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원자력의 아킬레스건

2017-06-30     아녜스 시나이 | 언론인
프랑스의 58개 원자로 중 23개가 5년 안으로, 가동한 지 40년이 넘게 된다. 원자로의 설계수명을 넘겨도 가동을 연장할 것인가? 차세대의 원자로 EPR(1)로 바꿀 것인가? 아니면 원전에서 점진적으로 탈출할 것인가? 원자로 안전장치 속 핵심 부품 문제는 미래의 선택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두께 23.2cm, 직경 4.72m의 강철 덩어리인 압력용기는 원자력 발전소 밀폐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압력용기 안에 있는 고압의 물 아래서 우라늄 핵분열이 일어나는데, 이때 하부헤드 부분에 갑작스런 균열이나 손상이 생기면 제어하기 힘든 심각한 사고를 초래할 수 있다. 콘크리트로 된 차폐구역 안에서 압력이 상승하면 핵분열 속도가 너무 빨라져서 억제하기 힘들고, 만약 폭발이 일어난다면 계산하기 힘들 정도로 치명적인 규모의 방사능이 대기 중에 유출된다.

“균열이 일어나선 안 된다.” 프랑스 원자력 안전청(ASN)의 청장 피에르 프랑크 쉐브는 국회의 과학과기술분과 사무실 앞에서 강조했다. 2015년 6월 25일, 플라망빌에서 건설 중인 제3세대 원자로 EPR 안에 장착된 압력용기에서 제조 상의 결함을 발견한 국회의원들은 아연실색했다. 2007년부터 프랑스 원자력 안전청은 미국 시장을 목표로 한 이와 유사한 헤드부품이 필요기술 수준에 부합되는지 알아보기 위한 테스트 실행을 업체에 요구했다.(2) 그러나 테스트는 2014년 10월 전에는 실행되지 않았다. 2015년 봄 발표한 테스트 결과는 끔찍했다. 원자로 용기내부 60㎥당 탄성을 측정했을 때, 평균 52J(줄)로 36J인 곳도 있었다. 드넓은 원전에서는 무엇보다 치명적인 손상이다.(3)

1630MW의 전력 출력이 가능한 EPR원자로가 가동된다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원전이 될 것이다. 현존하는 모든 원자로(900, 1300, 1450MW)를 대신해서 교체될 예정인 EPR은 가장 수익성이 높고 안전하며, 총체적으로 정보화돼 있고 수명은 60년이다. 2001년 프라마톰(Framatome)이 코제마(Cogemark)와 합병하면서 아레바(Areva)가 창립된 이래 아레바의 CEO 안 로베르종은 프랑스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원자력 활성화를 목표로 삼았다. 그러나 시제품건설에 부침이 생기면서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중국 타이산 원전에서 진행 중인 EPR원자로 개통은 연말로 미뤄졌다.(4) 2009년 가동하기로 예정됐던 핀란드의 올킬루오토 원전 EPR은 잘해야 2018년 말에야 전력망과 연결될 것이다. 2007년 건설이 시작된 플라망빌은 계속 늦어져서 벌써 6년이 넘었다. 초기에는 30억 유로로 예상됐던 건설비는 새로운 실패 케이스가 추가되지 않는다면 최소 105억 유로(5)로 늘어날 것이다. 아레바 단조부품의 질에 큰 문제가 있음이 드러났다.
원자로의 강철 용기는 연성이 있어야만 한다. 즉 압력이 가해지면 부러지지 않고 용기가 변형될 수 있어야 하며 동시에 기계적인 제약 속에서 균열의 확산을 지탱할 만큼 강해야한다. 그러나 전 세계에서 이런 용기를 제조할 수 있는 단조공장은 극히 드물다. 플라망빌의 용기에 쓰인 상부헤드와 하부헤드는 손(Saône) 강가에서 제작됐다. 이웃공장 인더스틸(Industeel)에서 공급받은 156톤의 잉곳을 단조한 후 압력 용기의 뚜껑과 하부, 증기발생기나 배관의 거푸집을 만들기 위해 엄청난 압력을 가해 주조했다. 

