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도 돌연변이다!

2017-06-30     베르나르 뒤종 | 퀴리 대학교 명예교수
   
▲ <달리는 DNA>, 2016 - 미샤 모스트

‘찬성인가 반대인가?’ 유전공학 특히 유전체(게놈) 변형 분야에서 이 질문은 그 어떤 질문보다 첨예하다. 특정 염기서열을 인지해 손쉽게 절단하고 제거하고 대체할 수 있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가 개발된 후 더욱 그렇다. 이론상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의 적용분야는 무궁무진하다. 그래서 기술의 내용을 이해하기에 앞서 어떻게 바라보아야할지 먼저 고민할 필요가 있다.


유전체 변형은 특정 유전자나 그 일부를 다른 유전자로 대체해 유전자를 회복시키거나 불활성화하는 것을 말한다. 이미 수십 년 전부터 과학자들은 연구소에서 유전체 변형 실험을 해왔지만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이전 기술들은 작업이 까다로워 활용이 제한적이었다. 유전체 변형(1)은 단순한 유전자 이식(Transgene)과는 다르다. 유전자 이식은 유전자 자리(2)를 의도적으로 정하지 않고 유전체에 유전자를 주입해서 세포나 유기체에 새로운 형질이 발현되도록 하는 것이다. 논란이 많은 유전자변형생물체(GMO)나 초기의 유전자 치료가 유전자 이식에 해당된다. 반면 유전자 변형은 표적된 유전자 자리만 계획된 방식으로 변형시키는 것이다. 

유전자 변형은 자연 상태에서도 존재하고 자연적인 요소들의 단순한 조합으로 이뤄지기도 한다. 따라서 유전자 변형은 자연현상이며 지속적으로 일어난다. 표적 주입이나 우연히 발생하는 돌연변이 같은 유전자 이식 현상이 없었다면 아마 인류가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생각보다 오래 된 유전자 변형의 역사

최근 수십 년 간 과학자들은 인간의 유전체를 포함한 여러 유전체 연구를 통해 유전자 이식으로 다른 유기체에서 온 유전자의 흔적을 밝혀냈다. 유전자 이식의 메커니즘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생물의 진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일례로 고구마(Ipomoea batatas)의 유전체에는 아그로박테리움(3)이라는 토양 세균의 유전자가 존재하고 활동하고 있다. 아그로박테리움은 보통 콩과 식물과 공생하며 대기 중의 질소를 콩과 식물이 흡수해 활용할 수 있게끔 고정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고구마와는 공생관계가 아니다. 아그로박테리움의 유전자가 고구마의 조상식물에 자연적으로 이식돼 여러 세대를 거친 후 지금은 모든 고구마의 품종에 존재하고 있다. 

즉, 우리는 수백 년 전부터 자연적으로 형질이 전환된 식물을 소비하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예로 태반을 들 수 있다. 포유류, 즉 인간에게 매우 중요한 태반 역시 유전자 이식으로 생겼다. 태반의 형성과 태아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신사이틴 단백질은 인간의 먼 조상들에게 없었던 유전자들 덕분에 합성됐다. 우리는 이 유전자들을 HIV 바이러스 같은 레트로바이러스(Retrovirus)와 유사한 바이러스에 감염된 후 보유하게 됐다. 레트로바이러스는 감염된 세포에 자신의 유전체를 삽입시키는 특이성이 있는데, 태반의 경우 바이러스 막을 만드는 유전자가, 감염된 생식세포에 붙잡혀 있다가 후대에 신사이틴이 합성되는데 도움을 줬다.(4)   

유전자 이식 현상은 미생물에도 나타난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자체는 바이러스 감염을 막는 일종의 세균의 면역장치다. 하지만 세균은 인간의 면역 체계처럼 한 세대로 제한된 기억세포가 아니라 다음 세대에 전달되는 기억세포를 가지고 있다. 감염에서 생존한 기억세포는 자신의 유전체에 바이러스에 해당하는 DNA의 짧은 염기서열을 복제하고 후손에게 전달한다. 그래서 같은 종의 새로운 바이러스를 만나면 파괴한다. 이렇게 획득된 형질은 유전형질이 된다. 현재 과학자들이 이런 방식을 통해 바이러스의 일부를 표적 유전자의 일부로 대체시켜 유전자를 변형시키고 있다. 이 현상은 자연 상태에서는 우연 발생하지만 실험실에서는 의도적으로 조작해야 한다.  

