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실에서 최고품질의 아이가 태어난다!

2017-06-30     자크 테스타르 | 생물학자

‘우생학’은 19세기 말 인류학자이자 찰스 다윈의 사촌인 프랜시스 골턴이 처음 사용한 용어로, ‘인종을 개량하는 학문’을 뜻한다. 이후 우생학은 정보과학·세포생물학·분자유전학과 결합해, 유아살해·정략결혼·거세·학살·낙태 등이 인간의 특성을 개량하는 수단으로 등장하는 빌미를 제공했다.


최근 크리스퍼-카스9(Crispr-Cas9), 유전자 가위, 유전자 드라이브(gene drive) 등 놀랍고도 의심스러운 능력을 가진 유전공학이 매체를 통해 집중 조명되고 있다. 중국 연구진이 2015년 인간의 비정상 배아를 편집하기 위해 크리스퍼 기술을 최초로 활용한 이후, 영국과 미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가 관련 연구 프로젝트를 가속적으로 승인했다. 크리스퍼 기술을 인간에게 적용하기 위한 필수 전제조건인 ‘게놈 편집(Genome editing)’을 완벽히 제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우생학 논란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한 전문가는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유전자 교정기술은 부수적인 손상을 가져옵니다. 유전자 교정을 통해 표적 게놈이 아닌 다른 부분의 게놈이 변형될 수도 있는데, 우리는 그것이 왜 나타나는지, 그리고 그것이 어떤 형태로 나타날지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합니다. (게다가) 박테리아, 입자, 마이크로 주사 등 유전자 교정에 사용되는 매개체인 벡터(Vector)는, 마치 불도저가 집안으로 밀고 들어와 주방을 부수어 버리는 것만큼이나 파괴적입니다. 이러한 벡터 때문에 발생한 손상은 돌연변이나 상위 돌연변이와 같은 통제 불능의 흔적을 남깁니다.”(1)

야마나카 신야가 발견한 
‘세포 재활용’ 가능성

이후 인간 게놈의 개량 가능성을 다룬 연구 결과들은 각종 비판들에 묻혀 빛을 보지 못했다.(2) 2016년 가을에도 상당히 중요한 과학적 연구결과가 발표됐지만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이 논문은 쥐의 꼬리에서 채취된 세포들의 기능적 재구성을 통해 생식세포를 다량으로, 즉 배아를 무제한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음을 입증했다.(3) 이 연구의 시초는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일본의 의학자 야마나카 신야는 유기체로부터 특정 기능(피부세포, 혈액세포 등)을 부여받은 세포들이 다른 기능(심장, 신장, 신경 등)을 가지는 세포들로 ‘재활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한 개인의 모든 세포에 동일하게 들어있는 DNA는 각 세포가 포함된 신체기관에 따라 필요한 기능을 전문화시키고 불필요한 기능은 퇴화시키는 방향으로 활성화된다. 따라서 분화가 끝난 이 세포들을 다능세포나 만능세포로 전환한 후 원하는 기능을 가지도록 재분화하는 것이 관건이다. 야마나카 신야에게 2012년 노벨 의학상을 안겨준 이 연구에 따르면, 체세포(몸을 구성하는 세포)는 배아줄기세포와 마찬가지로 결함이 있는 신체기관을 재구성할 능력을 획득할 수 있으며, 이는 수많은 임상실험을 통해 증명됐다.

그 후에는 체세포를 생식세포로 바꿀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의문이 제기됐다. 기존 가설은 soma(신체의 기능에 관여하는 모든 세포들)와 germen(생식세포)을 엄격하게 구분하기 때문이다. 이후 몇 년 동안 쥐에게 실시된 일련의 실험들을 통해 시험관 내에서 체세포를 생식세포로 바꾸는 데는 상당한 발전이 있었지만, 야마나카 신야 팀은 최초로 새끼 생쥐를 탄생시키는 데 성공하면서 이 전략의 현실화 가능성을 보여줬다. soma와 germen 간의 유도 가능성은 기본적 지식과 연구에서는 대단한 성과이지만, 동물이나 인간에게 적용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는 우려를 자아낸다. 생식세포 제조와 관련된 과학자들은 인간에 대한 적용 가능성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면서, 단지 멸종위기종들의 보존과 생식세포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사람들의 불임 치료 가능성만을 언급한다. 야마나카 신야의 논문 내용을 다룬 프랑스의 한 기사는, “이 기술이 10~20년 내에 인간에게도 적용될 것이며, 불임 환자 또는 동성애자들의 임신 및 출산을 도와주거나 자가수정을 위해 사용될 것”으로 전망했다.(4)

