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탄소세 제정 25년, “침묵의 봄은 없다!”
2017-06-30 플로랑스 보제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특파원
프랑스는 자국 내에서도 탄소세나 확실한 주거난방 에너지효율개선책을 마련하지 못하는 처지에, 미국 지구온난화에 관한 훈계를 했다. 반면 북유럽 국가들은 이미 1/4세기 전부터 생태적 전환을 향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평범한 스웨덴 사람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한 번 살펴보자.
23년 전 첫 아이가 태어났을 때, 마리에-루이세 크리스톨라는 환경의 중요성을 새삼 깨달았다. 아이를 품에 안고 “이 아이에게 어떤 세상을 물려줄 것인가?”라고 자문하던 그는 불현듯 근심에 휩싸였다. 기자인 그는 그때부터 직업적으로나 일상생활에서나 좀 더 생태적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매주 스베리예스 공영라디오에서 지속가능한 개발에 관한 프로그램 ‘클로테트(지구)’를 진행한다. 작년까지 집에서 10km 거리의 사무실로 출퇴근할 때를 비롯해 언제나 자전거를 타고 다니다가, 최근 전기자전거를 구입했다. 또 국가 보조금을 받아 전기자동차도 구입했다.
그는 “전기자동차를 구입하려 한 지 꽤 오래됐어요. 차가 낡아서 마음에 걸렸었거든요”라고 털어놨다. 가족 모두 유기농식품을 먹고 육류 섭취량도 점차 줄이고 있다. 이제 대학생이 된 딸은 육류를 전혀 먹지 않는다. 스톡홀름 근교에 있는 그들의 집은 지하실에 설치된 열펌프로만 난방을 한다. 도심지에 사는 그들의 친구들은 스위스의 다른 도시민들과 마찬가지로 바이오에너지(주로 나무나 제지 잔여물)를 연료로 한 난방망을 이용한다. 쓰레기는 어떻게 처리할까? 집집마다 최소 5개의 분리수거통을 갖춰놓고 꼼꼼하게 분리수거를 한다.
<침묵의 봄>이 일깨운 환경생태의식
스톡홀름 대학교 사회학 강사인 모나 모르텐손은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1)을 읽고 환경문제에 눈을 떴다. 농업에서 대량살포되는 화학제품, 특히 DDT의 위험성을 경고한 이 저서는 살충제인 DDT의 사용이 점진적으로 금지되고 서방세계에서 환경생태운동이 등장하는 데 기여했다. “이 책은 많은 스웨덴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고 모르텐손은 강조했다. 그때부터 스웨덴은 자신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국토면적은 프랑스의 약 2/3에 인구는 천만 명에 불과한 이 나라는 가스, 석유, 석탄은 없지만 광물자원(철, 우라늄)이 풍부하다. 또한 숲이 우거지고 강이 곳곳에 흐르는 이 작은 나라는 기후문제의 심각성을 일찍 깨닫게 됐고 좀 더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선구자적인 노력을 해왔다.
“스웨덴에서는 여러 가지 환경윤리가 존재합니다. 채식주의자도, 환경운동가도 있지요. 하지만 모든 스웨덴인들은 자연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라고 모나 모르텐손은 자신했다.
알렉산더 크로포드도 이 “특별하고 보편적이며 거의 범신론적인” 관계를 강조했다. 스톡홀름에 근거지를 둔 독립 싱크탱크 글로발 우트마닝 소속 분석가인 그는 “우리는 교회보다 숲에 더 자주 갑니다. 우리 모두 자연과 아주 친밀하지요”라고 말했다. 숲 속이나 수많은 호수 근처나 해안에 있는 별장 대부분이 성보다는 산장 같은 모습이다. 장과(漿果)나 버섯을 따고 낚시와 사냥을 하면서 휴일을 보낸다. “과시를 목적으로 하는 프랑스 방식은 아닙니다. 우리를 둘러싼 환경과 문화적이고 영적인 연결고리를 만드는 것에 가깝습니다”라고 크로포드는 힘주어 말했다.