그렇다면 인간이 유전자를 조작하는 행위가 새로운 것일까? 조작하는 방식에 있어서는 새롭다고 할 수 있지만, 조작을 통해 얻은 결과는 전혀 새로울 것이 없다. 수천 년 전부터 인류는 목축과 농사를 통해 끊임없이 유전체를 변형시켜왔다. 반려동물이 좋은 예다. 개의 품종은 경이로울 정도로 다양하다. 늑대의 유전체가 불안정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사람들은 어떤 메커니즘이 작동하는지 몰랐지만 경험을 통해 배웠다. 오늘날 우리가 소비하고 옆에 두고 있는 동물이나 식물은 선조 야생종과는 공통점이 거의 없을 정도로 유전체가 변형돼 있다. 이를테면 오늘날의 밀은 오래 전에 사라진 2~3종 곡물 간의 교잡종이다.(5)
경험적 선택을 통해 수확량이 늘어나고 밀가루의 특성이 개선되고 다양화됐다. 정확히 얼마나 많은 유전자가 또 어떤 방식으로 조작됐는지 여전히 밝혀지지 않고 있지만 유전자가 변형된 것은 사실이다. 과학자들이 옥수수 품종의 변화과정을 재구성한 바 있다. 현재의 옥수수는 조상으로 여겨지는 테오신트에서 시작해 선택을 통해 지속적으로 변화했는데 존재하고 있는지도 몰랐던 유전자가 변형된 결과다.(6) 젖소, 말, 돼지 등도 마찬가지다. 생산성이 좋은 동물들이 선택됐는데 이들의 유전자는 조상들의 것과 동일하지 않다. 맥주나 와인 양조에 사용되는 효모균주 역시 마찬가지다. 대부분이 경험을 통해 선택된 복잡한 교잡종들이고 원래 균주인 사카로미세스에 외래 유전자가 더해진 것이다. 위의 경우들 모두 자연이 만들어준 것이다. 

모든 유전체는 끊임없이, 오랜 시간을 두고 변하지만 한 세대에서도 변한다. 특히 인간의 유전체가 그렇다. 신생아의 유전체 염기서열 전체를 부모의 것과 비교하면 생식과정 중에 돌연변이가 발생하는 것을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7) 수백여 개의 관련 연구가 내놓은 결과는 당황스럽기 짝이 없다. 인간은 모두 돌연변이라는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모든 신생아에게서 평균 약 50번의 일회성 돌연변이가 일어난다. 적은 수, 혹은 하나의 뉴클레오티드에서 제한적으로 일어나는 변형으로서, 다행히 대부분의 경우 부정적인 결과는 초래하지 않는다.

이게 전부가 아니다. 새로운 세대마다 DNA의 일부가 이동하고 사라지고 복제된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우연히 유전체 환경이 변형된 유전자를 가지게 된다. 구조적 돌연변이는 일시적 돌연변이보다 훨씬 더 많은 수의 뉴클레오티드가 변형되는 것인데 결과적으로 유전체에 상당한 변형이 이뤄진다. 여기서도 대부분 해로운 영향은 없지만 몇몇 돌연변이는 심각한 정신장해나 자폐증을 초래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인위적인 유전체 변형과 그것이 가져다줄 희망과 우려에 대해 말할 때 자연적 유전자 변형과 대비해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유전자 변형과 관련된 여러 질문들

현재의 기술로 유전자를 정확히 겨냥해 변형할 수 있다. 그러나 유전자 변형이 왜 필요하며 어떤 조건 하에서 시행돼야 하는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특정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유전돼 나타나는 지중해성 빈혈, 낭포성 섬유증과 같은 단일유전자 질환의 경우 답은 간단하다. 최근 크리스퍼 기술을 이용해 지중해성 빈혈 환자의 조혈모 세포에서 일어난 돌연변이를 교정하는데 성공했다.(8) 그래서 엄격한 조건과 감시 장치가 마련된다면 이제부터는 수정된 세포를 환자에게 주입해 치료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여기서부터 문제가 복잡해진다. 만약 이 치료가 성공한다면 세대마다 모든 가족에게 이 치료를 해야 할 것인가 아니면 질병을 완전히 뿌리 뽑기 위해 아예 생식세포를 교정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제기된다. 많은 국가에서 이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1997년 4월에는 ‘생물학과 의학의 응용과 관련된 인권과 인간 존엄성 보호협약(오비에도 협약)’이 서명됐다. 하지만 관련 연구가 현재 속도로 급속하게 진행된다면 머지않은 미래에 그 질문을 던져야 할 것이다. 하지만, 현재 과학자들은 단 하나의 유전자라도 변형이 됐을 때 그것이 가져다 줄 가능한 모든 결과를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 진짜 문제는 이것이다.

