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에 숨어든 미군기지
중남미가 미국 손아귀에

2010-04-09     모리스 르무안

보고타와 워싱턴은 2009년 10월 30일 조인된 조약에 따라 미국이 콜롬비아 영토 내에 사용할 수 있는 7개 군사기지는 마약거래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브라질과 베네수엘라 등 다수의 라틴아메리카 국가는 이는 단지 이 지역에 대한 미국의 야심을 감추기 위한 구실이라고 평가한다. 겉으로는 선린외교 정책을 주장하면서 실제적으로는 아메리카 전체로 영향력을 확대하는 옛 먼로주의를 미국이 답습하고 있다는 것이다.

 1999년 8월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국 국무장관은 “콜롬비아가 안고 있는 문제는 비단 자국뿐 아니라 이 지역 전체의 안정과 안보와 직결돼 있다”고  선언했다. 이듬해 7월 13일, 클린턴 대통령과 안드레스 파스트라나 콜롬비아 대통령은 마약거래자와 게릴라의 토벌을 목적으로 한 콜롬비아 플랜에 서명하기 위해 의견을 조율했다. 콜롬비아 의회도 참여했다는 인상을 주기 위해 의회를 끌어들었으나 의회는 조약문의 일부분만 읽을 수 있었다. 그나마 영어로 된 텍스트였다.
10년 뒤, 콜롬비아는 미국으로부터 주로 군사비 목적으로 50억 달러 이상 원조를 받았다. 2002년 알바로 우리베가 권좌에 오른 후, 많은 피가 흘러내렸다. 대통령은 반군 격인 ‘국민해방군’(ELN)에 대한 ‘신속한 승리’를 약속했다. 콜롬비아군이 발표한 수치에 따르면 이는 대단한 성공이었다. 2007년 군은 6500명이 넘는 게릴라를 생포했으며 3천 명 이상을 사살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 수치는 해가 갈수록 비슷하게 닮아간다. 보고타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2002∼2008년 무장해제 목표는 1만5천 명 정도, 그중 9천 명이 혁명군 병력을 무장해제했다. 혁명군이 전체 1만5천 명 정도인 걸 감안한다면 이 군은 완전히 괴멸된 것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오류는 어디에 있을까.
지난 2009년 10월 30일, 하이메 베르무데스 외무장관과 윌리엄 브라운필드 미국 대사는 콜롬비아가 10년 만기로 갱신할 수 있는 군사기지 7곳을 미국에 양허하는 새 협약에 서명했다.(1) 물론 명분은 콜롬비아 플랜의 그것과 같다. 실제로 콜롬비아혁명군(FARC)은 10년 전부터 심각한 타격을 받았지만 여전히 활동적이다. 그러나 콜롬비아군의 발표에는 심각한 오류가 있다. 이른바 “엉터리 사실”이라고 부르는 스캔들과 관련해서, 진압군에 대한 1300여 건의 조사가 현재 진행 중인데, 이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무고하게 살해된 민간인이 전투 중 사망한 자로 둔갑한 것이다.