환경의식이 이렇게 투철한 데는 여러 요인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19세기부터 삼림(전 국토의 68%)을 비롯한 천연자원을 기반으로 한 경제조직이다. 1991년부터 유인형 탄소세의 점진적 도입으로 환경문제에서 앞서 나가던 사회민주당은 여기에 소득과 생산요소에 대한 조세감면을 추가로 실시했다.(2) 그때부터 도시지역난방망의 연료를 석탄에서 바이오매스로 대체하면서 이미 1970년대부터 하락세에 있던 탄소가스 배출량이 한층 감소했다. 환경전문가이자 샬메르스 데 괴테보리 대학교 강사인 크리스티안 아사르는 탄소세를 스웨덴의 생태적 전환을 위한 ‘가장 중요한 기반’으로 봤다. 그는 스웨덴식 모델이 사회적 인식만큼이나 금융혜택에도 영향을 받는다며 “두 요소가 서로를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고 평가했다.
게다가 에너지 및 환경보호 관련 정부기구에서 상시 공보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 덕분에 2006년 스톡홀름에서 도심진입세를 도입했을 때 초반에는 극심한 비난을 받았지만 6개월 만에 수도 시민들의 전폭적인 호응을 이끌어냈다(괴테보리에서는 2016년 도입됨). 서민층에게 부담스러운 이 조치는 스웨덴이 유럽에서 양극화 수준이 심하지 않기로 손꼽히는 국가이기에 좀 더 쉽게 받아들여질 수 있었다.
스톡홀름에서 남서쪽으로 180km 떨어진 농장에서 만난 스테판 구스타프슨은 소량의 곡물을 재배하며 젖소 70마리와 고기소 150마리를 사육한다. 삶은 고되지만 그는 불평하지 않는다. 이 지역 다른 농민들 대부분과 마찬가지로 그는 농지의 주인이 아니고 소작인이다. 1999년 그는 ‘틈새시장’으로서 매력을 발견한 친환경농업으로 뛰어들었다. “처음에는 전략적 선택이었지만 이제는 하나의 신념이 됐습니다. 친환경농업의 장점이 전보다 더 분명해졌습니다. 더 이상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돌아가지 않을 겁니다. 해를 거듭할수록 유기농 우유에 대한 수요도 점점 증가해서 이제는 제가 전부 감당하지 못할 정도가 됐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여기서 몇 킬로미터 거리에 사는 카타리나 몰리토르의 말도 비슷하다. 그는 채소, 토마토, 양상추, 양파를 키우고 양과 암소 100여 마리를 기른다. 가축들은 겨울에는 거대한 곳간을, 여름에는 인근 밭을 자유롭게 돌아다닌다. 카타리나는 “이 농장은 일거리도 취미생활도 아니다. 제 삶 그 자체다”라고 했다. 아버지가 알레르기로 고생하시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악화되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본 40대의 카타리나는 화학제품을 일절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처음에는 “유기농 식품에 들어가는 추가노동시간은 고려하지 않은 채” 가격에 대해 불평하는 고객들도 있었지만 관련수요는 급증했다. 오랫동안 부근 협동조합에 우유를 팔았지만 이제는 직접 판매한다. “직접 파는 게 한층 만족감이 높아요. 소비자에게 제가 직접 짠 우유와 직접 키운 식품의 맛에 대해 듣는 게 즐겁거든요.”
‘운 좋은 나라’ 스웨덴, 답은 자연에서
스웨덴이 아주 일찍부터 생태적 전환을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풍부한 천연자원, 적은 인구, 높은 생활수준, 견실한 경제성장, 거의 전무한 분쟁 등 “운이 좋은 나라”이기 때문이라고 야니케 실베리는 평가했다. 스웨덴 일간지 <다겐스 뉘헤테르> 기자인 그는 화석연료 자원이 없었던 게 신의 축복이라며 그래서 스웨덴이 다른 에너지를 개발해야만 했다고 지적했다. 가스와 석유가 풍부한 이웃 노르웨이에서는 공식적인 친환경체제 전환의 움직임이 명확하게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스웨덴 북부로 올라갈수록 점점 ‘단절된’ 느낌을 받게 된다. 2014년 유럽의 문화수도로 지정됐었고 단호한 좌파이자 페미니즘적 성향을 보이며 동성애자에게 호의적인 인구 11만 명의 대학도시 우메오에는 그 어떤 억압도 없다. 그래서 인구의 90%가 집중된 남부의 온정적 간섭주의적 시선에는 불쾌해 한다. “그 사람들은 우리도 살고 있다는 걸 몰라요! 우리 자원을 독차지하고, 우리 강물을 이용하고, 우리 광산을 거덜 내고는 이제 우리 바람까지 가로채려고 한다니까요!”라고 신랄하게 비판하는 이도 있었다. 이는 강과 하천을 가로지른 수많은 수력댐과 북부의 인적이 거의 없는 공간에 늘어선 풍력발전기를 빗댄 말이었다. 수력에너지는 스웨덴 국내에너지생산량의 45%를 차지하는 첫 번째 에너지원이다. 원자력은 41%를 공급한다. 나머지는 재생가능에너지(바이오매스와 풍력)이다.