게놈 편집에 따르는 윤리적 문제들

그러나 엄청난 여파를 가져올 윤리적 문제는 여기서 배제돼 있다. 인간의 생식세포를 무제한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게 됐을 때 우생학적 측면에서는 어떤 결과가 초래될까? 추후 발생할 수 있는 수정란 상태에서의 인위도태에 관해서는 기자도, 정치인도, 윤리위원회도, 트랜스휴머니즘 지지자들도 간과하고 있는 듯하다. 이들 모두는 종의 변형이, 이에 찬성하든 반대하든, 인간 배아 게놈의 적극적인 편집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믿고 있다. 게놈 편집 기술의 윤리적 문제들이 매체에서 더 많이 다뤄져야 하는 이유다. 크리스퍼의 경우에서처럼 게놈변형 작업 중에 발생할 수 있는 위험들을 차치하고라도, 협의적으로든 광의적으로든 모든 종류의 선별(Selection)은 종을 변형시킨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5) 인간이 원하는 동물종과 식물종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종의 변형을 통해서였다. 과거에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세대에 걸쳐 종의 ‘개량’이 일어났던 반면, 오늘날에는 유전학적 도구와 수많은 배아를 이용해 단 몇 세대 안에 종의 변형을 이뤄낼 수 있게 됐다. 

오늘날에는 착상 전 유전자 진단(PGD)을 통해, 시험관 수정(FIV)으로 얻어진 배아들 가운데 의심 가는 유전적 특성이 없는 배아(또는 배아들)를 선택해 예비 산모의 자궁에 이식한다. 그러나 이는 윤리적인 이유뿐만 아니라(특히 프랑스의 경우) 시험관 수정에 필요한 의료행위들이 고통스럽고 힘들다는 점, 그리고 시험관 수정으로 얻을 수 있는 배아의 수가 현저히 적다는 점 때문에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지는 않다. 1994년 프랑스의 생명윤리법은 착상 전 유전자 진단을 ‘진단 시점을 기준으로 특별히 심각하거나 치료할 수 없는 질병을 태아에게 전염시킬 가능성이 있는’ 커플들에 한해 허용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윤리위원회들이 착상 전 유전자 진단의 대상을 점진적으로 확대해, 처음에는 유산을 일으킬 수 있는 단일유전자 장애(점액과다증, 근병증)로만 제한됐으나, 나중에는 상대적으로 덜 심각한 질병들(혈우병)과 다수의 유전자, 환경적 요인들이 관련돼 정확한 판단이 어려운, 유전적으로 위험한 상황들(발암 위험)까지 포함시켰다. 
사실 커플들이 시험관 수정과 착상 전 유전자 진단을 받는 것은 심각한 질병이 태아에게 전염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다. 미국에서와 같이 태아의 성별을 선택하거나 영국같이 사시증을 피하기 위해 이와 같은 의료 서비스를 받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만약 시험관 수정이 여성에게 고통을 주지 않고도 가능해진다면(피부세포 채취는 제외하고), 그리고 시험관 수정을 통해 원하지 않는 수많은 유전적 특성들의 제거와 원하는 특성들의 선택이 동시에 가능해진다면, 상황은 반전될 수 있다.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성공했다면, 인간의 경우에도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제 연구의 초점은 생식세포 제조를 인체에 적용하기 위한 실험적 조건들을 최적화하는 데 맞춰질 것이다. 

부모의 요구에 따른 선별작업

우선은 1천 개의 피부세포로부터 단 1개의 난자를 만들어낼 수 있는, 현재의 매우 낮은 성공률을 높여야 한다. 20년 전 복제 양 돌리를 탄생시키는 데는 셀 수 없이 많은 세포들이 필요했지만, 그나마 지금은 수만 개의 세포들로도 복제가 가능해진 상태다. 그 다음은 가장 중요한 점으로, 세포의 기능을 재구성하고 각종 조작을 가하는 것이 향후 태어날 아이의 정상 유무와 건강상태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지 확인해야 한다. 

한 사람의 조작된 세포들(흔하게는 피부세포)에는 모두 동일한 게놈이 포함돼 있지만, 여기서 비롯되는 생식세포들은 감수분열(세포분열)의 메커니즘을 거치면서 각기 달라진다. 염색체들은 무작위 방식으로 각 생식세포로 분배되기 때문에, 한 사람에서 나온 두 개의 난자 또는 두 개의 정자가 동일한 유전적 구성을 가지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이란성 쌍둥이’ 배아는 선별 작업에 유리한 이종개체군(Heterogenous population)에 해당한다. 정보처리 도구의 발전으로, DNA의 특성과 각종 확률 간에 상관관계가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가 점점 더 많이 발견되고 있다. 유전자, 또는 유전자 그룹의 특정 형태가 사람의 특정 성격과 어느 정도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이 요소들 간의 생물학적 인과관계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말이다. 시험을 할 수 있는 배아의 수만 풍부하게 확보된다면, 착상 전 유전자 진단은 이 부분과 관련해서 무한대의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태아를 선택하는 데서 효율적이고 통증이 없으며, 안전한 방법론이 개발되기만 한다면 병원은 곧 커플들로 가득 찰 것이다. 여성 환자들은 현재의 의료서비스들(호르몬 자극, 혈액 검사, 초음파 검진, 난소 천자)을 거치지 않고도 각 배아 게놈과 ‘정상적인 게놈’ 간의 비교작업을 통해 배아 게놈을 선별할 수 있을 것이며, 선별 시 사용된 기준들은 의학적 또는 사회적 기준에 따를 것이다(다만, 모든 사람들은 잠재적으로 비정상적인 유전자들을 몇 개씩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정상적인 게놈이라는 것은 사실 자연상태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 경우 선별은 미래 부모들의 요구에 맞춘 것이라는 점에서 과거의 선별작업과는 구분된다. 

