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바스를 둘러싼 우크라이나의 딜레마
2017-06-01 엘렌 리샤르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특파원
우크라이나 정부는 딜레마에 빠졌다. 러시아로부터 재정적, 군사적 지원을 받고 있는 분리주의자들의 영토를 격리구역으로 만들 것인가? 아니면 미래에 돈바스(우크라이나로부터 분리·독립을 선언한 동부 지역-역주) 재탈환을 생각해 현지 주민들과 경제적, 행정적 관계를 돈독히 할 것인가?
우크라이나 정부의 대답은 2015년 2월에 협정을 맺은 민스크 조약의 앞날에 달려있다. 민스크 조약은 도네츠크와, 루한스크 지역의 독립적인 지위를 허가하는 조약으로서 러시아와의 국경에서 우크라이나의 감독권 행사를 조건으로 하고 있다.
오랜 기간 망설인 후,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의회의 강경 소수파와 시민사회의 압력이 거세지자, 돌연 첫 번째 방안 쪽으로 기울었다. 1월 25일, 돈바스의 ‘반테러주의 작전’에서 동원 해제된 군인들과 자원군 출신의 초국가주의 운동가들이 철로 위를 점거하며 ‘점령국(러시아)과의 상업적 교류’를 전면중단하라는 시위를 벌였다. 그들은 우선 점령국 지역에서 들어오는 석탄 수송차량을 막았다. 전쟁에도 이 석탄으로 가동한 화력발전소는 연간 전력생산량의 15%를 생산했다. 시위대를 철로에서 내몰려는 경찰의 시도가 실패한 이틀 후인 3월 15일, 에너지 상황이 위험하다는 발표에도 불구하고 국가안보회의는 점령당한 영토(돈바스)와의 모든 상업적 교류를 공식적으로 금지한다고 선포했다. 우크라이나는 정부의 이런 급작스런 태도 변화로 인해 자칭 ‘독립국’인 돈바스가 징발한 주요 산업자산과 탄광자산을 국경 봉쇄에 대한 보복으로 완전히 잃게 됐다. 그리고 정부는 주도권을 잡으려 했다.
유럽의 기독교민주주의 전통을 내세우는 사모포미치 야당의 주도로 27명의 국회의원은 2016년 7월 ‘일시적으로 점령당한 영토’에 관한 법안을 상정했고 투표를 앞두고 있다. 자원군의 일원인 의원들은 국외에 정당의 강력한 정책방향을 알릴 수 있는 봉쇄에 협조했다. 이 법안은 해당 거주민을 위한 연금과 사회보장비용은 러시아가 점령국으로서 의무적으로 내야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게다가 이 법안은 인도주의적 원조를 제외한 사람과 상품의 통행을 강력히 제한한다. 의회의 부의장이자 사모포미치당 소속인 옥사나 시로이드는 말한다.
“군인들은 종종 석탄 화물열차가 지나가도록 공격을 멈추라는 명령을 받는다. 이는 군인으로서도 이해 못할 일이고, 국가의 안전과도 충돌한다.”
시로이드 의원은 이번 회기 마지막에 유독 조용했던 의회 내 사무실에서 우리를 맞이했다. 이 법안으로 물, 연료, 에너지 공급이 중단되며 모든 급습과 무기거래도 불가능한 격리구역이 될 것이다. 영토가 재탈환된다면 주민들은 과도기 동안 군법을 따라야하고 정보의 자유에 제약이 있을 것이다. 잘 몰라서 자칭 독립국 영토에 머무는 주민들에 대해, 시로이드 의원은 필요할 경우 공동의 장소에서 이뤄질 화해의 가능성을 배제하지 말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행정부에서 일하거나 전쟁에 참여한 사람에게 어떤 사면도 없다.
처벌이냐, 유혹이냐
비슷한 경쟁 법안도 준비 중이다. ‘우리는 점령당한 영토를 포기하지 말고, 그들을 고립시키거나, 그들을 막을 벽이라도 건설해야 한다’라고 무스타파 나옘 포로셴코 블록 당 의원이 말했다. 무스타파 의원은 우크라이나를 돈바스의 젊은이들에게 매력적인 땅으로 만들어 그 힘으로 우크라이나로 이끄는 일종의 내부 소프트파워 이론을 내세웠다. 나옘 의원은 지도를 그려 친서구 성향의 우크라이나 영토를 보여줬다. 우크라이나의 일부분인 돈바스 지역은 친소련 성향이 지속되고 있다. 그는 말했다.