남부 거대 도시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만, 적극적인 우메오의 환경운동가들은 토론회를 기획하거나 네슬레 등 유명 브랜드에 대한 불매운동을 펼친다. 그들은 이들 브랜드가 개발도상국에 있는 납품업자들의 권리를 무시했기 때문에(3) 환경에 악영향을 준다고 생각한다. 이곳에서는 수도에 혹독한 눈보라가 몰아쳐 교통이 마비될 때면 그 모습을 냉소적으로 바라본다. 북극권에서 300km 떨어진 이곳 주민들은 여름이나 겨울이나 자전거를 이용한다. 겨울이면 주민들은 자전거에 스파이크 바퀴를 장착하며, 눈이 내리면 시에서는 자전거도로의 제설작업을 최우선으로 실시한다. 그들은 또 2017년 2월 1일 바이오연료(재활용 폐유가 45%인 혼합물)를 동력으로 활용한 ATR기의 첫 번째 비행을 유치했다는 점을 뿌듯하게 생각한다.
우메오 대학의 농과대학 실험실에서 만난 프란체스코 젠틸리는 담수조류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담수조류의 잠재력은 어마어마합니다. 빨리 자라고 탄소가스(CO)를 흡수하고 종국에는 자동차와 비행기용 친환경 연료로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라고 이탈리아계 연구원은 설명했다. 심지어 하수 처리에도 이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와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동료들의 연구는 아직까지 실험 단계이다. 그의 꿈은 담수조류에서 바이오매스 ‘수 톤’을 생산해내는 공장을 세우는 것이다. “지속가능한 에너지원을 구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고 싶다면 자연에서 답을 구해야 합니다. 기술이 아니에요”라고 그는 역설했다.
그라뇌 전역에 남아있는 체르노빌 사고의 그늘
많은 스웨덴 사람들과는 달리 안니카 뤼드만은 스톡홀름을 떠나 성장기를 보낸 베스테르보텐 주의 그라뇌에 정착했다. 우메오에서 북서쪽으로 100여 킬로미터 떨어진 곳이다. 아이들이 없어 학교는 폐교될 예정이었다. 도시 자체가 머지않아 사라질 운명이었다. 관광객을 끌어오려면, 아니 주로 순록을 기르며 스칸디나비아반도 북부나 카렐리야에 살고 있는 유목민족인 라프족의 땅(4)에서 특별하고 완벽하게 보존된 자연을 그들이 만끽하게 하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안니카는 그렇게 7년 전, 어머니와 몇몇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민박집 그라뇌 벡카신 로지를 열었다. “그라뇌가 예전처럼 다시 만남과 교류의 장소이자 라프족과의 연결통로가 되길 바랐어요. 단, 자연을 훼손시키거나 원주민의 삶을 망가뜨리지 않으면서요. 그래서 우리의 모토는 ‘친환경’이었어요! 가능하지 않을 때에는 토산물을 우위에 두려고 신중을 기했어요”라고 그는 설명했다.
이 마을의 독특한 매력은 곧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숲 속 한 하천 근처에 자리 잡았던 민박집은 이제 나무 오두막 10여 채와 ‘새둥지’(나무 위의 안락한 오두막) 6개로 규모가 확대됐다. 모든 자재는 재활용이 가능하다. 지열펌프를 이용해 난방과 온수를 해결한다.
안니카의 계획은 금방 성공을 거뒀고 그라뇌 학교는 살아남았다. 그라뇌 벡카신 로지의 상근직 8명은 모두 마을 주민이다. 해가 지지 않는 여름에는 연일 만원이다. 겨울에 이곳을 찾은 관광객은 크로스컨트리 스키, 숲 트래킹, 개썰매 타기, 말코손바닥사슴 사파리 등을 즐긴다. 숙박객의 60%가 스웨덴 사람이고 벨기에, 아일랜드, 호주, 두바이에서도 이곳을 찾아온다. 모든 음식에는 유기농, 제철 농산물이 활용된다. 주변 하천과 호수에서 강꼬치고기와 농어를 구한다. 거의 모든 강과 하천에 세워진 수력댐 때문에 연어는 대부분 자취를 감췄다.