예를 들어 암처럼 유전적으로 복잡한 질병의 경우, 유전체를 변형해서 치료할 길이 열린다면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 현재 정확히 암세포만 겨냥해서 파괴할 수 있도록 백혈구(림프구)의 유전자를 수정하는데 성공했다.(9) 백혈병에 걸린 아이에게 시험을 했는데 증세가 완화되는 결과를 얻었다. 암뿐 아니라 다른 질병의 유전자 치료도 이 새로운 기술에 주목하고 있다. 치료 목적으로 인위적인 유전자 변형 방식을 활용하는데 있어 중요한 것은 겨냥한 유전자만 변형되고 그 과정에서 의도하지 않았던 변이를 막는 것이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도 이전 기술과 마찬가지 문제가 있지만 관련기술이 매우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유전체 변형의 효용성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단순한 장식 목적을 비롯해 다양한 목적으로 식물의 유전자 변형이 급속하게 늘어나고 있다. 생산량을 증대해 식량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종자의 특허 문제가 대두된다. 자연 유전자에 대해 특허를 신청할 수 없다면 변형된 유전자나 변형기술에 대한 특허도 불가능하다. 미국에서 크리스퍼 기술을 둘러 싼 법정다툼이 진행되고 있다. 이 기술이 가져다줄 엄청난 경제적 잠재성에 사람들이 침을 흘리고 있는 것이다. 찬성인가, 반대인가? 유전자 변형으로 다수의 절실한 사람들이 혜택을 본다면 찬성할 것이고, 몇몇 소수만을 위한 기술이라면 반대하게 될 것이다. 유전자 변형은 더 이상 과학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경제적, 법적, 정치적 문제로 자리 잡았다. 


글·베르나르 뒤종 Bernard Dujon 
피에르 에 마리 퀴리 대학교, 파스퇴르 연구소 명예교수, 프랑스 과학아카데미 회원

번역·임명주 mydogtulip156@daum.net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역서로 <왜 책을 읽는가> 등이 있다.

(1) 영어로는 ‘Genome editing(유전체 편집)’이다. 프랑스어에서의 ‘편집’과는 의미가 다르다. 영어에서 편집은 ‘수정’의 의미가 강하지만, 프랑스어에서는 ‘형태의 구성’이라는 의미를 포함한다.
(2) DNA 이중 나선 상에서 유전자가 위치하는 정확한 위치를 말한다. 
(3) Tyna Kyndt 외, <The genome of cultivated sweet potato contains Agrobacterium T-DNAs with expressed genes: An example of a naturally transgenic food crop>,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of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PNAS), vol. 112, n° 118, Washington, DC, 2015. 5.
(4) Christian Lavialle 외, (2013) <Paleovirology of ‘syncytins’, retroviral env genes exapted for a role in placentation>, Philosophical Transactions of the Royal Society B Biological Sciences, 368 (1626), 2013. 8.
(5) Hong-Qing Ling 외, <Draft genome of the wheat A-genome progenitor Triticum urartu>, Nature, vol. 496, n° 7443, London, 2013. 4.
(6) Jean-Christian Brandenburg 외, <Independent introductions and admixtures have contributed to adaptation of European maize and its American counterparts>, PLOS Genetics, Cambridge, 2017. 3.
(7) Jakob Goldmann 외, <Parent-of-origin-specific signatures of de novo mutations>, Nature Genetics 48 : 935-939, 2016. 8.
(8) Daniel P. Dever 외, <CRISPR/Cas9 β-globin gene targeting in human haematopoietic stem cells>, Nature, vol. 539, N° 7629, 2016. 11.
(9) Laura A. Johnson, Carl H. June, <Driving gene-engineered T cell immunotherapy of cancer>, Cell Research, 27: 38-58, 2016. 12.


