이 세 나라로 인해 야기된 문제를 적절한 시기에 재검토해 주권 문제를 다루지 않은 채 타협안을 내놓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새로운 국경의 정착이라든가, 소수민족의 통합, 추방된 인종의 귀환과 같은 문제가 해결 과제이다.
 그럼에도 이 세 나라의 국제적 위상에 관한 타협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 편으로는 러시아와 세르비아 사이의 굳건한 동맹 관계를 해칠 수 있으며, 다른 한 편으론 그루지야와 서방국가 간의 관계를 의식해야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인종적인 문제로 영토를 분할해야 할 상황마저 잠재돼 있다.
 
 독립인정, '명분과 선량한 의도' 전제돼야

 서방 세계와 러시아의 정치 담화에서 찾아볼 수 있는 첫 번째 원칙은 분리는 합당한 명분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일방적인 독립 선언이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선언 주체가 당한 불공정한 대우가 충분히 밝혀져야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1999년 세르비아와 나토간의 갈등에서 70만 명에 달하는 알바니아계 코소보인들의 추방이 있었는데, 이로 인해 국제 사회는 세르비아 정부가 '반란 지역'을 통제할 권리를 영구적으로 박탈했다. 이것이 바로 오세티아 인종을 학살했다고 그루지야 정부를 비난한 러시아 정부가 전면에 내세우는 근거이기도 하다. 물론 오세티아 독립을 반대하는 쪽에서도 같은 관점에서 반격한다. 세르비아 정부는 트빌리시와 마찬가지로 분리주의 집단들이 세르비아와 그루지야 주민들에 대해서 역으로 인종 청소 작전을 자행했다고 반격했다.
 이런 류의 전쟁에서는 '용어'가 특별한 중요성을 갖는다. 러시아 당국은 남오세티아를 인정했을 때 고발을 증명할 만한 증거는 제시하지 못하면서도 '인종 학살'이라는 단어를 끊임없이 언급했다. 또 그루지야 정부는 나름대로 자신들의 명분을 내세우기 위해 압하지아의 난민 숫자를 지나치게 과장했던 것이다. 미카엘 사카시빌리 그루지야 대통령은 50만 명의 피난민이 있다고 주장하는 데 이 수치는 1992-1993년 전쟁 전에 조사된 압하지아의 주민 수와 거의 비슷하다.
 두 번째 원칙으로는, 모든 결정은 정당한 명분과 관련된 선량한 의도에 의해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자국의 선량한 의도를 주장하는 정부는 이를 전 세계 앞에 보여주어야  한다.  또한 적들의 의도가 자국의 명분과 반대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고 주장하려면, 이를 증명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모스크바는 남코카서스에서의 주도권을 쥘 목적으로 남오세티아와 압하지아를 옹호하고 있다고 비난받고 있다. 러시아는 러시아대로 미국이 이 지역에서 자신의 존재를 강화하기 위해 그루지야를 무장시켰다고 비난하는 상황이다.
 세 번째로는 일방적인 독립 선언은 최후의 수단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분리주의 정부와 중앙 정부가 합의에 이르려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하며, 이것이 성과 없이 끝났을  때에만 가능한 것이다.
 2007년 3월, 유엔 사무총장이 파견한 특파원인 마르티 아티사리는 코소보 독립에 관한 변호에서 "양 당사자가 코소보의 미래의 위상에 대해 합의에 이를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 명백하다"고 인정했다. 러시아 대통령인 메드메디프도 그루지야에서의 분리주의 지역을 외교적으로 인정하기 전에 수차례의 무익하고 긴 협상을 지켜보아야 했다.
 네 번째 원칙은 독립 선언은 정당한 권위에 의해 인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중앙 정부와 합의가 있었다면 아무런 문제도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 반대의 경우는 어찌할 것인가? 세르비아 정부의 거부에 맞서, 코소보의 독립을 지지하는 쪽은 유엔의 안전보장이사회가 '감독을 수반한 독립'을 부과해주길 바라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와 중국의 반대로 실패했다. 그러자 독립 지지 국가들은 갑자기 "어떤 다른 정부의 동의 없이도 주권 국가처럼 독립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권리를 내세웠다.
 
 '비용과 이익', 독립인정의 중요한 판단 요소
 또 새로운 국가가 장기적으로 국제 사회 대부분의 국가, 나아가선 국제 사회 전체에 의해 합리적으로 인정될 수 있는 가도 중요한 문제다. 이 다섯 번째의 원칙은 코소보의 독립이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것을 보면서, 비로소 이를 지지하는 국가들이 늘어나는 데서도 확인된다. 그들은 미국과 유럽 열강들이 코소보를 국제 사회의 일원으로 곧 통합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답보 상태다. 2008년 9월 중순, 즉 코소보 독립 선언 후 7개월이 지날 때까지도 유엔 가입국의 4분의 1수준인 47개국만이 이를 인정하고 있다.
 여섯 번째 원칙은 균형의 존중이다. 전통적으로 강대국들은 일방적 독립 선언을 인정하는데서 얻게 되는 이점보단, 장기적으로 감당해야 할 비용이 더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 반대로 코소보의 경우 서방 강대국들은 얻게 될 이점에 가중치를 두었다. 이들은 가장 중요한 것이 안정이라고 보았던 것이다. 조속한 안정이 없다면 알바니아계 코소보 민족주의자들이 폭동을 일으킬 것이며, 이는 세르비아계 소수파와 주변 국가들에게 비극적인 여파를 미칠 것이라 판단했던 것이다. 오로지 '감독을 수반한 독립'만이 이러한 위험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며, 이런 선택이 외국의 투자를 용이하게 할 것이고, 코소보가 국제 조직의 일원이 되는 것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반대론자들은 국제 관계적 차원에서 지불해야할 비용을 중시했다. 가장 큰 비용은 전 세계적 차원에서 독립 운동을 부추기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 비용은 궁극적으로 얻게 될 이점보다 더 크다고 보았다. 그래서 많은 국가들이 독립이라는 선택을 지지하지 않는 것이다.
 균형의 문제는 러시아의 경우에도 적용 된다. 국제적으로 고립될 위험성은 물론, 자국내의  당면한 분리 주장 위험이 없는 데도 불구, 독립의 권리에 대한 토론을 부추기려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2008년 8월 전쟁이 상황을 바꾸어 놓았다. 모스크바는 그루지야의 분할이 압하지아나 남 오세티아, 그리고 이 지역에서의 평화 유지를 위한 다국적군 파견에 관한 모든 논쟁에 종지부를 찍었다고 판단했다.
 코소보, 압하지아, 남 오세티아는 주권 국가로 인정되고 있다. 비록 부분적으로 인정받고 있기는 하지만, 이런 현실은 국제 사회의 또 다른 단편적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원칙'이란 것이 국가 간, 그리고 불안정한 국제 관계에 있어서 얼마나 허약한 것인가를 다시금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번역|이진홍 memosia@ilemond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