안니카가 사냥을 즐기는 터라 육류는 주로 말코손바닥사슴 고기다. “이곳 북부에서는 하나의 문화에요. 사냥을 하면서도 환경을 보호할 수 있지요”라고 강조했다. 말코손바닥사슴이 지겨워졌다 싶으면 라프족을 찾아가 순록 고기를 구입하거나 물물교환한다. 그는 “이런 삶의 방식은 도시화에 저항하고 획일화의 물결에 맞서는 우리들의 방법”이라고 했다. 이어 그의 오른팔인 크리스토퍼르 스토름이 덧붙였다.
“친환경을 선택했다면 매순간 노력해야 합니다. 지붕이나 카펫처럼 사소한 것까지 챙겨야 해요. 래프팅 로프만 해도 천연섬유 제품을 써야 할까요, 합성섬유 제품을 써야 할까요? 음식을 만들 때도 여러 가지를 생각해야 해요. 유기농 제품이 일반 제품보다 비싸요. 흔치 않으니까요. 그래도 선택했으니 고수해야지요. 우리가 왜 이런 결정을 했는지 직원들에게 설명하는 게 가장 중요해요. 그들이 납득하지 못하면 잘 될 수 없어요.”
그라뇌 전역과 스웨덴 일부 지역에는 아직 세월이 거둬가지 못한 그늘이 남아있다. 바로 체르노빌 사고다. 안니카의 어머니 엘뤼-마리에 뤼드만은 버섯을 따러 나갔다. 부엌과 지하실에는 말린 버섯이 담긴 병이 빽빽하고 냉동실에는 순록 고기가 그득하다. 그렇지만 그는 1986년 4월 26일 우크라이나에서 발생한 사고의 여파를 잊을 수 없다. 스웨덴 국토의 약 5만 5,400㎢가 체르노빌 핵구름의 영향을 받았고 여전히 이 지역에 대한 추적관리가 진행 중이다. 안니카는 그 때를 아프게 회상했다. “사고 후 4~5년 동안은 버섯이나 장과를 딸 수도 없었고, 말코손바닥사슴이나 순록 고기를 먹을 수도 없었어요. 풀을 먹은 동물들도 방사능에 오염됐었거든요.”
요즘에도 이 지역 주민들은 매년 가을이면 고기 샘플을 채취해 실험실로 보내야 한다. 세슘-137 수치가 기준치를 넘지 않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라프족 순록 사육자인 마르이레트 피엘스트룀이 설명했다. “때때로 동물들이 방사능에 오염됐다는 좋지 못한 소식을 접합니다. 그럴 때면 방사선이 미치지 않은 초원으로 동물들을 데려갑니다. 보통 몇 주만 지나면 정상 수치로 회복됩니다”
에너지를 자급자족해도, 지구온난화는 심각하다
그렇지만 운영 중인 원자로 9기에 걱정하는 이들은 거의 없어 보인다(박스기사 참조). 우선 원자로가 남쪽으로 800km 정도 떨어진 곳에 있고 여기서 남부는 멀게만 느껴지기 때문이다. 또한 원자력발전소가 전기를 공급하고 일자리를 제공하며 이제는 삶의 일부로 편입됐기 때문이다. 안니카는 힘줘 말했다. “이제 어느 정도 받아들이게 됐어요. 경계심을 갖고 바라보는 원자력발전소가 있다면 지금 핀란드에서 건설 중인 퓌해요키 발전소에요. 위협을 느낄 정도로 가까운 곳에 있어요.” 아마도 러시아 국영원자력공사(RosAtom)가 시공사라서 두려움을 느끼며 바라보게 되는 듯하다.
