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 이름으로 증오를 전파하다

2017-06-30     크리스틴 쇼모

미얀마의 시장. 한 여성이 재래식 다림질 기구에 석탄을 넣어 뜨겁게 달군다. 독일 출신의 할리우드 영화감독 바벳 슈로더의 최근 다큐멘터리 <위엄있는 W>(The Venerable W. 2017)(1)의 이 장면은 극단적 불교 지도자 아신 위라투의 방화시도를 상징한다. 슈로더 감독은 위라투의 방화 시도에 대해 광범위하게 조사해간다. 2013년, 미국 <타임즈>의 표지 기사에 ‘불교 테러의 얼굴’로 소개된 위라투는 미얀마에서 이슬람교도에 대한 증오를 선동하고 있다. 

불교를 ‘내가 매달리는 마지막 환상’(2)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불교에 해박하고 애정이 깊은 슈로더 감독은 의문을 품는다. 어떻게 불교 승려가 악의 화신이 될 수 있을까? 그는 위라투에게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부탁했다. 이미 이전에 <이디 아민 장군, 자화상>(1974), 자크 베르주를 다룬 <공포의 변호사>(2007)(3) 같은 작품에서 선보인 촬영방식이다. 

슈로더 감독은 교훈을 전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자신이 품은 의문점을 관객들과 나누고 싶다고 말한다. 여배우 뷜 오지에의 나레이션이 불교 경전 ‘메타 수타(자애경)’에 나오는 관용에 관한 계율을 천천히 읊는다. 동시에 불교와 이슬람교 간 폭력적인 분쟁이 소개된다. 슈로더 감독은 이 장면들을 위라투가 위엄 있게 하는 말과 절묘하게 교차시킨다. 이로써 두 종교가 서로 증오하기 시작한 근본적인 원인이 설명된다. 소름 끼칠 정도로 효과적인 방식이다. 예전에 르완다에서 후투족의 언론 RTLM이 투치족을 가리켜 ‘때려잡아야 할 바퀴벌레’라고 표현했듯이 위라투와 지지자들은 무슬림들을 가리켜 ‘칼라르(산스크리트어로 ‘검은색’)’라고 비난한다.

“구조는 똑같습니다. 인종차별, 배타적 태도, 나와 다른 이들에 대한 공포가 담겨 있어 상황이 심각해집니다.” 슈로더 감독의 이야기다. 하지만 “이슬람교도에 대한 증오는 위라투의 선동 때문만은 아니다”라고 슈로더 감독은 강조한다.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것이죠.”

지난 3월, 위라투에게는 1년 동안 설교가 금지됐다. 아웅산 수지의 측근이자 미얀마 여당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의 법률자문이었던 변호사 코 니가 피살되는 사건을 위라투가 반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설교가 금지돼도 위라투의 민족주의적이고 극단적인 사상은 페이스북을 통해 퍼지고 있다. 2016년부터 (미얀마의) 실질적인 지도자이자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아웅산 수지는 미얀마 서부 아라칸에 인종청소는 없다고 주장한다. 

바로 여기서 2012년 이래로 가장 극렬한 유혈 충돌이 발생했다. 수세기부터 아라칸에 정착해 온 이슬람계 소수민족 로힝야족이 제일 먼저 희생양이 됐다. 로힝야족 일부는 방글라데시로 건너갔다. 부서질 듯한 뗏목을 타고 미얀마를 탈출해 정착할 곳을 찾아 헤매는 로힝야족도 있다. 미얀마에 남아 있는 로힝야족은 강제수용소에 살고 있다. 유엔과 인권기구들은 미얀마군이 자행하는 로힝야족 학살을 비난했다. 

하지만 슈로더 감독은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종교 분쟁으로 혼란이 발생하면 군사력이 쿠데타를 정당화해 다시 고삐를 바짝 잡아당길 수도 있습니다.” 이제 막 민주주의가 태동하려는 미얀마가 종교 극단주의로 위기를 맞고 있다. 


글·크리스틴 쇼모 Christine Chaumeau

번역·이주영 ombre2@ilemonde.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한불과 졸업. 역서로 <술레이만 시대의 오스만 제국>(2016) 등이 있다. 
 
(1) 6월 17일 프랑스 개봉. 상영시간은 1시간 40분.
(2) 감독과의 인터뷰
(3) 바벳 슈로더 감독의 ‘세계를 향한 시선’ DVD 시리즈에는 <이디 아민 장군, 자화상>, <말하는 고릴라 코코>, <협잡꾼>, <살인자들의 마리아> 등 다섯 편의 작품이 수록돼 있다. 파리 퐁피두센터는 2017년 4월 21에서 6월 11일까지 ‘바벳 슈로더 감독전’을 개최했다.