원전의 안전을 위협하는 르크뢰조 불량 단조용기?

1782년 슈나이더 가문이 설립한 르크뢰조 단조공장은 긴 역사를 자랑한다. 1969년부터 에두아르 장 엠팡 남작이 경영하기 시작해 다음해에는 르 크뢰조-르와르사로 활동이 시작됐고 직원 수는 2만2천 명에 이르렀다.(6) 기술의 전환점을 마련하며 1974년 원자력 부품 가공 공장이 개장됐다. 그러나 주요 발전소들의 완공 및 석유가격 하락과 더불어 1986년 체르노빌 사고로 원전에 대한 투자가 동결되면서 공장 주문이 저조해졌다. 2003년도 사업가 미셸 이브 볼로레(뱅상의 형제)는 헐값에 단조 공장을 사들였다. 당시 이 단조 공장은 20년간 경영이 축소되고, 직원이 400명으로 줄어든 상태였다. 공장의 노하우와 공정 과정은 쇠퇴했다. 2005년 12월 16일부터 원자력보일러감독사무소(BCCN)의 소장은 프랑스 전력청(EDF)경영진에게 편지를 썼다. “BCCN은 최근 르크뢰조 단조공장에서 수많은 문제점을 확인했다. 이런 문제점들이 하청업체의 감독과 작업의 질에 영향을 끼친다.”(7)

르크뢰조 공장에 방문한 후 BCCN은 문제점을 찾아냈다. 사실 이런 문제는 공장이 스스로가 알리든지 발주처가 알렸어야했다. 당시 프랑스 원자력 안전청의 청장 앙드레 클로드 라코스트는 “아레바의 부품 공급처에는 큰 문제가 있다. 공급처를 바꾸거나 인수해야 한다”(8)고 아레바에 경고했다. 아레바는 2006년 9월 인수계획을 알리고, 2006년 말 1억 7천만 유로라는 높은 가격으로 인수했다.(9) 2006년 9월과 2007년 1월 사이에는 EPR원자로 용기의 상부헤드와 하부헤드의 질이 향상됐다. 강철로 제조할 때 철에 첨가하는 탄소의 원자가 분리되는 비정상적인 현상이 있음이 확인됐다.

“원전의 일부 부품의 탄소 함량이 과도할 경우 더욱 단단해짐과 동시에 더욱 취약해져서 중성자에 의한 충격으로 강철의 탄성이 감소하게 된다. 원전이 정상적일 때에는 별 문제가 되지 않지만 원자로가 정지되는 경우에는 온도가 하강하면서 설비에 대한 강한 응력을 일으킨다.”

다비드 로드니 금속전문물리학자가 이렇게 분리 현상의 위험성을 설명했다. 탄소의 함량은 0.22%를 넘기면 안 되지만 아레바가 측정한 결과 곳곳이 0.30%였다. 

일본의 미쓰비시 중공업이 핀란드의 EPR원자로를 위한 부품을 완벽하게 단조한 사실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르크뢰조 단조공장은 대형 잉곳(주괴)을 사용한 미쓰비시와 다른 선택을 했다. 아레바는 가장 작은 부품으로 작동하는 것이 이 새로운 단계에 적절하다고 믿고 싶었다. 초기부터 탄소 분리의 위험성이 평소보다 높았고, 더 높은 강도의 감독을 해야만 했다”고 와이즈 파리 에너지 정보 연구소장이자 전문가 이브 마리냑은 설명했다. EDF는 아레바를 신임했고, 압력 용기가 설치되기 전까지 제품의 질을 확인하지 않았다. 2016년 EDF가 아레바 NP(원자로 건설)를 인수하는 상황 속에서 노조는 경쟁력 하락과 불투명해진 기업 전략을 규탄했다. 르크뢰조 단조 공장의 아레바 노조 대표 로랑 루셀은 다음과 같이 증언했다.
“생산 현실보다 재정적 논리를 우선시한 결과 이렇게 됐다. 재료와 인건비 절약 그리고 문제의 재발을 고려하지 않아 결국 신뢰를 잃게 됐다. 정부는 아레바의 자산을 해외에 개방했고, 프랑스를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하기보다 수출만을 우선시했다.”