“아무것도 소멸되거나 생성되지 않는다. 다만 변화할 뿐이다”라는 프랑스 화학자 앙투안 라부아지에의 격언은 마티아스 닐손의 농장에서도 유효하다. 40대 농부인 그가 소 360마리의 배설물을 활용해 전기와 난방을 해결한 지 벌써 5년째다. 소의 배설물을 모아 탱크에서 38°C로 가열하면 박테리아로 인해 발효가 가속화되고 메탄을 주성분으로 한 바이오가스가 생성된다. 이 가스를 발전기로 연소시켜 전기를 생산한다. 스웨덴에서는 농업, 특히 목축업이 온실가스 배출량의 13%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닐손은 자급자족한다. 이웃에게 남은 전기를 팔수도 있다. 초기 투자금은 470만 스웨덴 크로나(48만 1,388유로)로 만만치 않았다. 유럽연합(EU)이 1/4를 지원해줬다. 그는 만족스러워 했다.
“초기 출자금을 회수하는데 10~12년이 걸리겠지만 후회하지 않습니다. 1990년대부터 저희 아버지의 꿈이었어요. 이제 저와 제 동생이 그 꿈을 이룬 겁니다. 가장 하찮은 물질을 활용한다는 점이 마음에 들어요. 소 배설물을 경작지 거름으로 활용하는 것이죠. 이만한 게 없어요.”
이런 그도 걱정거리가 있다. 다름 아닌 지구온난화다. 이 지역 다른 모든 주민들과 마찬가지로 그도 지구온난화현상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그는 지적했다. “제가 중고등학생일 때보다 겨울이 무척 짧아졌습니다. 눈도 덜 내려요. 봄은 비슷한 때에 시작하지만 가을은 무척 길어졌어요. 이제 수확을 여러 번에 걸쳐 합니다. 아버지는 놀라움과 우려를 감추지 못하십니다.”
스웨덴은 2009년 에너지와 기후에 관한 법안을 채택하며 약속했던 것처럼 2040~2050년 탄소중립 목표에 도달할 수 있을까? 중공업(펄프, 제지, 특수강, 대형트럭, 자동차 등)과 첨단기술(통신, 생명공학, 의약품 등)은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기 녹록치 않은, 에너지 소모가 많은 분야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압도적으로 제일 많은 운송업(45%)은 다른 분야보다 유독 험난한 과제다. 이것은 새롭게 달성해야 할 ‘뉴프런티어’다. 수도에는 모든 버스가 바이오연료를 이용해 운행된다. 여전히 단점이 많은 부분적 해결책이다.(5) 스톡홀름은 지방 공동화 현상이 확대되고 있다. 또 자동차 대수는 점점 증가하고 있다. 이미 충분히 고성능인 대중교통은 개선될 여지가 있을 것이다. 게다가 철도망이 상대적으로 덜 개발된 터라 스웨덴 사람들은 국내를 이동할 때에도 쉽게 비행기를 교통편으로 선택하는데 2001년 시작된 민영화 정책으로 이 문제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도달 가능한, 그리고 도달해야만 하는 목표
스웨덴에너지연구원(Energiforsk) 원장인 마르쿠스 브라세는 말과 행동의 ‘단절’이 늘어나는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정치인들의 공약이 현실화되는 경우가 턱없이 드물다. 스톡홀름은 도심 진입세에도 불구하고 교통체증이 심각하고, 공식 발표한 목표와는 달리 사회간접자본 확충에 열심이다. 2014년 9월부터 사회민주당과 연립정부를 수립한 녹색당은 소신을 굽힌 탓에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 “정치적 용단이 부족합니다. 시민들에게 더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할 것입니다”라고 브라세는 평했다. 2040년까지 ‘탄소 제로’ 목표 달성을 어렵게 보는 이유이다. “목표를 이뤄 제 예측이 기분 좋게 틀렸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스타판 라에스타디우스은 한 번도 이런 의문을 품은 적이 없다. “도달 가능할 뿐만 아니라 도달해야 하는 목표입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세계적인 명성의 왕립공과대학(KTH)의 교수이자 연구원인 그가 이 문제에 경종을 울린 지는 오래됐다. 2015년 12월 파리에서 열린 국제연합(UN)기후변화회의(COP21)(6)에서 체결된 협약은 그의 기준에 “턱없이 부족해”보인다. 그는 현 상황의 위급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면서 “우리가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에서 멈출 것이 아니라 훨씬 더 직설적으로 솔직하게” 알려야 한다고 역설했다. 작년 겨울 전 지구의 온도 상승이 얼마나 심각했는지가 일례라고 했다.
