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생체인증은 정당할까?

2017-06-30     니콜라 오트망 | 기록영화제작자

“눈을 가까이 대주세요. 협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관절로봇 팔에 부착된 발광 케이스에서 기계음이 흘러나왔다. 기계음은 시리아 난민에게 직접 말을 걸었다. 요르단 자타리(Zaatari) 캠프 중앙에 위치한 이 마트에서, 이제 난민들은 모두 계산대에서 물건 값을 지불하기 위해 자신의 눈을 스캔해야 한다. 2016년 2월에 국제연합 난민 고등판무관 사무소(UNHCR)가 설치한 이 장치는 홍채인식으로 난민의 신원과 현지 은행인 요르단 알리 뱅크의 가상계좌를 확인해, 매달 50달러씩 인출 가능한 난민의 지불능력을 파악한다. UNHCR에 따르면, 이 사업은 ‘눈 깜짝할 사이’에 추진됐고, 덕분에 ‘부당거래’를 막을 수 있었다. 이어서 몇 달 후, 이 시스템은 요르단 북부에 위치한 또 다른 대규모 시리아 난민캠프인 아즈라크에서도 시행됐다. 

전쟁을 피해 국경을 넘어오거나 난민캠프에서 수년 전부터 체류했던 수많은 난민에게 생체인증에 관한 문제는 첫 번째 관심사가 아니다. 가게 통로에서 한 여성은 “카드를 잃어버릴 일이 없다는 점에서는 편리하다”고 말했다. 한 가정의 어머니인 이 여성이 생체인증 시스템에 아쉬워하는 점이 있다면, 더 이상 아이들이 자신을 대신해 장을 볼 수 없게 된 것 정도다. 요르단의 수도 암만부터 자타리 난민캠프를 거쳐 간 전직 기자인 하니 마우에드는, 그래도 수많은 난민이 내심 걱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난민들에게 이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 그들은 이미 난민캠프에서 살고 있다. 즉 난민을 둘러싼 모든 환경이 강요를 기반으로 하며, 난민에게 의무를 지운다. 난민들은 이 시스템을 추가적 의무의 하나로 보고 있다.”

세계에서 자금흐름이 가장 불투명한 조세 피난처 중 하나인 케이맨 섬에, 2003년부터 자리 잡은 아이리스가드(IrisGuard) 회사는 미국 감옥과 아랍에미리트 국경 검문소 또는 요르단 경찰의 마약퇴치 부대에 홍채인식기를 설치했다. 감독위원회 자리는 2004년까지 영국의 해외정보기관인 비밀정보부(MI6) 국장이었던 리처드 디어러브와 2004년부터 2008년까지 국내 안보 및 반(反) 테러리즘을 위한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특별 보좌관이었던 프란시스 타운센드가 차지했다. 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인 이마드 말하스 입장에서, ‘수준 높은 전문가’는 자사의 보안을 위한 목적을 완벽하게 수행할 수 있었다.

“나는 이 기술에 매혹됐다. 당신도 알다시피, 그 누구도 똑같은 홍채를 갖고 있지 않다. 게다가 신체 부위 중 유일하게 일생동안 변함이 없는 부위가 홍채다. 따라서 홍채인식은 지문인식보다 더 신뢰할 만하다.”
UNHCR에 자사의 기계를 ‘제공’하는 것은, 그의 회사에게 미래시장과 같다. 회사는 기계설치의 대가로 난민이 지불한 금액의 1%를 받는다.

“UNHCR 측에서 이 모든 비용은 기존의 식품 상자 배송시스템보다 20% 저렴하다. 우리는 이제 사업을 두 가지 영역으로 확장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바로 유럽연합 내부에서의 수평적 시장 확장과 현재 시리아 난민을 가장 많이 수용하고 있는 국가인 터키와 같은 국가로의 외부적 시장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1) 우리는 하루빨리 새로운 시장을 얻고 싶다.”