   
▲ 자료: 미 국방부
 

마약 재배 막으려고 기지 건설?
 더욱이 비정규군인 콜롬비아 혁명군을 상대로 화학약물을 살포해 마약 재배지를 파괴하는 것을 가정한 시나리오와 7개의 새 기지에 펼쳐진 미군의 규모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2) 예컨대 미 국방부는 막달레나 강변에 있는 팔렌케로 기지 건설에만 3160만 유로를 투자했다. 이 기지는 70t의 화물과 연료의 재공급 없이 8천km를 비행할 수 있는 C17 갤럭시 수송기가 이착륙할 수 있는 3500m 활주로를 갖추었다. 아피아이 기지는 정찰기와 장거리 공중 조기 경보기를 갖추고 있다.
협약을 공식 발표하기도 전에 위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2009년 8월 10일, 키토에서 열린 남아메리카국가연합(UNASUR) 정상회담에서 “남아메리카에서 전쟁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고 경고했다.(3) 볼리비아의 에보 모랄레스, 에콰도르의 라파엘 코레아,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우루과이의 타바레 바스케스, 아르헨티나의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대통령이 비슷한 우려를 표명했다.
탈냉전시대치고는 분위기가 너무 무겁다. 미국은 라이벌이던 소비에트연방을 고립시키는 전략에서 지리적으로 세계 전 지역을 포함하는 전략으로 전환했다. 새로운 군사기술 덕에 더 이상 거대한 주둔기지가 필요 없다. 그 대신 필요할 때 긴급히 작전을 펼칠 수 있게 이미 촘촘하게 설치된 전진기지 네트워크가 필요한 것이다.
1999년 말까지는 특히 미군 남부사령부(US Southcom)가 주둔한 파나마운하 미국 관할 지역의 하워드 기지 등 14개 기지 덕택에 워싱턴은 중앙아메리카뿐 아니라 남아메리카도 쉽게 통제할 수 있었다. 카터-토리호스 조약(4)에 따라 파나마운하에서 물러난 뒤에도 펜타곤은 군사기지 이름을 작전 전진 포스트(FOL), 안보 협조 포스트(CSL)로 교묘히 바꿔가며 여전히 안심하고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그렇다 해도 정책 기조에서 먼로 독트린(5)의 직접적 연장선상에 위치한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예전과 같은 온순함이 없는 라틴아메리카는 골치가 아플 수밖에 없다. 루스벨트 로드 기지는 푸에르토리코의 비에케스섬 주민의 거센 항의 끝에 2003년 5월 폐쇄됐다. 오래전부터 미국의 요청이 있었지만 브라질은 전략적으로 자국에 위치한 알카타라 기지의 양허를 거부하고 있다. 파라과이에서는 페르난도 루고가 권좌에 오른 후, 볼리비아 국경에서 100km가 안 떨어진 마리스칼 에스티가리비아 공항의 접수 계획도 불투명해졌다. 에콰도르의 라파엘 코레아 대통령은 2009년 9월 18일 만기가 된 만타 기지 사용권을 갱신하지 않았다.
잠깐은 백악관이 전임자 조지 부시의 호전적 수사학을 포기했으리라고 믿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순진한 착각이다. 펜타곤의 계획 수립은 단기적으로 대통령이 누구냐에 따라서 그다지 좌우되지 않는다. 버락 오버마도 예외는 아니다. 대개의 경우 그도 국방부 참모회의의 결정과 의견을 추인하고 만다.

 

다른 국가들은 양허 거부
 워싱턴이나 보고타는 공히 ‘미국기지’를 설치하는 것이 아니라 ‘콜롬비아 시설물’을 사용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2009년 12월 8일 남미공동시장(MERCOSUR) 정상회의에서 콜롬비아 부통령인 프란시스코 산토스가 “우리는 상호 존중에 입각해 기지에 대한 의견 차이와 이 대륙의 그 어느 나라에 대한 공격 작전에도 사용되지 않을 것이라는 약속에 대한 의견 차이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러나 전혀 설득력을 얻지 못했다.
2009년 5월, 필렌케로 기지 설치 예산을 얻기 위해 미의회에 제출된 국방부의 서류에는 “이 안보 협조 포스트(CSL)의 설치는 지구 반대편에서 미국의 안정과 안전을 위협하는 마약 밀매 테러리스트와 반미 성향의 정부, 빈곤 그리고 빈번한 자연재해 등의 고리를 끊는 통합적 작전을 수행할 기회를 제공한다”고 적고 있다.(6) 이 문구는 곧 미군이 라틴아메리카 전역에서 작전을 수행하는 것이 목표라는 것 말고는 달리 해석될 여지가 없다.
물론 가장 격렬하게 반발한 국가는 볼리비아, 에콰도르, 베네수엘라 같은 워싱턴의 요주의 감찰 대상 국가였다. 이 나라들은 이른바 “껄끄러운” 정부에 대한 군사 공격을 감행하거나 불안정하게 하거나 첩보 활동을 벌이기 위해 제3국을 이용하는 미국의 전통을 이미 잘 알고 있다. 1954년 과테말라의 하코보 아르벤스구스만 대통령을 전복하려는 작전도 니카라과와 온두라스에 있는 비밀기지에서 발진됐다. 1961년 과테말라와 니카라과에서 추진된 쿠바 전복 시도도 마찬가지였다. 온두라스는 1980년대 니카라과 산티스타 정권과 갈등할 때 워싱턴의 전략기지가 되었다.
보고타는 베네수엘라와의 국경 근처에 병사 1만2천 명의 1개 사단을 창설하고 역시 국경 근처인 라과히라 반도에 1개 기지를 창설하겠다고 발표한다. 파나마 정부는 미국이 파나마에 바히아 피냐와 푼타 코카 2곳(어쩌면 4곳이 될지도 모르는) 해군기지를 세운다고 발표했다. 그 사이에도 은밀한 도발은 반복되고 있다. 12월 20일에는 콜롬비아로부터 소형 무인 정찰기가, 1월 7일과 5월 17일에는 큐라소에서 출발한 2대의 미군 전투기가 베네수엘라 영공을 불법 침입했다. 콜롬비아 군대도 잠입하곤 한다. 벌써 심리전이 시작된 것이다.
베네수엘라는 워싱턴이 보기에 버마·볼리비아와 더불어 마약 밀매 퇴치를 위해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는 3대국이다.(7) 2009년 5월 25일, 보고타의 일간 <엘티엠포>는 게릴라 지도자 12명이 쿠바와 에콰도르, 베네수엘라에 거주하고 있다는 콜롬비아발 정보를 보도했다. 이에 앞서 그해 3월에 한 콜롬비아 장군이 “베네수엘라와 에콰도르에 근거한 10개의 콜롬비아 혁명군 캠프에 대해” 참으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8)