전문용어 설명

· DNA(deoxyribonucleic acid) : 디옥시리보핵산. 이중나선구조의 분자로 유전정보를 담고 있다. 염색체는 ‘히스톤’이라는 단백질 주위로 DNA가 감겨 뭉쳐있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 뉴클레오티드(Nucleotide) : DNA분자사슬의 기본구성단위. 긴 사슬을 따라 뉴클레오티드라 불리는 4종의 염기 (아데닌, 구아닌, 시토신, 티민)가 2개씩 쌍을 지어 붙어있다. 그 배열방식이 유전자 염기서열이 된다.      
· 유전자(Gene) : 생물의 유전형질을 결정하는 DNA의 배열 방식.  
· 유전체(Genome) : 염색체 전체에 들어있는 유전자 정보. 인간은 23개의 염색체를 가지고 있다.  
· 유전자 자리(Locus) : DNA이중나선 상에서 유전자가 위치하는 정확한 위치.    
· 뉴클레아제(Nuclease) : DNA사슬을 절단하는 핵산분해 효소의 총칭. 생물체 내 여러 종류의 효소가 자연상태로 존재하며, 실험실에서도 합성 가능하다.
·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Gene sequencing) : 뉴클레오티드 사슬의 정확한 배열을 분석하는 것. 이를 통해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의 배열도 확인할 수 있다.  



박스기사

DNA 자르고, 잇고, 전달하고…

광대한 DNA 분자 사슬에서 어떻게 특정 염기 서열을 인지할 수 있을까? 이중나선구조의 DNA는 지퍼 모양을 하고 있고 지퍼의 이빨은 4개의 뉴클레오티드로 구성돼 있어 형태가 동일하지 않다. 뉴클레오티드에는 유전자 정보가 담겨있어 세대와 세대를 거쳐 전달된다. 인간의 유전체(게놈)는 대략 30억 개의 뉴클레오티드로 구성돼있다.(1) 조합 가능한 수가 너무 방대하지만 유전체에서 대략 20개의 뉴클레오티드의 염기서열을 분석하면 특정 유전자 자리를 찾아낼 수 있다. 이를 위해 과학자들은 특정 염기서열을 인지하고 DNA의 이중 사슬을 정확한 지점에서 절단하는 ‘뉴클레아제’라는 효소를 활용한다.

이 기술은 30년 전 메가 뉴클레아제가 발견되고 1990년대 중반에 ‘징크 핑거(ZFN, Zinc Finger Nucleases)’라 불리는 인공 뉴클레아제와 2010년에 탈렌(TALENs, Transcription Activator-Like Effector Nucleases)이 개발되면서 가능해졌다. 그리고 몇 년 전에는 RNA가 안내역할을 해서 염기서열을 인지하는 세균성 뉴클레아제 ‘카스(Cas)’가 개발돼 유전자 교정 분야에 획기적인 발전이 이뤄졌다. 언론이 스위스 칼이라는 별명을 붙여줄 정도로, 크리스퍼-카스(CRISPR-Cas) 유전자 가위는 유전자 교정 작업의 효율성과 용이성을 획기적으로 개선시켰다. 크리스퍼는 ‘짧은 회문 구조 반복서열(Clustered Regulary Interspaced Short Palindromic Repeats)’이라는 난해한 명칭의 줄임말이다. 이는 유전공학기술이라기보다, 조르주 페렉의 기이한 실험소설의 제목처럼 들린다.    

위에서 설명한 여러 뉴클레아제는 살아있는 세포에 주입된다. 더 일반적으로는 살아있는 세포에 해당 DNA를 일시적으로 제공해 세포에 합성시킨다. 일단 뉴클레아제가 DNA 분자의 특정 부분을 잘라내면 의도에 따라 적절한 방식으로 교정하면 된다. 이를테면 결함이 있는 유전자를 불활성화시킨 뒤 다시 달라붙게 하거나 반대로 활성화시켜 건강한 염기서열을 가지고 있는 DNA를 세포에 제공할 수 있다. 또 인위적으로 조합시킨 DNA 부분을 주입해 특정 유전자의 기능을 인위적으로 수정할 수도 있다. 무한정 선택이 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유전자 변형 세포를 활용하기 전에, 유전체의 전체 염기서열 재조합을 통해서 의도한 변형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 또한, 변형 과정에서 의도치 않은 변이가 없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어야 한다. 

(1) 대부분 체세포는 염색체 2개가 1쌍을 이루기 때문에 실제 숫자는 두 배다. 유일하게 생식세포의 염색체만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