2002년부터, 즉 유럽연합에서 생체인식 여권을 도입하기 3년보다도 더 전에, UNHCR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세계 최초로 홍채인식 기술을 실용화’했다. 인접국인 파키스탄에 소재한 난민캠프로부터 귀환한 아프가니스탄 난민의 신원 확인을 위해 고안된 ‘실험적’ 등록 프로그램이었다.(2) 15년 후에 정부는 아프가니스탄 전체 인구의 생체정보를 등록했고, 덕분에 아프가니스탄은 이 분야에서 가장 많이 발전한 국가 중 하나가 됐다.(3) 통상 아프가니스탄이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국가 중 하나로 여겨지는 국가임을 감안하면 참 역설적이다. “새로운 생체인식 기술 적용을 위해 난민캠프의 소외된 사람들이 기니피그(대표적인 실험동물-역주) 역할을 한 셈이다”라고 인도주의적 문제에 관한 프리랜서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는 폴 커리언이 말했다. 주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다양한 비정부기구(NGO)를 위해 일했던 그는 “회사 입장에서 이 기술을 개발하는데 난민캠프는 절호의 기회다. 자사에 인도주의적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고, 대규모로 기술 장치를 시험해볼 수 있으며, 마지막으로 서구 국가 정부를 만나 제품 판매를 시도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기업은 다루기 쉽고 정치적으로 결집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사람들을 획득한다.

2002년 이래 UNHCR은 말레이시아부터 케냐까지 거의 10개국에서 생체정보 등록시스템을 도입했다. 2008년, UNHCR은 국제 프라이버시 단체 설립자이자 개인정보 보호 전문가인 사이먼 데이비스에게 여러 난민캠프를 대상으로 한 새로운 장치에 대해 평가를 의뢰했다.

“우리가 발견한 사실은 매우 우려스럽다. 이 환경에서 난민들은 모두 절망에 빠져 있기 때문에, 무엇이든지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에티오피아의 경우를 예로 들자면, 난민들은 지문에 대해 큰 우려를 표명했다. 난민들은 사람들이 신원정보를 얻어내 자신들로부터 무엇인가를 빼앗아 간다고 말했다. 우리는 민감한 개인정보와 함께 데이터 수집에 대해 (난민들이) 난민 수용국의 정부와 합의한 내용이 담긴 컴퓨터를 암호화되지 않은 상태로 발견했는데, 특히 말레이시아의 경우가 그랬다. 그런데 기업과 체결한 협정에 관한 정보는 얻을 수 없었다. 유럽에서는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보관하는 것은 완전히 위법이다.”

UNHCR에 전달된 보고서는 관리기구에 의해 폐기돼 절대 공개되지 않았다. 기구는 난민의 동의와 관련된 문제를 치워버린 것이다. 이로부터 9년이 지났지만, 기구는 개인정보 수집 방침을 바꾸지 않았다. 코펜하겐 대학의 군사교육센터 교수인 카트자 린드스코브 자코브센은 UNHCR이 불필요하고 위험하게 ‘디지털 난민’을 생산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그는 우리에게 “역설적으로, 지난 십 년간 대규모 생체정보 등록 시스템 도입은 오히려 난민들을 더 취약하게 만들었다”라고 설명했다. 개인정보 보호 정책 도입은 상당히 불투명하다. 난민과 자국민들의 데이터베이스를 비교할 수 있었던 케냐의 경우처럼, 난민의 개인정보는 국가 간에 교류될 수 있다. 심지어 기업의 경쟁입찰 관련 규정에는 난민의 개인정보는 ‘UNHCR의 재량에 따라’ 공유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소중한 정보를 상업적이고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앞으로도 계속될 듯하다. 


글·니콜라 오트망Nicolas Autheman

번역·김세미

(1) UNHCR에 따르면, 현재 터키에 시리아 난민 수는 2천7백만 명에 달한다(2017년 2월). UNHCR은 터기 정부의 개입을 일체 거부해 터키에 있는 난민캠프를 관리하지 않는다.
(2) 피터 케슬러, 'Iris testing of returning Afghans passes 200,000 marks', UNHCR, 뉴욕, 2003년 10월 10일.
(3) 폴 커리언, ‘생체인식에 관한 인도주의적 쟁점’, Irin News, 제네바, 2015년 8월 2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