EPR원자로 사건은 제조 과정에서 질적인 문제가 있음이 드러나면서 원전의 모든 분야가 식은땀을 흐르게 만들었다. EPR의 압력 용기를 만든 것과 같은 기술로 제조된 모든 부품에 관심이 쏠리게 되면서 프랑스 원자력 안전청은 판도라의 상자를 열게 됐다. 아레바의 르크뢰조 공장과 일본주단강(Japan Casting and Forging corporation)에서 만든 핵심부품의 검사에서 수많은 문제점들이 발견됐다. 9월 22일 프랑스 원자력 안전청은 리스트를 발표했다.(10) “동일한 환경에서 제조된 증기발생기 하부도 탄소 함유량에 문제가 있음이 발견됐다. 혼합물 중 인(p)에 대한 의문점도 있다. 문제는 끝없이 복잡해졌다. 자칭 최고라는 공업 분야에서 기술적 한계에 부딪쳤다. 검사는 회사가 자체적으로 제출한 자료를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자료에는 거짓말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라고 물리학자 베르나르 라폰셰는 말했다. 프랑스 원자력 안전청에 위임받은 방사성 방호 및 원자력 안전 연구소(IRSN)는 “용기의 상부헤드의 결점이 안전에 큰 타격을 주지 않는다는 것을 신속히 증명했다.(11) 그러나 수많은 증기발생기들은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운이 좋게도 겨울이 많이 춥지는 않았다. 프랑스 원자력 안전청은 58개의 원자로 중 18개를 여러 번 가동을 중단시키며 조사했다.

2017년 1월 18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프랑스 원자력 안전청장은 원자로의 상황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고 프랑스 원자력 안전청은 가짜, 사기와 같은 부정이 의심되는 모든 자료를 확인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작년 11월 28일부터 12월 2일까지 르크뢰조 공장서 있었던 국제적인 조사는 원인의 식별 부재, 수준 높은 인력의 부족, 감독기능의 부재 등과 같은 질적으로 쇠퇴한 문제점을 발견했다.(12) “아레바 NP는 이런 관행을 알아내기 위한 감독을 전혀 하지 않았다”고 조사관은 말했다.

페센하임 2호기의 원자로는 이상이 발견돼 2016년 6월 가동이 중단됐다. “증기발생기 하부의 기계장치가 안전하지 않음을 확인했다. 2012년 아레바는 이런 점을 우리에게 보고하지 않았다”고 핵압력팀장 레미 카토는 설명했다. 심각한 비정상이 발견되면 사건은 검사장에게 간다. 타인을 위험에 빠트린다는 이유로 여러 단체에서 고소장을 제출해 이미 지난 12월 예비조사가 시작됐다. 이런 발견은 운이 나쁘게도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교훈으로 원전 직원들을 결집시켜 안전을 강화시키는 시기에 일어났다. 프랑스 원자력 안전청은 주요 원자로의 수명이 다하는 기간 동안 자금 부족에 직면할 것이다. 노후원전 가동 연장에 필요한 대규모의 손질은 상당히 높은 비용이 들 것이며, 압력 용기처럼 일부 부품에는 불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EDF는 만족하는 듯 보인다. 2016년 11월 16일, 4천 3백 명의 직원이 일하는 플라망빌 원전에서 있었던 언론 방문에서, EDF의 프로젝트 엔지니어 담당자 자비에 위르사는 기자들에게 “작업이 궤도에 올랐다. 야심차지만 현실적인 계획이 실현될 것”이라고 말했다.(13) EDF는 생산가능하다고 선포할 정도로 설비가 충분히 튼튼하다고 여기고 있다. “테스트한 부품의 강도는 프랑스 원자력 안전청이 2015년 12월에 보낸 공문의 기대치를 준수한다. 플라망빌 3호기 프로젝트는 계속해서 일관된 속도로 진행되고 있고, 2017년부터 원자로의 시험 가동이 있을 것”이라고 아레바는 말했다. 3월 15일, 아레바는 ‘2018년 4/4 분기 말에 연료의 변경과 가동’이라는 다음 단계를 예고했다. 일종의 프랑스 원자력 안전청에게 압력을 가하며 화를 푸는 방법이다.