“전 세계적으로 한 세기전보다 1.39°C 상승했습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십니까? 특히 그뢴란에서 빙하 융해가 가속화됐습니다. 해수면이 상승하고 있는데, 그 속도가 어느 정도일지 예측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예상보다 빠를 겁니다. 걷잡을 수 없이 빨라질 경우, 그로 인한 위협도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겠지요”라고 그는 경고했다. 스웨덴 정치인들은 두려워서 아무 말도 못하고 있다며 국민에 대한 “본연의 임무를 저버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스웨덴 수도는 유럽에서도 가장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어요. 대중교통을 개선하기는커녕 스톡홀름으로 진입하기 쉽게 하려고 고속도로와 터널만 짓고 있잖아요”라고 개탄했다. ‘스웨덴 모델’의 한계에 달한 것인가?
그는 청정에너지, 특히 풍력에너지를 개발하고 교통 문제를 신속하게 해결하는 게 중요하다고 인정하면서도 우선 생활방식을 바꾸고 시민들의 참여를 호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들에게 진실을 전달할 의무가 있습니다. 사람들이 시급한 일이라는 것을 알아야 해요”라고 그는 라이트모티프(주도동기)인양 반복했다. 스웨덴처럼 작은 나라도 1차에너지에서 화석연료가 차지하는 비율이 31%(EU는 72%)에 불과하고,(7) 재생가능에너지의 비율이 36%(EU 평균 14%)에 달하는 ‘모범적인 사례’가 될 수 있다.
“어떤 나라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다고 비난하느라 시간 낭비할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 모두 한 배를 탔어요. 공동의 노력을 기울이는데 동참하는 것이 유익하다고 설득하면서 활동을 이어가야 합니다”라고 라에스타디우스는 계속 힘줘 말했다. “생활방식을 바꾼다고 손해를 보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줘야 합니다. 아마 비행기 이용을 줄이고 자가용 사용을 자제하더라도 삶은 나아질 것입니다. 말처럼 쉽지 않다는 건 저도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성공의 열쇠는 바로 이것입니다.”
글·플로랑스 보제 Florence Beaugé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특파원
번역·서희정 mysthj@gmail.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1) Rachel Carson, <Printemps silencieux(침묵의 봄)>, Plon, Paris, 1963 (réédition Wildproject, Marseille, 2014)
(2) Sonia Baudry, ‘La taxe carbone : bilan de l’expérience suédoise(탄소세, 스웨덴 사례 점검)’, <Regards croisés sur l’économie>, n° 6, Paris, 2009.
(3) ‘La face cachée des marques(브랜드의 감춰진 이면)’, 옥스팜 인터내셔널에서 수행한 농산물가공 대기업 순위, 2015년 3월 31일, www.oxfam.org참조
(4) Cédric Gouverneur, ‘Éleveurs de rennes contre mineurs(순록이냐, 광산이냐?)’,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어판, 2017년 2월호 참조.
(5) Éric Holtz-Giménez, ‘Les cinq mythes de la transition vers les agrocarburants(농산연료로의 전환에 대한 다섯 가지 신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07년 6월.
(6) ‘Comment éviter le chaos climatique(기후 재앙)’,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어판, 2015년 12월호 참조.
(7) Michel Cruciani, ‘La transition énergétique en Suède(스웨덴의 에너지 전환)’, <Études de l’IFRI(프랑스국제관계연구소 연구서)>, Paris, 2016년 6월.