그러나 프랑스 최고행정법원(Conseil d'Etat)은 수많은 개인적 결정들을 수렴한 결과로써 우생학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우려하면서, 모든 커플들이 결국 동일한 기준에 따라 선별을 진행할 위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출생 전에 배아 선별이 가능해지면, 보건경제학적 측면에서는 심각한 질병들의 발병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서 이득이지만, 정확한 판단이 어려운 유전적 소인에 관해서는 통계적 결과에만 의존할 경우 개개인의 실망이 커질 수도 있다는 단점이 있다. 또한, 인류의 생물학적 유산 가운데 ‘최고’만을 지향하며 정상에 집착하는 과정에서, 행동 장애나 정신 장애와 같이 표준과 다르거나 또는 표준에서 벗어나는 상황은 용납되기 어려워질 것이다. 공익을 추구한다는 핑계로 새로운 권위주의가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며, 게놈의 ‘상향’ 표준화는 몇 세대 안에 호모 사피엔스가 사라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이는 트랜스휴머니즘 지지자들이 바라던 바로, 다양성은 심각한 수준으로 훼손될 것이다.

이미 현실화됐거나, 현실화를 앞둔 일들

다음의 인위도태 단계들은 이미 현실화됐거나, 현실화를 앞두고 있다. 
- 체세포를 생식세포로 전환하는 작업을 통해, 여성의 몸을 빌리지 않고도 난자를 대량으로 생산한다(최근에 실현 가능성이 입증됐다).
- 채취된 난자들을 수정시키고, 수정된 배아들을 며칠 동안 배양한 후, 각 배아로부터 두 개의 세포들을 채취한다(착상 전 유전자 진단과 시험관 수정에서 이미 사용되고 있는 방법이다).
- 알고리즘을 이용해 이 세포들의 게놈과 ‘정상적인’ 게놈을 비교한다(게놈 전체의 시퀀싱은 1천 유로만 지급하면 바로 확인할 수 있다).
- 원하지 않는 게놈들을 확인하고, 미래 부모들의 ‘명확한 동의’ 하에 이 게놈들이 포함된 배아들을 제거한다.
- ‘최고의’ 배아를 자궁에 이식하고, 남은 배아들은 추후 사용(새로운 임신, 다른 커플에게 또는 연구 목적으로 기부)을 위해 저장(동결 보존)한다.

오늘날 우생학의 개념은 두 개의 이미지로 왜곡된다. 우선 20세기 초 실시된 강제불임시술과 나치 정권 하에서 자행된 유대인과 타 인종 학살은 우생학에 대한 ‘대중적 혐오’를 불러일으켰다. 그 결과 우생학은 독재주의 정치의 일부로 폄하되고, 심각한 질병을 차단하려는 낙태행위까지도 우생학이 잠재돼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또한 “모든 생명을 보호해야 한다”는 가톨릭교회의 주장으로 우생학은 배아 또는 태아를 제거하는 학문으로 낙인찍혔다. 정작 우생학의 핵심적 특징인 종을 변형시킬 수 있는 잠재력은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사실 배아 선택은 바로 이 잠재력을 키워주는 자양분이다. 1년에 1명의 태아에만 가능하며 윤리적 비난과 신체적 고통을 필연적으로 감수해야 하는, 출생 전 진단에 따른 선택적 낙태와 배아 선택은 절대 비교대상이 될 수 없다. ‘최고 품질의’ 아이를 낳겠다는 주장에 맞서, 우리는 윤리적 또는 법적으로 어떻게 반박할 것인가?

우리의 무관심 속에서, 생물유전학자들의 시험관 안에서는 인위도태가 현실화될 준비를 하고 있다.  


글·자크 테스타르 Jacques Testart
생물학자

번역·김소연 dec2323@gmail.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1) Yves Bertheau, <Nouveaux OGM : ‘Le débat est manipulé’ (새로운 유전자조작식품(GMO) : ‘논란은 조작됐다’)>, Pour la science, n° 464, Paris, 2016년 6월
(2) Sharon Begley, ‘Do CRISPR enthusiasts have their head in the sand about the safety of gene editing?’, 2016년 7월 18일, www.statnews.com
(3) Hikabe Orie etal., ‘Reconstructionin vitro of the entire cycle of the mouse female germ line’, Nature, n° 539, London, 2016년 11월 10일
(4) Elsa Abdoun, ‘Cellules de peau : elles peuvent faire des petits (피부세포 : 생식세포가 되다)’, Science et Vie, n° 1191, Issy-les-Moulineaux, 2016년 12월
(5) ‘CRISPR gene editing can cause hundreds of unintended mutations’, Phys.org, 2017년 5월 2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