중남미 군사작전 전개가 목표
 마약 밀매 게릴라인 나르코 게릴라 토벌이라는 이름으로 재앙 같은 시나리오가 펼쳐진다. 12월 28일 보고타가 베네수엘라에 침입하거나 공격을 정당화하기 위해서 ‘엉터리 사실’을 짜맞추고 있다고 의심하면서 차베스는 “콜롬비아에서 수많은 사람을 죽인 자들이 또 다른 사람을 죽여서 이들의 주검을 베네수엘라 영토로 옮겨와 엉터리 캠프를 세우고 ‘이것이 게릴라 캠프’라고 선전한다”고 말했다.(9)
미국이 볼리비아를 직접 공격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가능하지도 않고 고려하는 사항도 아니다. 그러나 만일 국경 근처에서 베네수엘라와 콜롬비아군 사이에 사소한 충돌이 발생하거나, 아니면 사건을 꾸며내면 도화선을 터뜨릴 구실은 충분할 것이다. 그러면 미국은 당연히 동맹국을 지원할 것이다. 수많은 기지가 있고 2008년부터 다시 활동을 시작한 제4함대가 베네수엘라를 완벽하게 포위할 것이다.

글•모리스 르무안 Maurice Lemoine

번역•이진홍 memosia@ilemonde.com
파리7대학 불문학 박사. 주요 저서로 <자살> <여행 이야기> 등이 있다.

<각주>
(1) 헌법 173조 237항은 공화국 영토의 외국 군대 주둔은 오직 잠정적 주둔, 즉 일시적으로 통과하는 정도의 주둔만 허용하고 있다. 이것은 상원의 승인 등을 전제로 하는데, 이는 이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의회가 승인하지 않은 외국과의 조약은 그 적법성을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야 한다. 이 협약은 헌법 제150조 16항과 241조 10항에도 위배된다.
(2) 콜롬비아 플랜에서는 미국 군대와 교육 시설은 이미 트레스 에스키나스, 라란디아 그리고 푸에르토 레귀자모 기지에 설치하게 돼 있다.
(3) <텔레수르>, 카라카스, 2009년 8월 10일.
(4) 1977년 제임스 카터 대통령과 마르틴 토리호스 대통령은 운하와 운하 존 전체 시설물을 파나마에 돌려주고 미군기지를 최종적으로 1999년 12월 31일 폐쇄하기로 한 조약에 서명했다.
(5) 1823년 12월 2일 먼로 대통령이 의회에 선언한 정책 기조. 이 지역에서 미국의 배타적 지배권, 즉 라틴아메리카에서 미국 이외의 국가가 영토적으로 확대되는 것을 배척하는 미국 고유의 정책을 의미한다.
(6) <군대 건설 프로그램, 회계연도 2010, 예산추정안, 의회에 제출된 자료>, 미 공군, 2009년 5월.
(7) 2009년 8월 13일, 타치라주 국경수비대가 3t에 이르는 마리화나를 적발한 후, 타렉 엘 아시아미 베네수엘라 내무장관은 트럭이 콜롬비아와 국경 근처인 큐쿠타에서부터 아무런 저지도 받지 않고 3개 검문소와 3개 보안사무소를 통과해서 왔다고 지적했다.
(8) <Noticias 24>, 2009년 3월 6일.
(9) <베네수엘라데 텔레비지온>, 카라카스. 2009년 12월 2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