“소련이 무너진 이후 서구가 우크라이나에게 했던 방식으로 돈바스를 대해야 한다. 시민사회를 적극적으로 지원해 소련의 과거를 뿌리 뽑고, 표현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새로운 리더가 나타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나옘 의원에 의하면, 장학금과 특별대입 프로그램을 통해 매년 돈바스의 고교 졸업생 5만 명을 유치할 수 있다고 한다.
두 가지 모두 접근방법은 다르지만 근본적으로 일치하는 점이 있다. 점령당한 영토인 돈바스를 우크라이나 정부가 지배하지 않는다는 걸 인정한다는 점이다. 2016년 4월 만들어진 법안에 ‘점령’이란 단어를 새긴다는 것은 일시적으로 점령된 영토의 내각과 사람들이 참여하는 온건한 정치를 완전히 배제하는 것이다. 지난 1월 바딤 체르니츠 장관은 돈바스 재탈환 계획 14개 정책을 제안했다. 그 내용은 기업을 위한 편의 제공, 우크라이나 언어 지원 프로그램, 스포츠 대회, 현지 주민에게 기초생활용품과 사회보장 제공 등을 골자로 한다. 전쟁에서 승리하지 못하더라도 정신과 마음을 쟁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이런 프로그램을 실행할 기관이 없다. 차관 게오르키 투카가 털어놓았다.
“예산을 2천5백만 그리브나(87만 5천 유로)까지 인상했지만, 임금 및 현지에서 필요한 금액을 조달하려면 2백만 그리브나가 더 필요하다.”
투카 장관은 공업지대 한가운데에서 검게 탄 자동차 사진이 걸린 벽 아래 책상 앞에 앉아있었다. 전직 아조프의 자원군이었던 전쟁 사진가가 아드비비카에서 이 사진을 찍었다. 아드비비카는 돈네츠크의 국경마을로서 올 초부터 분쟁을 다시 겪고 있다. 현지 전선 인근지역에서 일하는 관계자들은 이미 전쟁으로 타격을 입은 지역의 경계선이 불분명한 상황 속에서 국경 봉쇄의 인도주의적 여파를 염려한다. 예를 들어 도네츠크 지역에 물을 공급하는 지역기업인, ‘보다 돈바스(Voda Donbass)’사는 전선 양쪽에 물 공급망과 식수 정화소 개발을 하고 있다. 재정 담당자 빅토르 자보오프스키는 “우리는 민스크조약으로 물 문제가 해결되기를 기대한다”라고 말한다.
자칭 인민공화국들의 단수를 중단시키는 정책은 실행불가능하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지배하는 영토 안의 세베르스키도네츠강 운하(슬로비안스크의 돈바스 부분)는 군대가 지키고 있는 마리우폴의 항구 방향으로 흐른다. 보다 돈바스 사는 1만 1천 명의 직원 중 7천 명을 ‘도네츠크 인민공화국’에서 고용했다. 직원들 일부는 루블로, 다른 일부는 그리브나로 월급을 받으며, 특히 국경을 정기적으로 지나도록 고용된 직원들은 그리브나로 받는다.
“국경 봉쇄 이후 특별 통행허가증이 부족해서 우리는 도네츠크인민공화국에 어떤 물자도 들일 수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우리는 인도주의 원조만큼이나 많은 염소(CI)를 러시아에서 지원받는다.”
점령국(러시아)의 지위를 인정하는 법안을 앞지르기 위해, 포르셴코 대통령은 ‘완전한 상태의 우크라이나 영토의 재수립’에 관한 법안을 예고했다. 3월, 국가안보회의에서 대통령은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서구 동맹국들은 우크라이나가 지원을 요구하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 우크라이나 국내에서 일련의 정치 세력들이 돈바스의 일부분을 쫓아버리고 러시아에 수백만 명의 우크라이나인들을 보내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이미 폭넓게 진행 중인 일이라, 현재로서는 대통령도 막을 재간이 없는 듯하다.
글·엘렌 리샤르 Hélène Richard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특파원
번역·김영란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역서로 <22세기 세계>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