박스기사
스웨덴식 실용주의
스웨덴은 일찍부터 에너지자립도의 확보가 절대적이고 필수적인 일임을 깨달았다. 나치 독일로부터 석탄을 공급받아야 했던 스웨덴으로서는 제2차 세계대전이 ‘에너지 트라우마’였다고 테바 메예르 오트알자스 대학 강사이자 지리학자는 지적했다. 그 후 스웨덴은 풍부한 수자원을 활용한 에너지 공급원 다각화를 결정했다. 강과 하천에 속속 댐이 들어섰다. 1947년 막대한 우라늄광산을 발견하고 원자력도 개발하기 시작했다. 열과 전기를 공급하는 첫 번째 원자력발전소는 스톡홀름 근교 오예스탈에서 1964년 처음 가동됐다. 1968년 군사용 원자력을 포기하고도 중립국가 스웨덴은 중요한 민수용 원자력 계획을 개발해 원자로 12기를 건설했다. 현재 ‘탈탄소화’를 위한 노력은 스웨덴 에너지정책의 오랜 3대 축인 에너지효율성, 재생가능에너지, 원자력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1960년대 생태운동가들이 목소리를 높여 수많은 댐이 강과 하천에 미치는 영향을 알리면서 논란이 일었다. 1972년 스톡홀름에서 UN이 주최한 인간환경회의가 처음 개최됐다. 이 회의는 스웨덴 사람들에게 오랫동안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때부터 스웨덴은 지속가능한 개발의 리더가 되려고 노력했습니다. 탄화수소의 부족함을 친환경 이미지로 채우려고 했지요”라고 메예르는 지적했다. 1973년 석유파동은 이런 흐름에 박차를 가했다. “이미 준비가 돼 있었습니다. 10년 전부터 환경보호 캠페인을 벌여왔거든요. 오래 전부터 삼중창으로 바꾸고 벽채단열을 강화하고 건설할 때 각별한 관심을 기울였습니다. 제가 유년기를 보냈던 영국 같은 나라와 달리 에너지 절감에 힘 썼습니다”라고 토마스 스테르네르 예테보리 대학교 환경경제학 교수는 회상했다.
교통 분야를 제외하고 원자력은 조금씩 수입산 석유를 대체했다. 미국 스리마일 섬의 원자력발전소에서 사고가 일어나자 스웨덴 국민들은 1980년 수명이 다한 노후 원자로를 교체하지 않는 방식으로 탈원전을 지향하면서 원전계획을 제한하기로 했다. 체르노빌 원전사고까지 일어나자 정권을 잡고 있던 사회민주당은 덴마크에 가까운 원전 두 개를 폐쇄하기로 결정했지만 2005년에서야 실제로 이뤄졌다. 2003년에는 ‘녹색인증’제도가 마련됐다. “이 독특한 메커니즘은 모든 전기생산업자에게 재생가능에너지 20%를 사용해 전기를 생산하도록 요구했습니다. 다른 많은 나라에서 실패했지만 스웨덴은 성공을 거뒀고 풍력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했지요”라고 미셸 크루치아니 프랑스국제관계연구소(IFRI) 부연구원은 설명했다.
2006년부터 2014년까지 집권했던 ‘부르주아 정당’(현재 온건당, 자유당, 중앙당을 아우르는 스웨덴 정계의 은어)은 2050년까지 재생가능에너지 100%를 사용을 목표로 한 ‘에너지 및 기후’ 법안을 가결하면서도 조속한 탈원전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미 칼 빌트(1991년부터 1994년까지 총리 역임)의 지휘 아래 이 정당들은 에너지세를 인상했고 무엇보다 탄소세를 도입했었다. 정권 교체가 일어나도 근본적으로 생태적 전환에 이론을 제기하지는 않는다. “이는 정당의 진화력과 정부의 논거를 이해하고 지도자들을 신뢰하는 사회 덕분에 가능하다”고 크루치아니는 평가했다.
2014년부터 연합해 정부를 이끌고 있는 사회민주당과 녹색당은 2016년 6월 10일 공동에너지정책에 관해 보수당, 온건당과 합의를 이끌었다. 이 정책의 목표는 2045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루고 2040년부터 재생가능에너지를 사용한 전력 생산율 100%를 달성해 에너지 수급을 안정시키는 것이다. 원자력은 폐기물 처리와 원자로 해체 등을 비롯한 모든 비용을 부담해야 할 것이다. 2020년 이전에 원전 4곳의 운영이 중단될 것이고 원전 운영 책임 기금은 증가했다. 그렇지만 원자로 열출력에 부과되는 세금을 폐지하면서 다른 원전들이 운영기간을 늘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재생가능에너지에 국한된 국가 지원금을 받을 수는 없지만 원한다면 (기존 부지에) 새로운 원자로를 건설할 수도 있다. 메예르는 설명했다.
“모든 법안은 스웨덴 특유의 심의요청절차를 거칩니다. 법안과 관련 있는 모든 이들 즉 정당, 단체, 노조 등에 의견을 구하는 겁니다. 모든 시민사회에는 의견을 표출할 권리가 있는 거지요. 물론 토론은 시간이 걸리지만 결과는 놀라울 정도로 확고합니다. 이것이 바로 스웨덴식 실용주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