오는 2017년 가을, 프랑스 원자력 안전청은 2016년 11월에 공급한 용기의 검사 결과에 대한 판결을 내려야만 하기 때문이다. 2007년부터 프랑스 원자력 안전청은 아레바에게 설비에 대한 기술 평가가 늦어지면서 초래되는 중요한 산업적 리스크가 있음을 경고했음에도 아레바는 위험한 행동을 했다. EDF가 2016년 9월 29일 영국의 거대 원전 시장과 계약을 채결한 만큼 이번 결정은 EDF에게는 매우 중요하다. EDF는 중국의 핵전집단공사(China General Nuclear Power Corporation)과 함께 영국의 힝클리 포인트에 220억 유로 규모의 EPR원자로 2기를 건설할 예정이다. EDF의 노조는 계약서 조항에 명시된 경제적인 위험성을 우려하며 2016년 3월 EDF의 재정담당자이자 이사진 중 한 명인 토마스 피크말의 사임을 끌어냈다.   

프랑스 원자력 안전청이 불량 부품의 검수를 무효화하거나 개발 축소를 강력히 요구한다면 원전 분야 전체가 휘청이게 될 것이다. 프랑스 원전의 진짜 아킬레스 건은 발기인의 기술적인 거만함만큼이나 압력 용기의 취약성에 있다.  


글·아녜스 시나이 Agnès Sinaï
기자

번역·김영란
고려대학교 불어불문학과 졸업.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 졸업. 공역서로는 ‘22세기 세계’가 있다.

(1) Evolutionary Power Reacteor
(2) 2015년 7월 29일, 프랑스 원자력 안전청장이 방사성위험감독 단체 회장에게 보내는 편지. 언급된 대부분의 자료는 본 인터넷 사이트에서 열람 가능함.
(3) ‘플라망빌의 EPR원자로 용기의 제조상의 비정상적인 기술’, 프랑스 원자력 안전청의 정보 문서, 2015년 4월 8일. 이해를 돕기 위해 국내 사례를 들자면, 2011년 문제가 됐던 고리원전 1호기의 경우 ‘계속운전 안전성 심사결과 보고서(2007)’의 내용에 의하면  당시 과학기술부 고시에 따라 ‘원자로 압력용기 재료가 최대로 흡수할 수 있는 에너지가 68J(줄,Joule) 이상을 유지하도록 한 기준에 미달했기 때문에 국내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즉 52J은 부적합 수치이며, 36J은 기준치의 절반에 불과한 수준이다. 
(4) 마이클 슈나이더, 앤터니 프로겟 ‘Word Nuclear Industry Status Report 2016'
(5) 'L'Usine nouvelle', 2015년 9월 3일
(6) 디디에 위그, ‘여러 인수자의 손을 거친 공장’, Les Echos, 2016년 5월 3일
(7) ASN, DRIRE, BCCN, EDF에게 보내는 BCCN 소장의 편지, 2005년 12월 16일 
(8) 실뱅 트룬셰, ‘플라망빌의 EPR원자로 : 아레바와 EDF의 믿을 수 없는 가벼움’, Secret d'info 방송프로그램, France-Inter, 2017년 4월 1일
(9) France-Inter, 2017년 4월 1일
(10) ASN의 문서, 2016년 9월 22일, ‘르크뢰조 단조 공장에서 검출된 이상 목록’
(11) IRSN의 정보 문서, 2016년 10월 18일
(12) ASN, ‘르크뢰조 단조 공장에 대한 국제조사’, 아레바 회장에게 보내는 서신, 2017년 1월 31일
(13) 필립 콜레, ‘원자력: EPR용기에 달린 EDF의 운명’, actu environnement, 2016년 11월 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